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31일의 해가 지고 나면 2020년대, 새로운 십년이 시작된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의 미술계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모습의 발전을 이뤘다. 2010년대는 1950년대 전후 복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후 1960년대에 세워졌던 주요 기관들이 하나씩 둘씩 50주년을 맞았고, 1980년대, 문화적 요구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단체와 기관들도 30주년을 맞이했다. 쌓인 세월만큼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많은 성장통이 있었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 사고 파는 사람들, 전시하는 사람들, 관료들, 문화재 쪽에서 있었던 2010년대의 일들을 키워드로 짚어 보았다.
1. 새 시대를 맞은 국립현대미술관
대한민국 유일의 국립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의 건립, 최초의 외국인 관장 취임, 청주관 개관 등 거대한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MMCA라는 현대적 로고에 걸맞게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미술관의 롤 모델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서울관건립 #외국인관장 #청주관개관 #법인화 #차관급 #계약직 #개관50주년
2. 미술시장의 개편
미술시장에서 화랑이 차지하던 역할은 점차 줄고, 옥션하우스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증가했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소위 한국 단색화가 큰 동력을 가지고 약진했고, 민중미술이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주된 카테고리로 등장했다. 박수근, 이중섭에서 이우환, 김환기 등이 경매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대표 작가로 계보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였다.
#옥션 #단색화 #민중미술 #김환기
3. 조영남, 천경자, 이우환... ‘진짜’ 미술품 논쟁
현대미술에서 진품이란 무엇인가. 작가의 아이디어와 승인만이 필요조건일까? 미술품의 위작 문제는 미술품 가치가 올라가면 자연스레 나오는 일이겠으나 2010년대 중반을 장악한 위작 대작 사건은 검찰이 끼어들면서 미술계가 범죄의 온상인양 언론에 오르내리고, 대중들은 현대미술 작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치기 어렵게 됐다.
#위작 #대작 #진품 #천경자 #조영남 #이우환
4. 진격의 문체부,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최초로 6조를 넘어서는, 가히 문화의 시대를 맞았다. 체육과 관광을 제하고도 문화 쪽에 많은 정부 예산이 몰리면서 많은 작가, 기관들이 혜택을 받게도 되었지만, 관이 주도하여 미술계와 미술시장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많았던 10년이었다. 그러나 국립미술품감정기관, 미술품 유통법, 국립미술관의 법인화 등에 대한 결과 없는 소모적 논쟁, 문제미술품 기부를 촉진하기 위한 법적 조치라든가 건강한 미술품 거래를 독려하는 기능은 하지 못한 채 멈춘 상태다. 2020년대에 자생력을 가진 건강한 미술생태계를 가지도록 하기 위해 관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 #지휘감독
5. 젊은 작가들, 해외에 K-Art의 신호탄을 쏠 것인가
미디어,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인정받는 예가 늘고 있다. 양혜규, 서도호, 이수경, 김수자 등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일궈온 작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아직 외국 비엔날레에 초대받는 한국 작가들의 수는 적다. K-pop과 다른 K-컬처가 새로운 자극을 주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때가 노를 열심히 저어서 그 물결에 합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K-Art #세계무대
6. 아트페어와 비엔날레가 뒤덮은 지방 도시
1995년 광주비엔날레가 처음 생긴 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비엔날레를 유치, 현재 총 15개가 운영되고 있다. 짝수 해인 2018년에는 전국에서 9개의 비엔날레가 개최되었다. 2018년 국내 아트페어는 한국화랑협회와 지역 화랑협회 주최 6개(KIAF/Art Seoul, 화랑미술제, 대구아트페어 등) 언론사 등 회사 주최 18개(아트부산 등), 미술협회와 미술 단체가 주최하는 것 15개,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10개 등 총 49개에 달했다.
#아트페어 #비엔날레 #지방자치체와_문화행사
7. 주요 미술관의 변화
10년 전의 삼성미술관 리움과 간송미술관이 현재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리움은 아직도 별다른 활동을 보일 조짐이 없고, 간송미술관은 재단이 DDP에서의 전시 계약을 마치고 대구와 보화각 전시를 기획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밖에도 다소 지역이 쏠림은 있지만 수많은 공립, 사립 미술관들이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미술관 박물관 하드웨어가 그간 충분히 많아졌으므로 앞으로의 십년은 그것을 채우고 멋지게 운용해야 할 때가 왔다.
#삼성미술관리움 #간송미술관 #사립미술관 #건물은이제그만
8. 정치와 미술, 사회와 미술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운동이 미술계를 피해가지는 않았고, 박근혜 정부가 가지고 있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밝혀지고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많은 마찰들이 있었다. 사람은 들고 나게 마련이지만 좋은 모습으로 세대교체가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MeToo #블랙리스트
9. 작가에 지급되는 보수 문제
2017년 시범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아티스트 피. 작가의 창작 활동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한다는 의미로 국공립미술관부터 시작되고,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도입을 통해 작가와 화랑, 미술관 간 공정한 계약관행이 정착되도록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현 제도 상에서의 아티스트 피가 불합리한 면이 있더라도 공공기관에서 이뤄지는 전시 등의 이벤트에 작가들이 동원되며 착취되는 일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이 또한 미술 행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며 생긴 현상.
#정당한보수 #아티스트피 #표준계약서 #계약
10. 디지털 시대를 넘어 SNS/AI의 시대의 예술
미술관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박물관에 로봇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시대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기술의 발달과 인식의 변환에 힘입어 외국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뮤지엄 뷰와 고해상도 작품 이미지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SNS 등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도록 애쓰고 있다. 현대미술에 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작품들이 늘어나고 예술가의 활동도 SNS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지금, 10년 동안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예술과 새로운 시각 예술의 경험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SNS #AI #빅데이터
이밖에 문화재 쪽에서는 증도가자, 훈민정음, 도난문화재 문제, 훈민정음 상주본, 발견된지 50년이 됐는데 50년째 보존문제로 갑론을박중인 반구대 암각화 등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광화문이 새로운 모습으로 복원되고 현판 교체 논란이 있었던 것이 2010년이고, 다음 해에는 외규장각 의궤 도서 일부가 반환되고, 숭례문 복원, 불국사 석가탑 수리, 미륵사지 석탑 복원 등이 이어졌다.
전시 쪽에서 근대미술의 약진이 돋보이고, 고려불화나 청자 등의 대형 전시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미술계에서 업적을 쌓아올리고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많이 있었다.
2019 한용진, 문학진, 김성환, 장리석, 민경갑
2018 김윤수, 전수천, 백영수, 허동화(자수박물관), 전성우, 정병관
2016 민복진, 한묵, 천혜봉(서지학), 윤장섭(호림)
2015 구보타 시게코, 임영방, 천경자
2014 김흥수
2013 변시지, 송수남, 박노수, 이두식
2012 유양옥, 권옥연
2011 이타미 준, 김동수, 정창섭, 황수영, 박병선
2010 진홍섭, 전혁림
지난 십년, 스마트K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K 데이터베이스에 쌓인 수십만 개의 글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