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5일
최열 정준모 조은정 김진녕 윤철규
윤철규(이하 윤) 방학이라 자주 얼굴을 뵐 수 있어서 좋네요. 지난번에 박물관 미술관 정책이야기를 하면서 사립미술관에 대한 것을 좀더 깊이 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오늘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열(이하 최) 근대 한국미술을 보고자 했을 때는, 국립 세 개 관을 포함해서 국공립 미술관에서는 20세기 한국미술 상설전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이 없는데, 리움 같은 사립미술관에서 대표작가의 작품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죠. 어느 국공립미술관을 가도 20세기 한국 대표작을 볼 수 없다는 거, 이건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의 수치입니다.
정준모(이하 정) 리움의 경우에는 고대관에서 조선시대까지 펼쳐놓고, 현대미술이 나오기까지 중간과정으로 역사적 맥락을 연결하고 있죠. 미술관 크기가 있으니 양은 적지만 계보가 보이도록 전시하고 있기는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는 덕수궁-과천-서울관이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계보로 맥락을 보여주거나 모던-컨템퍼러리-템포러리 정도로 나누거나 하길 바랬는데 지금은 그런 뚜렷한 구분은 못 하고 있는 셈이죠.
윤 외국은 배경과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국공립과 사립미술관이 서로 보완적 역할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프랑스나 미국 같은 곳이 특히 그렇죠.
정 외국 전문가들이 한국에 오면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한국현대미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고 싶은데, 과거에서 뜬금없이 현대미술로 넘어온 모습만 보여주게 됩니다.
최 기획전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외에 다른 사립 미술관에서도 간간히 열리기는 합니다. 그런 거 말고 LA 브로드미술관처럼 언제든 20세기 시대의 마스터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미술관이 없다는 거죠.
조은정(이하 조) 예산이라든가 다른 문제들 연관되어 있지만 결국 콜렉션 문제예요. 그런 역할을 할 사립미술관을 기대하기 전에 사립미술관의 현재를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활동을 아주 잘 하고 있는 사립미술관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찾아가 문을 두드려야 문 열고 불 켜주는 곳도 있고, 문조차 안 열어주는 곳도 많아요.
윤 어떻게 운영되든 정부 예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문제가 되겠죠.
정 등록 미술관 박물관은 법적으로 일 년 중 90일 이상 문을 열도록 조건이 충족될 겁니다.
사립미술관을 위한 특혜가 개인 축재의 수단이 된다면
조 흩어질 수 있는 작품이나 유물 컬렉션이 한 곳에 계속 모여 있도록 하고 보존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좋은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죠. 자발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사회적인 역할이 있으니 재산세, 전기료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여러 특혜를 주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암암리에 그런 관련 법을 개인의 축재에 이용하는 일부 미술관들이 있다는 소문입니다. 특히 부동산 혜택을 많이 이용한다고 하는데, 마치 개발업체처럼 미술관을 가건물로 열어두었다가 자리를 옮긴다든지 하면서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한편으로 미술관 박물관의 이름을 걸어 놓고 적절한 전시가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구요. 실제로 관람객 수에 따라, 사회에 얼마만큼 봉사하느냐에 따라 후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근거가 미약하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습니다. 관람객의 수나 만족도 같은 것이 좀더 명확하게 평가되어야 할 것 같구요.
정 뜻이 좋은데 어렵게 미술관을 열어서 비용 때문에 전전긍긍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재에 밝아서 법테두리 내에서 투기에 가까운 이득을 취하는 분들이 있고, 그렇게 나뉠 수 있겠습니다. 롯데 등의 대기업에서 미술관을 만든다고 하면 그 재산규모에 맞게 제대로 미술관을 만들어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호림박물관 같은 겨우 故 윤장섭 회장의 경우, 재산은 100대 부자 안에 못 들어갈지 모르지만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잖아요. 제대로 운영되는 미술관 박물관에 박수를 쳐 줘야 하죠. 인천공항 제2청사가 앞으로 아트 에어포트를 지향해서 작품을 소장하고 그것으로 미술관 등록하겠다고 하던데... 과연 미술관에 대한 개념이 있는 상태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특히 각 지자체에서 건축설계 공모 기준을 세울 때에도 전시관 박물관 갤러리 아트센터 각각이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용어조차 혼재되는 상황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설계 공모를 내기 어렵죠. 미술관이라면 항온항습기능과 수장고 같은 것들이 필수일 텐데 담당자조차 그런 개념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윤 한 2-3년 전에 서울 근교 미술관 개관 직전에 구경간 적이 있는데, 지하 수장고에 엘리베이터로 작품을 넣을 수가 없는 상태더군요.
조 제대로 미술관을 준비하는 곳은 건물 설계 전에 기획 단계부터 큐레이터를 뽑고 견해가 들어갈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죠.
윤 홍콩의 M+미술관은 몇 년 동안 건물 짓기 한참 전부터 관장과 직원들이 컬렉팅 작업을 계속 했죠.
정 대구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등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미술관 건축에 대해서는 미술 전문가들의 의견보다 기술직들 의견이 더 강하게 반영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건축법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지자체 미술관 만들 때 늘 조언하는 것은 어떤 그림을 걸 건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니 그것부터 정하라는 겁니다. 근대미술 회화작품을 걸 거면 천장이 그렇게 높지 않아도 되거든요.
조 어느 지방 미술관에 갔더니 전기 코드 들이 벽 중간에 너무 많아서 놀란 적이 있어요.
정 수장고 입구가 바로 벽에 대 놓고 있는 곳도 있고... 사립 미술관은 애당초 재력이 든든한 기업 빼놓고는 작품에 대한 애정만으로 하는 분들이 많아 이런저런 요구를 하기에 경제적으로 무리가 따를 때가 많죠.
조 모 사립미술관 관장님의 경우 미술관 하면서 운영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가족과 사이가 멀어졌다고 농담하시면서 미술관 하지 말라고 조언하시기도 하더라구요.
윤 사립미술관이 문화정책에서 중요하게 된 것은 이어령 장관 때인 것 같아요. 한국 내에 미술관 1000개를 만들자고 하면서 그 역할을 민간에 나누어 주자는 것이었죠.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민간이 가지고 있는 재력이라는 게 한계가 많으니까 미술관 박물관 설립 운영 기준을 대폭 낮춰준 것입니다. 그렇게 설립된 사립미술관들이 이제 20-30년 가까이 되었으니 지금쯤 털고 정리해서 진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곳 중심으로 정비가 필요해요.
감당 어려운 미술관은 국가에 헌납하도록 유도
정 이미 5년 전부터 사립박물관 미술관 정비 얘기가 나와서 평가지표를 만들어 평가하고 그에 따라 잘하는 곳은 직접 제대로 지원해 주고 잘 못하는 곳은 문을 닫게 하거나 통폐합을 해서 재정적으로 어려운 곳은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게 해 주도록 했죠. 현재의 박물관 미술관을 진흥하도록 하는 취지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유지관리하기 어려운 소장품과 미술관 박물관을 국가에 헌납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도 있습니다. 루트를 찾아주는 거죠. 1세대 박물관 설립자들이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하게 되거나 상속 문제에 부딪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문을 닫고 싶어도 20년간의 혜택으로 유예되었던 토지분 건물분 재산세 등을 내어야 하는 상황을 잘 정리할 수 있게 해 주는 거죠. 부동산은 국가가 가져간다고 해도 유물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도 논의가 필요해요. 박물관이 관람객 방문 장소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신문화를 지키고 배양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도서관위원회처럼 대통령직속으로 박물관위원회를 만든다든가 해서, 지원도 운영도 제대로 되지 않고 세금 낭비되는 일이 없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최 사립미술관을 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처음에 내가 좋아서 작품들을 수집하던 소장가 사인私人이었다가 혼자 가지고 있기 아까우니까 공동체에 보여주어 기여할 수 있도록 미술관을 세우면 이제 미술관인이 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베풀고자 했던 분들이죠. 그렇다면 끝까지 베푼다고 생각을 해야지 하다보니 운영이 어렵다고 해서 국민 세금에 기대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좋아서 한 거라면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그 댓가를 일방적으로 바래서는 안 되는 거죠.
조 더 좋지 않은 경우는 미술사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작가의 개인 미술관이 지자체 이름으로 공립화되는 거예요. 심의제도가 보다 단단하게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하자면 3류 화가여서 미술사 안에 포함되지 않을 작가인데, 자기 작품을 가지고 자기 돈으로 미술관을 만든 다음 지자체에 팔아 공립미술관이 되고, 그러면서 지역에서 주요 인물이 되고, 미술사적으로 기억되는 구도로 가고자 한 몇몇 예들이 있어요. 심각한 일이죠.
윤 지방의 경우에 주민을 위해 좀더 좋은 기획들이 있어야 하는데 환경이 부족하다보니 알차게 진행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인구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지역마다 특성에 맞춰 문화시설도 그에 맞게 만들어져야 하죠. 독특하고 근사한 미술관이 있어 관광객 몇 만 명을 모을 수 있다면 성공적인 케이스가 되겠죠.
김진녕(이하 김) 우리나라 사립 미술관 박물관 중에서 손꼽을 만한 기획전을 하는 곳이 몇 군데나 되는지 꼽아보면... 열 곳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정 사립미술관 뿐 아니고 지방의 경우는 군립 등 공립 미술관도 활동이 미미한 경우가 아주 많아요.
윤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좀비 박물관 상태라고나 할까요.
김 창립자들이 미술관 설립이라는 것을 단순히 소장품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나이브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선의는 인정하지만 계속 국가에서 재정지원을 받을 만큼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렇지 못한 사립미술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윤 국립 박물관 미술관을 제외하고 도립, 시립, 군립 등의 공립미술관으로 전선이 넓어지는데, 이들 지방의 소규모 공립미술관이 사립미술관의 설립과 엉켜있는 것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개인 컬렉션을 사립 미술관으로 만들기도 하고 컬렉션을 지방 자치단체에 넘겨서 공립으로 만들 수도 있구요.
작가 소장 그림 + 지자체 건물 = 공립미술관?
정 그림을 기부하면 집은 군에서 짓고... 지방자치단체는 자신들의 업적을 세우게 되고, 작가 혹은 유족들은 소장품을 영원히 관리해 주는 곳을 찾으면서 명예도 드높일 수 있죠. 그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미술관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소장품만으로 미술관이 운영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상상 이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니까요. 또, 소장품 규모가 천 여 점 쯤 되면 상설전과 적절한 기획전을 할 수 있겠지만 대개 100점 200점 정도 기부하면서 미술관을 짓는다 하니 문제가 됩니다. 제대로 미술관이 되려면 지역에 흩어진 미술관들 몇 군데가 합쳐져야 가능하다고 조언하는 일이 많아요.
김 작가이름을 댄 군립미술관 등을 만들어야 할 텐데 쉽게 합쳐지기 어렵겠죠. 공립미술관을 만들 때 함부로 받거나 네이밍을 해버리지 말고 지속적으로 기증받아 콜렉션이 생길 수 있으면 좋겠죠.
정 앞으로도 강서구 기생충박물관, 인천 독정이마을, 김포 대피소미술관, 고흥군청 문화박물관, 인제 클래시카박물관, 포은 미니박물관, 장수미술관 등이 만들어질 계획에 있다고 합니다.
작년부터 인증제도를 통해 공립 박물관들을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결과도 한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 개인 박물관 미술관 중 2세대로 넘어간 곳과 도에서 인수한 곳 등이 있는데 소유권 분쟁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이 부쳐서 미술관을 헌납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건지 등을 생각해야 될 듯해요. 이를테면 A박물관 같은 경우 개인이 운영하다가 특정 도에 기증한 경우인데,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지역 홍보관 같은 인상을 받았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하시겠지만 유물 관리 등이 제대로 되고 있을지.... 그런 사례들이 속출하겠지요. 정리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정 주무부서라고 할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반과가 이런 사실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 차원에서 어떤 정책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김 사회적으로 한번 거하게 터지면 그제야 대책이 나오기 시작할 텐데.....
정 사립이든 국공립이든. 뮤지엄의 명칭을 붙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자료의 수집과 보존입니다. 특히 사립 박물관 중 95%는 일 년에 작품 한 점 제대로 구입하지 않는데 어떻게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나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작품 수집과 소장이 이뤄지는 공, 사립 미술관이 단 한 개도 없다는 것이 엄혹한 현실입니다.
최 몇 십 년 전, 소장품이 몇 점이고 학예사가 몇 명이고... 이런 식의 허접한 기준만 갖추면 된다고 했던 법들을 전반적으로 손을 보고, 국가 인증제도식이든 뭐든 적절한 새 기준으로 지원이 필요한 곳에 지원을 집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사실상 훌륭한 사립미술관들은 지원받을 생각을 안 하죠. 리움이나 간송 같은 곳들은 일체의 국가 지원 없이 운영해 왔잖아요. 미술관 등록에 연연하지 않고요. 법제화가 이런 곳에 필요합니다. 미술관협회 스스로 할 수 없어요.
정 진흥법을 만들 때는 문화의 양이 중요했었지만 이제는 질이 중요한 때입니다. 지금이라도 진흥법 개정해야, 아니, ‘진흥’도 빼고 박물관법이라고 하고 그 안에 일급, 이급, 삼급의 시설과 운영기준 등을 서술해두는 정도가 들어가야죠. 또 강조할 만한 것이 박물관 미술관이 기부금 인정 단체로 되어 있지 않은데, 사립 미술관 박물관들이 국가 재정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하려면 기부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윤 기부 제도가 조세 포탈의 가능성을 만들기 때문에 기부를 허용할 때는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정 조세 포탈은 막으면 되죠,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면 안 되잖아요.
김 모 미술관은 소장품이 경매 시장에 등장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문제들도 생길 겁니다. 살아남기 위해 소장품을 파는 행위 자체를 허용해야 하는지 등도 얘기해야 할 문제구요.
정 외국도 그런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대개 지역사회에서 기부를 받아 미술관을 살려냅니다. 외국의 사립미술관은 기부에 의해 돌아간다고 봐야 하죠. 재정을 정확히 하려면, 또 기부를 받기 위해서도 미술관이 개인 명의가 아니라 법인화되어야 합니다. 문예진흥기금 외에 좋게 평가받은 미술관을 위한 기금을 만든다든가, 정책적인 전환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사립미술관은 좋은 뜻으로 시작했던 1세대들이 세상을 떠나면 고사하지 않을까요.
최 재단법인이라고 해도 좀더 공공성을 부여하는 것 뿐, 그 자체로는 사유권을 침해하지 않습니다.
정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운영하는 사람들의 문제죠. 법인화가 유리하면 다 법인화하고 사람들 동원해 주고 받아서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최 미술관의 기본은 전시가 아니라 소장품입니다. 대표적 작품이 500점 이상 되어야 하고, 자산금도 있어야 하지요. 정선생이 이야기한 것 중 기부금 제도에 덧붙이고 싶은 말은, 법인을 만들고 설립자의 우선 기부가 90 이상이 되고 그 이후에 다른 사람들의 기부가 10이 되어야 합니다.
정 재단을 만들려면 설립자가 돈을 내어 놓는 것은 기본이겠죠.
최 재단 설립자가 매년 기부해야 사립재단이죠. 끊임없이 작품들을 기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립미술관의 재정은 폭넓은 기부에서
정 외국은 그렇게 합니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도 기부를 하고, 그에 따른 세금 혜택을 받구요. 그동안 재벌기업들이 문화재단을 상속에 악용하는 사례가 있고 해서 이미지가 좋지 않지만, 이제 사회가 꽤 많이 투명해졌고 이제는 그런 일들이 어렵게 되었잖아요. 조금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할 때가 되었습니다. 공공의 목적을 가지는 사립미술관의 존립을 위해 나라돈으로 끊임없이 유지보수비용을 들일 건지 민간에 맡길 수 있게 제도를 만들 건지 결정해야하죠.
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기 전에 대책을 세웠으면 합니다.
윤 사립 미술관 박물관의 설립자들이 공동체를 통해 성장, 발전해서, 공동체에 베풀었던 그 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국민 세금을 쓰는 거라면 분명한 계산서를 받아보자는 거죠. 민간의 기부를 늘일 수 있는 방향과 함께 두 방향으로 제도가 조정되고 안정되길 바랍니다.
조 국가의 지원을 받는 사립미술관들은 그 용도를 분명히 하고 사회에 제대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릴 의무가 있어요. 서류로만, 주먹구구식으로 말고 내부적 운영계획도 제대로 보고되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지 통합전산망 입장권 등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제대로 파악되어야 합니다. 1년에 몇 사람 가지 않는 박물관 미술관이라면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없어야죠.
정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미술관 박물관 형태가 계속 양산되는 상황입니다. 설립인가를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내주도록 법령이 바뀌어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우리 동네에 미술관 수를 늘리는 것이 치적처럼 되어 까다롭지 않게 등록을 해주는 형편이니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최 등록은 자유롭게 하되, 국가가 지원을 안 하면 그만이죠. 십만 개 등록해도 상관없어요. 개인재산은 자유롭게 놔두는 게 좋죠. 다만 국가에 등록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지원하고 인건비 대주는 일들을 엄격하게 관리하면 됩니다.
정 애당초 사립미술관을 만들어 놓으면 당연하게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해 주겠지 하는 마인드였던 게 문제죠. 그린벨트나 안 팔리는 땅에다가 대강.
김 그린벨트가 풀리고 땅값이 오르고 상속문제가 더해지고....
최 사립미술관 본연의 설립 의미나 취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존재 가치는 높이 평가합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뤄져 왔던 많은 사례들이 취지와 운영이 엇갈렸던 부분입니다.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원 기준을 높게 설정해서 그렇게 인정받는 사립미술관은 줄어들 수 밖에 없게 선별하고 그 미술관에 대해서 지원 폭을 확대하고 강화하고 또 여기에 정 선생이 얘기했던 세제 법령들을 동시에 변화시키면 우리도 숫자는 적어도 자랑할 만한 사립미술관이 조금씩 더 생겨나지 않을까 한다는 거죠. 문재인 정부가 그 틀을 좀 바꾸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입니다.
윤 긴 시간 얘기 나누었습니다. 좋은 뜻으로 미술관을 애써 운영하시는 분들 께 마음 깊이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제도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서 질적으로 훌륭한 사립 미술관이 더 많아지도록, 세금이 개인 재산에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