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8.
정준모, 조은정, 김진녕, 윤철규
윤철규(이하 정) 금년 들어 첫 만남이네요. 오랜만인데, 특별히 테마를 정하지 말고 이번 해에 어디를 들여다보고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먼저 만들어볼까 합니다.
얼른 떠오르는 것을 먼저 말해본다면... 저의 경우 국립중앙박물관 지방분관의 정비 필요성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좀 더 구체화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지방에 12개, 중앙에 1개 총 13개의 국립박물관이 있지요. 이 체제가 만들어진지 벌써 이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지방 국립박물관에 가면 전시 콘텐츠에 대해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 박물관이 좀 멋지게 환골탈태를 할 수 있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채울 수 없으면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는 과격한 생각이 드는 지방 박물관이 있기도 하고...
정준모(이하 정) 국립중앙박물관의 지방분관 외에도, 국립해양박물관, 국립여성사박물관 등 국립인 기타 박물관들이 다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풍부하게 가지게 된 문화기반시설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저성장 노령화사회로 가면서 이게 가능한가가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죠.
윤 해외를 봐도 잘 운영되던 국공립 박물관들 문 닫는 곳이 있어요. 무조건 유지해야 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당장 닫자는 얘기도 아니니 지금부터 올바른 국립박물관의 운영에 대해 전반적인 논의의 그라운드 만들자는 것이죠. 당장 문닫자고 하면 그 피해가 또 생길 테니까요.
조은정(이하 조)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인력 TO를 지방으로 많이 내려보낸 상태였어요. 순환 구조인 것은 유지되지만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최소환의 학예직만을 남겨놓아 지방 박물관의 컨텐츠와 전시 운영 활성화를 꾀하고자 한 겁니다.
정 학예 인력도 중요하지만 지방의 박물관의 자체 컨텐츠, 수장 방향이 명확한 수장품이 있어야 하죠. 그리고, 지금도 지방자치단체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에 유물이라도 조금 발굴되면 국립 박물관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엄청 많이 합니다. 이 상태에서 박물관 수를 줄이려는 시도는 어렵다고 봐야죠.
윤 가끔 평일에 춘천박물관 같은 곳에 갈 때가 있는데, 관객을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하루에 50명이 채 안 올 겁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지방박물관들을 이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어요.
김진녕(이하 김) 국립중앙박물관 빼놓고는 나머지 박물관들이 비슷한 사정이기는 하죠.
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도 제가 어릴 때 다녔을 때는 관람객이 아무도 없을 때가 많았어요. 지키는 아저씨와 저 혼자 전시실에 있고, 제 놀이터 같았죠. 중앙박물관이 지금의 민속박물관 자리에 있을 때 얘기입니다. 그 뒤로 사회적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박물관, 뮤지엄 신화에 대한 환상, 정비를 할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윤 국감 등에서 이야기가 나오기는 할 텐데, 연간 이용률 같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논의할 계기가 있어야겠죠.
정 현재에도 국립 박물관에 대한 평가지표, 평가기준 등을 만들고 그와 관련된 연구용역과 보고서 등이 나오기도 합니다. 결국 문제는, 지금 대한민국 거의 모든 정책들이 그렇지만, 박물관 미술관 정책이 70년대 개발도상국가 시절, 경제성장률이 10퍼센트 이상씩 하던 때 세웠던 정책들에서 바뀌고 있지 못한 데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가 고속 성장을 하던 시절의 미망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책 기조도 그렇게 두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제는 인구절벽, 저성장사회로 들어섰음을 감안해서 전반적인 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맥락 속에서 박물관 정책을 고려해야 합니다.
윤 장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해야 하니, 금년에 출발하자고 제안합니다.
조 일단 박물관 수가 많이 늘어 있는 상태이고, 문화적 욕구가 금방 가라앉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어떻게 보면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똑같은 미술관, 박물관이라는 것이 문제 중 하나인데, “특성화”라는 부분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노인을 위한 박물관이라든지, 초상화박물관이라든지, 국립근대미술관도 없으니 국립근대박물관이라든지...
정 그와 관련되어서는 좋은 예가 있죠. 프랑스는 오르세미술관을 만들면서 주드폼미술관에 있던 인상파 작품들은 오르세로 옮겼습니다. 루브르, 퐁피두도 그런 식으로 재정비하고 소장품을 다시 분배했습니다. 그런 구조 조정이 바람직해요.
윤 국립현대미술관을 예로 들어 볼까요? 그곳은 다른 곳에 비해 본다면 인력도 있고, 집도 있고, 소장품도 있는데 제대로 안 굴러갑니다. 그 이유를 내부와 외부, 행정가들이 함께 분석해서 지금부터 개선하고 플랜을 세워야죠.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해서. 그런 틀을 만들 수 있는 한 해가 되어야합니다.
정 덕수궁미술관을 근대미술관으로 하면 좋지만 서관만으로는 좁으니, 과천의 중앙 전시실을 근대미술, 20세기 중심으로 하고, 서울관을 컨템퍼러리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관의 지리적 장점을 고려해서 한국 근대기 미술 일부를 상설전시하면 그런대로 꾸려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공예, 사진, 건축 미술관도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해서 운영해가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대한민국 틀 속에서 생각한다면 컨텐츠는 없고 시설만 있는 곳은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하고, 새로 건물을 짓기 전에 구조조정 역할분담이 가능한가를 먼저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축구로 치면 공격수 수비수 골키퍼 없이 모두 공을 쫓아 뛰어다니고 있는 셈이니까요.
윤 그에 더해,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인적 자원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 등에 대한 방안도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대중들은 이제 외국에 가서 최상급의 박물관과 전시를 보고 와요. 이런 관객들에게 수준 낮은 컨텐츠를 제공하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 지금까지의 하드웨어 중심 정책에서 소프트웨어 정책으로 바뀌어야죠. 사람 & 소장품.
4차산업 시대라고 하는데, 문화정책도 새로운 개념으로 넘어가야죠.
조 이번 겨울방학 동안 지방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문화시설들을 경험했는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물이 크지 않아도 상징하는 바가 좋아서 들어갔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면 ‘이렇게 하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나오게 됩니다. 이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 결국 인력 문제라는 생각으로 모아집니다. 일을 하는 분들이 좀 더 높은 목표의식을 가지고 재교육 등을 통해 전망하고.... 6시에 폐장하는 곳은 5시 30분이면 벌써 문을 닫을 준비를 합니다. 들어오지 말았으면 한다는 얘기를 하고... 다른 나라의 미술관은 마감 시간이 되어도 함께 기다려주는데, 그것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남았는데 들여보내주지도 않는 것이죠. 교육과 문화는 함께 가는 것이니까 학예직들이 좀더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했으면 해요.
정 문화기반시설들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학예직 자리도 함께 늘어났는데 제대로 교육을 받고 숙련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 아무리 실력 있는 사람이 일을 한다고 해도, 건물 짓는 이후 예산이 없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경우도 많아요. 건물 지을 때 상설전시와 관련된 시설 등을 같이 입찰해서 바꾸기 어렵고, 조달청을 통해 구입한 물품들은 내구연한인 5년이 지나기 전에는 바꿀 수가 없죠.
김 국공립 박물관이나 기념관 등의 인테리어 공사는 국내에 두 곳이 모두 독식하고 있죠. 박물관에 디오라마 보러 가는 거 아닌데, 모든 박물관에 전시시설이나 교육시설이 비슷비슷해요.
윤 부천시의 경우 현 시장이 구를 없애고 동으로 통합하는 행정개선을 만들어냈다고 하죠. 업무처리 속도도 아주 빨라지고, 구청 건물을 문화센터로 바꿨더니 대체 비용 3000억이 절감되었다고 합니다. 제일 잘 한 것은 부천 판타스틱영화제와 애니메이션영화제 이사장을 당연직으로 시장이 맡고 있었는데, 이를 거부하고 일을 잘 아는 사람에게 넘겼다고 하더군요. 이런 시원한 소식들이 다른 분야에서도 이뤄졌음 해요.
정 얼마전 어느 지역의 국회의원을 만났는데, 예산을 따 오는 것은 자신의 일이지만 그 예산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런 일을 잘 할 사람을 찾는데 도와달라면서... 이런 일들을 보면 세상이 조금 바뀌는 것 같기도 합니다.
윤 공적인 일에 자문을 맡는 전문가들이 제대로 선택되고, 제대로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년에 우리 이 자리에서 용산 미군기지에 미술관 박물관을 난립하려는 시도를 막자고 했는데, 우리 덕은 아니겠지만 다행히도 이 프로젝트는 취소가 됐죠. 이것도 공무원들이 이 일을 계획했다기보다는 자문위원들이 제 목소리를 못 낸 탓이었을 것 같긴 합니다.
정 옆에서 고무도장을 찍어주는 역할만 했을 수도 있죠.
김 중앙 정부에서 국공립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만든다면, 지금 현재 상태에서 국립회화박물관이라든지 자연사박물관 등의 주제라면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더 이상 양적인 팽창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 전시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자체 박물관 인력이 주최하는 것과 콜라보하는 것 합해서 7개밖에 안 됩니다. 중앙 큐레이션 인력을 지방으로 이양한다고 했는데, 각 박물관마다 백제권, 신라권의 지역 특성을 이용한 쇼를 중앙박물관과 같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12개를 만들면 12개를 전 지역의 박물관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훨씬 더 다양하고 새로운, 중앙과 타 지역이 같이 볼 수 있는 좋은 쇼가 될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정 중앙과 지방에서 전시를 이동하면서 하긴 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지방에는 국립박물관 외에 시민회관 등의 좋은 전시장도 많으니 좋은 컨텐츠를 지방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좋을 듯합니다. 트래블링 쇼를 잘 기획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 지금 국립 외에도 도립미술관 등의 공립미술관들이 있는데, 지역별로 네트워킹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 산업박물관도 디자인박물관도 제대로 된 곳이 없으니 특성화할 주제는 많습니다. 무의미하게 지역의 향토작가를 끼고 다 똑같은 지역미술관을 운영하기보다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네트워킹, 지방 내 미술기관끼리의 네트워킹과 협조가 가능하다면 특성화 논의가 가능해질 겁니다.
정
지방미술관 일에 관여하게 될 일이 종종 생기게 되면 다른 곳에 없는 것을 만들라는 제안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지역의 화가들이나 협회 등의 요구를 담다보면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결국 다 똑같은 동네미술관, 아니 전시관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김 지역작가 기회를 박탈하자는 건 아니고, 미술관이라는 거대한 하드웨어를 거시적으로 봤을 때 적어도 반 이상은 차별화시킬 방법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이 하드웨어에 참여하는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기업미술관, 사설미술관들도 많은데, 도립이라는 또다른 공적 로켈 체제도 있고, 심지어 군립미술관도 따로 있고...
조 우리는 왜 미술관을 만들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미술관의 여러 기능을 생각해 보는데, 어느 정도는 지방 미술을 진흥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을 수 있겠지요. 대가의 작품이 있는 전시실 옆에 지방의 미술가 작품을 볼 수 있을 수도 있고.
정 지역의 미술관은 그 지역 미술문화발전을 위해 일반 관객의 문화 향유와 지역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등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지역 작가의 창작 의욕 고취를 위해서는 별도의 전시관이 있는 것이 좋겠죠.
조 결국 각 도립 미술관, 군 미술관, 전시관이 있는데도 국공립미술관이 새로 만들어질 때면, 지역 미술가들은 우리의 공간이 생겼다고 여기고 자신들의 작품을 컬렉션해 주길 희망하게 됩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선심을 쓰게 되는데, 미술관은 지역 시민의 자산이니 일부 사람들을 위한 선심쓰기 대상이 되면 안 되는 거죠. 수장품 정책이나 전시 등을 위한 정교한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정 어느 지역에 생긴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는 기준을 정했는데, 우리 지역 작가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이렇게 되면 이 지역 작가는 다른 지역 미술관에 못 들어가게 되는데,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이런 원칙이 혹시 필요하게 되더라도 드러내서 그렇게 정해져서는 안 됩니다. 사실 “좋은 작품”을 소장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란 것이 참 애매하죠. 외국은 관장에게 전권을 위임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어느 지역 미술관의 경우는 작품 심사 내규에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작가”가 기준이 되어 주관성 여부를 피해갑니다.
김 그런 기준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 노래자랑 1등 했다고 음반 내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웃음)
정 집짓는 것 외에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10년 째 주장하는 것 같네요. 예산이 집 짓는 것에서 끝나버리니 문제죠. 하지만, 작품 구입비 면에서는 외국에 비해서 그렇게 작은 수준은 아닙니다. 단, MoMA, MET 등 유명 미술관의 경우는 거의 기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많이 모을 수 있는 것이죠.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내기 보다는 상속받은 작품을 기증하면 되니까요. 사실 미술관들이 그림을 사고 기증을 받고 하는 것은 내부 기준을 가지고 눈치보지 말고 하면 됩니다. 거기에 물납 기부 등을 가능하게 하여 증세 과정이 생략되면 국가적으로도 이익이고 미술관도 더 좋은 작품을 많이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데, 상속세 대신 미술품을 기증하는 제도를 만들기가 참 어렵습니다.
윤 세금 대신 작품을 기증할 수 있으려면 그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정해 줘야 되는데... 만약 물납이 이뤄지면 가격을 누가 산정했는지 따지고 전문가의 식견을 믿지 않는 일들이 허다할 겁니다. 신뢰 관계가 약한 이런 단계에서는요.
미술관의 컬렉션이 중구난방 되는 데에는, 객관성을 보장한답시고 작품 추천인 따로, 감정가 따로, 심사 따로 이뤄지는 이런 프로세스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추천한 작품들이 채택되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지니까요.
조 추천자의 권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정 책임회피가 가능한 프로세스를 선택하기 때문이죠. 진짜 전문가만 전문가라고 일컬어져야 되는데, 개나 소나 전문가라고 나섭니다. 그림을 본 적도 없으면서 그게 진품이다 아니다 얘기 나오는 판이니... 전체적으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못했죠. 미술관에서 작품을 구입하려면 학예직이 추천하고 작품을 구입하러 나가는 게 맞는데, 미술관이 작품을 사겠다고 팔 사람을 공고를 내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이 제대로 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 조직이 산만한 것도 한 원인이에요. 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 내에 예술진흥국에서 관리하고, 박물관과 도서관은 문화기반국에서 관리합니다. 미술관도 같은 맥락에서 정책이 이뤄지도록 문화기반국으로 가야 맞습니다. 이에 대해 아무리 얘기해도 바뀌지를 않네요.
김 올해 관심있게 보아야 할 것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은 현 관장의 통제 하에서 독자적으로 이뤄지는 첫 쇼를 선보이게 되고, 연초 인력이 재분배된 과천관과 서울관의 네트워킹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거리차이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등등을 지켜봐야 합니다.
정 그간 서울관의 직제가 확보되지 않아 아슬아슬했었죠. 과천 정규학예직들이 서울로 올라와서 일하게 되어 어떤 점이 달라질지 주목됩니다. 기본적으로 마리 관장에 대해서는 미술계의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문화부가 추진한 것으니 그 성과에 대해서도 문화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법인화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서 벌써 3년 넘께 서울관 직제를 임시인 상태로 방치한 책임도 져야 할 테구요. 이런 중대한 일은 놔두고 유통관리법 같은 쓸데 없는 일에 손대지 말았으면 해요. 우선 순위가 잘못되었습니다.
윤 테이트미술관 세로타가 28년의 임기를 그만두게 되었죠. 테이트가 그런 정도로 성취하고 컬러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그 28년이 큰 힘이 되었을 겁니다. 세로타가 일을 계속하도록 한 것, 후임을 결정하는 것 모두 미술관의 이사회에서 결정하죠. 우리도 그런 시스템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정 법인화가 먼저 이뤄져야 이사회 제도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겠죠.
윤 미술관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 향유하는 방법,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봐야죠.
김 끊임없이 주의를 환기해야 말해야 합니다.
정 우리나라 미술관 관장의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던하고 말이 없어야 하나봅니다. 하는 일 없이 목소리 안 내야 오래 버틸 수 있어요.
조 하나의 단초로 이번 서울시립미술관장 사건도 주목할 만 해요. 원칙은 2년씩 두 번 연임이 가능하고 1년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5년이 가능했었죠. 한 쪽에서는 이 임기가 끝나고 다시 후보로 응모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한 쪽은 응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해석했죠. 조항을 마련한 목적은 전권을 막는다는 것이었는데, 전횡을 막는다며 전문가가 장기적 일을 하는 걸 막게 되는 아이러니가 생겨나죠.
정 일 자체의 특성을 가지고 연임의 불필요성과 필요성을 따져야 합니다. 응모 자체를 봉쇄한다는 것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5년까지의 기한을 둔 진짜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베풀고자 한 것이라기보다는 오래 일하면 공무원들이 콘트롤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거든요.
김 법인화 하면 당연히 콘트롤이 더 안 되겠죠.
정 우리나라에도 지방에 이사회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람들이 그 재단에 돈을 내거나 현물을 기탁한 적 없는 그냥 지역유지들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법인화는, 그와는 달리 권한을 갖되 책임도 같이 지는 것입니다. 외국 미술관 이사회의 이사들은 대부분 기부금 낸 사람들이죠. 영국은 반관 반민으로, 테이트 모던은 3명의 관료가 당연직 이사로 있습니다. 인원수 과반이 되지 않게. 정부의 입장과 처지를 감안해 달라고 전달할 뿐 그 이상의 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국립현대미술관도 과천관, 서울관 다 떼어서 부관장들 학예실장이 맡아서 운영하고 경쟁하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지방 박물관도 잘 하면 인센티브도 주고 보직도 좋은 곳으로 옮겨주고... 안정적인 체제로 가면 발전하지 못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죽은 박물관이 되죠.
윤 금년에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을 꾸준히 지치지 말고 목소리를 높이죠, 우리라도. 먼저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 문제에 대해서도 이것 저것 이야기해 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 좋습니다. 외국의 예나 우리 실정 등을 알아보고 깊게 얘기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