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메뉴타이틀
  • 한국미술 전시리뷰
  • 공예 전시리뷰
  • 한국미술 도서리뷰
  • 미술계 이야기
  • On View
  • 학술논문 브리핑
타이틀
  • [한국미술을 이끈 전시] 1. 한국명화 근오백년전 中
  • 2007      
역사적인 이전 개관이었지만 달리 특별전은 준비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사를 하고 나서 한숨을 돌린 뒤인 11월14일에 개관기념 특별전이라고 할만한 『한국명화 근오백년전』이 열렸다. 사회는 이때 역시 어수선했다. 유신헌법 제정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기(11월21일) 1주일 전이었다.   

특별전은 국립박물관 시절에도 종종 열렸다. 미국과 유럽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의 귀국 전시가 열렸으며 또 한 해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백제 무령왕릉 발굴 유물도 마지막 특별전으로 열렸다. 
그림만 다룬 전시도 있었다. 아주 이른 시기지만 1950년에 『이조삼재회화』 특별전이 열린 적이 있다. 삼재란 일제 식민지시대 미술시장을 중심으로 쓰인 말로 호에 재(齋)자가 들어가는 화가들을 가리킨다. 공재 윤두서,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을 가리키는 게 보통이지만 윤두서 대신 관아재 조영석을 넣기도 한다.   


김석신 필 <선유도> 지본담채 31.6x46.9cm 개인


이후에도 여러 전시에 회화가 소개됐지만 그 규모나 성격으로 보아 『한국명화 근오백년전』을 넘어설 만한 전시는 없었다. 우선 이때 나온 그림만 해도 109건 188점(109건)에 달했다. 산수화에서부터 화조·영모, 도석인물, 초상화 그리고 풍속화까지 모든 장르가 망라됐다. 뿐만 아니라 각 장르에서도 대표로 손꼽히는 명화가 총출동했다. 이는 박물관 소장품만 아니라 당시 시중의 컬렉터들 사이에서 명품으로 소문난 작품들도 대거 나온 전시였다.   
도록도 당시로서는 호화판이었다. 170여 페이지에 컬러 도판까지 곁들여 출품작 전체를 수록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도록제목은 『한국명화 근오백년전』이 아니었다. 그냥 ‘한국회화(韓國繪畵)’라고만 했다. 한자로 쓰인 제목은 당시 최순우 과장과 가까웠던 중견 서예가 철농 이기우가 썼다. 제목 옆에 철농(鐵農)이란 붉은 인장은 그래서 있다. 그 아래에 ‘한국명화 근오백년전 도록(韓國名畵近五百年展圖錄)’라고 작은 글자가 부제처럼 인쇄돼있다. 

표지 그림으로는 김석신이 그린 <선유도>가 쓰였다. 이는 김석신(1758-1822 이후)의 대표작이면서 18세기를 대표하는 실경산수화 중 한 폭이다. 한강에 배를 띄워 풍류를 즐기는 내용은 풍속적인 요소도 다분하다. 원래는 4폭이 들어있는 화첩 중 하나인데 전시에는 이 그림만 소개됐다. (근래 이 그림은 그림속 화제에서 따 <가고중류(笳鼓中流)>라고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컬러도판은 모두 5점으로 작자미상의 <이항복 초상>, 겸재 정선의 <인곡유거>와 부채그림 <해인사> 그리고 이경윤과 김수철의 <산수도>가 수록됐다. 이어서 안견이 그렸다고 전하는 <적벽도>에서부터 흑백 도판이 시작돼 산수도(98점), 사군자·영모·잡과(44점), 도석(13점), 초상(11점), 풍속(22점) 순으로 실렸다.  
조선시대 회화 명작이 거의 망라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명작 온 퍼레이드였던 이 전시에는 이용희 서울대교수, 김원룡 前관장(제2대)이자 서울대 교수 그리고 내부에서 황수영 관장에 최순우 미술과장 그리고 윤무병 고고과장이 전시 특별위원으로 위촉돼 그림들을 선정했다. 


정선 필 <해인사>(선면) 지본채색 67.5x23cm 국립중앙박물관 


소개 작품은 박물관 소장품 이외에 대학과 민간 컬렉터들에서도 다수를 빌려왔다. 대학 박물관으로는 서울대학교 박물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동국대학교 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등에서 힘을 보탰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에서는 이항복 초상화를 비롯해 김시 <소 그림>, 겸재 정선의 <만폭동>과 <혈망봉> 그리고 소치 허련의 선면 <산수도> 등을 내주었다. 고려대학교에서는 이경윤의 화첩 그림을 필두로 최북의 선면 <산수도>, 임희지의 <난죽도>, 조희룡 <홍매도> 2점, 정약용의 <매조서정> 등이 나왔다. 이화여대는 김수철의 <화훼도> 3점 등을 빌려주었고 동국대 박물관에서 정조가 그린 <파초>와 <국화>을 출품해 주었는데 이 그림은 특히 인기가 높았다. 

이는 전시 전부터 알려진 그림으로 황수영 관장이 일본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황수영 교수가 관장이 되기 이전에 문화재 환수문제로 일본에 갔는데 당시 재일교포들이 돈을 모아 이를 구입해 주면서 고국에 가져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귀국해 이를 당시 재직 중인 동국대에 기증해 동국대학교 이름으로 출품된 것이다.  


정조대왕 필 <파초도> 지본수묵 84.6x51.4cm 동국대학교 박물관 


개인으로는 김형태, 정해영, 전형필, 민태식, 김기창, 박종화, 손세기, 감주현, 이병철, 박병래, 최수정씨 등 10여명의 컬렉터가 작품을 내주었다. 전형필 선생은 간송미술관을 세운 주인공이지만 이미 1962년에 작고하고 없었다. 그래서 그의 소장품은 '故 전형필 소장'으로 겸재 <인곡유거>에서 심사정의 <촉잔도>와 <하모도인> 그리고 신윤복의 <미인도>와 풍속화첩 등이 출품됐다. 

해방 이후의 컬렉터 세대를 대표한 이병철 회장 역시 김홍도의 <군선도> <산수도> 등 5점을 대여해주었다. 성모병원 병원장으로 도자기 컬렉터로 유명했던 박병래 원장은 가지고 있던 김홍도의 <서원아집>과 <포의풍류>를 출품했다. 

개성상인 출신으로 당시 이름난 컬렉터였던 손세기 사장은 조영석의 <유음납양>, 남계우의 <능소화> 2점, 심사정 <선유도> 그리고 장승업 그림 2점을 빌려주었다. 그외 소설가 박종화 선생도 최북의 <금강산 표훈사> 그림과 김홍도의 <삼공불환도>를 출품했다. <삼공불환도>는 이때 벌써 화재를 당해 약간의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또 민화 컬렉터로도 유명했던 화가 김기창도 겸재의 <죽서루>를 전시에 출품했다. 

박물관 소장품으로는 강희안의 <고사관수>에서 김두량 <사계산수>, 이인상<설송도> 겸재 <산수도> 이암 <견도> 변상벽의 <묘작도>, 작자미상 <맹견도> 김명국 <달마도>, 김홍도 풍속화첩 등 다수의 명작들이 대거 나왔다.(계속)


글/이원복, 윤철규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3 17:04

  

SNS 댓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