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왜 Hey Why 02, mixed media on canvas, 145.5x97.0cm, 2019
“그림은 어차피 다 상상이고 상상화다. 상상은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무질서하다. 그것이 좋다. 추가로 억울하고 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과 적의를 갖지 않았는데도 적의를 만드는 멍청한 시스템에 대한 분노도 그림을 그리는데 한 몫 한다.”(작업노트)
유창창 작가의 작품에는 정체불명의 인물(존재)이 등장한다. 눈 코 입이 없는 얼굴이거나 마치 외계인 같은 얼굴, 초현실적이며 기형적인 표정과 함께 ‘시끌벅적하고 무질서한’ 구성을 보여준다. 또 다른 작품은 꼬물꼬물 화면을 가득 메운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그리지만 몇 년째 미완성이다. 이러한 작업이 암시하는 뉘앙스는 ‘웃픈’ 또는 ‘희비극’적인 것이다. 작품은 한 점 한 점이 모두 개별적이며 독자적인 사건과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어서 작품들 간의 표면적 연결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작가가 일관되게 제시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 또는 세상살이란 부조리하다는 것이다. 너무도 부조리하여 하나의 가치나 논리로 엮을 수 없다.
당신과 나사이에 Between you and me, mixed media on Kodak inkjet paper, 45×29cm, 2015~2019
너 YOU, mixed media on canvas, 53×45.5cm, 2014~2019
작가는 주목받는 회화 작가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명랑만화 대표 작가이다. 그의 회화가 보여주는 세계는 그가 명랑만화에서 펼치던 세계와 다르지 않다. 명랑만화의 세계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연과 우연의 연속, 황당한 사건과 이야기 전개를 반복한다. 이 세계의 주민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과거, 현재, 미래가 아무 연관관계가 없다. 인간은 이러한 세계에 던져져 있다. 이 세계의 주민은 순간을 살아간다. 실수와 오류가 넘쳐나고 어떠한 골칫거리도 아무리 복잡하고 거대한 것이더라도 갑자기 해결된다. 또는 해결되었다고 스스로를 기만한다. 그리고 마치 아무 문제도 없었다는 듯 오늘이 시작된다. 명랑한 세계는 역설적으로 전혀 명랑하지 않은 인간의 본질, 사회의 본질을 노출한다. 밝은 미소로 표정관리를 해도 공공연히 회의적이고 냉소적이며 비관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
영화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속의 해리가 지닌 인생관과도 일치한다. 뉴요커인 해리는 책을 사면 먼저 결론부분을 확인하고 나서 책을 읽기 시작한다. 해리의 이런 습관이 생긴 이유는 실제 전쟁 상황보다도 범죄나 사고에 노출되어 있는 참혹한 뉴욕 시민의 삶을 생각해보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일상 속에서 만약 정말로 죽게 되었을 때 새 책의 결론을 모르고 죽는 것이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20세기를 관통하며 부대껴온 현대예술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다.
영화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속의 해리가 지닌 인생관과도 일치한다. 뉴요커인 해리는 책을 사면 먼저 결론부분을 확인하고 나서 책을 읽기 시작한다. 해리의 이런 습관이 생긴 이유는 실제 전쟁 상황보다도 범죄나 사고에 노출되어 있는 참혹한 뉴욕 시민의 삶을 생각해보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일상 속에서 만약 정말로 죽게 되었을 때 새 책의 결론을 모르고 죽는 것이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20세기를 관통하며 부대껴온 현대예술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다.
탕 Bang, mixed media on canvas, 45.3×38cm, 2015~2019
떠내려가는 형 Descending Brother, mixed media on canvas, 60.6×72.7cm, 2017
유창창 작가의 세계는 한없이 우연적이며 가벼운 사건과 이야기의 세계에서 한없이 무거운 인간의 내면과 심리가 꿈처럼 만화처럼 아무 문제없이 동거하는 세계이다. ‘아! 인간이란, 또 인간이 이루어낸 사회란 어쩌면 이리도 부조리하고 황당무계한가!’ 인간은 신에 가까운 히어로이거나 악마에 가까운 빌런, 또는 터무니없이 무능력한 겁쟁이이거나 소심한 중산층의 세계이다. 차분하고 합리적인 토론과 담론이 실종된 지 오래된 명랑한 세계이다. 예고 없이 나를 부르는 결코 환영하지 않는 어떤 존재를 떠올린다. 불편하고 갑작스런 순간을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