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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雜담] 미술품 감정과 진위문제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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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7일 1시
최열 정준모 조은정 김진녕 윤철규

윤철규(이하 윤)  최근에 일반인들을 당혹케 하는 사건들이 미술계 안에서 많이 일어났죠. 어떤 작가는 위작인 거 같다고 하는데 죽어라 자기 거라고 하고, 어떤 미술품은 또 유족이 죽어라 아니라고 하고... 다 진행형인 이야기라 현재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는 조심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일단 이들 사건과 언론,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사회가 미술품과 거래, 감정 등에 관해 어떤 시각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짜 아니면 가짜지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건지, 불투명한 거 보니 미술계란 게 구린 동네인 건지, 지들끼리 해먹느라고 그러는 건지... 일반적으로 사회가 가지는 미술품에 대한 선입견이나 오해가 있다면 풀 수 있는 자리를 가졌으면 합니다.
 
정준모(이하 정)  미술품 위작이 나오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늘상 있어 왔던 일입니다. 도둑 강도가 어디든지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 논란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사회적으로 정부에게 근절 대책을 내놓으라는 압력이 있어서였는지 과도한 이목과 공권력의 개입으로 일이 점점 커진 면이 있습니다. 옛날에 비하면 경찰 수도 늘고 발전도 했을 텐데 최근에 더 험한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느낌이 큽니다. 열 순검이 한 도둑 못 지킨다고 사건사고는 근절 대책을 아무리 세우고 경찰을 늘여도 없앨 수는 없는 거죠.
 
최열(이하 최)  저는 골동품이나 미술품 등의 진위 감정은 여러 층위를 가지고 생각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진위를 빨리 가려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쪽입니다. 사실 작품의 진위 여부 문제는 일차적으로 세 이해당사자의 문제입니다. 생산한 사람, 유통하는 사람, 소유하는 사람. 소유하는 사람도 정말 좋아서 사는 사람과 돈을 벌 목적으로 사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겠지만요. 어쨌든 작가, 화상, 소장자 이 세 이해당사자의 필요가 진위 문제 해결의 긴박성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경찰 등 공권력에 호소하게 되고. 진위 감정에서는 진위 그 자체의 문제와 조예의 문제를 구별해 얘기해야 하는데, 이해당사자들이 설쳐대는 세상에서 나머지 사람들이 놀아나고 있는 겁니다.
 
정  이해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 문제이기도 하죠.
 
최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가게 되니까요.
 
정  최근 제기된 문제들의 경우에는 사실 작가가 위작 때문에 크게 손해날 일은 없는 듯합니다. 명예가 훼손되기보다 오히려 올라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구요. 소장자는 최종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는 있겠지만요. 다만 해당 작가의 한국 미술사에서의 역할과 성과 같은 것들은 묻히고 진위 문제만 남는 것이 아쉽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언론 보도를 보는데, 연쇄살인범 구속되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해야 하는가 싶고.

조은정(이하 조) 
미술사학자의 할 일 중에는 진위에 대한 감정도 포함되어 있지요. 그것은 작품의 편년이나 작가의 양식을 파악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지 감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이 보다보면 감식안이 생기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품의 진위를 감별하게 되지요. 그 감별의 목적은 작품을 확인하고 진실을 파악하는 데 있는 것이지, 미술작품의 진위여부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것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역사를 바꿀 정도로 대단한 발견이라면 몰라도요. 
 
윤  조선 전기 용천담적기라는 김안로의 책을 보면 중국에 가서 가짜를 사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명말기 축윤명도 문징명이 쓴 글씨가 저녁이 되면 벌써 시장에 하나씩 나와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작품이 있는 한, 가짜는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런 현상들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그림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를 합니다. 가짜를 샀다고 생각이 되면 자신의 안목이 탄로가 나니 바꾸러가지를 못합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여서 그렇기도 하고 대개 산 사람 자신이 책임을 지죠.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화랑이 다른 사람의 돈으로 작품을 위탁거래하고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진위 문제가 발생하면 산 사람과 화랑 간의 문제가 있어 문제가 심각해지게 됩니다.
 

조  위작과 감정의 문제를 나눠서 얘기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위작은 왜 만드는가. 또 왜 유통되는가. 감정과 관련되어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미술품 감정을 국가가 나서서 하겠다고 하고 있어서 그것 또한 문제라서요.
 
정  키치나 오마주 같은 현대미술 용어로 원본을 따라하는 현상들을 설명할 수도 있겠고.. 명품 가방도 가짜가 존재하잖아요. 대체만족재로서 가짜는 항상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이죠. 돈 때문에 가짜가 생겨난다고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황학동 같은 곳에 가면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그림들 많이 볼 수 있어요. “이중섭 은지화 석장에 십 만 원” 써 붙인 곳도 봤습니다. 짝퉁에도 특A급이 있고 반면 한눈에 알아볼만한 것도 만들어져요. 이중섭 그림 흉내낸 정도의 가짜라도 집에 걸어서 그럴 듯 할 것 같으면 나름대로의 시장성을 가지고 팔립니다. 잘 그린 위작의 경우는 가짜인 걸 알면서 한 단계 두 단계 넘어가다가 어느 순간 진짜로 탈바꿈하는 일이 생기면서 문제가 불거지죠. 대개 정상적 거래가 아니라 급전을 빌리면서 담보로 잡히는 물건들이 시장에 진짜처럼 나오는 경우가 많구요. 돌아가서, 알 만한 A급 화랑들이 제대로 거래를 했는데 그것이 위작인 경우, 그리고 답십리 황학동에서 거래되는 가짜는 구분을 해야 하고, 자꾸 위로 올라오는 이런 마이너리그 물건들은 전문가들의 손으로 걸러져야 하죠.
 
조  감상을 위해서 만드는 모사품과 위작은 구분해서 언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뻔히 삼각지에서 사온 다비드 신고전주의 그림을 액자집에 맡기면서 프랑스에서 사왔다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웃음). 어차피 진짜가 아닌 거 다들 아는데도 말이죠. 좋아보여서 사서 걸어두려 만들어지는 모사품은 인정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위작이라고 하는 것은 금전적인 문제와 도덕성 문제가 결합된 다른 문제라고 봐야죠.
 
김진녕(이하 김)  모든 사람은 미술품에 대한 취향이 있습니다. 보고 즐기고, 예쁘니 걸어놓고 싶죠. 그런데 오리지널은 공급이 제한되니 합법적 짝퉁이 만들어지는 거죠. 에디션이 있는 판화라든가, 품질이 좋아진 인쇄물들, 다이아몬드 느낌이 나는 스왈롭스키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자신의 욕망을 안전한 루트로 투사하는 거죠.
최근의 위작 사태를 보면서는, 이 사건의 당사자는 누구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 그림을 산 사람과 중개한 브로커, 살아있는 화가. 이들인데, 일반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싼 그림을 사고 파는 이 사람들이 이렇게 찜찜한 사람들이었구나” 생각하게 될 겁니다. 화가는 화상과 함께 이익을 나누고 그걸 지키려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구요.
 
정  특정화가 죽이기라는 얘기가 이전부터도 계속 나왔었어요. 어느 세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세력이 경찰과 화가 사이를 이간질한다는 거죠.
 
윤  영국 런던 크리스티가 회사창립 250주년이라고 합니다. 250년 전이면 우리나라 정조 시대인데, 250년 동안 수많은 가짜 진짜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일본 근대 미술시장의 기록을 보면, 컬렉터들이 ‘사람들이 다 가짜를 가져와서 옛날 물건을 사기 싫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들 업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걸려 있으므로 가짜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고 점차 발전시켜 오게 되는 겁니다. 미국에는 AAA라는 감정사협회가 있고, 일본은 유명 예술가의 직계제자 내지 가족이 승인하여 딜러끼리 거래를 하고 문제가 생기면 동경미술구락부의 5명 위원이 해당 분야 전문가를 불러 논의를 하도록 한 다음 이 5명이 진위 판단을 해 줍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단체에서 한국미술품감정협회 등의 기관을 지원하며 감정사를 양성하는 교육을 한다고 하는데, 국가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가짜가 많으면 화랑이 망할 테니 결국 본인들이 해야 할 인데 여기에 국가가 왜 큰 돈을 들여 사업을 하려하는지 모르겠어요.
 
정  공권력이 예술의 가치판단에 개입되면서 과도하게 법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해요.
 
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이라면, 그 사회가 공식적 전문가들의 권위를 무시하고 있는 겁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감정협회도 그 말에 권위를 가지고 있지 못한 거죠.
 
최  조영남 사건과 이우환 사건에 대해 왜 국가가 나섰는지를 모르겠어요. 누군가 계속 숨어서 고발하는 놈이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는지를 모릅니다. 미술계 내에 근본적인 암적인 존재들이 더 큰 문제긴 하지만,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해도 국가 공권력은 좀더 신중하고 이성적이어야 하는데 경찰이 더 설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예술품에 대해 국가가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텐데.
 
조  짝퉁가방 단속이 보도되듯이 언론에 끊임없이 얘기되니까요. 그런데 사실 실용품인 가방과 달리 예술품은 더 특정인들 특히 대중들이 이해할 때는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의 특별한 취미활동으로 이해되고 있고, 그러한 시각에서 위작문제가 다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김  “유명인들이 큰돈을 가지고 사기를 쳤다”는 조건은 탑뉴스가 될 만한 소재이기 때문이죠.
 
최  우리나라에서 이중섭 박수근 이후, 최근 20년 동안 일어난 사건들의 중심에 누가 서있는가, 그걸 생각해야 합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거래하는 사람들, 즉 화상들이 있고 그 상대로 공권력이 있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겠습니까. 탐욕에 찌든 몇몇 욕망가가 있다는 거죠.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애매한 놈만 구속되고 사건은 흐지부지 되죠.
 
김  인사동스캔들80, 인사동스캔들90, 인사동스캔들2010~~
 
최  근본적 원인은 이른바 안목과 권위를 갖춘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겠죠.
 
정  전문가가 없는 게 아니라 그 전문가를 향한 믿음이 생기지 않는 거죠.
감정협회 같은 곳에 감정을 의뢰하고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감정을 못 믿겠다면서 실력이 없다는 낙인을 찍습니다. 감정료를 내고 접수를 했을 때는 감정 결과를 믿으니까 결과 내달라 요구하는 거 아닙니까?
 
최  권위라는 것은 스스로가 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죠. 능력은 내면에서 수련되어야 하는 것이구요. 안팎으로 주객관이 합쳐져서 능력과 권위가 생겨나는 것인데 그것이 없는 거죠. 그게 생겨나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미술사학의 역사가 반세기에 불과하고 추사를 비롯하여 19세기 이전의 위대한 감정가들의 전통이 끊기면서 식민지 시대를 지나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갖지를 못하고 여기저기 야생마들이 성장을 해 나갔던 데 있습니다. 감정을 맡지 말아야 하는데 감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고, 그 키를 일부 화상들이 쥐고 있습니다. 상인들은 감정의 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데 이들이 감정의 키를 쥐고 있다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감정가협회를 경영을 하고 거의 제일의 권위를 가지고 국가 보조를 받아 감정가를 양성하고...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국가가 감정가협회를 간접적으로 지원해서 법인을 만들려고 한다는 겁니다.
 
정  미술품 감정가는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양성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조  개인적으로 토머스 호빙의 『짝퉁미술사』를 밑줄을 그어가며 정독했어요. 그에 따르면 메트로폴리탄이나 루브르 미술관도 수많은 위작을 가지고 있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도록에 표지로 실었던 작품이 가짜로 밝혀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떤 작품의 위작 여부를 정확히 밝혀내는 과정은 내부의 연구자와 오랜 기간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온 미술사학자에게서 이뤄지는 거지 협회에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한 부분의 공부를 오래 하다보면 보는 눈이 생긴다고 하는데, 10년 정도로 되는 것이 아니고 30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해요. 협회가 교육을 한다고 해도 길어봤자 3년 정도일 텐데, 그 안에서 개별 작가의 특성과 과학적인 분석 방법 정도나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토머스 호빙은 과학적 검사가 발달할수록 위작의 방법도 진화해서 감쪽같이 위조한다고 하면서 과학은 사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해요. 이를 구분해 내는 것은 인간의 안목밖에 없습니다. 하다못해 병아리 감별사도 오래 학원 다니고 훈련해야 되는데.. 미술품은 오감과 더불어 역사와 맥락에 대한 지식과 통찰이 다 통합되어야 가능하죠. 어떤 사람들이 교육을 통해 그렇게 완벽한 인간이 되겠습니까.

 
정  사실 감정평가원, 감정협회 등이 권위 있다고 생각하여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감정평가서를 내고 감정을 하는 단체는 30곳이 넘습니다. 듣도 보도 못하는 사람은 더 많습니다.
 
조  국립현대미술관 작품구입 할 때 작가에게 직접 구입하는 경우 말고는 감정가협회 등에 감정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팔려는 입장에서는 구입할지 안할지 모르는 경우인데도 몇 십 만 원을 들여서 감정서를 제출해야 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미술관에서 나중에 골치 아픈 게 싫으니 보증서를 첨부하라는 얘기인 겁니다.
 
정  국립현대미술관 뿐만아니라 다른 지방의 미술관 박물관 등도 감정서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자기 미술관에 수집하고자 작품에 대해 판단할 자신이 없으면 수집을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김  수 십 개의 감정 단체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공신력을 가지는 단체가 어느 단체인지에 대해서는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윤  우리가 집을 팔거나 살 때 담보를 맡길 때 등 가치에 대한 감정이 필요해서 감정평가원이 있고, 예전에는 한국감정원 국립기관이었지만 전두환 시대 민영화되었죠. 몇 군데 있는데 그 중에 두 세 개 골라서 평균냅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되죠. 어디가 정확한지가 문제인데..
 
조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감정을 한다는 문제는 워낙 여러작가와 여러 장르에 걸친 작품들이 있기에 몇몇 인사들이 확정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작가에 대해서만 작품을 연구하여 그 작품의 모든 것을 알고 진위를 가려낼 수 있으려면 수 년 아니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을텐데요. 
 
정  가장 신뢰한다고 생각해서 맡겼을 텐데, 그런데 감정위원이 누구인지 들여다보면 전혀 누군지 모르겠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신뢰가 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외국의 경우도 그렇고 감정가 협회로 움직이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프랑스만 국가공인 감정사제도가 있고 나머지는 모두 민간이 하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 AAA협회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5년에 한 번씩 엄청난 회비를 내야 됩니다. 이권단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아주 작은 것들에도 상속세를 매기기 때문에 이들 감정사들의 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외국의 경우 여러 개인들이 감정 평가 회사를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이 작품을 가지고 감정을 하고 싶으면 가장 신뢰할 만하다 생각하는 곳에 일을 주는 겁니다. 작품 감정 의뢰가 들어오면 그 회사의 인력 풀 중에서 전문가를 불러 모아 토론합니다. 결론이 안 나는 경우 추가 검토를 위해 과학적 분석 등의 진행에 들어가고 그 경우에 클라이언트에게 추가로 비용을 요청하게 되죠. 몇 년 씩 걸리기도 하구요. 우리의 경우 대개 감정 의뢰 들어오는 것들은 당장 사고팔 물건들이어서 일주일 안에 답을 내야 하죠. 3주 쯤 미뤄지면 오만 욕이 다 들어옵니다. 감정 결과에 대해 화상들이 감정을 주도하고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한 개인이 잘못된 감정을 하여 그것이 알려질 경우 파장이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특정 감정위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협박을 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협회라는 공동 명의로 하는 것입니다. 감정하는 상황 속에서는 누가 주도를 하건 간에 의견은 팽팽하게 마련입니다. 7명~15명까지 모여서 하는데 경우에 따라 세 사람까지 반대 의견이 나오면 결과를 안 내고 다시 논의합니다. 몇 번씩 다시 하다 안 되면 불능 처리를 하게 되죠. 진, 위, 감정 불능 이 세 가지 결론이 나게 됩니다. 일본은 ‘위’만 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진인지 아닌지는 알아서 하라는 거고 자신 없으면 얼씬 거리지 말라는 거죠. 결국 얼씬 거리는 사람이 많아서 문제인가 봅니다.
 
최  민간 기구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감정가 협회도 여러 기관이 모여서 하고..... 국가가 주도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정  국가가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감정 인력 양성이 안 되는 것입니다. 감정계 입문하려면 적어도 십년 이상 쫓아다녀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한 달에 감정으로 벌 수 있는 돈이 최저생계비도 안 될 겁니다. 그리고 국가가 채용하려면 공무원인데 나라에서 이들을 고용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겁니다. 지금은 다른 일을 겸하는 전문가들이 기꺼이 감정 업무들을 해내지만, 그걸 국가가 다 감당할 수는 없죠. 미술품 감정은 틀릴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국가에서 자격증을 준다면 누구에게 어떻게 줄 것인가도 논란이 많을 겁니다.
 
윤  부동산중개사는 수요가 많으니 공인자격증이 필요하지만 미술시장은 사실 규모가 굉장히 작은 동네입니다. 이삼천억 규모 밖에는 되지 않아요. 큰 돈이 오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몇 건 안 돼요. 이 거래에 공인자격증을 들이댈 만큼 신경 쓰고 돈 쓸 만한 동네가 아닙니다. 대우조선 같은 일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에요.
 
최  일 년에 외형 거래액이 사천억, 크게 잡아 구천억이라고 해도 도로 공사 사업 하나에도 미치지 못해요. 과도한 관심이 주어지는 게 사실이죠. 물적 재산권에 과도하게 국가가 개입해서 잘 그린 그림이냐 못 그린 그림이냐 따지고 있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거죠.
 
정  감정 교육을 시키는 것도 그래요. 위작하는 사람에게 방법을 다 알려주는 것과 다름없죠. 과학 감정이 위작을 더 정교하게 만들 뿐입니다.
 
조  실제 보테로의 경우 보테로가 위작 사건에 대해 나는 밑바탕을 이렇게 칠한다고 말한 이후 다 똑같아져서 위작을 가려내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하죠.
 
정  이번에 이우환 선생도 뭐 세 가지 섞는다고 얘기해서 앞으로 위작을 가리기 더 어려워질 거 같네요.
 
최  감정기구의 문제보다는 이해당사자와 경찰의 게임에 놀아나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민사와 다름없는 남의 재산 싸움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끼어들 필요가 어디 있을까요. 무엇보다 이해당사자들의 싸움판이 전문가들의 판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성장해야 하는데, 역사적으로 위창 오세창 선생이 돌아가시고 나서 감정 안목의 역사가 끝났다고 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20세기 후반 이후 최고의 안목이라 할 만한 전문가가 없는 게 사실이에요. 50년 정도의 학자 양성 조건에서 뭘 얼마나 기대하겠느냐만... 이런 현실을 생각해 볼 때 화상과 경찰이 설쳐대는 감정판을 도리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이제는 경찰도 손 떼고 인식도 변화해야 합니다. 전문가와 민간이 주도가 되도록.
 
정  진위문제가 이렇게 어려워진 데에는 작가들이 너무 성급하게 개입한 면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스캔들에 연루되어 귀중한 문화적 자산을 잃는 셈이에요. 전문가들도 신중하게 고민해서 말을 했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보지도 않고 기사와 사진만 보고 너무들 쉽게 얘기합니다. 먹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음식 맛을 평가하나요. 전문가 아닌 사람을 사회가 대접해주기 때문이죠. 모르는 분야를 나에게 물어보면 잘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는 게 맞습니다. 아는 척하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마추어나 삼류라는 증거죠.

 
윤  화랑에서 작품을 거래할 때 정확한 계약서를 써서 거래를 투명하게 하면 일차적으로 유통에서 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도록. 거액 세금 포탈 등 형사 사건과 연루된 화랑은 제명 조치하고.
 
정  사실 그런 화랑들을 제명해도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갑니다. 돈세탁 하려고 일부러 찾아가는지..
 
최  싸고 돈세탁도 되고. 약간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정  작품 이력제의 경우 가격은 신고된 화랑 주인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작품 이력제가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금액이 밝혀질 까봐 두려워서예요. 밝히지 않아도 되도록 해 주면 자연스럽게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거래와 소장자만 알 수 있는데, 250여년 동안 관행화 된 것입니다. 감정이 체계화가 되려면 일단 미술시장이 커져서 벌이가 되거나 외국 시스템처럼 철저히 자본주의적으로 개인이 온전히 책임지게 하거나 해야 될 거예요.
 
조  감정사를 국가가 양성하겠다는 계획은 이런 일들이 터지기 이전인 2014년부터예요. 국가가 감당할 수 없으니 그대로 감정가협회로 오겠죠.
 
김  다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관이 나서서 대책을 꾸려 신뢰감을 주는 기관을 만들어라, 그러면 문제시 되었던 그 사람들이 또 중심이되고, 다시 내려오면..
 
윤  일반이 감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전문가들이 조금은 톤다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술품 위작 문제는 화폐를 위조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고 이것은 기본적으로 민사죠. 관심 갖는 것은 자유지만 지나친 관심과 세금 투입이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최  우리 현실은 도리가 없지만 다만 감정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정리해나가느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내부에서 걸러주는 역할을 잘 하면 좋겠죠. 화상들이 그림을 제일 잘 보게 마련이죠, 생업이니까. 관계자, 전문가, 미술사 관련 업무 수행하는 사람들, 그걸로 (어렵게) 먹고 사는 사람들이 나서 줘야 합니다. 국가개입은 최소화해야 하구요. 전문가들이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서 운영한다면 현 단계에서는 최선일 것 같습니다. 지난 천 년 동안 미술품 감정에 대한 태도가 정리된 바가 없습니다. 감정의 역사를 정리한 연구자가 없어요. 다만 제가 파악한 수준에서 두 가지 태도가 있다고 봐요. 추사 김정희처럼 미술품의 평가에 대해 목숨 걸고 엄격하게 보는 사람들과, 정반대로 동시대 조희룡처럼 ‘진짜 가짜의 문제는 우리가 목숨 걸 일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조예가 어떤지가 중요하다’는 유연한 태도.
지금의 난리는 엄격하거나 유연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돈에 목숨 거는 태도죠. 추사는 예술의 역사를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목숨을 걸었던 것이고, 조희룡 선생은 진위가 아닌 조예 심성 문제였는데 두 가지 태도 모두 사라지고 오직 이것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를 조급하게 따지는 거죠. 그런 식의 진위 여부는 이해당사자에게만 중요한 것이고 미술품의 가치 평가는 인간 영혼의 과제이기 때문에 결정이 안 나더라도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얘기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정  유명한 뉴욕타임즈 필자인 미술평론가도 짝퉁 걸어놓으면 어떠냐, 즐기는 사람의 마음이다 라고 한 적이 있어요. 옛날 달력 좋은 그림 오려다 액자해서 걸어 놓는 우리 할머니들 마음인 거죠. 가짜면 어떻습니까. 그런데, 보는 일반들은 관중의 입장으로 가짜이길 바래요.
 
최  사실 가짜이길 바라고 고소해 하는 면이 있죠.
 
김  “부자가 비싸게 산 그림이 가짜다”하는 게 재미있는 거죠. 그런 심리 아닐까요.
이왕이면 이우환 같은 유명 작가 말고 젊은 작가들이 이슈가 되면 어떨까도 생각해봅니다. 어린 세대의 작품이 대들만한 가격대에서 떠들썩했으면 하는 개인적 생각이 있어요.
 
조  대중이 관심이 많다는 걸 느낀 것이, 십 년 이상 연락 안했던 다른 분야에 계신 선배님께서 갑자기 미술에 관심을 보이시며 연락을 해서 웃은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대중적 환기가 지속될까 싶기도 하고, 누군가는 도덕성 증명을 위해, 누군가는 이익을 위해 기를 쓰고 다투는 그런 문제를 보면서 자본주의 폐해를 예술이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위작의 역사야 워낙 오래된 문제인데 말입니다. 오래 전에는 잘 그려서 좋다, 그러면 받아들여졌다가 가짜라는 사실로 시끄러워진 것이 르네상스 시대이고, 그 시대는 역시 금전의 시대입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사라지고 오로지 돈으로 환산되는 가치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이제 우리 시대로 끝나야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많은 원본 없는 작품들이 있고, 3d 프린터를 통해 고흐 그림의 터치까지 그대로 출력해 낼 수 있는 시대에요.
 
김  개념미술 언급할 필요도 없이 젊은 작가들 중에는 복제 자체가 무의미한 작업이 많습니다. 미술 자체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대예요.
 
정  그런 작품들은 그런 작품대로 가고. 따블로로서의 회화도 존재하고, 더 다양해 질 겁니다. 논란이 유의미한 동네는 정해져 있을 거예요.
 
윤  미술사로 보면 소중한 분들인데 이 일로 인해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은 게 안타깝습니다. 사건과 떨어져 보니 미술품과 감정, 위작에 대해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존재하네요. 미술과 미술품에 대한 이해의 깊이에 차이가 있는데, 감정의 문제에 너무 흥분하지 말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술계에 긍정적인 관심이 많아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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