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출생 그리스인. 

“1940년대 후반의 어느 날, 작은 가방과 포트폴리오를 들고 갤러리 앞을 지나가는 비쩍 마른 남자를 봤다. 그에게 어디 가는지, 들고 가는 게 뭔지를 물어봤다. 그는 앤디 워홀이었다. ‘이건 내 점심이고, 이것은 신발 디자인인데, 저 아래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올라스는 앤디 워홀의 드로잉을 들여다보고 그에게 “오늘이 신발 디자인을 하는 마지막 날이 될 거요”라고 선언했고, 이는 워홀의 첫 전시로 이어졌다. 

1908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살던 부유한 그리스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보였던 예술적 재능을 살리기 위해 이집트를 떠났다. 아테네에서 무용 공부에 첫 발을 내딛고 베를린에서 발레 유망주로 무용가 니진스키의 딸과 친구가 되기도 하다가 파리로 이주, 유명 선생님들로부터 수업을 들으면서 소르본의 예술 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가 처음 미술품에 이끌린 것은 파리의 한 화랑 앞. 거리를 걷다 창가에 있는 한 작품에 멈춰섰고, 다음날 다시 마술처럼 이끌려 다시 그 그림 앞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갤러리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나흘 째 되는 날 드디어 들어가 창가의 작품에 대해 물었다. 직원은 대답해주었다.

“데 키리코입니다.” 

“데 키리고가 뭔데요?” 

그 작품은 당시 2,000달러였는데 작품을 살 수는 없었지만 직원은 데 키리코와 미술에 대해 설명해주고 데 키리코의 책을 이올라스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는 그 딜러와 친구가 되어 매일 방과후 갤러리에 다녔고, 세잔의 손자를 만나 용돈으로 세잔의 드로잉 한 점을 사기도 했다. 당시 나오기 시작한 인조 속눈썹 용으로 머리카락을 팔아서(마를렌 디트리히가 그 속눈썹을 구입했다고) 드디어 자신을 사로잡았던 데 키리코의 작품을 구입했다. 

이올라스는 차차 아티스트들을 만나게 되면서 미술의 세계에 빠졌다. 라울 뒤피를 만나 모델을 하기도 하고, 베르나르, 피카소, 브라크를 만났고, 한 무도회에서 만레이와 막스 에른스트도 소개받았으며 마르셀 뒤샹 등과도 친구가 되었다. 결국 데 키리코도 만날 수 있었다. 

이올라스는 이들 중 가장 좋아했던 사람으로 막스 에른스트를 꼽았고, 그에게 미술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키도록 해 준 사람으로는 -다른 이들보다는 덜 알려진 사람이지만- 빅터 브라우너를 이야기했다. 

무용수로서 그는 1930년대 중반 뉴욕으로 향한다. 발레시어터컴퍼니 수석 무용수가 되어 조르주 발렌신, 이본 게오르기 등과 함께 일했다. 발레계의 관행들에 지쳤던 그는 부상을 핑계로 1944년 완전히 미술 쪽으로 전향하게 하여 빅토르 위고의 손자 장 위고와 함께 뉴욕에서 위고 갤러리를 오픈한다. 엘리자베스 아덴, 장 도미니크 드 메닐의 재정지원과 많은 아티스트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유럽 초현실주의자들이 미국 시장에 큰 영향이 없던 때. 초현실주의 열렬 팬인 그가 갤러리를 통해 초현실주의자들을 보여주고 홍보했고, 미술 수집가들을 초현실주의에 빠지게 만들었다. 사실상 죽을 때까지 막스 에른스트와 르네 마그리트를 미국 내에서 독점하다시피 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팝아트와도 관련이 있었다. 아직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의 앤디 워홀을 발견, 그의 재능을 인정한 사람이다. 1952년 위고갤러리에서 열린 앤디 워홀의 첫 개인전 《트루먼 카포티Truman Capote의 글을 바탕으로 한 15개의 드로잉》에는 젊은 남성의 드로잉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유명한 그의 후기 초상화들의 선구로 여겨진다. 그가 앤디 워홀을 밀어붙이고 재정 지원하여 오늘날까지 거장으로 남아 있도록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년에 걸쳐 친분을 다져 친한 친구가 됐다.

세월이 지난 후 1984년 워홀에게 밀라노 팔라초 스텔린에 최후의 만찬 시리즈 만들도록 해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있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맞은 편에 전시하는 대기획을 성공시켰다. 당시 이 전시는 센세이션을 일으켜 3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관람해 경외감을 경험하도록 했다. 이 전시는 앤디 워홀의 마지막 전시였다. 

그 외에도 타키스, 니키 드 생팔, 장 팅겔리, 마르샬 레이스, 피노 파스칼리, 앙드레 브르통과 함께 그리스 및 외국 화가들 도록을 출판했고, 그리스 예술가들을 해외에 홍보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후에 메트, MoMA, 퐁피두센터, 아테네국립미술관 등에 자신이 소장한 작품들을 대규모로 기증했다. 

그는 1950년대 초반에 아직 갤러리를 열지 않았던 레오 카스텔리와 갤러리 운영중인 시드니 재니스가 자신의 갤러리를 방문했던 일을 회고했다. 레오와 시드니는 고객인 척했지만 작품들에 많은 지적 예술적 흥미를 보인 좋은 사람들이었으며,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맞았다고 말했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던 그는 파리, 밀라노, 제네바에 갤러리를 차례로 열고 안정되면 이주하는 삶을 계속했다. 계속해서 유럽의 아티스트에 집중했고 그들을 사랑했다. 국적이나 문화적 경계를 상관하지 않았으며 미국미술 또한 위대한 모던 아트로 칭송했다. 로버트 라우셴버그, 에드 루샤 등도 좋아했다. 

1960년대에는 그리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핏줄과 관계된 그리스 역사, 고대 문명에  사로잡혔다. 당시 그리스에는 현대미술관이 거의 없었기에 이올라스는 그리스인들이 그가 발견한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의 경이로움을 맛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거대한 미술관을 지을 꿈을 가지게 된다. 

70년대가 되면서 그는 아테네 교외에 ‘이올라스 빌라’라는 이름의 저택을 건축하기 시작한다. 본국에 돌려주려 구입한 고대 그리스 유물 컬렉션 전체를 옮겨 놓았는데, 비잔틴 컬렉션, 회화, 조각, 태피스트리, 도자기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사이에 아테네에 몇몇 갤러리 오픈에도 기여했고 마케도니아 현대미술관 설립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리스 예술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어했다. 

그러나 모피를 걸치고 호화로운 파티를 열던 양성애자인 이올라스를 1980년대의 보수적인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비춰졌다. 언론은 그를 “해외에서 온 부를 과시하는 게으름뱅이”로 낙인찍었고, 타블로이드 신문은 이올라스의 전 직원의 입을 빌어 이올라스가 유물 밀수, 마약 밀매, 어린 소년과 남성을 매춘 했다는 혐의가 있다며 고발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차차 모든 신문들이 그가 부자들과 난교를 하고 마약 파티를 한다며 비난하게 됐다. 이를 고발했던 전 직원 니콜라우는 사실 알콜중독자로 이올라스의 집에서 귀중품을 훔쳐 팔기도 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그리스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지만 그리스를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이후 고발 내용 중 유물 밀수에 관해서만 기소되었고 이마저도 사후 무혐의로 처리됐다. 

1987년 앤디워홀 전시를 위해 밀라노로 갔지만 건강 악화로 참석하지 못했다. AIDS 진단을 받았고, 우울증이 악화되었다. 뉴욕으로 이사했다가 1987년 6월 8일 HIV에 의해 사망했다. 앤디 워홀이 사망한지 약 4개월 후였다. 

그가 뉴욕으로 이주한 후, 그의 저택은 무참히 파손됐다. 그리스 정부가 그의 기부를 받아들이지 않아 저택에 남아 있던 예술품들은 도난당했다. 1998년, 문화부가 이올라스 저택을 문화재로 지정했고 사망 30년이 지난 2017년 그의 생애와 수집을 탐구하는 전시, 아테네에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 건립이 발표되고, 그의 전기가 출간되는 등 그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2019년 이올라스 빌라의 수리와 재건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