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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 雜담 - 전두환 일가 미술품 경매 "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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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일가 경매결과에 대한 단상들

2014년 2월 14일(금) 오후2시
최열(미술평론가), 정준모(인디펜던트 큐레이터), 권근영(중앙일보 기자), 윤철규(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

윤철규(이하 윤) 작년 연말부터 전두환 가족 컬렉션이 경매에 나왔는데 100퍼센트 낙찰 같은 기록적인 결과를 보여주어 화제가 되었죠. 오늘은 이 전두환 컬렉션 경매의 대단한 성공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를 한번 해 보죠. 또 이와 연관되어 한국 미술시장의 속성과 미술계와 미술시장의 관계, 미술계 내의 미술 시장의 의미 외에 한국 문화와 국제적인 관계 속에서의 시장 이야기도 함께 거론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서울옥션 전두환 전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
1차, 2차 전체 낙찰총액 약 30억 8,659만원.
-1차 경매  2013년 12월 23일(수)
           낙찰률 100%(121/121), 낙찰총액 27억 7천만원
-2차 경매  2014년 1월 28일(화)
           오프라인-낙찰률 89%(59/66), 낙찰총액 2억 4,475만원
           온라인-낙찰률 84%(81/97), 낙찰총액 7,184만원

K옥션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 경매
1차, 2차, 3차 전체 낙찰 총액 28억 1782만원.
-1차 매각(오프라인) 2013년 12월 11일 낙찰률 100%(80/80), 25억 6740만원
-2차 매각(온라인) 2013년 12월 13일~17일 낙찰률 97%(97/100), 2억 1157만원
-3차 매각(온라인)  2014년 2월 7일~11일 낙찰률 100%(102/102), 3,885만원

 

 

기록적 성공의 요인들
윤  현재 미술시장 경기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두환 관련 6번의 경매 중 세 번이 100퍼센트 낙찰이 되었습니다. 사실 미술품 경매라는 게 경기가 좋아도 80퍼센트 선을 넘어가면 성공적이라고 하고 대개 70퍼센트 대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변인 셈이죠. 일단 시작가가 낮게 나온 것이 있고.

최열(이하 최)  
유명인사가 가지고 있었다는 작품의 이력도 한몫을 합니다. 추사가 구장 했던 난초 그림이라고 하면 가치가 많이 올라가는 것처럼. 물론 그만큼은 아니겠지만.

권근영(이하 권)  
예부터 고미술은 옆에 ‘누가 봤다’라고 한 줄 적은 것이 작품의 질을 보증하는 것처럼 취급되기도 했지요.

최  
간송 소장품들이 특히 그렇죠. 오세창 선생이 한줄 꼭 써 넣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의 미술품인데, 그런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과는 조금 다르죠. 역사상 희귀한 사례로 남을 겁니다.

권  
대중이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이 아니라 악명 높은 사람의 소장품이어도 이력은 이력이다?(웃음) 


정준모(이하 정)  그렇지요. 아직도 우리에게는 그림을 그림으로 보고 문화적 재화로 보기보다는 사치품처럼 보는 경향이 여전합니다. 이를 이번 경매가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요. 게다가 그 평가가 어떻든 전직 대통령 또는 대통령가가 소장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격이 올라간 경우도 있겠지요.


윤  그 집안 장자가 출판사를 하며 미술에 관한 좋은 책들을 내고 했던 것 등이 작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 건 아닐까요?

최  
복합적인 면이 많겠죠.

권  
실제 경매장에서 많은 경합을 이끌어낸 것 중에는 고미술품이 많았어요. 모란도 8폭 병풍(1억원), 겸재 정선의 ‘계상아회도’(2억 3000만원),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병풍(1350만원) 등이 그랬죠. 고미술 시장이 그만큼 신뢰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 여기서 나온 것은 최소한 가짜는 아닐 거라고들 생각한 거죠. 겸재를 비롯한 조선후기 대가 화첩의 경우 화랑주들끼리도 열띤 경쟁이 붙었습니다. 손님이 부탁해서 왔다는 이도 있었지만, 고미술계에 이만한 물건이 흔치 않다는 이도 있더군요. 


<모란도 팔폭병풍> 비단에 채색, 각 157x44cm, 8폭, 19세기말~20세기초. K옥션 전재국미술품 컬렉션 경매 2013.12.11


최  
극히 일부겠지만, 예전에는 전씨의 측근이 물건을 사서 다시 가져다드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그런 경우도 가능하겠죠. 

권  
측근들이 추징금 환수를 위한 모금을 한 셈인가요(웃음).

 같이 누렸으니 추징금도 같이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공동책임 뭐 이런 거?

윤  선물로 받는 그림은 가짜일 확률이 높다는 말이 있죠. 대개 받는 사람이 그걸 가려낼 수 있는 눈이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컬렉션이 어느 정도는 퀄리티를 유지한 것으로 보여지니 선물로 받은 것이든 돈을 주고 산 것이든 안목이 있었다고는 봐야겠죠. 

 사실 압류된 미술품 중에 경매에 나온 것은 몇 %가 되지 않습니다. 초기에 압류 할 때 작품수는 시공사 창고에서 300점을 비롯해서 모처에서 수백점 등등해서 약 수 백점에 달할 것으로 발표했었지요. 게다가 그 모든 압류미술품 모두의 가격을 합산하면 수백억은 족히 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음 그렇지 않았지요. 수사실적을 부풀리려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부동산이나 이런 규모가 큰 재산을 수사하면서 이목을 흩트리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검찰이 월척처럼 발표했던 스타치올리, 프란시스 베이컨, 데미안 허스트, 천경자, 박수근 등등은 경매에 나오지 않았어요. 결국 가짜였거나 인쇄물 기타 장식용액자류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요란을 떨었던 셈이지요. 


최  
초기 현대미술 컬렉션에는 그 시공사 때의 전 모씨가 도움을 주었을 것 같고, 백담사 이후미술연구소 등을 만들고 유명 미술학자들이 출입하면서 한국 고미술 컬렉션을 하지 않았을 까 싶습니다. 간송도 자신의 컬렉션을 할 때 오세창 등을 초청해서 자문을 구했듯이 전씨 일가도 주위에 몇몇 자문을 구해 컬렉션을 키워갔겠지요. 

 물론 일부 좋은 또는 귀한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저는 집권배경이나 절차는 어떠했던 간에 그래도 전직 대한민국대통령 집에서 나온 미술품의 수준이 좀 더 높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권  
뭐니뭐니해도 이렇게 인기를 끌었던 가장 큰 원인은 ‘싸게’ 나왔다는 걸 겁니다. 주인이 직접 경매에 출품하며 ‘어느 정도 선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고도 하는 일반적 경매와는 달리, 파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경매였으니까요.

최  
단지 충성 환수하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실제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죠.

정  
전두환 경매에 대해서 다들 현상만 가지고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는데, 전두환 컬렉션은 한마디로 싸게 팔았기 잘 팔린 거예요. 작품들이 퀄리티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싸게 나오니 당연히 사게 되는 거죠. 이번에 내가 알기로는 전두환 그림의 70퍼센트는 화랑주인들이 샀어요. 왜냐. 싸니까. 예상한 가격을 넘어간 것은 20%가 안 돼요. 전재용 작품이 팔린 것은 ‘에러 우표’ 같은 현상이죠. 사고 싶어도 나중에 살 수 없게 되니까.

 


한국 미술시장에 시사하는 바

윤  이 현상이 활기를 잃은 미술시장에 물꼬를 트게 해 준다든지 할 수 있을까요?

최  
저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권  
네, 일단은 저변확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습니다. 경매사 얘기론 오랜만에 경매장에 나타난 이도, 이번에 새로 회원가입을 한 이들도 있었다 합니다. 미술품 시장엔 문턱이 있다고들 할만큼 사고 파는 일이 쉽사리 이뤄지진 않습니다. 경매 자체가 충분히 관심을 끌었으니 경매사들은 고무돼 있겠죠. 전씨 일가 경매 바로 뒤에 치러진 메이저 경매들의 성과도 좋은 편이었으니까요. 그러나 화제는 화제인 거고, 시장은 시장 그대로 가지 않을까요. 경기도 그렇고,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최  
미술시장 내에서만 의미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 경우 사회적인 대중적 저변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었죠. 이벤트성이긴 하지만.

권  
미술시장 이벤트에 참고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윤  
작품을 사고 팔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스토리인데,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스토리가 적어요.

최  
미술 전문가들이 스토리를 양식이나 형식에만 집중하고, 작품에 관련된 여러 다양한 이력을 찾는 일이 드물었어요. 박수근 그림의 나무도 박완서의 ‘나목’과 연결되어 왜성대, 남산 쪽에 실제 모델인 나무가 있다는 주장이 있어요. 그런데 그러한 것들에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권  
스토리를 발굴하려면 제대로 팩트 체킹을 해야 되는 것인데 미루어 짐작해서 ‘어렵게 살았고 병이 났고..’ 등등..

최  
구체적인 작품과 연결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 소설 같은, 인상주의적 비평같은, 때로는 신화화 신비화하려는 태도가 참 못 마땅합니다. 


권  
이번 일은 미술계 안의 이벤트가 아닌 미술계 밖의 사건이었고 그래서 더 주목을 받은 것이었어요. 문화계 전체도 세상의 일부이고, 미술은 다시 그 안의 작은 세상인데, 그 작은 세상에만 골몰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저변확대라는 말 쉽게 하지만, 대중과의 소통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언론이 멋모르고 써댄다’ 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추징금 환수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되면서 나날이 터져나오는 사건을 무조건 쉬쉬하고 덮을 일인가 되묻고 싶습니다. 


최  
경마식 보도에 대해 지적받아야 될 점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대중들 미술사회와 융합시켜 나가는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했어요. 언론에서 소비시켜 주는 것도 있어야 할 일이라 보구요.

윤  
과거에는 작가들이 이율배반적으로 미술시장에 거부감이 컸었죠.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남아 있습니다. 예술에는 문화산업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고, 제 개인적으로 시장은 어느 정도 크고 성숙해야 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 면에서 전두환 가의 컬렉션 판매가 시장이 커 가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점도 생각해 볼만 해요.

최  
기여를 한 것 같습니다. 100퍼센트 낙찰률이라는 것들이 대중들에게 주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윤  
이번 경매도록을 살펴보면 미술시장에 이런 상품이 나오는 일이 드물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 그 나물에 그 밥이죠. 이번 전두환 경매는 새로운 그릇과 포장을 제공했어요. 안타까운 것은 몇 만명이 된다는 한국 내의 작가 중에 시장에 새로 올라오는 작가가 없다는 것이죠.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어요.

최  
서울옥션과 K옥션 등 경매 회사들이 15년 남짓 이 일을 해오면서 기본적으로 어떠한 작품들이 경매 대상에 올라야 할지 그 구성이 퍼센트로 대개 정해져야 된다고 봅니다. 잘 팔리는 작품과 안 팔리겠지만 올려야 하는 것 등 스스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만들어가야 되는 거죠. 경매라고 해서 공공의 사명을 망각하면 안 될 텐데 그간의 생리를 보면 전반적으로 팔리는 것만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었죠.

정  
연구개발을 하지 않는 한 한국 미술시장에는 기대할 게 없어요. 돈 되는 작가만 몰려다니면서 팔다보면 밑천이 금방 드러나죠. 꼭 신인을 발굴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문신의 경우 회화 작품도 좋은 것들이 많이 있고, 김세용, 박봉수 등 50년대 이전에 추상화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 나온 것을 본 적도 없어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언제까지 우려먹을 겁니까?

권  
기획력도 필요한데,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경매 시장에서는 좋은 물건이 나오는 계기를 ‘3D’라고 말하죠? 파산(default)ㆍ사망(death)ㆍ이혼(divorce)이요. 이를테면 최근엔 뉴욕에서 김보현 화백이, 지난해 이맘때엔 서울서 박노수 화백, 부산서 최민식 사진가가 돌아가셨습니다. 고인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기획경매를 열 수도 있겠죠. 

정  
대한민국 미술시장에 불필요한 잡상인들은 이 불황기에 다 빠져나갔어요. 다 손해보고 나가서 다시는 안 올 겁니다. 차라리 잘 된 면이 많아요. 그동안 너무 미술계가 장사꾼 중심으로 돌아갔어요. 미술비평이나 미술사와 함께, R&D 작업을 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나가야 해요.

권  
연구 개발을 상인들이 하나요. 비평계와 학계는요.

정  
저는 상인이 R&D를 해야 된다고 보는 거죠.

최  
일부 동의합니다. 적어도 80년대 까지만 해도 상인들의 실력이 대단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평가, 학자, 전문가를 존중하는 기본 틀이라는 게 있었는데, 90년대부터는 아예 제껴져 버렸어요. 90년대에 이일, 오광수를 존중했다 아니다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합리적으로 운영된다는 존중심, 배려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자본가들이 힘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므로 화상들이 스스로 존중하는 마인드를 가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권 기자가 얘기했듯이 화상들이 그렇다고 해도 비평가나 미술기획자 들이 무엇을 해 왔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어요.

정  
하려고 노력했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것이 큽니다. 운전기사를 뽑았으면 기름 값이 있어야 차를 굴리는 거 아닙니까. 신문에 비평란이 없어진 마당에...

최  
비평이 시장에 복속하는 시대, 감정을 하는 데 화상이 감정 전문가가 되면서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되었죠. 말로는 독립적인 법인이라 화랑과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윤  
현재 미술시장을 전자제품시장과 비교해 본다면 90년대 초반 느낌입니다. 삼성 엘지 대우가 국내에서는 나눠먹기로 잘 팔리지만 밖에 나가면 R&D 없이 베껴서 싸게 팔아 이류 삼류로 여겨졌죠. 지금의 세계적인 위치가 되기까지 내부적으로 모든 것을 바꾸는 심한 진통을 겪어야 했었죠. 지금 한국미술시장은 형식은 다 갖추고 있지만 결국 안에서 나눠먹고 우려먹고, 세계적인 작가는 드물고. 시장이 무언가 장기적인 플랜으로 스스로를 개혁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전두환 컬렉션 경매가 미술시장에 작은 파문이 되어서 많이 변화해 나갔으면 합니다.


정리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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