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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雜담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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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3일 (수) 오후 1시
정준모(전시기획자) 최열(미술평론가) 조은정(미술사학자) 윤철규(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대한 기대
조은정(이하 조)
어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을 했죠. 이제 과천관, 덕수궁관에 이어 일정 기능을 하게 될 서울관이 만들어짐으로 해서 어떤 청사진으로 어떤 역할을 해 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윤철규(이하 윤)
국립미술관이라는 것은 같은 공공기관이지만 시립 등과는 조금 다른 위상을 가집니다. 한  나라의 대표성을 가지는, 당대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주는 기관이 되는 것입니다. 그간 고고하게 산 속에 있다가 몇 십 년 만에 다운타운으로 내려온 것이죠. 아무래도 도시 중심으로 모든 사회적 활동들이 이루어지게 마련인데 미술문화의 핵심적 기관이 산 속에 몇 십 년 동안 갇혀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지금 외국을 보면 특히 현대미술의 경우에는 주요 현대미술 포스트가 모두 도심에 있음을 알 수 있어요. 테이트모던, 모마 등등. 퐁피두 같은 곳은 전철역에 바로 있고. 

정준모(이하 정)
사실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으로 들어갈 때도 여러 유명 미술인들이 환영 성명을 내기도 하고 그랬어요. 하지만 개관전 이후에는 과천으로 잘 오지는 않으셨어요(웃음). 이렇게 미술인들이 서울관을 추진하고 개관을 하고 보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현대미술의 새 요람 과천국립미술관, <매일경제>, 1986년 8월 25일, 9면.


몇 년 간 미술인들이 국립현대미술관이 시내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노력 끝에 얻어낸 것이므로, 우리가 이 자리에서 그에 대한  기대를 한번 말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설립의 필요성이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입니다. 처음 시동을 건 분들은 원로시인인 故 조병화 예술원회장, 故 이두식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공간’의 대표였던 장세양 선생 등 지금은 돌아가신 분들이 많네요. 이밖에 북촌문화포럼을 이끌었던 김홍남 선생, 당시 미술평론가였던 유홍준 선생, 북촌문화포럼의 공동대표였던 윤보선 대통령의 장남 윤상구 등이 모여서 청와대, 국방부 등에 탄원서를 넣었죠. 미술인 뿐 아니라 범 문화예술계가 나서서 서울관을 추진한 것인데 될듯될듯 하면서도 계속 미뤄져 왔어요.
 
문화예술계 전체가 힘을 합해 퐁피두를 꿈꿨던 거군요.

점차 미술인들이 중심이 돼서, 불씨가 꺼져갈 만하면 서명운동이나 탄원 등의 방법 등을 동원했죠. 지난 정부 때 ‘국격’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이제 국격에 맞는 미술관의 외향을 갖추게 되었네요.

건국 이래 최초로 국립 미술관이 시내 중앙에 서게 된 데 일단 의미가 있네요. 그 이전의 미술관은 제대로 된 미술관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소장품도 그렇고 학예사 직제도 과천에 가서야 생긴 것이고.

덕수궁 시절에도 학예사 역할을 하던 분들이 있기는 했었어요.

이경성 관장 시절 오광수, 윤우학, 서성록 선생 등이 아마 전문위원이라는 직책으로 촉탁으로 일을 했었을 겁니다. 

큐레이터라는 직제는 과천에서 생겼고, 소장품 예산도 1973년에야 생겼던 거였죠.
미술관다운 미술관은 과천부터 시작이었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 것인가
이제 시내에 미술관다운 국립미술관이 생겼으니, 남 따라하지 말고 우리 식대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열심히 생각을 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작품구입예산. 그리고 제대로 된 인력. 이 두 가지에 대해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유일한 공로는 내 생각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짓도록 결정한 거예요. 하지만 짓는 일에만 급급했지 예산 인력 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가 없었다는 느낌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지금 많은 문화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모 교수가 일간지에 글을 썼는데, ‘세계적인 작가 데미언 허스트를 보려면 매번 사립미술관인 리움으로 달려가야 되겠느냐. 안타깝다.'고 했죠. 더불어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그럴듯한 미술관 하나 만들어 보자'고 역설하였죠. 문맥을 이해하기 따라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세계적 작품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부끄러운 거다고 읽힐 수 있어서  조금 의아했어요. 그렇게 보아야 하나 싶어서. 

나쁘게 보면 사대주의적 발상인 거죠.
 
한 기자가 남의 글에 대해 웬만해서는 비판하지 않지만 짚고 넘어가야 겠다며 발언을 하였죠. 자신의 SNS에 ‘리움에 달려가야 볼 수 있다니.. 문화적 식민지적 발상’이라고 지적하였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컬렉션 방향을 놓고 무조건 세계 모든 미술관이 소장한 명품을 갖추어야만 한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문제일 듯해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점을 굳이 생각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리움이 있는데 리움과 같은 미술관을 만들 필요는 없죠. 종 다양성이 문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각각의 성격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정해야 하는데, 이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서 이뤄져야 됩니다. 가능하면 전 세계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미술관 컬렉션이 되면 가장 좋겠죠.

작품구입예산이 30억도 안 되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지 고민입니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공공 미술관 예산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예요. 각 미술관이 예산 문제에 부딪혀서 시민들을 통한 펀드레이징 등으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시내에 나온 것을 계기로 시민들에게 펀딩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동의하지만 그건 일부의 해결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 문제가 걸려 있어요. 사실 이번 서울관 개관에 현대자동차, 한진해운, 현대카드 등의 기업들이 협약을 맺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시내여서 이미지 고양 등 확실한 홍보효과가 예상되니까 기업에게 지원받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죠. 사회적 기여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그런 면을 고려한다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예산 부분에서 국가가 일정 퍼센티지 보장을 하고, 민간이 기부를 했을 때 그것과 맞물려 두 배 세 배 지원을 해 주는 제도가 뒷받침 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그 외에도 국공립미술관에 현물을 기부했을 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든가 해서 이번을 계기로 예산 확보의 여러 방법을 탐색해야 합니다.

미술관 인력의 전문성 확보가 시급
미술관은 많아지고 건물도 새로 세워지고 그랬는데, 미술관 인력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이 정상화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이번에 계약직만 30명 늘어났습니다. 항공모함이 등장했는데 경비정 운영 인력이 충원된 셈이랄까. 

예를 들어 새로운 국립현대미술관의 지향점을 서부유럽의 유명 미술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으로 정한다면.. 나는 기본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예산으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수 백 억 짜리 작품이 와야 되는데 말이에요. 연간 국고 지원이 1조씩 10년간 이루어진다든가 하면 가능하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동북아시아 중심 미술관’ 등이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그러나 영국을 포함하여 유럽권은 프랑스든 영국이든 다 자국미술처럼 생각하는데 비해 동북아는 사실상 한, 중, 일 삼국이 서로를 자국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차이가 있어요. 이런 것들 외에도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죠.  단편적으로 들은 얘기들이지만 종합해 보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동시대 미술을 담는 국립미술관으로서 ‘소통과 교류’가 그 성격이라 합니다. <연결-전개> 기획전에 전세계 유명 수석 큐레이터와 디렉터 들을 동원한 것을 보면 서구를 비롯한 선진국과의 소통과 교류를 지향하는 거겠죠?  

미술관의 성격이 어디로 가는가는 정말 중요한 문제지요. 한정된 예산으로 서구의 대도시 급 미술관을 만드는 건 요원한 일이고. 가능한 대안은, 향후 50년을 보고 지금 작품을 모으는 것입니다. 지금 뉴욕근대미술관 MoMA가 만들어진 지 6~70년 되었는데, 그 당시에 중요하다 싶은 작품을 모았는데 세월이 흐르니 컬렉션이 엄청난 미술관이 된 거잖아요. 지금 당장은 유명 미술관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21세기 세계미술사 현장을 보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지 않을 수 없도록 그런 비전을 가져야 해요.

동시대에 대하여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습니다. 국내, 동시대의 유명 작품 컬렉션조차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니까요. 

미디어를 통해 현대미술을 접하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서울 대도시에서 현대미술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사실 많지 않았어요. 당대 사회 속 미술이 무엇인가, 그것과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적 자원은 많지만 일부 미술 종사자만 공유하고 사회적 갭은 아직 크니까요. 그 갭을 좁혀주는 역할이 바로 미술관이 할 일입니다.

소통과 교류로 기조를 정했는데, 그 기조를 정한 것 자체에서 소통과 교류가 없는 점은 좀 아쉬워요. 그 전에 지속적으로 얘기되어 온 것은 폐기된 듯합니다.

관장이 바뀌면 전임자의 정책을 따르지 않고 다 갈게 되죠.

그럼 다음 관장이 오면 이것도 또 바뀌겠네요?(모두 웃음)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조에 대하여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3관 체제로 가면 어떻게 하겠다. 기자 간담회 등을 계속 해 왔고 미술잡지에도 정기적으로 특집으로 다뤄졌구요.

과천은 20세기 현대미술과 연구중심이 되고, 덕수궁은 근대미술, 서울관은 동시대미술을 표방한다고 하죠. 그러나 다른 사람이 관장으로 간다면 달라질 수 있어요. 극단적인 경우 서구 현대미술 전공자가 덕수궁관으로 간다면 그쪽이 근대에서 살짝 바뀔 수도 있겠죠.

관장에 따라 정책이 바뀌는 것은 미술관 정체성을 흐리는 일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C 관장의 경우 2년밖에 안했지만 전임미술관 정책을 열심히 따라했어요. 외국 중요 미술관을 벤치마킹한다면 특정 관장들이 10년 이상씩 하면서 그 미술관 컬러를 정확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됩니다. 그래야만 그 이후에 관장이 바뀌어도 기 컬러가 지속될 수 있어요. 모마에는 알프레드 바가, 테이트모던에는 세로타가 그 역할을 한 거죠. 관장들의 미학과 나름대로의 철학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러기를 희망하지만 현재 3년 임기 관장공모제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죠. 그도 그거지만 작품 구입예산 55억이었던 걸 책임운영기관으로 바뀐 이후, 저 노무현 정부 때 김윤수 관장시절이죠 아마, 30억이 채 안되는 수준으로 깎여버렸고 심지어 학예직은 모두 계약직으로 바뀌고 말았어요. 암담한 일이죠. 그야말로 형편 없던 시절의 일이었고 그 후과가 지금까지 끼쳐져서 거대한 서울관 개관 직전까지도 정규직 학예사 인원을 배정하지 않는 거예요. 정부가.

관리직은 정년이 보장되고 반면에 연구 전시 교육 등 본질적인 업무를 맡는 faculty 들은 계약직으로 파리목숨을 만들어버렸으니... 당당하게 미술의 전문가로서 방향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습니다.

정규직 학예관들이 오랜 시간 미술관에서 일해오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는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반성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예전에 모 전시에서 다른 나라의 큐레이터와 우리나라 큐레이터의 글이 나란히 실려 있었는데 연구의 깊이나 글의 질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였습니다. 전시되는 작품인 대상에 대한 파악이 현저하게 차가 나 보였습니다. 전시되고 있는 작품의 시대나 양식에 대해 전문적이지 못한 큐레이터였기 때문이었던 듯해요. 

국립현대미술관이 다양한 장르와 시대를 다루는데 전문성을 염두에 두고 학예사를 선발하고 배치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인력을 정확하게 채용하고 키워야 되는 것이죠. 우리가 동북아미술 중심 운운 하는데, 사실 후쿠오카에서 이미 30년 전에 기획하여 20년 전에 개관한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이 있어요. 이미 그쪽도 한발 늦은 거죠. 남들이 하는 거 이것저것 따라하다가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랍시고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만 얻게 되요. 남이 하는 거는 다 하는 데 남보다 잘 하는 거는 없는, first mover가 아닌  fast follower가 될 뿐이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식. ⓒ명이식


새로운 시대의 미술관
일반인의 수준도 높아져서 이미 남을 따라서 미술관을 운영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독창적인 것들을 생각해내야 합니다. 열린 미술관 개념을 가지고 일반과의 거리나 장벽을 없애고.... 미술관은 문화의 거점이 되게 마련이잖아요. 패션, 푸드, 하우징, 인테리어 등이 그로부터 퍼져나가니 모든 걸 폭넓게 집어넣을 수 있는 형태라든가..

옛날 미술관과 오늘날 미술관은 그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으니까요. 서울관의 개관이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처럼 파장을 일으켜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술관이 이른바 서울의 4대문 안,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온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학습의 영역과는 좀 거리가 있는 강남으로 가서 접근성이 떨어져 학생들이 찾기 어려운 장소가 되었지요. 근처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게 된 것을 보면 공공 기관 위치의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있어요. 

지난 15년 동안 기무사 부지에 미술관을 요구하면서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상상했어요. 삼청동과 인사동, 청계천을 이은 역사문화관광벨트를 만드는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덕성여중, 풍문여고의 이전 가능성 제기, 한진그룹이 소유한 대사관숙소 부지 활용 등등 여러 가지 기회가 생기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서울 도심을 문화적으로 활성화하는 대대적인 재배치 플랜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든 4대문 안에 들어온 것이 구도심재생사업의 시범사례가 될 수 있어요. 미술관으로서만이 아니라 문화적인 행위를 통해 벌어지는 유무형 파장들을 주의깊게 보면서 대한민국 사회를 보다 건설적으로 재편하는 데도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전시문화 안목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 넘어갈까 해요. 광화문 광장이나 시청 앞 광광의 매 행사마다 쳐져 있는 천막을 보면 그 폐쇄성, 저급함을 느껴 답답해져요. 광장에 테이블만으로도 충분히 행사를 치를 수 있는데도 천막을 쳐서 자신의 영역을 구분하죠. 공공의 개방성을 폐쇄함으로써 사유화하고 행위의 강위성을 획득하려는 시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든 천막을 펴는 우리는 유목민인가보다라고 생각될 지경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에 위치하면서 세련되고 안목을 높여주는 행사들을 꾸준히 해 나가서 그 아우라가 주변에 미칠 수 있었으면 해요. 또한 사립 갤러리가 집중되어 있는 장소에 공공성이 강한 국립미술관이 들어왔다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동북아시아중심미술관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기조를 정한다면 그에 맞는 직제와 학예 팀을 구성했으면 좋겠어요. 동북아시아 미술 큐레이터를 뽑든 유럽미술 큐레이터를 뽑든... 전공과 상관없이 과제가 떨어지면 무조건 그걸 하게 되는 일이 없게 말입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큐비즘’이라고 하면 아무도 그에 대해 모르다가 전시 기획이 되면 일 년 전에 책들 구해서 편집 번역해서 도록에 싣는 것 같은 일들.. 이것이 반복되었어요. 국립현대에 일본현대미술 전공자, 중국현대미술 전공자 한 명 없고, 근대미술 전공자도 없고... 실력있는 전문 학예인력을 정규직으로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제 서울관 문을 연 것은 공간을 만든 데 불과합니다. 그 내용을 얼마나 튼실하게 채울 것이냐인데, 대외적으로 요란하기보다는, 팥소가 단단히 들어있는 단팥빵을 만드는 동네 빵집처럼 튼실한 미술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쌍벽이 될 수 있도록 덕수궁 쪽은 완벽하게 근대로 잘 짜여져 상설전으로 한국 근대미술을 언제든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석조전(동관)을 근대미술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계획이 거의 무산되면서 서관만 가지고 근대미술관을 하기에는 너무 좁은 공간입니다. 아무리 역사가 일천하고 전쟁으로 상실되었다고 해도 연구성과가 남아 있는 양이 적지 않은데 말이죠. 동관에 대한 것도 역량을 집중시켜서 이미 2004년 문화재청이 합의해서 공문서로 이관을 결정한 동관 즉 석조전까지 포함하는 근대미술관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문제제기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덕수궁이 근대전문 미술관으로 확립이 되기 위해서는 기획전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근대 명품 100선 같은 방향이 바람직해요. 내년에 계획되고 있는 예술원 60년 기념전은 철회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예술원은 해체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될 때도 있는데 말이에요. 제대로 된 근대 기획전만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될 때 근대와 현대, 동시대가 상호보완적으로 균형 있게 보여질 수 있을 것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해서 전 세계의 21세기 미술을 조망하는, 미래를 볼 수 있고 동시대미술을 포괄하는, 미술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잘 나가는 미술이 뭔지 보여주는 곳이 없으니까요. 한국 현대미술이 국외에서의 위상이 많이 저하된 상태이니 그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정리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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