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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雜담 – 뒷이야기] 국립 미술품감정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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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20
최열, 정준모, 조은정, 캐슬린 E. 김, 김진녕, 윤철규

윤철규(이하 윤)  지난 번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안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죠. 그 안에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 얘기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이후 국립의 감정연구원 설립 계획안이 구체화되어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에 대해서 뭔가 우리가 더 목소리를 내야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국립 미술품 감정 기관이 설립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조은정(이하 조)  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 법안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윤  국가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은 명확해야 하는데, 개인의 사적 재산에 관한 건을 국가가 그렇게 개입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조  감정이라는 것이 조금 배운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닌데, 잘못된 감정이 일으킬 더 많은 문제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윤  대우조선 등과 같이 국가 경제를 좌우할 파산문제에 있어서도 개인사업자인 회계법인에게 재정 감사를 맡기는데, 이게 과연 국가가 할 일일까요? 무디스도 그렇고, 후즈후도 그렇고.

김진녕(이하 J. 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같은 개념으로 하려는 게 문제예요. 과학적 객관적 방법으로 범죄 수사하듯이.

윤  예술에 대한 판단을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허상이죠. 옛날 물감, 옛날 종이임을 밝힌다고 그게 옛날 그림이 되나요?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개입할 만한 주제와 사이즈인지도 문제이고. 


조  계획안에서는 전문가들로 감정위원회를 구성한다거나 하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긴 한데, --> 전문가들로 감정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 같던데 중요한 것은 그게 가능하냐는 것보다 미술품감정기관을 국가가 만들어야 하냐는 거죠. 국과수처럼. 미술품 감정이 있어야 국세청 등에서 과세 평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시장 데이터로 판단하면 되니 기관이 직접 할 일이 아닙니다. 감정 기법 등은 학계에서 연구되어야 할 일이고, 교육 양성도 각 사립 기관에서 해야 하죠. 대학에 감정학과 생겼던 것조차 거의 없어졌어요. 

윤  그건 불가능해서라기보다 실질적으로 대졸 감정인력 수요가 없어서 없어진 거라고 봐야겠죠.

조  통계 작성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고. 그렇다면 위작은 다 불태워 없앨 건가요? 그 가운데 진작이 있으면 어쩔 건가요? 문화에 대한 권력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정준모(이하 정)  감정 인력을 갖춘 기관이 전무하다는 것이 설립 근거인데, 기관이 전무하지가 않아요. 미술품 감정하는 사업자가 40-50 곳이 넘습니다. 한국미술감정평가원 특정 업체를 콕 집어 객관성이 없다고 해 놨는데 그것도 문제입니다. 그 외에도 국립기관을 설립할 때 문제가 수도 없이 떠오릅니다. 원장 및 연구원을 구성해야 하는데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자리에 앉으면 전문가로서 일을 할 수 있나요.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이 낸 결과는 누구나 다 인정할까요? 국내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립 현대미술관이 낸 결론도 믿지 못하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조  누구도 뒤집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문제입니다. 위작 문제는 미술사의 한 영역인데 말입니다. 

최열(이하 최)  이전 두 차례의 미술계잡담 자리에서 논거를 충분히 제공한 거 같은데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계속 밀어붙이고 있네요.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 기획재정부나 다른 기관에 의견서를 써서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정  국회 문광위나 법사위 등에도 가능하죠.

캐슬린 E.김(이하 K.김)  문체부 일부 공무원들은 ‘감정’ 자만 들어가면 모두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진위감정, 시가감정, 저작권감정, 토지감정평가 등 전혀 다른 영역인데 비슷하다고 여기는 거죠. 특히 가장 크게 혼동하시는 것이 시가감정과 진위감정입니다. 시가감정은 미술품뿐만 아니라 재산 중 각종 동산에 대한 시장가치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사실 미술품의 가격이라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고, 시가감정이 필요한 경우는 대체로 사망, 상속, 이혼, 기증, 회사 파산 등 재산 처분이 필요하거나 보험 또는 조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경우에요. 원래 가격 얼마, 누가 쓰던 시계 얼마. (문체부가 자주 언급하는) 미국 AAA가 하는 일이 이런 것들이죠. 너무 오래되어 시가를 알 수 없는. 특히 미술품의 경우 시가 평가에서 결정적인 요소인 진위 같은 것에 대해서 AAA가 감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  AAA 가본 사람으로서 그곳은 고물상연합회 같은 곳이어서 온갖 생활도구가 그 대상이 됩니다. 미술품 감정과 관련 없는 곳을 들어 자꾸 비교하고 표준화하려 하는데, 이런 비효율적인 정부의 일들은 이전 정부의 적폐로 블랙리스트와 같이 묶어서 청산해야 될 일이라고 봅니다. 

최  국정농단의 중심무대였던 문화체육관광부인데 실제 인적, 제도적 청산이 이뤄지지는 못했습니다. 문재인 캠프에 들어갔다고 용서될 일도 아닙니다. 적폐청산은커녕 박근혜 정부에 연결된 몇 명이 물러나더니 복귀해서 평창올림픽에 가 있기도 하구요. 과거 뭔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철저하게 반성하고, 과 몇 개 없애고 이합집산하는 게 아니라 개선하려는 전반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중  국립 감정평가원 문제는 손톱만큼 작은 일이지만 미술계로서는 큰 일인데 다들 고민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조  미술계 안에서 국정농단의 폐해는 무엇이 있었는지, 지속되는 바는 없는지 꼼꼼히 검토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중 인적 쇄신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권 변한다고 그들의 생각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요. 미술은 권력에 저항하는 속성이 있어야죠. 지난 정권 때에 제안된 법안의 문제점들, 계속되는 순환고리를 끊고 미술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 좀더 존재적 가치를 위한 미술을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K. 김  하나의 법을 만들 때 그 법이 미칠 파장을 충분히 검토하고 만들어야 합니다. 법 제목도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률이었다가 점차 감정에 중심이 옮겨가서 ‘미술품 유통 및 감정에 대한 법률’로 바뀌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러한 법률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일반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게 됩니다. 미술품 종사자와 미술계가 마치 범죄소굴인양, 위작이나 만들고 파는 동네처럼 만들어 더 불신만 생기게 합니다. 이분들이 이 법을 만드는 근거라고 할 만한 것이 이우환, 천경자 사건인데, 적어도 이우환 문제의 경우는 시장 자정 능력으로 찾아낸 것입니다. 신뢰도 없다(?)고 제시한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서요. 통계가 제시하는 바는 위작이 늘어났다다는 것이라기보다 적발률이 늘어난 것이구요. 마음대로 유통되던 것이 섣불리 유통되지 못하고 자정 능력 있다는 좋은 신호를 역으로 해석해서 법안을 만드는 근거로 삼았다는 것만 봐도 문제가 있습니다. 

J. 김  좋은 의도라고 얘기하지만 아무리봐도 이 제도 시행의 결과물이라면 산하기관 늘어나고 공무원 늘어나고 하는 것이죠. 계량 불가인 영역에서 시스템이 고착되면 너무 위험합니다.  

정  뜻이 좋다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지요. 

윤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 개념은 절대적으로 민업을 축소시키는 일입니다. 문화부가 70-80년대 미성숙한 사회 이끌어가는 개념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 이제라도 백업, 후원의 개념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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