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오후 1시 정준모 최열 윤철규
윤철규(이하 윤)
지난 40년간 우리 문화예술계를 지원해 온 문예진흥기금이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재원이 고갈되어 가는 문예기금을 폐지하고 대신 매년 문화체육관광부 일반회계(국고)로 예산을 편성해 문예 진흥 사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 확정된 안을 알지 못하는 상황임을 감안해서 가볍게 문예진흥기금과 기금을 운영해 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정준모(이하 정)
이 문예진흥기금은 1973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문화예술진흥법과 함께 만들어진 것이죠. 그래서 영화를 볼 때에도 그 값에 기금이 포함되어 있었고, 미술관 공연장 입장료 등에서도 내도록 해서 모으다가 위헌 심판을 받고 모금방식이 바뀌어, 국고에서 지원 받고 로또 등으로 기금 수입을 삼고 있습니다. 현재 기금이 씨드머니도 없는 데다 은행 이자 등이 약해져서 운영상의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원금에서 조금씩 떼어 사업을 하게 되고 보전을 못 했죠. 기금이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기금 때문에 예술가들이 자생력을 잃은 면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제기되니 일반 회계예산으로 넣고 국회 심의를 받아 예산을 배당받아 쓴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들의 생각이나 의견 등이 개입되고 예산 통과도 늦어지기 일쑤잖아요. 타이밍상 차기년도 사업을 하기 어렵게 되는 면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정치적으로 예속될 가능성도 있고 말이죠. 문예진흥기금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고민 없이 기금이 모자란다고 무조건 없앤다 하니 문제인 거죠. 문화부 예산에 편성될 텐데 그렇지 않아도 문화부가 문화예술에 대한 정책없이 사업만 구상한다는 비판을 받는데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어떤 기능을 하게 될지, 국회의원들이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경우 지역, 연고 유착이 심해질 수도 있고 특정 단체가 이익이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윤
영국의 경우 위원회 즉, 브리티시 카운실은 예술계를 자율성 보장해 주면서 지원하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사실상 민간주도라고 봐야죠. 이를 벤치마킹 한다고 하면서도 정부가 직접적으로 예술계 지원을 좌지우지 하게 된다는 것은 돈 문제보다도 자율성 훼손 우려가 크다고 봅니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심사해서 지원할 분야와 육성할 분야 선정하도록 하는, 민간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를 살려야 할 듯해요.
최열(이하 최)
문예진흥기금 지출을 위해 문화예술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 현재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문화 예술인에게 직접 현금이 나가는 비용보다도 위원회를 운영하기 위한 경상비 및 직접 사업운영비용 따위가 기금운영 전체 비용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기관을 없애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1)
정
정
문화예술위원회가 근무나 복지 조건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긴 했지요. 현재는 지방자치제를 하면서 지원업무를 시도 문화예술위원회에 이양한 부분이 많아졌지만 중앙의 문화예술위원회 인원이 줄어들지는 않은 것으로 압니다.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경영합리화 같은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윤
일단 기금 부분에 대해 손을 대기 위해서는 기금의 운영에 대한 평가가 정밀하게 이루어지는 단계가 선행돼야 합니다. 제대로 된 평가도 없고 공론화 되는 과정도 없었잖아요?
최
기관에 대한 평가도 없이 정부 주도의 지원으로 바꾼다는 얘기는, 지금으로 봐서는 근본적인 처방이라기보다는 대증요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
위원회가 민간 형식으로 가면서 예전만큼 문화부가 위원회를 컨트롤하기 어려워진 면도 있었는데....
최
권력을 회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하네요.
정
이 기회에 과연 문화예술위원회가 과연 문예발전에 얼마나 기여를 했나 따져봐야 하고, 지금까지의 방식이 최선, 최상인가 논의를 해봐야 합니다. 경상경비를 줄이기 위해 경영혁신을 위한 시도는 있었는가, 문예진흥기금이 과연 민족문화창달에 한 역할을 했는가, 현재에 타당한 구체적인 꼴과 미션이 있는가. 이런 것들을 따져보고 나서 기금이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하겠죠. 그러면서 중앙정부가 어떻게 지원하고 기여하고 육성할 것인가도 안이 나와야 되는 것이고.
최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구체적인 면에서 섬세하게 방향을 제시할 수는 없겠죠. 그런 부분은 전문적인 분들이 해 주셔야 하는 것이고. 단지 몇 십 년간 미술계에서 활동하면서 지켜본 내 입장에서 말할 수 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말한다면 말입니다. 문예진흥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포괄적으로 20세기의 위대한 예술품들이 이쪽의 지원받고 나왔나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단순하게 말해서 토지, 태백산맥, 사람의 아들같은 작품들, 백남준, 이응로, 김환기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자면 문예진흥원, 문예진흥위원회 따위의 지원으로 나온 결과물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무의미한 투자였을 수 있어요. 늘 이야기하는 것인데 결과에 대한 보장이 없는 사전 지원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모릅니다. 크게 보면 본질적으로 이런 식의 문예진흥 정책과 사업, 이런 식의 지원은 국민 세금을 엉뚱한 데다 낭비하고 있다고 봅니다.
정
세월호 사건 후 국가 개조를 한다고 하는데.... 나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문화예술위원회 이것도 1973년 정부주도로 고도성장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정책이고, 관주도로 문예 지원하던 영국, 프랑스의 예를 벤치마킹한 것이죠. 지금 시대가, 여러 가지 상황들이 엄청나게 바뀌었는데도, 40년 전에 만들었던 기관의 성격, 행태, 방식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문예진흥기금을 돌려야 될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새롭게 세계 10대 경제국가에 걸맞는 문화정책 수단으로서 문화예술위원회의 위상이나 나름의 성격들을 분명히 되짚고 만들어나갈지 공론화되어 함께 찾아봐야 됩니다.
윤
문화예술계에 지원되었던 이러한 혜택들이 사회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는가 냉정히 살펴봐야겠죠. 위원회의 역할 틀을 다시 짜야 되는 시점인듯 합니다.
최
위원회를 아예 새롭게 했으면 좋겠어요. 일단 지금 위원회를 해산하고 전혀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여 독립된 소규모의 위원회로 운영할 수 있는 방향을 고려했으면 합니다.
정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되어야하겠죠. 위원회 쪽에서는 기금이 고갈되면서 예산으로 지원이 이뤄지는 방식이 옳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옳다 옳지 않다 얘기하기 전에 스스로 개혁의지를 보이고 대안 등을 적극 마련하려는 노력을 먼저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문예기금이 만들어왔던 것에 더하여 이러한 비전을 가지고 성과를 더 낼테니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세요, 하는 게 맞겠지요.
최
문예진흥위원회 직원들이 모두들 무조건 정년 보장되는 편안한 자리가 아닌 연구직으로 전환하여 치열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업비 중에서 경상비와 직접 사업비용으로 들어가는 비중을 극단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예진흥기금의 지원은 사후지원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2~3년 장기 사업은 별도로 해서 예산 배정 항목이 따로 나오면 됩니다. 일년에 몇 천억이 쓰일 이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성과가 없으면 그 해에 조금 쓰면 됩니다. 관행적으로 눈먼돈이 쓰이는 행태는 최소화해야지요.
윤
예산 시스템 문제로 시작된 얘기였는데, 위원회 역할 규정이 큰 일이라 느껴지네요.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문화의 성격이 크게 바뀌고 있고. 국민행복 차원에서, 극빈층인 종사자의 생계를 지원하는 부분에서, 프로모션해서 문화적 자산을 늘리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지원책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흥기금을 콩가루처럼 분해해서 나눠줘버려 아무 효과가 없게 하는 것이 아니라.
최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문화예술에 지원되는 부분이 있으니 중앙에서의 지원은 이와 겹치지 않게, 국가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의미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겠지요. 2중지원되고 엉망입니다. 슬슬 새어나가는 국민의 돈이 너무 많아요.
관이 비대해지고 관료자본주의 국가가 되어가요. 각 기관의 장이 직원 하나도 어떻게 해 볼 수 없고 예산 항목도 못 바꿉니다. 모두 관료들이 쥐고 있어요. 그렇다고 기관의 장에게 마음놓고 맡길 수도 없는 형편이고... 진흥기금도 어쩌면 본부와 위원회 사이의 권력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정
관이 비대해지고 관료자본주의 국가가 되어가요. 각 기관의 장이 직원 하나도 어떻게 해 볼 수 없고 예산 항목도 못 바꿉니다. 모두 관료들이 쥐고 있어요. 그렇다고 기관의 장에게 마음놓고 맡길 수도 없는 형편이고... 진흥기금도 어쩌면 본부와 위원회 사이의 권력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정
적어도 기금에 대한 주장을 내기위해서는 위원회에서 지난 40년 동안 본인들이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게 대차대조표 작성해 보고 기금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해서 대안을 내어야 합니다.
최
문예진흥위원회를 어떤 식으로 개편하건 또는 지금체제를 존속시키건 간에 직접 사업을 펼치는 기능은 모두 폐지하고 그야말로 지원행정만 하는 기능만 남겨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 건물이나 인원을 대폭 축소할 수 있을 겁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소수의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국가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 박물관, 미술관의 수준을 드높이는 척도는 소장품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기관들의 작품 구입비용은 너무 작단 말입니다. 결국 유물 사는 데 돈쓰지 않고 직원 월급 주는데 돈을 쓰고 있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국민세금을 쓸지 고민해야죠. '기금 고갈시켜, 어차피 눈먼돈 굴러들어오게 되어 있어' 생각하면서 써 버리면 안 됩니다.
윤
원칙적으로 기금의 국고지원화를 찬성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더 이전에 문화예술위원회 내부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기금을 고갈시킨 단체에 반성없이 또 국가지원하게 되지는 않아야 하구요.
정
국고 출연할 생각 이전에 안정적인 수익창출 방향 모색을 먼저 해야겠죠. 힘든 일이긴 하겠지만 그래야 합니다. 긴장감없이 여기저기 돈을 나눠주고 말면 안 됩니다. 우는 놈 젖주고, 보수 진보 적당히 나눠주고 끝내고.. 이제 그러지는 말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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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예술위원회의 예산 내역을 보면 복권기금, 민간 출연금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출 내역은 프로그램 사업운영비가 행정지원비의 10배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사업운영비 내역 중 경상비용과 순수지원금 등의 자세한 내역은 나와있지 않다. 문화예술위원회 2013년 예산 결산 내용, 재무제표 자료 참조.
1) 문화예술위원회의 예산 내역을 보면 복권기금, 민간 출연금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출 내역은 프로그램 사업운영비가 행정지원비의 10배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사업운영비 내역 중 경상비용과 순수지원금 등의 자세한 내역은 나와있지 않다. 문화예술위원회 2013년 예산 결산 내용, 재무제표 자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