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6
윤철규, 최열, 정준모, 조은정
윤철규(이하 윤)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데 문체부의 많은 현안으로 묻혀지고 있는 미술계 문화계 문제들과 관련해서 긴급 안건 추가할까 합니다.
최열(이하 최) 저는 제일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서울관과 과천관이 애매하게 분리된 상태로 유지되면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요. 그리고 국공립미술관 박물관의 월요일 휴관제 폐지 정책을 빨리 철회하는 일도 시급히 재고할 문제예요.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준모(이하 정) 미술품 유통 투명화, 활성화, 감정제도 등에 대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부가 그 전에 기본적인 자기 할 일을 처리해야 되죠. 국립현대미술관 개관한지 3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제대로된 직제가 없고 다 임시직입니다. 법인화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죠.
조은정(이하 조) 정치적 이유로 그만두게 되셨던 국립현대미술관 정형민 관장님과 국립중앙박물관 김영나 관장님 모두 다시 돌아와야 되는 것 아닌가요?
최 국정농단의 피해자이니 돌아와야겠죠.
정 두 양반도 명예회복이 되어야 하지만, 참 나쁜 사람으로 찍혀 공무원 생활 멀쩡히 하다가 짤린 문체부 국장, 과장부터 돌려놔야겠죠. 정말 잘못된 일입니다.
미술관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과천관이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채산제로 관장도 따로 하고. 외국의 비슷한 사례도 거의 독립적인 운영을 하고 있어요. 서울관은 한국의 동시대미술을 보여주고, 과천관은 현대미술의 아카이브와 연구 중심, 덕수궁은 근대미술 중심으로. 현재 대한민국의 유일한 국립미술관이 제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최 통일을 하든 분리를 하든 완벽하게 정리를 해야 합니다. 그에 덧붙여 근대미술관 설립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위 문제를 비롯해서 역사 시기를 구분하는 연구도 진행되어야 하는데.... 외국의 선진국의 경우도 고대사, 근대사, 현대사 미술관들이 분리되어 있죠. 전문인력도 다 다르게 선발하고.
정 글로벌하다며 엄한 외국사람 관장으로 데려오지 말고 제대로된 전문 인력이 각각의 미술관을 담당해서 자리잡아야 되는 거죠.
조 국내인사와 달리 외국인 관장이 주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예견되기도 하였죠. 내부 인사가 아니어서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외부로 드러나는 장점은 그리 없어 보입니다. 신문지상에서 외국인 국립미술관장에 대한 평가가 그리 후한 것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고요.
조 국내인사와 달리 외국인 관장이 주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예견되기도 하였죠. 내부 인사가 아니어서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외부로 드러나는 장점은 그리 없어 보입니다. 신문지상에서 외국인 국립미술관장에 대한 평가가 그리 후한 것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고요.
최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부터 산하 박물관과 미술관을 연중무휴로 운영하기로 확정하고, 10월부터 서울 중심가에 있는 문체부 산하 박물관과 미술관을 월요일 휴무를 폐지하고 연중무휴 운영을 하고 있는데, 빨리 원래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일주일 하루 쉰다는 것이 직원이 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미술 작품이 조명이나 관람객의 입김으로부터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하는데, 일년 내내 오픈을 한다는 것은 작품에 대한 폭력적인 행위입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와중에 장관이 되었던 김종덕 장관 체제에서 신중치 못하게 이루어진 일 중 하나입니다. 전국적으로 실시하기 전에 빨리 철회해야 합니다.
윤 외국도 대부분 주 1회 휴관을 하지요. 다만 작년에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휴일을 없앴습니다. 유럽도 한 두 군데 외에는 모두 주 1회 휴관을 합니다. 메트로폴리탄이 휴관일을 없앤 이유는 뉴욕 관광에서 메트로폴리탄이 하는 역할이 아주 크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뉴욕까지 온 관광객이 메트로폴리탄을 볼 수 없게 되는 일을 안타깝게 여겼다고 할까요.
정 미국이든 유럽이든 미술관 휴관일은 없앴다가 생겨났다가 그러는 곳이 꽤 있습니다. 중요도 판단의 문제인데, 미술관이 관광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요소인 파리에서도 루브르 퐁피두 등이 교대로 휴일을 갖습니다. 안트워프 같은 곳은 월요일에 전체 미술관이 다 닫습니다. 안트워프에 가서 담당자에게 다 놀아서 갈 곳이 없다고 불평하니, 미술관에 가기 위해 하루 더 머물면 좋지 않냐는 답이 돌아옵니다. 사실 국립중앙박물관 빼놓고 관광객에게 일주일 내내 돌려서 보여줄 거 뭐 있습니까. 자랑할 만한 소장품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왜 그렇게 일주일 내내 돌리려고 하는지.
윤 작품이 쉬어야 되는 것 맞습니다. 또 메트로폴리탄의 배려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어느 쪽을 더 생각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하죠. 우리 처지에 맞게. 이를 먼저 제기했던 이영훈 관장의 경우 아마 메트로폴리탄의 경우를 근거로 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우리가 그곳을 따라해야 할 이유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박물관 회화실의 경우 석달에 한 번 정도 바뀌는데, 작품이 입는 피해 적지 않을 겁니다. 도자기나 비석은 다르지만 회화 작품을 계속 대중에게 오픈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상당한 일입니다.
조 관광객 빼고 시민의 서비스라고 생각하더라도 지금 충분한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주중 하루 저녁 늦게까지 오픈하여 편의를 늘입니다. 서비스를 잘 하려면 끝이 없죠. 나중에 24시간 오픈할 건가요.
정 박물관학에서는 박물관 피로현상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관람객 피로가 아닌 작품의 피로, 공간의 피로를 말하는 거죠. 그것 때문에 반드시 쉬도록 해야 합니다. 박물관 직원들 월요일에 근무하는 곳이 많습니다. 월요일에 근무하지 않으려면 일요일에 일해야 하구요. 관람객이 많을 때 책임질 만한 직원이 있어야 하니까요. 일주일 내내 근무하려면 근무자가 더 많아야 하는데, 그 예산은 어떻게 할 건지? 미술관의 가장 큰 목적은 미술품의 전시가 아니라 작품의 수집과 보존입니다. 보여 주는 것은 세 번째. 그런데 그게 전도된 것이죠. 대한민국의 미술관에 대한 천박한 이해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최 연중무휴제는 빠른 속도로 철회해야 합니다. 그 다음 제기해야 될 문제가, 국립현대미술관에 상설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과천도 좁은 공간에 적은 수 작품 있었는데 그나마 사라졌습니다.
상설관은 그 나라 국민을 비롯해서 관광객들이 특정 시기의 대표적 작품들을 언제든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상설관이 없어서 근본이 빠진 미술관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국립중앙박물관에 수업 때문에 자주 가는데, 역사시대 전시실은 마치 역사교과서의 부록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역사학자가 관장이 된 이후에 그렇게 된 거죠. 최순우 등 고고미술학자 들이 했을 때는 뮤지엄이었는데, 이제는 교육전시관일 뿐이에요. 회화실을 가도 역사적인, 대표적 회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장르별로 교육관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조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학예시스템이 각 분야별 담당제로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현재 전시중인 도시전도 왠지 부실한 느낌이 들어서 왜 그런지 질문하다보니 알게 되었는데, 분야별 담당자가 있어 자기 담당 섹션의 전시를 각자 돌리는 시스템입니다. 학예관이라고 해도 거의 신입과 다름없고.... 역량이 못 미치는데 흥미 위주의 소규모 전시가 각자 진행되는 셈입니다. 전체 흐름이 부족할 수밖에 없죠.
정 중앙은 중앙답게 전체를 이끄는 비전과 규모를 생각해야 하는데, 하청 주듯이 일이 진행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체험학습은 너무 많고... 국립중앙박물관이 뮤지올로지적 입장과 체제 속에서 기준을 제시하고 다른 박물관들이 따라오게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한번 가 보세요. 가전제품 전시장 같은 곳인데, 중간에 나올 수도 없게 구성해 놓은 폐쇄적인 곳이에요.
최 기획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세 곳의 기획전을 보면 국립 미술관의 기획전 답게 진행하고 있는 곳은 덕수궁밖에 없습니다. 덕수궁은 학예사 하나 보조원 하나 있을 뿐인데..... 이중섭전 같은 경우 조선일보사에서 예산을 지원받아서 할 정도로 국립현대미술관 자체예산은 미비한데 전시는 25만을 동원했죠. 과천관은 연 70만 관객이라고는 해도 상당수는 등산객이고 의미있는 관람객 수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서울관은 소수가 좋아하는 미술을 보여줄 뿐이고, 북촌의 요란벅적한 문화를 보조해주는 보조기구로 전락했습니다. 서울관의 기획전을 틈틈이 보는데, 젊은 학예사들의 놀이터인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자기와 친한 작품들 작가들 자기 취향에 맞는 전시들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조 연구가 따라주지 않아서 생기는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서울관이 시내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고,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어떤 때는 한국 작품이 하나도 없을 때도 있습니다.
최 기획전이 망가진 이유는 과천관과 분리되면서 제대로 독립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서울관이 잡다한 기획을 늘어놓고 상설관도 없앨 만큼 욕망이 넘치는데, 결국 계약직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죠. 정형민 관장의 3관 체제 자체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과천관은 20세기 미술관으로서 중후한 역사적인 과제를 가지고 연구 진행되는 곳이고, 서울관은 컨템퍼러리 전문 미술관으로서 한국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역동적인 굵은 기획전을 진행되면 됩니다. 덕수궁은 근대미술 전문관으로 지금처럼 하면 되구요. 또한 정형민 관장의 최고 업적으로 꼽을 수 있는 과천의 연구센터 아카이브 기구는 정식화해서 안착되었는데, 서울관 디지털 아카이브실과 따로 놀고 있습니다. 과천관과 서울관, 덕수궁관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야 하고, 학예실장 이하 학예관들 시니어 학예사들이 최선을 다해 재정비해야 합니다.
정 국립현대미술관 특히 서울관의 전시는 비정규직 학예사들이 계약 기간 동안 뭘 한번 해보고자 하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열정은 인정할 만 합니다. 그런데 뮤지엄의 전시로 이뤄지려면 충분한 조사 자료수집 이후 텍스트 구성, 전시 조건 다 종합해서 한 전시가 그 분야 연구의 결실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야말로 ‘늘어놓은 것’ 이상은 아닙니다. 큐레이터는 많은데 경험 많고 국립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로서 자기 이름을 걸고 연구를 진행할 만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적어도 5-7년의 경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회 같은 전시도 5년차 미만이 만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계약 끝나면 나가야 되는데 나가기 전에 뭔가 해놓으려고 하니 전시 개수는 많아지고...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서울관을 아트센터로 만들어버려서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게 낫습니다. 그런 것들을 지휘 감독하는 책임있는 사람들이 책임과 비전을 가지고 2-3년차라도 지도 감독을 잘 했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각자도생하기 바빠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죠. 최순실 때문에 문체부가 엉망이라서?
조 구조를 정비해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서울관과 과천관이 독립하고 관장도 따로 두어야 한다고도 하고 같이 있을 때 시너지를 얻기도 하고...
정 외국의 경우 분관끼리 경쟁 시켜 시너지를 얻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전체를 통괄하는 제너럴 디렉터가 있고 각 분관의 디렉터끼리 경쟁시키는 거죠.
조 정체성을 보다 정확하게 해야할 것 같습니다. 덕수궁이 제일 정체성 명확하고 좋은 전시들을 하고 있는데, 자금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좀 있고, 뭔가 해 보기에는 공간이 부족한 것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 덕수궁관에서 다루고 있는 시대가 한국 미술의 중심, 근본이 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덕수궁관을 근대미술관으로 좀더 키워야 하는 것이 맞겠죠. 근대라고 쉽게 표현하지만 다른 나라들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좀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고, 균형을 맞춰 국립미술관을 개편했으면 합니다.
정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재 그런 비전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형민 관장에 대해 고맙죠. 서울관에 대한 기본 개념, 역할 분담 등을 지휘감독하고, 법인화 문제를 고민했으니까요. 그 뒤로는 집안 살림살이를 고민한 사람보다는 뭘 더 챙길까 생각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서 국공립미술관, 박물관에 대해 시급하게 처리하고 논의해야 할 문제들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관심을 가지고 할 말은 해야하겠습니다. 바쁘신데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