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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 2022 베니스 통신] 2. 국력과 실력의 각축장, 국가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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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관 간에 보이지 않는 긴장은 ‘경쟁’을 의미한다. 현대미술과 경쟁이라는 이율배반이 현실이 되면서 23일 오전의 수상자 발표는 모두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결국 ‘흑인’, ‘여성’이 수상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본전시 참가는 물론 미국관의 대표작가이기도 했던 시몬 리와 사진, 음악과 비디오를 통해 영국 흑인 음악가가 영국문화에 대한 기여가 과소평가된 사실을 상기시키는 작품을 출품한 영국관의 소니아 보이스(Sonia Boyce, 1962~ )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국가관에 선정된 첫 흑인 여성이란 공통점이 있다.

시몬 리의 조각은 형태가 건축 구조와 결합되어 보이는 눈 없는 흑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지구의 진정한 건축가라는 의미의 아프리카 17~18세기 근대적인 건축 양식인 바탐말리바(Batammaliba) 건축 이념을 차용해 이들의 전통적인 우주론에 근거한 건축에 종교적 관습, 의례 및 일상적인 전통과 카메룬의 무스굼(Mousgoum) 족이 지은 진흙으로 지은 돔 형 주택의 모습을 빌어 형상화하고 있다. 


소니아 보이스Sonia Boyce <그녀의 길을 느끼다> 2022, (설치 부분) 영국관


또 본전시 은사장상인 ‘젊은 유망작가상’은 중동과 레바논의 지정학적, 정치적 상황을 영화와 설치, 조각으로 다루는 레바논의 남성 작가 알리 체리(Ali Cherri, 1976~ ), 본전시의 특별 언급상은 캐나다 이누크 원주민으로 오늘날의 이누크족의 삶을 상세한 펜과 연필 드로잉으로 묘사하는 슈비나이 아순나(Shuvinai Ashoona, 1961~ )와 미국의 린에게 돌아갔다. 국가관에 수여되는 ‘특별언급상’은 지네브 세디라(Zineb Sedira, 1963~ )의 프랑스관과 처음으로 국가관으로 출품한 아카예 케루넨(Acaye Kerunen)과 콜린 세카쥬고(Collin Sekajugo)의 우간다관에 돌아갔다. 아카예는 전국의 여성 공예가들과 협업을 통해 나무껍질과 식물을 이어 붙이는 공예적인 작품을, 콜린은 달력이나 광고에 등장하는 대중적인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작품을 출품했다.


지네프 세디라Zineb Sedira <꿈에는 제목이 없다>(설치 부분) 2022, 프랑스관


카스텔로 공원에 영구적인 국가관을 지닌 29개국 외에 나머지 국가들은 아르세날레와 베니스 시내에 임시로 국가관을 마련해 참가한다. 올해는 총 80개국이 참여했으며 이중 카메룬, 나마비아, 네팔, 오만, 우간다 등 5개국이 처음 참가했다. 

국가관 전시 중 프랑스관의 아카예 케루엔은 알제리 출신으로 식민주의의 집단적 기억과 유산을 토대로 대안적 역사와 논쟁적인 역사적 서사를 탐구하는 작업을 보여왔다. 특히 그는 자전적 내레이션,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다성적 어휘로 교차시키면서 해방을 위한 역사적 투쟁을 과거와 현재의 국제적 연대를 하며 이를 정교하게 다루어온 작가다. 그의 출품작은 알제리 독립전쟁을 다룬 60년대 영화의 리메이크 현장을 통해 현실과 허구의 얇은 경계를 깊이 생각하게 하면서 동시대에 부상한 프랑스 뉴웨이브 문화를 중첩해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남아있는 자유에 대한 약속의 실패에 대한 경고를 보낸다. 핀란드관은 진실과 화해의 상징이다.


앤더스 순나 Anders Sunna, Sapmi <불법 영혼> 2022, 사미관(노르딕관)


올해는 특별히 북유럽 3국의 원주민인 사미관(Sámi Pavilion)이 된 노르딕관은 기후 변화와 원주민 박해 문제를 다룬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천국의 원주민과 토지사용권을 둘러싼 길고 혹독한 문화적, 정치적, 생태적학적 투쟁의 현장을 통해 그 이면을 드러내 보여 준다. 폴란드의 마우고르자타 미르가 타스(Małgorzata Mirga-Tas, 1978~ )의 손바느질한 태피스트리 작품은 이탈리아 페라라(Ferra)의 스키파노이아 궁(Palazzo Schifanoia)의 점성술을 다룬 프레스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으로 로마의 유럽, 폴란드를 식민화했던 애잔한 역사를 상기시킨다. 캐나다도 처음으로 흑인 작가 스탄 더글라스(Stan Douglas,1960~ )를 참가시켜 사변적인 역사를 2011년 아랍의 봄을 포함한 4개의 격동적인 사건을 사진 형식으로 재창조했다.


말고르자타 미르가 타스Małgorzata Mirga-Tas, <환상의 세계> 폴란드관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 <놀이의 본질> 2011-2022
전 세계 어린이들의 놀이를 비디오로 채집해서 스크리닝. 벨기에관


벨기에 출신으로 멕시코에서 사는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1959~ )의 벨기에관은 전 세계 아이들의 놀이를 채집해 비디오화 했다. 그의 작업은 국경과 갈등을 항상 시적이며 유머러스하면서도 정치적이며 사회적으로 다뤄왔다. 그의 독일관의 개념미술가 마리아 에크혼(Maria Eichhorn,1962~ )은 독일관의 마감재를 뜯어내 콘크리트 골조와 벽돌을 드러낸다. 작품은 독일관의 역사를 통해 반파시스트 저항 활동과 유대인 학살의 재고를 요구한다. 전시는 주 2회 베니스 시내의 유대인 집단 거주지였던 게토와 연관된 장소를 방문하는 투어와 함께 완성된다. 중앙관 앞 마당에는 우크라이나 광장(Piazza Ucraina)이 들어서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이후 제작된 약 40명의 작가들 작품이 전시되었다. 전쟁의 상흔과 그 아픔을 더욱 아프게 새기게 되는 현장이다. 



마리아 에크혼Maria Eichhorn <구조의 재구조화> 2022, 독일관


한국관 김윤철(1970~ )의 마치 용틀임하는 듯한 장엄한 ‘크로마 V(Chroma V)’는 각각의 마디가 중추신경으로 연결되어 살아있는 듯 꿈틀대었다. 작가는 예술, 문학, 신화, 철학 및 과학을 융합하는 다학제적 실천으로 새로운 혼돈을 통해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모습을 숭고하고 신성하게 보여주었지만, 기술적인 완벽함과 재료의 완결성이 이를 방해한다는 느낌이었다. 또한 국가관의 천정을 제거해 빛을 끌어들여 개방감을 살렸지만, 한편으로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이목을 끌고 관심을 받은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비엔날레의 주제와 전체적인 흐름이 인종, 남녀, 종교, 기후, 생태 등 본래적인 문제에 집중한 데 비해 첨단 과학기술을 사용한 작품은 다소 따로 논다는 느낌이었다. 사전에 전체적인 상황파악이 좀 되었더라면 하는 정보력의 한계와 대응력이 아쉬움으로 크게 남았다. 


김윤철 <채도 V(Chroma v)> 한국관


총 80 국가가 참여한 국가관 전시에는 카메룬, 나미비아, 네팔, 오만, 우간다가 처음으로 참가했고 처음 자체 전시관을 마련해 참여한 국가로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국가들의 전시인지라 국가별로 작가선정이나 참여작가의 성 스캔들 등으로 약간의 잡음도 ‘옥의 티’ 라면 티였다. 대만은 베니스 비엔날레의 국가관 대표작가로 대만의 원주민 작가인 사쿨리우 파바발중(Sakuliu Pavavaljung,1960~ )을 선정했으나 지난 연말 불거진 성폭행 문제로 작가 선정을 취소했다. 올 여름 개막예정인 카셀 도큐멘타 작가로도 선정된 그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그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 되었다. 볼리비아도 커미셔너인 원주민 작가 마마미(Mamami)가 일방적으로 투명한 절차나 과정 없이 교체되어 문제가 되었고 일부 작가는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처음 국가관으로 참가하는 나미비아관도 남아공에서 작업하는 작가의 관광지 홍보용 같은 작품으로 인해 후원기업이 후원을 철회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포르투갈도 작가 선정이 불공정했다는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좋은 점수를 얻은 흑인 여성 작가가 탈락하면서 소용돌이에 빠졌지만 상관없이 “Vampires in Space”라는 제목의 네베스 마르케스(Neves Marques,1984~ )가 선정되어 전시를 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커미셔너 선정을 두고 이런저런 곡절이 있었고 외신을 통해 보도가 되었던 터라 한국관 작가와 작품보다 그 일을 묻는 해외 미술관계자들을 피해서 다니는 일이 더 곤혹스러웠다. 향후 이런 일을 근절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계속)


글/ 정준모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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