서윤경, 「동아시아 화제畵題 아카이브의 구축과 활용」,『미술사논단』Vol.45, 한국미술연구소, 2017.12.
그림의 주제나 제재를 써 넣는 화제畵題는 작가가 창작 의도와 주제 및 내용에 의거하여 짓거나, 감상자의 제발문, 제화시 등이다. 이는 이미지를 매개하는 촉매적 언어로 당대 미의식과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한 자료이다. 화제는 동아시아의 고유한 예술장르로 화면의 미적효과를 발흥시키며 크게 발전했다.
그림의 주제나 제재를 써 넣는 화제畵題는 작가가 창작 의도와 주제 및 내용에 의거하여 짓거나, 감상자의 제발문, 제화시 등이다. 이는 이미지를 매개하는 촉매적 언어로 당대 미의식과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한 자료이다. 화제는 동아시아의 고유한 예술장르로 화면의 미적효과를 발흥시키며 크게 발전했다.
이 논문은 동아시아 회화에서의 ‘화제’의 의미와 중요성을 제시하고 현재 동아시아 화제와 그 해제를 종합하는 DB가 어디까지 구축되어 있는지 현황을 짚는 글이다. 2015년 한국연구재단 토대연구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동아시아 화제의 집성 및 해제 DB 구축”의 진행 중 심화된 연구논문 중 하나이다.
화제를 중심으로 하는 ‘회화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서 동아시아 회화 연구에 기초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되는 셈인데, 이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조맹부趙孟頫(1254-1322) <작화추색도鵲華秋色圖> 1925년, 비단에 채색, 28.4x90.2cm, 타이페이 국립고궁박물원
조맹부는 친구를 위해 그의 선조의 고향 산둥성에 있는 작산鵲山과 화산華山을 그린 것이다. 여기서 조맹부는 화제를 통해 왜 이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를 세세히 말하고, 직접 鵲華秋色이라고 명명했다.
1. 전 세계에 산재한 현존하는 동아시아의 회화를 수집, 정리
동시에 화제를 기록한 문헌자료를 정리
2. 수집된 자료 중 화제를 선별해 목록 작성
3. 화제 분류
4. 문헌 근거, 화풍, 주요 작가와 작품 등을 포함, 통합적으로 서술한 해제 작성
5. 작성된 자료를 입력기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로 집성
6. 아카이브 구축 및 공개
한국의 경우 현실적으로는 우선 전 세계 모든 기관에 있는 회화 작품의 검증에 앞서 국내 주요 박물관, 미술관, 국공립 사립 기관, 화랑 및 개인소장 현황 파악, 간행된 도록 수집 정리, 이미 공개된 자료 목록을 확보한다. 문헌자료를 수집하고 역사서 화론서 문집 등을 조사하여 화제 목록을 작성한다. 이 기초자료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의 경우 작품 수 자체가 엄청나므로 기본 텍스트를 정해여(중국고대서화도목) 진행하고, 대만은 타이페이 고궁박물원 소장품 도록과 웹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일본의 회화는 문부성 산하 문화청의 회화자료, 주요 박물관 및 기관자료, 츠쿠바 대학에서 구축한 ‘일본미술 데이터베이스 회화편’, 『일본미술전집』등의 회화전집을 정리한다고 하였다. 일본의 경우는 최근 화제 목록을 정리 공개한 자료가 있음도 언급했다.
저자는 수집한 회화작품의 데이터 분류 항목을 포함한 방법을 제안하고 복잡한 범주의 예를 들어 분류 방법을 제시했다.
만일 이렇게 분류된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면. 생각만해도 즐거울 이가 여럿일 것이다. 현재까지는 동아시아 회화 화제를 집성한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는 구축된 바가 없고, 실제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이 아카이브를 통해 수많은 작품에 정확한 화제를 부여할 수 있게 되어 회화사의 실상을 파악하고 진위가 모호한 작품에 대한 판단, 고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었다. 이 외에 전하지 않는 회화의 복원, 동아시아의 특성이 반영된 회화의 분류 체계와 관련된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미술 문화 역시 최신 기술에 의해 다양한 영향을 받고 있다. 구글의 ‘아트 앤 컬처’ 등 첨단기술과 인문예술이 콜라보를 이뤄 새로운 플랫폼이 창출되며 개선되어 가고 있다. 아직 학술적인 면에서 아직 만족스럽다고 할 만한 성과는 없다. 동아시아 미술 문화 가운데 ‘화제’ 부분에 집중하여 시각적 데이터와 통합된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진다면 콘텐츠로서도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셈이고, 회화사의 기반연구가 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너무 방대한 영역을 앞에 두고 이를 어떻게 잘 조직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고, 해제를 작성하는 일 또한 전문적인 연구자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 면밀하고 섬세한 판단과 진행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통한 화제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도 높게 구축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