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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 雜담-"덕수궁 미술관을 내놓아라?" 전승공예작가들의 주장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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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목) 오후 2:00
정준모(전시기획자) 최열(미술평론가) 조은정(미술사학자) 윤철규(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

지난 10월 23일 오후 2시 종로구 와룡동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근처는 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전수조교 100여명의 시위로 북적댔습니다. 이분들은 (사)중요무형문화재기ㆍ예능협회 소속의 전통공예 전승작가들로, 이들의 주장은 ‘중요무형문화재들은 묵묵히 전통 문화 발전에 힘써왔는데 이들을 위한 축제나 상설전시관, 공연장은 없다’며, 11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격동 서울관 개관을 앞두고, 덕수궁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을 전통공예관으로 쓸 수 있도록 내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미술계의 네 분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조은정(이하 조)
아직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는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덕수궁 석조전 건물을 전승공예 전문관으로 바꾸어달라는 전승공예가협회 사설단체의 주장이 있었고, 문화재청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아니다’라는 답변이 나온 상태입니다. 이분들의 생각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고 기무사 자리에도 또 생기게 되었으니 기존에 서울에 가지고 있던 덕수궁 석조전은 전승공예의 전시 공간으로 달라는 의견입니다. 덕수궁 미술관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 나오기 시작하고 있어요. 

윤철규(이하 윤)
덕수궁 미술관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한 마디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요. 사회에서 어떤 갈등 요소가 생겼을 때 조정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시위하는 방식은 최후에 써야 하는 방식 아닌가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이는 여러 경로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얘기 한 두 마디 해보고 안 받아들여졌다고 바로 거리로 나간다면 사회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데 있어 고비용 저효율의 나쁜 케이스를 양산하게 됩니다. 사회 내부의 의견, 컨센서스를 모아가는 과정이나 서명운동 등 다른 행동들에 대해서도 먼저 고려했으면 해요.


단체 회장님이 직접 언론사에 기고를 하셨고, 각 기관에 자신들 이름을 넣은 질의서를 넣고 답변은 들은 상태이긴 합니다.

정준모(이하 정)
일단 담당기관은 문화재청 쪽인데 문화체육관광부쪽에 시위를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일단 담당기관과 얘기를 하고 국가 부처끼리 협의해야 되는 부분인데 말이죠. 협의, 합의, 조정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최대한 얘기해 보고 안 되었을 때 시위를 하게 되는 것이죠.


적어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입장과 미술관 건립 진행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 공예 전시관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생략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 공예 하시는 분들, 중요무형문화재분들은 지방 재정과 국가 보조로 지방에 전수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저의 경우 국립현대미술관에 있을 때부터 국립공예미술관 건립에 대해 정부에 공식 제안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전통공예하는 분들 사이에서도 어떤 분은 전체 공예를 아우르며 그중 전통공예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공예관을 만들자고 하시고 어떤 분은 전통공예만으로 하자고 의견이 나뉘어요. 예전에 경복궁 내에 전통공예관이 있었어요. 1988년에 경복궁 복원사업으로 그 건물이 헐릴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단 전통공예관을 설립했다가 복원사업으로 헐려 중단되고, 다시 건청궁 자리에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이 사용하던 건물에 다시 한국전통공예미술관이 들어서게 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999년 건청궁을 복원하면서 다시 철거가 되었어요. 이게 다 문화재청이 한 일이에요. 현재 문화재청이 관리하고 있는 것이 선릉에 있는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인데, 공연시설과 전시실, 작업실 등이 있습니다. 그간 국격을 높인다면서 쓸데없이 미술관 수를 늘였지만 사실 전승공예만 전시관이 필요한 상황이라기보다는 공예미술관, 건축미술관, 근대미술관 등 필요한 전문 미술관이 많습니다. 브라질에 가면 Image and Sound 미술관이 있는데 그 참신함에 벤치마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예도 마찬가지로 공예미술관이라는 큰 맥락 속에서 참신하게 전통공예가 다루어져야 맞다고 봅니다. 자신들의 섬에 갇혀 외롭게 됩니다. 전통공예도 큰 범위에서 미술의 한 분야인데 미술인들과 공예인들이 연대해서 공예미술관으로 하자고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최열(이하 최)
총론적으로는 전통공예와 근대의 공예를 아우르는 미술관/박물관이 있어야 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꼭 덕수궁 석조전이어야 할 이유는 없어요. 석조전 동관도 있는데 국립현대미술관이 사용하고 있는 서관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경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전통공예만 갖춰놓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또 민속박물관과 성격이 유사해지기 쉽죠.


문화재청이 어떻게 보면 방관하는 부분도 있는 거 같습니다. 애당초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 내 석조전 서관을 인수했고 덕수궁 땅은 문화재청이지만 지상 건물은 이제 문화체육관광부 재산입니다. 석조전 동관은 대한제국역사관을 만든다고 하는데, 사실 동관도 근대미술관을 만들기로 합의를 하고 공문서까지 작성한 상태인데 안 내놓으려고 문화재청에서 대한제국역사관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는 셈입니다.


임의 단체나 임의 사단법인에서 자신들을 위한 전시관을 만들겠다고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전업작가협회가 있는데 ‘우리가 홀대를 받고 있으니 공간이 많아진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 석조전 건물을 전업작가 미술관으로 내놓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일단은 맥락에 안 맞는 주장이고 성동구에 요구할 걸 구로구에 요구한 것과 비슷한 면이 있네요. 번지수를 잘못 찾았어요.

이해가 안 되는 점은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으니 이건 필요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에요. 근대 미술관도 제대로 안 갖추어져 있는데 어떻게 미술관이 너무 많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격동에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15년간 각계에 요청하고 논의를 이끌어내고 찾아다니고 한 노력은 알아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내놓으라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요. 집 짓는데 아무런 도움도 안 줬으면서 너네 큰집 지었으니 작은집 내놓으라 우기는 셈이에요. 


국립미술관이라는 것은 전체적인 국가 단위의 문화정책의 일부여야 하죠. 그것을 임의로 공간 활용에 대해 함부로 얘기를 하고 마음대로 진행이 안 된다고 해서 신문에 기사화하고 마치 뭔가 잘못된 것인 양하는 것은 문제가 있죠. 만약 근대미술관이 없는 우리 현실을 개탄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 시위를 해야 되나요.
 

이 분들이 시위에 동조하고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가 전승공예에 대한 인식이 낮고 정책적인 배려가 없다고 생각하는 데에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시야를 넓혀서 얘기했으면 유관부처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돼요.



저도 개인적으로 전승공예에 애정이 많고, 이것이 진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현대미술가가 더 큰 배려를 받고 있냐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사회에서 전통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그래도 배워왔으니까 더 나은 편이죠.


이번에도 상자미술관론인 듯해요. 미술관부터 확보한 다음에 사람 넣고 물건 넣겠다는 생각이죠. 역순이에요.


전승공예관은 미술관과 달리 제작실 같은 것이 있게 되죠. 현존 미술가들은 작품을 미술관에 와서 제작하지는 않잖아요.


옛날 공예전시관은 거기서 만들어서 판매도 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미의 뮤지올로지와 이분들의 생각은 조금 다를 수 있어요. 청담동에 전시관이 있고 면세점에도 전승공예하는 분들의 전시공간과 매장이 있죠. 사실 안국동에 있는 풍문여고가 곧 강동구로 이사갈 계획인데 서울시에서 그 풍문여고 자리를 인수해서 공예미술관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 정보들을 알아보고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안타깝죠. 기무사 부지는 미술인들이 15년을 싸워서 어렵게 얻어낸 건데 그 부분에서는 상당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역사적으로 덕수궁 석조전 서관과 동관은 이왕가미술관이라는 황실미술관이었죠. 미술관으로 쓰이는 것이 맞습니다. 동관도 빨리 약속대로 미술관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되는 판국인데 엉뚱하게 전승공예 작가들이 내놓으라고 하는 셈입니다. 사실 전승공예라는 것은 옛날 방식으로 전해내려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 생존작가가 만든, 동시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역사적인 공간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당위성은 오히려 적어요.


이왕가미술관 안내리플렛. c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미술관은 창작에 의한 작품으로 채워져서 대중에게 보여져야 되는데 전승공예만으로 전시를 채운다면 미술관으로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열어야 할지도 고민거리일 듯합니다.


전승공예도 현대 살아있는 공예가의 작품으로 현대공예의 일부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전통 방식을 이어가는 작가들로서. 하나의 기획전으로 전승공예가 전시된다면 모를까 전승공예만의 미술관은 어려운 면이 있네요. 옛날 공예 작품들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것이구요.


국립현대미술관도 공예를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도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요. 그런데 그 공예는 자신들이 하는 공예와는 다르다고 생각하죠.


국립현대미술관의 공예전에 전승공예가들이 대상이 되지 못하고 소외되고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실 전승공예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콜렉션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작품을 구입하고 있어요.


현역 작가들이 자기네 미술관을 만들어 달라고 우기는 상황과 마찬가지가 되네요.


사실 한국에 국립현대미술관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공간이 세 개로 나뉜 것 뿐이죠. 너무 부족한 상태예요. 적어도 국립근대미술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정체성에서 보나 성격으로 보다 역사로 보나 덕수궁 석조전 건물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사용되는 게 타당한데 엉뚱한 이야기로 문제제기를 하니 설득력이 부족해지는 것이죠.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이 만들어질 때 정부부처 등등 많은 곳에서 탐냈었죠. 힘세고 권력 있는 부처들을 이겨내고 미술관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덕수궁 석조전 서관이 근대적 미술관(이왕가미술관) 용도로 지어진 최초의 건물이라는 당위성이 있어서입니다. 미술관의 효시고 본향인 거죠. 그곳에서 공예전람회를 안 하는 것도 아니구요. 전승공예의 전시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전승의 보존에 힘써야 하는 문화재청과 이런 문제를 협의해야 합니다. 전시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차근히 논의를 이끌어낸 바도 없이 불쑥 국립현대미술관이 사용하고 있는, 옛날부터 미술관으로 사용되어 왔던 곳을 불쑥 내놓으라 한 것이 이상한 거죠. 문화재청은 사실 공문서로 정부부처간 했던 약속-동관을 미술관으로 내어주겠다는 약속도 안 지키고 있는 마당인데 말이죠. 그동안 솔직히 문화재계에서 미술관이 하는 일에 보태준 건 없고 오히려 방해를 많이 했어요. 기무사 자리 미술관 공사 때도 종친부 유적 때문이라며 나중에서야 옮겨 지으라해서 6개월이나 공사기간이 지연되기도 했어요.


오히려 전승공예가들이 미술계에 협력을 요청하고, 공예와 미술은 쌍생아와도 같으니까 공예미술관 건립 방안을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을 했으면 좋겠어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노력해서 미술관 부지를 확보하여 새로 미술관을 오픈하니 축하한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한수 가르쳐 달라, 힘을 보태달라 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국립으로 전통/전승공예관을 한다 하더라도 넓고 제대로 된 장소를 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시가 풍문여고 자리에 무언가 준비하고 있으니 서울시 공예박물관 내에 전승공예관을 만들도록 빨리 로비를 해야 되는 것이죠. 작년에 인간문화재 관련 전시감독을 맡은 바 있는데 돌아가신 인간문화재 작가분의 작품도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고 역사 정리도 안 되어 있었어요. 지정을 받고 증서를 받기 전에 돌아가셔서 문화재청에 인간문화재로 등록이 안 된 분도 계시고, 문화재청 기록도 변변치 않고... 전주에 국가무형문화유산원도 생겼는데 기관을 늘리고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 기본적인 데이터 관리부터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해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어제 연구센터가 개소되었죠. 국립현대미술관 각 분관마다의 특성화를 갖춰나가고 있어요. 과천은 20세기의 고전적인 무게를 갖추고, 서울관은 동시대미술관의 성격을, 덕수궁은 근대미술관의 성격을 갖춘 삼각체제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수도권에 그러한 특성화된 미술관이 있어서 현재 그나마 옹색하지만 이상에 근접한 시스템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건축미술관이든 공예 박물관이든 뭔가 수도권에 새롭게 미술관 공간을 마련한다면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타당한 곳을 열심히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공예의 경우 남산 쪽이라든가 궁궐 근처든가 이미 있는 곳에 확장을 하거나. 전승공예만 자꾸 내세우지 말고 공예 전반에 걸쳐서 포괄적인 꿈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가자고 간절히 호소하고 싶습니다.  최종 결론은 협력이 되었으면 해요. 전체 미술계가 중지를 모아 국립공예미술관을 만들자고 한목소리로 주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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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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