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의 예술감독을 맡고 계신 김노암 선생님의 글 "김노암의 현장제언"을 뉴스키워드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미술계의 현장에서 생생하고 깊이있는 말씀들을 전해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
올 4월 서울아트가이드에 실렸던 원로 작가의 작품보관 문제를 다룬 ‘작품을 불태우고 싶다’는 윤범모 선생의 글은 매우 시의적절한 때에 나왔다. 아니 적잖이 때늦은 감마저 있다.
이 문제는 실은 지난 몇 년간 미술현장에서 작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많은 원로 작가를 비롯해 60세 이상의 작가에게 공통적인 괴로움은 작품의 보관과 관리 문제이다. 이는 비단 작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헤아릴 수 없는 큰 고통을 가져다주는 문제이기도 하다. 유족들은 작고한 분의 작품을 제대로 보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폐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교수직을 그만 둔 작가의 경우에도 은퇴 후에 작품을 보관하는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하던 다른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즉 작품이나 관련 자료가 제대로 보전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에 이르러 우리 미술에 대한 인식이 불완전해지거나 심각한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 처치 곤란으로 여기고 있는 작품과 관련 자료는 한국미술사 기술의 1차 자료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를 공공의 문화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은 물론 어느 누구도 돌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금도 많은 시각예술 자료들이 망실되거나 사라져가고 있다. 죽기 전에 작품을 불 태워버리겠다는 원로 작가의 심정은 결코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수장, 연구기능을 강화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무엇이든 시장가치에 휩쓸리고 자본에 귀속되는 세계에서 예술조차 거래품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한 예술가의 삶과 예술이 사적 세계에서 공적 세계로 이전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숨은 헌신이 모여야 가능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가 동시대를 숨쉬며 함께 살아가는 작가들과 이들의 예술작품에 대해 얼마나 헌신하는가?
최근 다행스럽게도 문광부에서는 우리 미술계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논의의 장을 마련한 것으로 전한다. 다른 여러 의제도 중요하겠지만 후대에 중요한 문화 자신이 될 미술 창작품을 적절한 보관하고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정책 대안도 시급하다.
미술품을 더 이상 개인의 성취물로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모두의 국가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그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관리와 연구가 요청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