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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린의 전통공예이야기] 20. 뜻을 담아 불전에 올린 예물, 입사향완①: 고려시대
  • 1863      

글/ 김세린

향완(香垸)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입사공예품의 대표적인 기종이다. 향완은 향로의 일종으로 공간에 놓고 사용하는 거향로(居香爐)이다. 형태는 전체적으로 현재의 와인잔과 주발 형태를 하고 있는데, 향을 넣는 완부분과 완을 받치는 대(臺)로 구성되어 있다. 향완의 기원에 대해 학계에서는 삼국시대 토기, 통일신라시대 성행한 긴 손잡이를 지니고 있는 병향로(柄香爐)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향완의 명칭은 형태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고려시대 향완의 명문이나 문헌기록에 그릇을 뜻하는 완(椀)이 사용한 것으로 보아 음식공양과 동일 선상으로 향공양의 의미를 둔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았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 사찰은 물론 일반에서도 예배를 위한 향로의 사용이 매우 활발했다. 향로의 한 종류였던 향완 역시 왕실과 사찰을 중심으로 성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향완에 대한 기록은 『고려사』 숙종 4년(1099) 승가굴에 가서 재를 올리며 은향완과 수저 한 벌을 시주했다는 내용과 같은 문헌기록과 향완에 적힌 명문들을 통해 확인된다. 또, <함평궁주방명청동은입사향완>처럼 유물의 명문을 통해 왕실에서의 사용이 규명된 경우도 있다.


<지정4년명 중흥사명 향완>, 1344, 동국대학교 박물관. 채하중 봉헌


<지정12년명 용장선사명 향완>, 1352, 북한 평양 조선미술박물관 소장. 고룡보 봉헌

그 외 향도와 같은 모임이나, 채하중(?-1357, 지정4년 중흥사명 향완[1344]), 고룡보(?-1362, 지정12년명 용장선사명 향완[1352])와 같은 친원파 대신들의 향완 봉헌 내용이 명문에 기록되어있기도 하다. 특히 14세기 친원파 대신에 의해 봉헌된 향완의 경우 충렬왕의 왕비인 원나라 공주 제국대장공주의 안녕을 빌면서, 동시에 지금과 같은 태평성세가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고려에 원이 침략한 이후 원의 강점기 시대에 백성들은 수탈로 인해 고통을 겪었지만, 원의 편에 서서 권력과 부를 축적하고 있었던 대신들의 입장에서는 태평성세의 시대로 생각할 수 있다. 명문에 적힌 이러한 내용은 같은 시대상황에서 다르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보여주는 현 시대에도 적용 가능한 아이러니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 기록들에는 제작시기, 사용된 장소와 제작자, 사용자, 용도 그리고 뜻이나 소망을 담아 올리면 그 내용이 명문에서 같이 확인된다. 이처럼 향완이 사회에 확산되어 있었던 탓인지 많은 수의 유물이 전해진다. 현재 금속공예품, 청자와 도기로 제작된 향완 약 80여점이 남아있다. 이 중 금속공예품은 대부분 동으로 제작되었고, 현재 전해지는 입사로 기물의 표면을 장식한 향완들도 동제 향완이다.


부산박물관 소장 청자향완과 국립청주박물관 소장 도기 향완

향완의 입사장식은 대부분 완의 입구에 밖으로 펼쳐진 외반된 부분, 완의 중심부, 대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명문은 완의 외반된 부분과 대의 하단에 주로 새겨졌는데, 대의 하단이 많은 편이다. 완의 중심에는 불교의 경전에서 따온 상징의미를 지닌 범어문이 크게 감입되어 있다. 범어문 주변에는 꽃과 넝쿨을 가득 넣었으며, 입구의 외반된 부분과 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정18년 금산사명 향완>, 1178, 일본도쿄국립박물관(좌)과 <지정18년 소재사명 향완>, 1358, 영국박물관(우)

그리고 대만 남아있는 <대정18년 금산사명 향완>(1178), <지정18년 소재사명 향완>(1358)을 통해 향완이 위의 완 부분과 아래 대 부분이 따로 만들어져 조립하는 형식으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리움 소장 <청동포류수금문향완>(상)과 <흥왕사청동은입사용봉문향완>(하)의 문양부분

한편 리움에 소장되어 있는 <청동포류수금문향완>(13세기)과 <흥왕사명청동은입사용봉문향완>(1289 추정)은 범어문과 꽃, 넝쿨로 장식된 다른 향완들과 달리 포류수금문과 용, 봉황으로 장식된 향완이다. 특히 <청동포류수금문향완>은 완 중심부의 포류수금문 옆에 위패가 새겨져 있다. 이러한 향완들은 고려시대 범어문과 꽃, 넝쿨로 형식화된 문양의 배치 뿐 아니라 다른 문양소재들이 향완에 적용되기도 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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