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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의 청년작가 시리즈] 두텁게 멀어져가는 의미들 - 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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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 건 10년 전쯤인 것 같다. 그때는 나뭇잎들이 알알이 맺혀 있는 형상을 그렸는데 평면 위에 생명의 씨앗들을 펼쳐놓은 느낌이었다. 최명숙 작가가 제주도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 씨앗들이 점점 싹을 틔운다. 화면은 여린 선들로 겹겹이 채워져 시각적 두께가 생기고 시간이 두터워진다. 작품 속 공간은 풍경의 원근법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선들이 서로를 휘감고 겹쳐지며 만들어 낸 공간이다. 제주도의 바람을 눈으로 느끼게 하려는 듯 억새 잎 같은 길고 가는 형상들이 흩날리며 풍경을 모호하게 한다. 풍경 속 나뭇가지는 선에 가려져 화면 뒤쪽으로 밀려나며 아련해진다. 


<곶자왈> 2021년, charcoal, oil on linen, 160 x300cm


<다랑쉬> 2020년, charcoal, oil on linen, 161x258cm


작가만의 회화적 언어에 밀도가 생기면서 의미가 형상으로 변한다. 언어가 만드는 개념의 한계에서 벗어나 이미지의 세계 속에서 자유를 얻는다. 나는 최명숙의 작가 노트에서 “화면에 선을 긋는다. 말 하나가 사라진다. 또 선을 긋는다. 다른 말 하나가 사라진다. 그렇게 말들이 사라지면서 선은 점점 늘어난다. 계속 선을 쌓으며 말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말들은 얽히고설켜 화면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사라진다.”라는 문구를 발견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밀려드는 의미의 홍수에서 느끼던 피로함이 사라진다. 우리는 뉴스, 간판,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전달되는 찰나적이며 무한한 의미와 정보들에 생각과 마음의 자유를 잃고 사는가.




2021 시간의 어딘가 전시전경, 문래예술공장, 서울


최명숙은 언어가 주입하는 강박적 명령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작품으로 공유한다. 운동선수들은 끊임없이 근육과 몸을 단련하여 시합 때 자연스럽게 몸이 기억하는 성과가 나오도록 노력한다. 양궁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길 때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삶도 외적인 의미의 강요에 메이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 때 더 생생해 진다. 최명숙 작가에게 제주도의 자연은 의미의 각질을 벗겨내고 여린 살로 세상과 대면할 수 있게 한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경험을 선사한 자연을 작품에 담아 우리에게 선물한다. 얽히고설킨 것들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 멀리 사라지는 경험을...


글/ 이수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2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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