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회의실에서는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도 도입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문화체육관광부, 한국박물관협회 공동주최)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 일부를 발췌하여 상속세의 미술품 물납제의 논쟁점들을 짚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했다.
상속세 물납제도 현황
상속세나 재산세를 현금 대신 자산으로 세액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물납제도’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상속세 증여세에서 일정 요건 충족시, 그리고 부동산과 유가증권만 세금으로 납부할 수 있고 문화재나 미술품의 재산으로는 불가능하다. 올봄,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물급 불상 두 점을 경매에 내놓게 된 것을 계기로 국내 도입 공론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 미술품 물납제도는 지난달 국회에서 문화재와 예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술품 물납제 도입의 목적
근대국가로 이행하면서 많은 국가들은 정치적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화와 예술을 택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위대한 문화적 유산이 국민으로서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인지, 지배계급의 전유물이었던 문화재와 미술품을 공공화함으로서 공동 미적 체험을 통해 소속감과 정체성을 획득하는 데 노력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모습으로 상류층, 부유층들은 그들의 부를 지속할 수도 있고, 실질적 차별과 차이를 해소한다는 공익적 자본주의의 시각도 한몫을 했다. 국가와 정부가 나서서 부자들이 기꺼이 세금을 내도록 조세제도를 조정하여 이러한 방향을 돕는 나라의 예는 많이 있다.
해외 사례
영국이 문화재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상속세를 현금 대신 토지, 건물, 미술품 등의 현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미 120년 전의 이야기이다. 프랑스는 1968년 상속세, 증여세, 보유세도 물납이 가능하도록 했고, 2003년 메세나법으로 기부금의 66%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기부를 유도했고 2012년에는 문화재, 미술품을 기증하면 기부금으로 간주하여 세액 공제를 해 주는 방식으로 물납제도를 보완했다.
미국은 조금 다르다. 박물관 미술관을 중심으로 기부와 기증을 유도하는 방식의 조세제도를 가지고 있어 휘트니 미술관은 전체 수입의 99%, 보스턴미술관은 78%,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은 71%가 기부와 기증 등 후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MoMA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소장품의 80% 이상이 기증품이다.
이 외에도 스페인, 호주, 네덜란드 등 많은 국가들이 다양하고 독창적인 조세제도를 통해 문화복지국가를 넘어 국제적인 문화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 멕시코나 아일랜드등은 자국만의 도특한 조세제도를 운용해 문화예술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문화복지를 위한 조세제도의 종류
1. 물납제 또는 대물변제제도
영국 법안 AiL, Acceptance in Lieu가 대표적이다. 국가에서 유산적 가치가 있는 미술작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한 법. 일본의 경우 등록문화재에 한하여 물납을 허용하고 있다.
문화재·미술품의 산실과 해외반출을 막고 문화국가 창달과 보편적 문화복지제공 차원에서 처음 도입되기 시작한 이 제도는 상속세나 증여세에 한정될 뿐만 아니라 컬렉터의 죽음 이후에 검토될 사항이라는 한계가 있어 국가는 주요 문화재·미술품등을 상시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물납 즉 대물변제제도와 함께 문화기증제도를 추가로 병행해 운용한다.
미술품 물납제 연례보고서 2019, 영국
2. 약정매매(Private Treaty Sale Provision)
영국에서 1984년 도입. 법률이 정하는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에 상속받은 문화재·미술품을 판매할 때 증여세, 소득세와 소장 당시 조건부로 면세되었던 상속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 문화재·미술품을 세법에 명시된 박물관과 미술관에 판매할 경우 판매자가 세금으로 내야하는 금액에서 25%를 감경해 준다. 양질의 문화재·미술품을 기관들이 손쉽게 소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박물관‧미술관은 그 면제된 세금만큼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이득이다. 이때 작품가 산정은 AiL의 평가방법에 따르게 된다.
* 우리나라의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에서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에 문화재·미술품을 판매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 준다. 같은 취지.
3. 조건부 상속세 면제(Conditional Exemptions)
국가가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문화재·미술품을 개인이 상속 또는 증여를 받을 경우 조건부로, 한시적으로 세금을 면제해 주는 제도.
영국의 예를 들면 1998년 세법에 명시된 기준을 충족시키는 수준 높은 작품, 즉 ‘공공 박물관‧미술관에 전시할 수 있을 만큼 보존 상태가 양호한 문화재·미술품으로, 영구적으로 해외로 반출하지 않으며, 최소 연간 25~30일을 일반 공개’하는 등의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조건을 지키지 못하거나 매각할 경우 면제된 세금을 내야 한다.
조건부 면제를 받은 건물이나 문화재·미술품은 기금을 지원받아 보존 및 관리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소장가 개인이 비용을 부담했다면 소득세 면제를 받을 수도 있다. 영국을 비롯해 영연방 국가인 호주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일본은 개인이 공개를 목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문화재·미술품을 박물관‧미술관에 기탁할 경우 납부할 상속세액 중 그 문화재·미술품의 과세 가격의 80%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유예한다. 단 납세를 유예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유예된 세액은 면제된다.
4. 문화기증제도(CGS, The Cultural Gifts Scheme)
소장가가 박물관‧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할 경우 그 가격만큼 소득세 또는 양도소득세를 공제받을 수 있는 비용으로 처리해 주는 제도다. ‘조건부 면제제도’와는 별개로 소득세 또는 양도소득세를 감면받는 방법이다.
영국은 박물관 및 미술관에 현금이나 유가증권 또는 문화재‧미술품을 기부할 경우 해당 개인과 기업에 대해 한도 없이 소득공제와 손금산입 즉 비용처리가 가능하며, 프랑스는 기업이 문화재‧미술품을 국가기관에 기증하거나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의 소장품 구입 비용을 기부하면 해당 금액의 9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5. 기부금 공제제도(Donation deduction system)
박물관‧미술관에 현금을 기부하거나 지원할 경우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로 미국, 영국, 네덜란드, 싱가포르, 한국은 소득공제 방식을, 프랑스는 세액공제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영국과 싱가포르는 공제 한도를 두고 있지 않고, 미국, 한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는 공제액의 상한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금을 기부할 경우 과세소득의 50%까지 공제해 주며, 금전 이외의 기부 즉 문화재·미술품 등의 경우 30%까지 공제해 현금기부를 유도한다. 공제 한도가 있는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싱가포르는 최대 5년간 공제이월을 해주어 기부금액이 소득 금액이나 납세액의 상한을 초과하더라도 다음 년 도에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또 기부된 문화재·미술품의 과세 가격 산정 기준은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싱가포르는 기부가 이루어진 시점의 시장가격을 과세가액으로 인정해 준다.
이 제도는 상속세나 증여세의 물납 즉 대물변제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제도이다. 1917년부터 시행돼온 미국의 기부금 세제 지원 제도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예술 지원 정책이다. ‘기부가 비영리 단체를 통해 공공복지를 위해 쓰일 경우 세금을 대신한다’는 원칙. 세금으로 납부할 돈을 직접 박물관‧미술관 등에 기부하게 함으로써 오늘의 미국 박물관·미술관을 완성시키는 동력이 됐다. 물론 경기가 급락하면 박물관·미술관의 기부금 역시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6. 현물납세제도(Pago en Especie)
예술가들이 작품을 세금 대신 납부하는 멕시코의 혁신적인 문화예술정책. 예를 들어 한 작가가 연간 1~5점의 작품을 판매할 경우 1 작품을 연방정부에 기증한다. 6~8점을 판매할 경우 2점을 기부하는 식인데 최대 6점까지 작품을 기부할 수 있다. 현재 멕시코 정부는 세금 대신 납부한 7천 여 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작품을 세금 대신 납부 하려면 예술가와 큐레이터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며, 위원회는 현물납세과정을 감독하며 정해진 기준을 준수해 납세를 결정한다. 기준 미달로 통과되지 못할 경우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7. 예술가 면세제도(Artist's exemption from income tax)
아일랜드에서 1962년 도입, 책, 연극, 음악 작곡, 그림 또는 조각 작업 예술가들에게 독창적이며 창의적인 작품이라고 확인할 수 있다면 소득세(IT)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작품과 관련해서 상금 또는 후원금을 받을 경우 연간 최대 €50,000까지 면세를 받을 수 있다(2009년 경제위기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자, 면세 수입 한도를 £344,000에서 £50,000로 낮추었다). 또 아일랜드는 기업의 작품 구입시 13.5%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품판매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한국의 기부, 기증 유도를 위한 세제 혜택과 문제점
우선 상속세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비상장주식마저 물납으로 가능하지만 등록문화재인 국보나 보물도 물납은 허용되지 않는다. (단, 등록문화재의 경우 상속세 부과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외국과 마찬가지로 기부나 상속자가 상속문화재‧미술품을 기부하는 경우 기부금 작품 전액에 대한 상속세가 면제된다. 사립 박물관‧미술관에 소장된 문화재‧미술품의 경우는 상속세가 (면제가 아닌) 유예된다.
소득세/법인세의 경우, 등록 박물관·미술관은 지정기부금 단체에 해당되어 기부금에 대한 손비처리가 일정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2021년부터는 별도로 국세청의 추천, 기획재정부장관의 허가 필요해짐). 개인의 경우 기부금에 대해 소득세 감면(소득금액의 30% 한도로 기부금액을 소득공제 또는 필요경비로 인정), 법인의 경우 법인세 감면(소득금액의 10%까지 세법상 비용으로 처리)이 있고, 2020년부터 고액기부금의 경우 30%의 공제가 이루어지는데 고액기부금의 기준이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또한 법정과 지정기부금의 공제한도 초과액의 ‘이월공제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했다.
이러한 변화들을 보면 혜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기부금 한도와 공제기간을 늘리는 정도로는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문화재‧미술품 등을 현물로 기부할 경우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이 있으나 소득공제 한도가 낮아 정작 귀하고 좋은 문화재‧미술품의 기증을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많은 조세 감면제도가 운용되고 있지만 홍보 부족과 세제의 복잡함, 그리고 세수 부족을 걱정하여 적극적으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규정된 여러 가지 세제상의 혜택이 실질적으로는 가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구입 시 영수증이나 기타 자료 또는 미술품가격에 대해 감정가들의 감정가 제시에도 불구하고 시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처리가 되지 않고, 근거 규정이 복잡하고 절차가 불투명해 혜택을 적용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기증자가 힘든 과정을 거쳐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실질적인 혜택은 기부 문화재·미술품의 현 시장가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화재‧미술품을 상속받거나 판매했을 경우 상속세와 양도차익에 대한 기타소득세는 부과되는 반면, 기부 후 조세감면을 요청하면 문화재‧미술품의 가격산정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시일을 끌거나 미뤄진다. 세금 부과 시에 적용되는 가격산정의 근거를 기증 시 조세감면이나 상속세 물납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박물관‧미술관도 기부를 언제든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상의 어려움은 후원회원 제도 등 적극적인 모금 및 기부와 후원 활동을 이끌어 내는 데에 장애가 된다.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의 경우 어렵게 기부금을 모았다 하더라도 바로 사용할 수 없다. 회계시스템상 국고나 지방 금고에 넣고 다시 의회의 심의를 거쳐 편성해 사용해야 한다.
그간 정부는 문화예술계의 지적과 요구를 수용해 많은 부분의 세제 등에서 지원책을 마련하고 시행했지만, 여전히 종류는 많은데 어느 하나 확실하게 다가오는 것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마련된 제도가 다른 법규나 절차와 어긋나 있거나, 또는 타 법령에서 세부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있어 실제로 유명무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술품 기증, 기부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개선점
민간에서의 기증과 기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공립미술관에 정부 재정을 넣는 방식으로 공공 미술문화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기부 활성화를 저해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공공 미술관에 정부 예산으로 해마다 작품 구입 예산을 지원하지만 이른바 유명한 작품은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기증자에 대한 각종 예우와 세제지원을 확대해 ‘착한 부자’들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1. 상속세·증여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 허용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해 새로운 특례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실 상속과 증여는 내용적으로 같은 세금이고 세율도 같다. 따라서 문화재‧미술품와 미술품에 대한 물납은 상속세와 증여세에 공히 적용되는 것이 옳다.
상속세·증여세를 문화재‧미술품으로 납부하도록 해 국가가 소유하고 이를 보존관리 및 공개하는 것은 보편적인 문화복지 실천의 첫걸음으로 중요한 지점이다. 국가의 주요 박물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일반 모두가 향유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작품의 산실이나 해외반출을 막는 동시에 작품의 보존과 다양한 조사연구 및 활용은 우리 문화의 폭과 깊이를 더할 기회가 된다. 30여억 원 정도의 국립 미술관 박물관 작품구입 예산으로는 얻을 수 없는 양질의 문화재‧미술품을 확보할 수 있을 기회가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문화재‧미술품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져 결국 작품수집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 상속세와 증여세뿐만 아니라 소득세와 법인세 등도 문화재‧미술품으로 물납이 기능하도록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2. 박물관‧미술관의 기부 및 기증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가 “기부문화 활성”이다. 문화재‧미술품의 현물기증의 확대를 위해 기증시 평가액을 현 시가로 적용하는 문제, 박물관‧미술관의 기부금에 대한 세금 공제 확대가 필요하다. 민간에서 해외 문화재를 환수해서 국 공립미술관에 기증하는 경우 상속세는 물론 소득세나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외국의 예처럼 약정매매나 조건부상속세 면제 또는 유증의 형태로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3. 기증 및 기부 관리 기구 설립
현재 우리나라 미술관, 박물관에서 문화재‧미술품을 현물로 기증받을 경우 기증받은 박물관‧미술관의 평가가격을 근거로 그 금액만큼 세금감면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국세청에서는 상속받은 문화재‧미술품의 ‘시가’를 2인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을 취해 상속세를 부과한다. 단, 그 평균액이 국세청장이 위촉한 3인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감정평가심의회’의 감정가액에 미달할 경우 그 감정가액을 인정해 준다. 즉 기증과 상속시의 시가를 산정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의 미비점을 인용해 지방의 공립 박물관‧미술관은 물론 사립박물관‧미술관의 경우 원칙 없이 기증을 받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절차와 법령의 미비로 기증문화가 호도되어, 전체의 기증 기부문화가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박물관‧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할 경우 국가가 관리기관을 두어 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이 기구는 기증하고자 하는 작품에 대한 진위, 수복 여부, 상태는 물론 법적 소유권에 관한 문제 등 제 사항을 파악하고 문화적 예술적인 가치를 검토해서 기증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기증가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고 이를 조세 당국에 통보해 세금 부과/공제의 기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기증된 문화재‧미술품의 세제 감면을 위한 가격평가는 경험 있는 민간감정기업의 감정사에게 의뢰하고 이를 이 기관이 승인함으로서 최종 기증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4.. 현역작가의 작품기증
우리나라는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미술품을 구입 할 때는 반드시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은행이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정부나 지방정부의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다. 따라서 현역작가들의 작품을 세금을 감면해주는 대신 기증을 받아 활용하는 것은 작가들의 창작지원과 미술문화 생산자를 독려하는 좋은 장치가 될 것이다.
5. 기탁 및 유증 제도 도입
많은 양질의 작품을 수집한 수장가들은 작품의 보존과 보관에 한계가 있다. 이런 개인 소장가의 소장 작품을 특정 박물관‧미술관에 기탁 해 일정 기간 이상, 예를 들면 10년 이상 일반에 공개했을 경우 소장가가 사망할 경우 당해 문화재·미술품에 대한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도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이 제도는 양질의 작품이 거실이나 창고에 방치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가와 그 구성원들 모두가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 볼 만하다. 앞에서 살펴본 조건부 상속세 면제제도와 연결하면 좋은 장치로 작동할 것이다.
이 밖에도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많은 장치와 조세제도를 통해 박물관‧미술관의 질을 높이는 장치는 수없이 많다. 이를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추고,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의 혁신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문화예술을 위한 조세제도를 시행하면 문화복지국가는 어렵지 않게 달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