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4. 28(금)
조은정, 김진녕, 캐슬린 E. 김, 윤철규
윤철규(이하 윤) 혼군이 가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게 됐습니다. 이제 선거가 며칠 안 남았는데, 과연 어떤 분이 오게 될지 궁금한 와중에, 우리의 관심분야인 미술, 넓게는 문화를 어떻게 이끌어갈까, 공약과 정책에 대해 짚어보는 자리를 가져볼까 해요. 메이저 후보 다섯 명의 문화예술분야 공약이 어떤지 정리해 주시죠.
김진녕(이하 J.김) 이번 공약을 살펴보면서 실망한 부분이 많습니다. 후보 다섯 분 정도는 그동안 선거를 대비한 캠프를 꾸리고 준비를 해 왔던 분들인데, 적어도 선관위에 올리는 10대 공약 정도에는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의견의 밸런스가 드러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닙니다.
주요 공약 중 경제 분야 등은 중언부언이고, 이분들과 살림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심히 의심스러워요. 득표 전략 차원을 넘어서지 못한 거 같아요. 러프한 상태라도 청사진을 보여주는 한 두줄이 있었으면 이런 느낌은 아닐 텐데.
윤 대선 주자 선거캠프는 각 직능별로 특보 같은 담당이 있다고 하죠. 지난 선거에서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쪽으로 나눠져서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사다리처럼 연결되어 있었죠. 이번도 마찬가지일 텐데, 지난 번과 비교해서도 정책 개발 아이디어의 제시가 부족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설명이 되는 걸까요.
J.김 다음 행정부에서 어떤 집을 짓고 어떻게 우리 삶을 꾸려가겠다는 건지 비전 제시는 없고,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는 전략적 어휘들만 나열되어 있어요. 공약 요약 안에는 문화예술 분야 내용이 아예 없는 분들이 많고, 심상정, 안철수 정도만 실질적인 문화예술 공약을 조금 넣어주고 있습니다.
조은정(이하 조) 요즘 웬만한 지도차층의 분들은 수시로 ‘4차산업’을 언급하시는 것 같아요. 4차 산업의 본질은 문화가 인프라가 되어야 하는 것인데, 인프라는 어떻게 다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어떻게 이용할지만 생각하는 듯합니다. 키우지 않고 열매만 따 먹을 수 있나요.
J.김 밀레니엄 시대, IT 혁명 그 시절의 관용구에서 본질적으로 발전한 게 없어 보입니다. 다음은 4차라더라, 하고서 언급할 뿐 컨텐츠가 확보된 것 아니니 설득이 되지를 않습니다.
조 문화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눈여겨보면, 문화 쪽에 눈먼 돈이 많아서 그쪽에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많다는 인식 정도인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전략적으로 문화쪽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 데는 그런 학습의 결과 아닌가 싶기도 하고.
캐슬린 E. 김(이하 K.김) 4차산업에 대한 내용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뭔가 선도적으로 보이고 싶어서인 반복해서 사용하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IT 혁명과 컨텐츠 산업의 연계가 키워드라면, 문화 정책의 철학과 가치관의 정립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김 기자님 말씀처럼 공약과 정책을 제안한 사람들이 게을렀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문화’에 대한 그들의 선입견, 즉 ‘이것저것 다 하고 마지막에 구색 맞추는 덜 중요한, 부차적 이슈’라고 여기는 듯 보입니다. 문화정책이나 문화산업에 대한 생각도 당장 돈이 되는 것으로 좁혀서 한류 등의 컨텐츠 산업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구요. 이게 돈도 되고, IT 또는 미래산업과 합쳐져 부가가치를 낼 거 같다고는 여기지만,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 갈 국가의 문화 정책과는 분리해서 생각하는 듯합니다. 문화라는 이름이 10대 공약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4차산업’과의 연계 등 실질적 내용에 대한 고민이 있는 흔적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J.김 말로는 정책 선거라고 하면서 정책보다는 프레임만 던져주고 보는 정치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씁쓸하죠.
윤 지난 4년 전 선거를 복기해 볼 때, 당시도 이런 현상이 있었지만, 그 동안 우리 상황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많은 것들이 변화했어요. 이제는 문화를 리스트 맨 아래에 구색 갖추듯 넣는 것이 아니라 심각하고 깊이있게 다뤄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봅니다. 정치나 경제 다음에 오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모든 것들이 얽혀 있지만 창의성, 아이덴티티의 제공 등의 힘은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고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차별화에도 좋은 전략일 수 있었는데, 반성이 아쉽습니다.
K.김 선관위 공약 외에 국회에서 있었던 차기 정부 문화정책 토론회 자료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롭게 자신들만의 철학이나 가치를 정립한 게 아니고 과거 제도와 정책에 플러스 마이너스했을 뿐, 정말 게을렀어요. 블랙리스트 해독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나 싶구요.
J.김 문화 정책이 블랙리스트의 반작용이 되어서는 안 되죠. 지엽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비전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K.김 ‘블랙리스트 대책’은 정책이 아니죠.
조 블랙리스트 문제는 사회 문제에 해당하는 사건이죠. 문화계에 있던 이슈라고 그걸 ‘문화’ 주제로 해독하는 인식 문제라고나 할까요.
K.김 맞아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사건인 것이고, 이같은 위헌적 위법적 행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문화 정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급하게 보여주기식 특별법을 제정하는 해결책도 방향이 잘못 되었죠. 저번에 말했다시피 헌법이나 공무원의 의무를 지키면 되는 것이고.
윤 문화계 내, 각각의 파트에서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사건이 생기면 그에 대한 대증적인 반응만 보이는 것이구요. 길게 보아서 한국문화, 한국미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우리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지를 제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겠죠. 연구센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네요.
조 정치연구소나 경제연구소 등은 기금이나 후원을 바탕으로 운영이 되죠. 그런데 문화 연구는 정치나 경제 쪽과는 달리 어떤 주체가 직면하는 문제를 연구하고 결과물이 바로 수용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 관점의 발전을 위해 갹출하는 등의 운영이 필요하게 되죠.
윤 정책입안자들에게 문화 쪽은 ‘수혜자’라는 입장으로 보는 시각이 강한 듯합니다. 베푸는 식의 정책.... 우리도 이제 아주 없던 시절 라면만 줘도 감지덕지 하던 입장은 아니니까 이제 행정이나 정치 쪽에 문화 정책의 방향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J.김 어차피 선거라는 게 이 시스템 내 생태계의 구성자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주는 리더를 뽑는 거잖아요. 알고 말하든 모르고 하든 간에, 4차산업의 시대에 무엇을 다듬고 무엇을 결합시킬지, 문화 컨텐츠가 디딤돌이 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 시스템이 많이 삐걱거리게 될 거라는 건 짐작이 가요. 뭐 3개월치 살림 정도라면 모를까, 정치 토론회에서는 서로 몇몇 이슈로 공방을 벌일지언정, 유권자에게 보여주는 10대 공약 정도에는 경제, 정치, 문화, 사회, 복지 등의 밸런스가 맞춰져 안심하고 뽑을 수 있도록은 해 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조 신문 지면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면이 섹션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 정도도 따르지 못하는 인식 수준인 것 같아요.
J.김 시간 없어서 그랬다는 변명은 안 통해요. 작년 10월 문제 생기고 할 때, 다들 준비되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조 청년문화법인 같은 것들도 일자리 문제지 문화 문제라고 보기 어렵고....
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총칼로 상대할 수 없는 나라들 사이에 끼어 있는 운명이라면, 이들을 문화로 상대하자는 패기 정도는 있어야 해요.
조 지금 19세기말 20세기 열강 사이에 있던 상황과 비슷하죠. 김구 선생님도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며 문화를 갖추는 것을 강조했었죠. 정치적 측면이 강조될 수밖에 없던 시대적 상황에서도 문화론이 득세할 수 있었어요. 열강 틈새에서 정치도 경제도 독립적이지 못한 상황이 된다면 무엇을 먹거리로 찾게 될까요. 어찌 보면 자동차가 아니라 유튜브가, 영화가 우리의 살 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K.김 상황은 아주 급박하다고 보여져요. VR이든 AI든 대선 후보자들이 말하는 ‘4차산업’이 문화와 연결되지 않는 분야가 없습니다.
윤 문화는 피부에 직접 닿지 못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절박함이 없기 쉽죠. 리더들이 길이 이쪽이라고 가리켜야 합니다. 산업혁명 당시에도 반대분자들이 기계를 버리는 등의 시위를 했지만 사회의 리더가 나서서 앞으로 가야할 때임을 홍보하고 교육하고 일반 사람들의 교양을 끌어올리는 작업들을 했었죠. 60-70년대에 독서운동 같은 것도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라도 새로운 시대에 기본적 소양을 쫓아갈 수 있도록, 문화적인 격차를 줄이는 일을 해야 합니다.
조 3D 프린터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다가 아니죠. 그것으로 무엇을 프린트 할 것이냐가 차이를 만드는 거니까요. 4차산업이라는 말 이제 지겨울 지경인데 제발 맥락없이 던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J.김 지금은 그냥 ‘신규시사용어’인 느낌이죠(웃음).
조 새로운 이슈에만 주목하는 언론의 책임도 있죠. 흥행 될 만한. 대중을 핑계로 해서요.
윤 언론 수준이 낮은 것에는 동의해요. 이 자리에 언론인 출신들 있는데 반성해야 합니다(웃음). 언론 뿐 아니라 문화예술 공약이 메모 수준도 못 되는 데에는 우리 문화예술계의 책임도 큽니다. 요구사항을 여기 저기에서 던질 수 있어야 해요.
조 후보자들에게 닿을지 모르지만, 문화 정책 이야기를 아이디어 수준으로라도 몇 가지 이야기해 볼까요. 공약으로 내걸 만한 것이나 문화정책 등등.
윤 공약이라고 한다면 "문화사업을 키워서 연간 얼마 벌어들일 수 있도록 투자하겠다" 그런 정도는 누군가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네요.
조 영국의 경우 문화적으로도 주변부에 물러나 있다가 대처 때 브리티시 카운슬 등의 적극적 문화정책으로 세계적으로 예술계를 이끌게 되었는데, 브렉시트 건으로 많은 수의 문화예술 자원이 빠져나가고 있어 패닉 상태죠. 정책이 예술계를 어떻게 일으키고 후퇴시키는지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윤 아시아문화창작 허브 기능을 하는 곳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어떨까요. 그림, 음악, 소설, 연극, 드라마, 영화 등 IT를 포함한 인프라를 지원하고. 엔터테인먼트와 컬처가 복합된 공간에 대한 예는 홍콩 같은 곳에서도 많은 참조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조 문화와 관광은 서로 긴밀한 관계잖아요. 우리나라에 다른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보러 올까요. 자연유산은 한계가 있어요 결국 문화.
윤 19세기 만국박람회가 유행할 때 프랑스가 다른 유럽의 나라들과 달리 처음으로 박람회에 미술 전시를 포함시킨 것이 근대미술에서 프랑스가 중심이 될 수 있었던 큰 이유였죠. 그런 식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듯해요.
J.김 '코리안 프리미엄'을 만들자는 것이죠. 일본, 중국 등의 강국 사이. 뭐를 해도 볼륨으로는 두 나라를 이길 수 없죠. 중국 소더비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자국 화가의 작품이 나오기만 하면 훨씬 비싼 값에 사들이는 사람들이 언제든 있고. 영화제를 해도 막강한 자본으로 헐리웃 스타 데려가죠. 우리가 유리한 것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크리에이티브의 산실이 될 수 있었던 것이에요. 부산 서병수 시장이 부산영화제를 개똥으로 만들지만 않았어도, 그 때까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의 작가들이 한국의 자유로운 창작 분위기를 발판으로 자신들의 영화를 선보였고, 우리는 선망의 대상이자 아시아의 프라이드였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성들여 만들어 온 영화제를 정치적인 이유로 작품 제한을 하고 억압을 하면서 영화제 권위는 떨어지고 우리는 아시아 삼류 국가가 되어 버렸어요. 글로벌 컬쳐의 중심지가 된다는 것,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윤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뭉쳐질 수도 있지만, 정책은 그러한 일을 정교하게 꾸며서 끌어가는 힘을 가지고 있죠. 연구하고 집행할 수 있는 씽크탱크로서의 행정력을 갖췄으면 합니다.
조 비전 제시하는 것, 리더는 그런 역할을 하는 거죠. 블랙리스트 만들고 등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 시스템의 리더는 필요 없죠. 또 그런 사람을 맞고 싶지는 않아요.
윤 여가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미술관 경험, 체험학습, 영화와 음악, 방송의 향유 기회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 문화와 관련된 것들이고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들이니 좀 더 신중하게 깊이 있게 접근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K.김 문화가 인식 수준을 만들기도 하죠. TV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의 영향도 적지 않구요.
J.김 지엽적인 것이지만 다음 정부는 하드웨어 신설 경쟁은 그만하자는 말도 덧붙이고 싶네요.
K.김 공연장 미술관 등의 하드웨어는 이미 너무 많죠.
윤 후보들 각자 본인의 전공이 있으니 부분은 모를 수 있습니다. 문화 그 자체가 이슈가 되지는 않더라도 당 차원에서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는 있어야 합니다. 트럼프도 예산을 삭감한다는 생각이라서 그렇지 자기 생각을 가지고는 있잖아요. 그 정도 수준도 못 되면 안 되죠. 아, 미술전시에 드라마 작가를 참여시키거나. 서로 다른 예술 분야를 크로스하여 음악, 미술 서로 자극받도록 한다든가하는 제도 아이디어도 좋을 듯합니다.
J.김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연구하거나.
K.김 이전 정부 때문인지 ‘창조’에 트라우마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창의나 창조라는 표현의 사용을 배제하고 있죠. 사실 전 정부에서 ‘창조혁신파크’ ‘창조경제타운’ 등 여러 시도가 있었고, 문화융성을 위한 10대 과제 같은 것도 우선수위에 놓고 했죠. 이전 정부들에서 침을 다 발라놔서(웃음). 다시 브랜딩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제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윤 계승하는 거 할 건 해야 하는데..
J.김 그렇게 하다보면 잘못하면 프레임 전쟁에 말려 드니까요.
윤 정책, 비전 제시하기 쉽지는 않죠. 추상적. 구체적 설명이 붙는 시점이 되면 단어는 다 써먹은 것이 되고.... 다른 정책보다는 시간을 들여 개발을 해야 합니다. 눈에 띄지 않더라도 어딘가에서는 꾸준히 개발되어야 하죠. 문화 현황, 창작의 현황 계속 집계가 되어 그런 현상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국책 연구 리포팅은 다소 부실한 느낌입니다.
K.김 동어반복이 많습니다. 기존의 것에 약간 덧붙이는 정도.
J.김 한국산 드라마 화장품 등 잘 먹히는 문화 관광 상품들이 있잖아요. 그러한 것들을 잘 연구해야 합니다. 유커 특수는 순간이었죠. 어차피 길게 가 봐야 3년이었을 텐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변화시킬 방안, 내부경쟁력을 되돌아볼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K.김 문화 및 예술 정책 연구해 온 사람들이 많은데 일부 연구자들에게 일이 집중되고, 새로 공부한 사람들이 연구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조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죠. 번역 등의 과정을 통해서 정말 좋은 연구결과들을 받아들이고 지식의 수준이 높아져야 합니다. 외국에서 공부해 온 사람들에게 그 분야의 번역이 원활히 되게 하는 역할을 먼저 하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책을 먼저 쓸 게 아니라. 자신이 텍스트로 썼던 원서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서 국내의 연구 자원이 풍성해지도록.
K.김 정보격차가 크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번역에 투자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맞아요. 불편한 언어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잖아요. 정부가 번역지원사업을 일본 등의 예처럼 열심히 하면 내 언어로 이해할 수 있는 연구 토대가 많이 만들어지죠. 지금은 출판사에서 소위 팔리는 책 중심으로 선별적 번역을 하고, 번역료도 현실화되지 못해 각 분야별 전문 번역자들을 양성하는 것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윤 독서 캠페인을 강력하게 했으면 해요. 문화예술에서 정보 격차도 참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니까요.
K.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문맹율은 가장 낮은 편인데 문해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하죠. 제대로 된 읽고 쓰기를 안했다는 거죠.
윤 다른 언어를 쓰는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으니, 국가적으로 번역에 힘쓰고, 독서를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강요했으면 좋겠습니다.
J.김 텍스트 접근 권한도 늘려주고... 국가 차원의 고전번역이 많아져서 좋아진 예들이 많죠.
윤 조선은 독서력 때문에 망했다고 봐요. 중국 명나라 때, 일본 에도 시대에도 출판과 서점이 많았던 데 비해 조선은 너무 약했어요.
조 조선시대는 지식을 독점하기 위해서 그랬던 면도 있죠. 권력의 문제.
번역을 국가적으로 지원하면 교육도 바뀔 수 있어요. 아이들이 너무 외국어 하느라고 바쁘죠. 지나치게. 우리는 이런 미술 가지고 있어. 그런 차원에서 외국으로 우리의 것을 번역해서 보여주는 일도 강조하고.
K.김 평생을 너무 외국어 학습, 특히 시험용 학습에 할애해서 정작 깊이 있는 연구는 못하는 예도 많을 겁니다. 독서량, 문해율 등이 중요합니다. 공부하는 시간은 너무 긴데, 독서량도 낮고 다양한 독서를 하기도 어렵죠. 책 읽을 시간이 없으니. 입시 유관한 책만 보니 나이 들어서도 제대로 된 독서를 하지 못합니다. 우리문화가 한동안 반지성주의로 흘렀던 것도 유감이에요. 읽기 귀찮아지니까 팟캐스트 등을 들으며 정보나 뉴스를 습득하고.. 언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니 찌라시라 불리는 정보지에 의존하고. 점점 구두로 듣고 떠들고.
J.김 지식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주마간산식의 정보 습득 탓도 큽니다. 세계적인 고전을 읽지는 않고 제목과 내용을 외워 사지선다형으로 풀이할 수 있을 정도로만 가르칩니다. 문 앞에서만 서성이고 마는 거죠.
K.김 국제뉴스 번역 같은 것들도 중요하구요.
윤 우리 사이트도 국제 뉴스를 많이 소개해요. 그 이유는 미술전시나, 정책, 유명한 아티스트 등의 상황을 국내의 미술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서죠.
K.김 외국 주요 언론들에 아시아 관련해서 중요한 뉴스들이 매일 쏟아지는데, 정확한 번역 기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들을 기간산업으로 했으면 해요. 국제, 과학, IT 뉴스에서 국내 정보력이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J.김 문화의 기본은 개개인 사람들의 독해력에 있죠. 문화적 체력 강화하고 백본을 키우고 해야죠.
K.김 문화부 부처와 산하기관이 너무 많고, 이들 자리에 정부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가 가는데 뭐가 제대로 이뤄지겠어요. 전문가들이 가서 일을 할 수 있어야죠. 철학과 가치관을 끌어갈 수 있는. ‘문화계 인사를 적재적소에 보내겠다’도 좋은 공약이 되지 않을까요?
J.김 권력의지가 강한 사람이 떡고물을 주워 먹으려고 권력 주위에 많이 모이게 되는데, 적당히 쳐내고 토핑으로 쓰면 좋겠지만 떡고물에 관심 있는 사람만 남아 있으니 참사가 반복되는 것 같아요.
윤 다소 이야기가 장황해졌네요. 좋은 공약 제안은 어려웠지만 환경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비전을 고민하고,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구체적 노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것에는 뜻을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전문가가 제자리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정도가 강조할 부분인 듯하네요. 민간에서도 국책연구기관의 결과 등을 세심히 보고 받아치고 견제하고,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