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참석했다. 그런데 그 자리는 세미나라기 보다는 정작 정책의 아이디어가 모이기보다는 정부지원금을 늘려달라는 민원인들의 모임처럼 비쳐졌다. 사실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새롭고 혁신적인 정책의 아이디어는 미술시장의 현실과 조건 속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저 정부의 지원금 액수를 늘리면 미술시장이 활성화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만으로는 어떤 생산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사회의 예술에 대한 인식과 예술 및 문화소비에 대한 시장경제에 근거한 관점이 변하지 않는 한 정부차원의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란 임시방편의 처방일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미술계는 그 규모나 성격과 상관없이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특성상 상호의존적이다. 한발 물러나 보면 미술계 내부의 다양한 분야뿐만 아니라 미술계 밖의 일반사회와의 관계에서도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술시장에 빨간불이 켜진지 몇 해가 지났지만 딱히 미술시장을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나 대안이 마련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미술시장을 위협하는 요인들은 미술시장 내부에 있기 보다는 그 외부에 있다고 본다. 우리사회 전체의 경제규모에 비해 기형적으로 작은 미술시장의 규모가 그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축적한 부와 가치는 예술과 문화를 위해 쓰이기보다는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향해 쏟아 붓는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생산적인 대안은 정작 미술시장이 아닌 그 외부에서 작동하는 미술의 가치와 경제와의 관계 등이 깊이 숙고되어야 한다.
2000년대 중반 미술시장의 활황을 거치고도 여전히 미술시장이 불안정한 것은 다만 미술의 문제만은 아니다. 직접적인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미술의 가치가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불안정한 것이 문제일 것이다. 미술이 사적소유의 세계에서 공적 가치의 세계에 속한다는 인식이 작동하는 미술교육, 미술복지와 같은 시장경제를 견제하고 보충하는 분야에서 미술계의 산적한 문제들을 풀 해법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