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hanie Chrisman Duran, Dick Bellamy (1967)
리처드 벨라미(1927-1998). 본명인 리처드 타운리 벨라미Richard Townley Bellamy보다 “딕”, “고고” 등의 애칭으로 불렸던 화가들의 친구.
중국계 혼혈로 개성있는 스타일의 소유자였던 미술상이자 갤러리스트 리처드 벨라미가 직접 운영한 그린갤러리는 1960년에서 1965년까지 단 5년간 열었을 뿐이지만, 그곳은 팝, 미니멀, 색면파 대표 화가들에게 중요한 소개의 장이 됐다. 그는 무명이던 클레즈 올덴버그, 제임스 로젠퀴스트, 로버트 모리스, 도널드 저드, 댄 플래빈, 래리 푼스, 케네스 놀런드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고 홍보에 앞장서 1960년대 뉴욕 현대미술 씬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는 앨런 카프로 등의 작품을 전시한 한사 갤러리(1955-59)에서 운영자로 일하는 것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1960년에 직접 이스트빌리지에 그린갤러리를 열었는데, 그린갤러리는 미니멀리즘, 팝아트, 개념미술 등 새로운 미술을 실험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허브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재능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졌던 벨라미는 클래즈 올덴버그, 제임스 로젠퀴스트, 도널드 저드, 댄 플래빈, 마크 디 수베로 등의 작품을 전시했다. 특히 전통적인 방식의 구성이 아닌 파격적 전시전략으로 유명했다.
1964년, 그린갤러리의 로버트 모리스 전시.
The Estate of Rudy Burckhardt/Artists Right Society (ARS), New York, via Castelli Gallery, New York
갤러리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벨라미는 화랑을 운영하는 내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1965년 그린갤러리는 문을 닫았다. 그 이후에도 그는 여러 미술관과 갤러리의 컨설턴트를 하며 경력을 이어갔다. 노아 골도프스키 갤러리(1965-1974)에서는 리처드 세라, 브루스 나우만, 메리 코스, 조 베어, 댄 크리스텐슨, 닐 제니, 밀레 안드레예비치, 월터 드 마리아 등의 예술가를 선보였고, 이후 개인 갤러리에서 마크 디 수베로에게 집중하며 조용히 지내다가 1980년 오일 앤 스틸 갤러리를 열고 바바라 플린을 만난다. 이곳에서 그는 알프레드 레슬리, 마이클 하이저, 리처드 노나스, 그레고아 뮐러, 피터 영, 얀 뮐러, 데이비드 라비노비치 등의 작가들을 선보였다. 임대료가 오르자 벨라미는 1985년 디 수베로의 스튜디오와 인접한 퀸즈 이스트 리버의 큰 부두에 있는 건물로 이사했다.
Alex Katz, Richard Bellamy (1960), oil on linen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Roy Lichtenstein, Mr. Bellamy (1961), oil on canvas
Modern Art Museum of Fort Worth
플린과 협업하며 자유롭게 전시를 열고, 신진화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리는 데 전념하기로 한 그는, 작가들을 그들에게 적합한 갤러리에 갈 수 있도록 하거나 그들의 프로젝트를 프로모션하는 등 뒤에서 끊임없이 노력했다. 다른 딜러들과는 달리 그는 가능한 한 많은 친구들의 작업실, 전시 오프닝에 참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1998년 생을 마감했다.
Barbara Flynn et al, Richard Bellamy Mark Di Suvero, Storm King Art Center(2008)
그가 화랑을 운영하고 아트딜러로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당시 미술계에 그가 끼친 영향은 상당히 컸다고 평가된다.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젊은 화가들이 커리어를 시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큐레이팅, 전시 구성에 대한 접근 방식은 현대미술과 전시의 방향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조용히 역사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었지만, 벨라미의 삶과 업적을 정리한 미술사학자 덕에 다시 조명되기도 했다.(주디스 스타인, 60년대의 눈: 리처드 벨라미와 현대미술의 변모Eye of the Sixties: Richard Bellamy and the Transformation of Modern Art(2016)) 당대 최고의 실험적인 예술가들을 조명하고는 그림자처럼 사라졌던 한 무심한 사람의 이름이 현대미술사에 남게 된 것이다.
Kunie Sugiura, Richard Bella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