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세린
조선시대 사용된 입사로 표면이 장식된 금속 향로는 전해지는 유물이 많지 않다. 그러나 각각이 지니고 있는 개성이 뚜렷하다. 특히 표면에 입사로 장식된 각종 문양들은 장식을 위한 문양들도 있지만, 향로가 사용되는 곳과 용도에 따라 갖춰지는 법식과 상징이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또, 일반 가정이나 왕실에서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형태와 문양이 비교적 자유로워 화로와 비슷한 경우도 많다. 그리고 실제 불을 피워서 공간을 따뜻하게 만드는 화로에 향을 낼 수 있는 나무를 태워 써 공간을 데우고 은은한 향까지 퍼뜨릴 수 있도록 병용한 사례도 존재한다.
반면 불교 사찰에서 사용될 경우, 그 용도와 법식이 명확하기 때문에 확연히 구분되는 편이다. 그리고 제작시기와 제작목적, 제작자, 사용하는 사람이나 사용처 등이 담긴 명문이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글부터 세 번에 나누어 불교 사찰에서 사용되었던 향로와 향완 유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불교 사찰에서 사용된 향로 중 대표적인 입사 유물은 해인사 성보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해인사청동은입사정형향로>와 직지사 성보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직지사철제은입사향로> 3점 일괄이 있다.
조선시대 향완과 정형향로.
좌)<강희13년통도사명청동은입사향완>,1674, 통도사성보박물관. 우)<동제향로>, 17-18세기,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해인사의 <청동은입사정형향로>와 직지사의 <직지사철제은입사향로> 3점 일괄은 고대 중국에서 의례기로 사용한 청동 정(鼎)과 유사한 형태인 정형향로(鼎形香爐)의 일종이다. 두 유물 모두 사찰 불전 예배에 사용되었다.(이용진, 「한국 불교향로 연구」, 동국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학위논문, 2011 참조)
<청동은입사정형향로>와 향로의 문양 세부, 15-16세기 초, 해인사성보박물관
해인사 소장 <청동은입사정형향로>를 살펴보면, 향로의 동체 표면의 문양 배치는 고려와 조선의 불교 향로로 많이 사용되었던 향완(香垸)과 기본적으로 유사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표면 중심에 원을 입사한 후 그 안에 불교의 여러 상징을 담고 있는 표상문자인 범어문(梵語文)을 넣었다. 그리고 범어문과 원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꽃넝쿨을 장식했다. 향로의 목부분은 문자문을, 향을 넣는 입구인 구연부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문양이 많이 사라졌지만 넝쿨이 장식이 남아있다. 이 유물이 언제 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유물 표면에 명문이 남아있지 않아 분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해인사 성보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가야산해인사중수전말기(伽倻山海印寺重修顚末記)』에 성종의 어머니인 소혜왕후 한씨(1437-1504)와 예종의 왕비인 안순왕후 한씨(1445-1499)가 대비로 있던 성종21년(1490) 동 1500근과 납 300근을 모아 사찰에서 사용하는 기물(佛器)와 사찰 법식에 사용하는 의물(法物)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어, 학계에서는 이 당시를 전후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직지사철제은입사향로> 3점 일괄, 1750년, 직지사성보박물관
직지사 소장 <직지사철제은입사향로> 3점 일괄은 1750년 직지사 승통인 태감(泰監, 1690-1769)의 발원으로 제작된 불전 예배용 향로이다. 3점의 향로는 크기, 형태, 문양, 명문이 모두 동일하며, <해인사청동은입사향로>와 기본적인 구성과 형태는 같다.
<직지사철제은입사향로> 명문부분
이 향로에는 명문을 지니고 있어 공덕주와 조성시기(1750년 5월)이 확인되었다(명문에 건륭제 15년 5월에 조성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乾隆十五年庚午五月日造成…). 하지만 명문에 향로를 사용하거나 봉안했던 장소와 제작했던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기록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용처와 제작사유는 불분명하다. 다만 명문에 발원자로 기록된 승통 태감이 직지사 대웅전 중수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학계에서는 직지사 대웅전 삼세불 앞에 하나씩 놓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유혜민, 「<직지사철제은입사향완>연구」,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석사학위논문, 2013 참조)
<직지사철제은입사향로> 동체 중심문양과 용문양, 구연부 문양 세부
향로는 전체적으로 쪼음 입사로 문양이 장식되었다. 향로의 동체에는 총 16개의 원형 구획 안에 팔괘문과 범어문이 교차로 시문되었다. 손잡이와 향을 넣는 입구인 구연부에는 선과 넝쿨에 둘러싸인 연화를 장식하고, 구연부와 연결되는 아래쪽 동체에는 용을 넣었다. 중심에 범어문이 들어간 것은 <청동은입사정형향로>와 동일하지만 전반적인 문양 구성에서는 차이가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