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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노암의 현장제언] #3. 故이대원 선생님의 10주기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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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대원 선생님이 소천하신지 10주기이고 내년은 백남준 선생님의 10주기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생을 마감하며 비로소 예술 활동을 접는다. 나는 백남준 선생님을 직접 뵌 적이 없어서 그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이 없다. 1984년 위성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늦은 밤 직접 보았다는 경험 정도이다. 백남준 선생님을 추모하는 행사가 많이 준비되는 것을 보며 상대적으로 잊혀져가는 이대원 선생님을 추억하게 된다. 


이대원 <농원> 캔버스에 유화 80x120cm 1999


이대원 선생님으로부터는 80년대 말 미술대학을 다니던 무렵 한 학기 누드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마치 선생님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당시의 기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만은 조금 전 벌어졌던 일처럼 선명하다. 당시 선생님은 외과의사처럼 하얀 가운을 입고 학생들을 조용조용 지도하셨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그러했다. 당시 나는 한국 여성들의 성과 노동을 착취하는 현실에 관한 책을 읽던 중이라 누드모델을 그리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누드의 팔에 뱀 문신을 그려 넣었다. 선생님은 놀라셨는지 얼굴을 굳힌 채 이러저러 설명을 하시면서 뱀 문신을 지우는 것이 좋다며 설득하셨다. 나는 뱀 문신이 공격적이라서 맘에 들었지만 원로교수가 점잖게 이야기하는데 거절하기가 어려워 뱀 문신을 지웠던 것이다. 아마도 선생님 세대에게 문신이란 도발적이며 불편한 문화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억은 가역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의적이어서 최근의 일보다 과거 언제가 기억이 더 명확하게 기억한다고도 말한다.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다운 사건이 많지 않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허전할 것인가. 기억은 사건의 기록이자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무늬이다. 

그 후 가끔 뱀 문신을 지운 사건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내가 작가로서 자기 확신이 부족하지 않았나 자책하기도 하였고 또 한편으로는 예술분야에서 이미지의 선택과 표현은 매우 관습적이며 문화적 맥락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어찌 되었든 그 사건을 통해 나는 이대원 선생님을 더 친근하고 더 선명하게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다.


김노암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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