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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 雜담] 정부의 중장기 계획, 옳은 방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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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산업 중장기계획 2014-2018> 중 미술시장 부분에 대하여

정준모(인디펜던트 큐레이터), 최열(미술평론가), 조은정(미술평론가), 이재경(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변호사), 윤철규(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
2014. 10. 1





윤철규(이하 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한국미술에 대해 중장기적 진흥계획을 발표해서(<미술산업 중장기계획 2014-2018>*)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습니다.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국가정책에 어느 정도 호응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오비이락 격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어진 미술품 경매가 좋은 성과를 얻었으며 관련주도 올랐다는 얘기까지 들립니다. 미술 인프라에 대하여 적절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는 하는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 계획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있거나 부분적으로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생깁니다. 오늘은 9월24일 발표된  이 중장기계획을 놓고. 좀 더 얘기를 해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어드바이스를 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조은정(이하 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순환 미술환경 조성을 위해서 미술진흥책으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의 중장기 계획서를 내놓았고, 우리가 정부의 계획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계획서를 통해서인데요, 계획서만 놓고 그 추진배경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계획서의 시작은 문화산업에 대한 책자에 늘 적혀있는 글 그대로이고,  미술이 산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전제 아래 얼마에 팔릴 수 있겠는지를 염두에 둔 계획이라고 보여집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러한 방향의 정책을 세우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의문이 들어요. 문화산업 중 기초 예술이 갖고 있는 특성을 명확하게 파악했는지 의문이고, ‘미술 분야 발전 방안’이라 했을 때 정말 미술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시스템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데, 보고서 전반은 그저 리포트 수준인 느낌이었습니다. 기금 신청을 받아 조금 나누어 준 사업도 정부에서 사업을 해낸 것처럼 쓰인 보고서 같아서 약간 당황스러웠어요. 실질적인 미술문화진흥을 위한 중장기계획이 맞는 것일까요.




최열(이하 최)   문화체육관광부가 여전히 방향을 잘못잡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원이라는 것이 주로 화랑에게 돈을 주겠다는 식의 얘기로 보입니다. 이미 화랑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액수를 76억으로 늘려 공식적으로 주겠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기업에게 돈을 주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죠. 지금 법인세도 그렇고 기업의 대출이자도 그렇고 경제를 살린다는 대책들이 모두 기업에 유리한 방향만 추진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근본적으로 미술진흥을 위한 중장기계획이 아니라 화랑들을 위한 중장기계획이라고 해야 될 거 같습니다.

정준모(이하 정)   문화체육관광부가 9월24일 이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 신문들의 보도는 ‘미술시장 활성화’ 측면이 강조되어 나갔습니다. 언론사 편집국장들도 최열 선생님과 비슷하게 봤던 거죠.

  원론적으로 국가는 국민 세금을 이용하여 정책을 운영하게 되니, 미술 시장이라기보다 전체 인프라를 구축하는 면에 힘써야 하는 거죠. 산업 분야라면 공장을 짓는 게 아니라 도로를 놓는다든가 항만 시설을 갖춘다든가 하는 기반시설에 투자를 해야 하는 거죠. 문광부가 미술시장에 돈을 직접 풀 것이 아니라 국공립미술관 예산을 늘려 좋은 작품을 많이 구입하게 하고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면 해결될 일을 왜 그런 식으로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미술품 구입 문제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미술은행과 나누어져 있다는 점도 있고... 일단 미술을 진흥시키기 위해서 국공립 미술관이 살아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적습니다. 미술관의 작품구입 예산이 극히 한정적이고 이것이 결국 감사 대상이 되다 보니. 장래를 보고 가능성 있는 작가 작품을 뚝심있게 구입한다거나 미술관에서만 전시할 수 있는 작품들을 들여오는 데 제한이 많습니다. 작품구입한 근거를 대자니 일단 시장에서 검증이 된 작가 작품만 구입하게 되구요. 

  검증이 아니라 대중에게 인기 있는 작가의 작품만.

  결국은 그게 한국미술의 작가 층을 얇게 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깊이 있게 미술계 내부 담론을 생산해 내는 게 아니라 인기 있어야 미술관에도 들어가고 개인에게도 소비되고 말입니다. 미술관의 역량을 믿고 구입 자금을 미술관에 책정해준다면 발전적 계획이 가능해 지고 젊은 작가들도 성장할 수 있는데, 그런 환경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장기 계획이라고 내놓았는데. 인프라 구축 보다는 유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당황스럽다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정책을 만들어 본 경험으로 얘기하자면 예전에 했던 것들의 짜깁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라진 내용이 하나 있다면 구체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한 작품가격 산정을 문화체육관광부 내에 두겠다는 것인데.... 그동안 학자들이나 미술계 법조계 경제계에서 계속적으로 논의한 바가 있는데 그 보고서들을 읽어나 보고 작성한 계획서인지, 정말 사전조사나 미술계 동향 파악 없이, 전반적인 이해도 부족한데다가 세부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고 워딩만 나왔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정책을 만든 사람들은 나름대로 노력했겠지만 이 미술동네에서 오랫동안 지켜봐 온 전문가 입장에서는 미술계 사정이나 미술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상당히 나열식으로 된 정책들이라는 판단입니다. 또 마치 정부가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서술해서 그 부분은 분명히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술문화를 진흥, 육성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없습니다. 목표가 분명해야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건데. ‘그래, 이렇게 해서 뭘 얻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게 되죠.  새마을 운동의 성공 이유는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에 들어있어요. 목표가 분명하니 토를 달 사람이 없었던 것이죠.

  미술문화 진흥육성 계획을 세운 이유는 2014년 2월 13일에 대통령께서 미술분야 발전방향을 강구하라 지시했기 때문이죠(웃음).

  그렇다면 그 지시의 배경은 뭐고 대통령의 생각이 어땠는지라도 생각해 봐야....

  정책 수립자들의 입장에서는 미술분야 발전 방향 중 미술시장 분야에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한 것이고, 그래서 미술 시장 발전안을 내놓았다고 보여집니다. 단지 제목이 내용과 안 맞아서 문제였던 거죠.

  계획서 중 창작 활성화 여건 조성 중 국공립미술관 전시할 때 ‘작가 보수 제도’ 즉 Artists' fee를 2015년 도입한다고 하는데, 미술관 측이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하면 전시 자체를 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실정에 맞을지...

  지방 국공립 미술관들은 예산 자체가 굉장히 적어서 작품 전시를 할 때 보험가 산정조차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정된 아티스트 피를 준다는 것이 현 예산으로 가능할까요. 일 년에 전시를 한 건 밖에는 하지 못합니다. 지난 해 젊은 작가들 사이에 아티스트 피가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는데, 전시를 위해 신작을 제작했을 때만 아티스트 피를 제작비 일부 지원 형식으로 지급했는데, 옛날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어요.전시를 위해 신작을 제작했을 때만 아티스트 피를 제작비 일부 지원 형식으로 지급했는데, 옛날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어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에게 아티스트 피를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실정에 대한 토로였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신작을 제작할 경우에는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지요. 아티스트 피에 대한 작가들의 요구는 당연한 일임에도 전시를 하는 미술관의 예산부족이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고 예산에 반영시키지 않는 인식부족도 문제인 것은 사실입니다.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이라고 하면 미술이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이끌어갈 것인지 방향을 세운 후에 각론에 들어가야 되겠지요. 흐름별로 보면 창작, 유통, 향유 이 세 가지 구분은 잘 되었지만 특히 유통에 집중된 느낌입니다. 그러하니, 오늘 이야기도 그쪽으로 좁혀서 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창작과 향유 부분은 제하고 ‘유통’ 부분에 집중해서 이야기해 보죠. 오늘 법조계 전문가 분도 모셨으니 얘기도 듣고. 
저는 시장진흥 계획에서 의욕은 십분 인정하나 방향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정책을 제안하고 감독하는 기관이어야 하는데, 발 벗고 나서서 직접 사업의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업 주체가 정책을 이끌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인덱스를 만든다는지. 레조네 작가를 선정한다든지 이게 문광부가 할 일일까요?

  문광부 할 일이 아닌 것부터 짚어볼까요?

  거래정보 온라인 제공 같은 것이 그런 예가 되겠죠.

  거래정보 같은 것들은 이미 시장에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데 정부가 뛰어들면 나머지는 다 죽게 됩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민간이 하는 일을 정부가 침해할 것이 아니라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해야죠. 정부가 나서서 그림사주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화랑이 결국 피해를 입고 시장이 무너지게 됩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화가 직거래장터 만든다는 얘기들도 하는데, 직거래 장터로 화랑이나 경매회사들이 죽으면 장기적으로 미술시장에 도움이 될 리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권은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무궁무진한 거잖아요. 국장이나 장관이 바뀌면 정책은 슬그머니 사라지게 마련인데 지원을 받고 살아오다가 뚝 끊기면 자생력 없는 미술시장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항에서 살던 물고기는 밥을 안 주면 죽는 거죠. 그때까지 투입된 막대한 예산은 말짱 도루묵이 되구요. 정부가 직접 관여할 부분과 간접 지원해야할 부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도나 시스템을 세우는 것에 집중하여야 합니다. 돈 나눠주는 것을 지원이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미술품 거래 가격을 투명하게 하고자 한다는 정책에도 문제가 좀 있어 보입니다. 미술품의 가치라는 것이 작가별로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데, 거래정보 온라인 시스템, 미술품 거래 가격 투명화로 획일적 기준 마련이 가능하다는 생각인 건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우리 사회에서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닙니다. 

  정부에서 온라인 거래 DB 구축을 하려고 한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죠. 하고 있는 업체를 지원한다든가 하면 몰라도. 이미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하고 있습니다. 모든 미술품 거래의 정보를 입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술주간 행사 아트위크를 한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현재 미술인의 날 등 행사가 있습니다. 상도 주고....

  뉴욕에 아트위크 주간이 있어서 소규모 아트페어가 되는 것을 벤치마킹 한 듯한데...

  뉴욕의 경우 평소에는 프라이빗 갤러리에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가 없으니 아트위크 행사 주간이 필요한 거죠. 많은 갤러리들을 아무런 예약 없이 아무 때나 관람할 수 있는 우리와는 너무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나온 정책이 뉴욕의 아트위크인데 이를 우리에게 단순 적용한 듯 싶네요.

  미술 행사가 단순한 기념식과 시상식 중심이 되지 않게 보완할 방법이 나와야 될 듯하네요. 

  각 지역별로 미술행사가 너무 많아서.. 정돈하고 보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술시장 가이드북은 어떻습니까?

  미술품 살 줄 몰라서 안 사는 건가요? 돈이 없거나 안목이 없어서 못 사는 거죠. 가이드북이 큰 실효성이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이재경(이하 이)   외부에서 봤을 때 결국 미술 시장에 못 들어가는 것은 가격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라고 해야될 듯합니다. 미술품을 산 후 이게 제 가격으로 산 게 맞는지, 시간이 지나고 가격이 올라갈지 그런 것을 판단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투명성 얘기가 나온 것이겠지요.

  미술품을 향유하기 위한 관점에서 안목에 자신이 없는 것이고. 또 투자 관점에서도 성공할지 판단에 자신이 없으니 진입을 못 하는 것입니다. 

  향유를 하면서도 금전적으로 혹 큰 손해를 볼까봐 걱정을 하고 합당한 가격인지 자신 없다는 것이 안목이 없다는 것이죠.

  가이드북을 만든다면 서울아트가이드나 아트프라이스 같은 곳에서 만들면 되는 것이죠. 굳이 국가가 나서서....

   이미 미술계에서 다 하고 있는 것들도 실적으로 넣어 놓은 게 많네요. 우리는 미술계 내에 있으니 무슨 소리야. 하는데. 미술계 밖의 사람들은 생각이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정부가 국민들을 너무 지도 편달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정부가 미술관을 믿고 예산을 주고, 미술관이 미술품 구입과 전시에 자신이 있고 청렴결백하게 일을 진행하기만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 공립미술관들도 지방정부가 공립미술관의 작품구입비를 배정하고자 하면 3중 4중 5중으로 스크린하게 되고, 책임을 안 지려하면 일이 진행이 안 되는 거죠.  책임을 질 각오로 일을 하면 그럴 일이 없는데 말입니다. 미술장터도 그렇습니다. 미술장터를 개설한다고 미술품 소장문화 확산될까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좋은 데다 미술품을 건다? 광장에다 천막치고 걸 건가요? 그림을 그렇게 대접해도 될까요? 디지털 미술시장 활성화라고 하는데, 현재 인터넷 경매와 오프라인 경매는 질과 예술성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림이면 무조건 똑같은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삼각지 그림 대하듯...

  삼각지 그림도 보고 삽니다.(일동 웃음)

  해외미술시장 개척 지원에 대해서도 지원방식을 공모형으로 바꾼다고 되어 있는데, 공모할 필요도 없는 거예요. 해외의 A급 아트페어는 가고 싶어도 그쪽에서 거부해서 못 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기 어려운 십대 아트페어를 정해놓고 그 아트페어에 참가확인서를 받아오면 지원하도록 했었는데, 그렇게 하니 특정 화랑만 간다는 비판을 들었죠. 하지만 잘하는 곳을 지원할 수밖에 없어요. 좋은 대학 간 놈한테 우리 동네 장학금 줘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그런 지원은 이미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미술품 소장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그림을 사거나 상속할 때의 세제 개선사항을 맨 끝에 조금 써 놓았는데,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이야기 없네요. 기부활성화 부분도 그렇고...

  양도소득세 때문에 미술품 시장이 위축된 바가 있으니 세제 혜택과 맞물려 진행되었어야 되는데 그 부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거죠. 영국 프랑스 미국 스위스 모두 그런 식으로 병행되어 지원이 되고 있습니다.

  미술품에 관한 세제혜택에 대해 아는 사람 얼마 안 됩니다. 미술품 양도소득세는 기사화되어 전 국민이 다 아는데, 기부할 경우 세제 혜택에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홍보가 안 된 건가요?


  사실 세제혜택 자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미술품 기부를 할 수 없게끔 되어 있어요. 기부가 제대로 되려면 미술품 가치평가가 되어야 하는데 국세청 훈령도 있지만 시가를 평가할 수 있는 사례가 없습니다. 인프라도 없고 사례도 없으니 기부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받는 사람도 어느 정도를 기부받은 것인지 책정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죠.

  세금 혜택을 위해서는 가격 산정이 민감한 부분일 수밖에 없는데, 부동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잖아요. 부동산의 경우는 감정 업체들은 민간 업체들이고, 감정업체의 평가액을 가지고 국세청에서 그 감정가를 이용해 자료를 만듭니다. 토지감정가의 경우 시가의 60% 정도 선에서 매겨지고 그런 기준 하에서 세금을 매기니 실거래가보다 낮게 되고 이의가 없게 되지요. 미술품도 마찬가지죠. 미술품을 감정시 복수의 기관에서 감정을 받아 엉터리를 걸러내고 나머지를 평균내서 그 이하로 하면 문제될 게 없습니다. 그런데 국가기관 내에 이러한 부서를 만든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미국의 경우 IRS, 즉 국세청과 납세자 사이에 문제가 될 때 서로 감정 평가자료를 제출하여 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내립니다. 이렇게 쌓인 사례들이 최종평가시에 판단 기준이 됩니다. 단, 미국 세법 기준에 어떠어떠한 감정이 유효한 감정인가에 대한 기준은 있습니다. 감정기관의 자격이라든가.. 우리에게는 그런 규정이 없는 것이죠. 

 우리 사이트에도 감정 의뢰를 하면 70~80% 답을 드리게 되는 무료감정 서비스가 있습니다. 한국미술 이해를 넓히기 위해 민간의 이런 다양한 서비스 제공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감정기관 설립요건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죠. 감정사나 기관에 대해 기준 요건을 충족하면 라이센스 발급해 주는 등의 일을 해야죠. 감정기관 업체에 따라 그 결과를 복수로 취합하면 계속해서 데이터가 쌓일 것입니다. 

  윤철규 선생님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이런 것이 요즘 가장 큰 화두인 일자리 창출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만일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해버리면 일자리 몇 백 개를 잃는 겁니다. 

  가격에 대한 정당성이 보장된다면 세금을 물릴 수도 있고 혜택도 줄 수 있고. 

  감정회사의 자격 요건을 법령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 법령에 해당되는 사람은 누구나 다 만들 수 있게 하고, 신뢰도에 대해서는 공개 경쟁을 통해 사회적으로 걸러지게 하고. 

  미국 세법에도 감정 요건과 평가 방법의 기준만 맞으면 어디서 하더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국세청 감정가와 미술품 감정가가 다를 경우 법원에서 판단하게 되는 것이구요.

  미술품감정평가위원회를 문화부 내에 둔다고 하는데 이게 상시기구인지. 국세청 훈령에도 평가위원회가 있지만 소집되었다는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문화부 내와 국세청 감정평가 위원회 의견이 상충되었을 때는 어떻게 할 건가 등 좀더 세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내에 평가위원회를 두는 것은 좋지 않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위원회 명단을 공개해야한다고 봅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감정 가격을 국가가 통제하게 될 위험이 있고... 몇 년 전 국가가 감정 진위 판단한다고 했다가 난리가 나서 폐기한 적도 있는데 말입니다.

  예전부터 미술관에 작품 기증한 사람에 대해 훈·포장 해달라고 청원했었는데 한 적이 없습니다. 작품을 대규모로 기증하면 특별전시회를 열어주고 미술관에 무료입장을 하게 해 주죠.(웃음) 기부했을 시에 세제 혜택 확대를 검토한다 하는데, 현재도 30% 주도록 법적으로 되어 있는데 안 주고 있습니다. 벌써 십 여 년이 되었는데 이렇게 진행되지 않는 것은 정부 부처간 칸막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관련부서는 이렇게까지 만들어 놨지만 국세청은 세수가 줄어들 우려 때문인지 해주지 않습니다. 미술품 기부는 대한민국 기부의 0.0005%정도도 차지하지 않을 텐데... 상징적 의미로 해주지 않는 것이죠. 조세당국과 협의하며 풀어야 하는데...  세금을 매길 때는 형평을 따지고 감면해 줄 때는 불평등하고.

 징세관련된 것은 국가적인 컨센서스가 있지만 세제 혜택에 대해서는 국가가 먼저 얘기 꺼내기 어렵죠. 미술품은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있어 감히 국세청 감세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겁니다. 그림이 우리 생활에 필요한 것이고 세제혜택을 통해 미술품 향유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위한 캠페인에 주력해야 가능합니다. 

  세금 관련된 것들도 지난번에 통과된 문화예술후원활성화법과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사무관과 연락하여 일을 진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전체적으로 사업 위주로 구성된 계획안이라는 점과 발전 목적부터 정해야 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향후 미술정책을 만들 때 과연 이 정책을 통해 정말로 미술의 질을 높일 것이냐 수혜의 폭을 넓힐 것이냐를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하려고 아니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됩니다. 

  미술시장에 대해 국가적인 관심을 기울였다는 데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각론에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소홀한 점들이 있는데, 정책 발표 후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술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생각할 분위기를 만드는 데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미술품 가격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문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것과 관련된 문제를 이 보고서 자체는 충분히 인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출발선을 시장 투명성에 놓으니, 그를 위해 심사할 사람이 필요해지고, 교육이 필요하고 누가 하는지의 문제가 생겨나고, 공공성을 위해 국가가 나서고.. 이런 도식이 만들어 진 것 같은데, 미술품 거래는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다양한 모습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획일화되서 틀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미술 시장의 흐름에 맡길 부분이 있고, 민간 영역에서 해결될 부분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 투자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빨리 파악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좀더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구요. 다 만들어진 다음 공청회를 열지 말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그것이 공개되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습니다.

  총론적인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입장이지만, 계획안 내에 미술 진흥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 지원하는 정책적인 면은 세금에 대한 언급 외에 없는 듯합니다. 저작권이라든지, 논의는 이르지만 추급권* 등에 대한 정책적 고민의 흔적이 없습니다. 저작권이 문화콘텐츠 산업의 핵심이고, EU와의 FTA를 앞두고 추급권이 문제될 것이 뻔한데도 그에 관한 연구라든가 산업 기반에 대한 것을 크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민간이 해야 할 일들, 국가기관이 해야할 일들에 대한 분별력이 없는 내용이 가득하고 지나치게 잡다합니다. 특히 감정을 정부기관에서 하겠다는 발상이나 화랑 등 미술 장사한테 돈을 퍼주겠다는 발상은 빼 버렸으면 좋겠네요.

  오늘 중장기 계획 중 미술시장만 얘기했으니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 생각을 개진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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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기계획 원문 첨부 http://blog.naver.com/dikai/220146394838
* 추급권 : 미술품이 한번 팔린 후 재판매되어 소장자가 바뀔 때마다 작가들에게 일부의 수수료를 주도록 하는 근거가 되는 권리. 작가에게는 영원한 소득 원천이 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시행되고 있으나. 미국은 일부 주에서만 시행되고 있고, 아시아는 아직 추급권의 개념이 없다. 
정리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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