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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미술을 이끈 전시] 2. 한국미술이천년(韓國美術二千年)전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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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4월17일-6월17일 국립중앙박물관


도록 표지

경제성장 활기 속에 열린 종합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것처럼 경제성장률도 바로 행복의 척도일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높은 사회는 그것이 낮은 사회보다 더 활기차다고는 어느 정도 말할 수 있다. 눈앞에 새로운 길이 확확 뚫리고 새로운 공장 굴뚝이 높이 치솟아 올라가는 것을 보면 그리고 또 일자리가 마구 널려 있으면 사람들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걸을 때도 가슴이 절로 펴지고 얼굴에는 왠지 자신감 같은 것도 베어난다.
경제성장률로만 보면 1973년은 바로 그런 해였다. 이 해는 제3차 경제개발계획5개년 계획의 두 번째 해다. 앞서 두 번의 5개년 계획을 성공시킨 뒤 박정희 정권은 제3차 5개년계획을 수립하고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해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고자 했다. 그런 목표를 상징하는 일로 ‘산업의 쌀’을 생산하는 포항종합제철이 이 해 7월에 준공됐다.


한국미술이천년전 포스터

준공 직후의 포항제철이 경제 발전에 얼마큼 기여를 했는지는 경제학에서 설명할 일이다. 하지만 아무튼 이 해의 경제성장률은 14.8%에 달했다. 1960년대에서 90년대까지 한국 경제는 매년 10% 가까운 성장률을 보여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이 해의 경제성장률은 정말 특별했다. 중간에 한 번 14.5%의 성장률을 기록한 적이 있으나 이때는 분모가 워낙 작았다. 물론 이후에도 이런 기록은 두 번 다시 수립되지 않았다. 
이렇게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보인 그 해에 한국미술로서도 자신감에서 비롯된 듯한 거창한 전시가 열렸다. 4월17일부터 두 달 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韓國美術二千年(한국미술이천년)』 전이다.
앞 회에서 소개한 것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보다 한 해 앞서 경복궁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새 박물관은 건축 과정에서 많은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일단 개관 하고 나자 모두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전당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70년대 초의 건축 시공수준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영 눈에 차지 않는 수준이다. 준공 직후에 물새는 곳이 있었다고도 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과거 덕수궁 시절에 비하면 기댈만한 친척 아저씨가 새로 나타난 것처럼 믿음직했다.
덕수궁 박물관 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는 일화가 많았다. 그 중에는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세요’와 같은 명언을 남긴 이승만 대통령의 일화도 있다. 어느 해 추운 겨울, 덕수궁 박물관을 찾은 대통령은 물이 얼 것 같은 냉기에 자못 마음에 걸렸는지 ‘입장료를 올려서라도 난방을 하시오’라는 근사한(?) 훈시를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 구한말에 지어진 덕수궁 석조전에는 설계도가 남아있지 않았다. 따라서 난방 시설은 고칠 래야 고칠 수 없어 관람객은 물론 하루 종일 유물 옆에 붙어있어야 하는 수위들이 매해 겨울 큰 곤욕을 치뤘다. 그 외에도 박물관에 들어가자면 입구에서 고궁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다시 박물관 앞에서 박물관 입장료를 다시 내야 돼 관람객들 사이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금동미륵반가사유상 고구려 6세기 높이 17.5cm 김동현씨 소장  

이런 사정이 모두 일소된 새 박물관에 들어와 서둘러 기념 전시격으로 마련한 것이 『한국명화근오백년』전이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임시적이었다. 박물관은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유물이 소장돼있다. 그런데 이 전시는 제목 그대로 회화만 뽑아 소개했던 것이다. 

그래서 해를 바꾸어 정식으로 이전을 내외에 알리고 자축하면서 한국미술 전반을 소개하는 야침 찬 기획아래 준비된 전시가 『한국미술이천년』전이다. 이 전시는 회화만이 아니라 불교미술에서 목조, 금속 등의 공예와 고려와 조선의 도자기가 총망라됐다. 회화에도 많지는 않지만 서예도 정식으로 포함됐다. 이렇게 구성된 총551점의 걸작, 명작, 대표작을 통해 고대로부터 구한말에 이르는 한국미술의 전체 모습을 한 눈에 조감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거국적인 기획에 학계에서도 적극 참여했고 사찰, 대학박물관은 물론 개인 소장자들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국립박물관 역사상 전에 없던 대규모의 전시가 이뤄졌다. 

박물관 역사상 가장 방대한 규모

4월16일 오전10시 일반 공개에 앞서 개막식이 열렸다. 윤주영 문화공보부 장관이 가운데 서고 그 양옆으로 이선근 문공위원, 박종홍 청와대교육담당 특별보좌관 그리고 신상철 체신부장관, 박종화 예술원 원장, 이병도 학술원 원장이 줄지어서 테이프 커팅을 했다. 물론 황수영 관장도 같이 있었다. 당초에는 박정희 대통령 부부가 개막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했으나 당일 불발로 그쳤다. 그래서 대신 박종홍 특보가 참석했다. 
초청 귀빈들은 특별전시실로 사용하는 중앙 홀부터 시작된 전시를 찬찬히 둘러봤다. 중앙 홀에는 불교조각을 비롯해 금속과 목공예품이, 그리고 원래 있던 고려 청자실, 이조 백자실 그리고 회화실이 그대로 진열품을 바꾸어 특별전시실로 쓰였다.

글/이원복, 윤철규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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