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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 雜담- 국회 제2의원회관 신축 미술작품 설치 업체 선정을 둘러싼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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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미술평론가), 정준모(전시기획자), 조은정(미술사학자), 윤철규(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
토론일 : 2013년 10월10일(목)

지난 9월 8일 국회사무처에서 한 사업 공고를 냈습니다. 신축된 국회제2의원회관에 미술작품을 설치할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공고입니다. 작품제작 및 설치비, 재료비, 운송비, 조명, 받침대 등 부대시설비를 모두 포함한 사업비는 5억 5천 7백만원. 9월9일에 설명회가 이루어지고 칠십 여 곳의 화랑과 기획사가 이에 참여하였습니다. 불황을 맞아 소위 메이저 화랑의 참여도 눈에 띄었습니다. 소규모의 화랑 입장에서는 적지 않게 비용을 부담하면서 컴퓨터 그래픽 등을 포함시켜 45개의 업체가 9월25일 제안서를 제출했고, 9월 27일 평가가 이루어지고 며칠 후인 9월30일 당선자가 발표되었습니다. 당선업체는 ‘더톤’이라는 기획사/갤러리로 이 프로젝트를 위해 국회에 컨설팅을 해준 업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업체의 자료가 다른 업체들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우수한 제안서를 냈고, 분량도 세 배 이상 많았다고 합니다. 20여 일에 걸쳐 일어난 이 일에 대해 미술계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요?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네 분의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기조? 일단 제안부터 해와 봐라
정준모(이하 정)   이번에 제안서를 낸 업체들이 배치도 등을 그래픽으로 만드는 등 제안서와 도판을 만드는 데 애를 많이 썼어요. 짧은 시간에 작품설명에 감정서도 준비하고.. 각 화랑당 3~400만원씩은 쓴 거 같은데 그렇다면 전체로 봐서 5억 조금 넘는 사업에 대해서 1억원 이상을 그 제안서 제작하는 데에 쓴 셈이죠. 이게 다 사회적 부담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물론 이를 통해 업체 선정에 있어 공평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는 해도 비용부담이 컸어요. 

윤철규(이하 윤)   이번 주제는 이전에 비해 좀 단순하긴 한데.. 팩트 중심으로 꼭 짚고 넘어갔으면 해요.

  최근에 남원 광한루에 있는 춘향전시관을 옮겨 지을 계획이 있다고 해서 자문을 했습니다. 지방에 이런 일이 있을 경우 그 전시관을 짓는 건축가가 그 안에 채울 내용물까지 다 해내야 합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남원시에서 자문을 반드시 하라고 요청했다고 하고, 이쪽 일에 이해가 있는 사람은 미술 전시와 관련된 전문가에게 물어보러 옵니다. 그러면 다행인데, 지방 군소 건축업체에게 맡기는 경우에는 미술관이나 전시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짓고 내용물을 채우게 되죠. 지방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지을 때 지방자치단체가 클라이언트가 되는데, 이들이 이 내용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지방에 국립박물관을 지을 때 박물관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수장고의 규모나 갖춰야 하는 시설에 대한 고려 없이 그냥 한 유명 건축가가 그리면 그냥 그대로 박물관으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형국이니 과천 국립현대미술관도 그 규모에 걸맞는 수장고를 갖추고 있지를 못합니다. 국회에서 그림을 산다면, 어떤 그림을 사서 걸어야 할지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계획 단계에서부터 좀더 확실한 목적을 보여줘야 했어요. 미술품구입위원회라든가 국가 기관과 관련되어 그런 당위를 만드는 하는 제도나 모임이 있어야 하고, 대안이라면 총감독제 같은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폭탄테러로 다시 짓게 된 스웨덴 오슬로 정부청사 외벽의 피카소 작품 처리 문제로 갑론을박하는 기사를 본 적 있어요. 정부기관 건물이라면 의미있는 작품을 넣게 되고 신중하게 고르게 되죠. 건물에 맞춘 작품을 제작하기도 하고. 기사 사진을 보면 중국이나 북한 최고권력자의 사진 뒤에는 항상 커다란 상징적인 그림을 배경으로 보여주잖아요.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보여지는 작품들이 되니 신중하게 고르고 다뤄야 되는데 그런 고려는 잘 보이지 않네요.

  제안서를 내라고는 하면서 기조는 명확하게 얘기해 주지 않아요. 내가 한복 살지 양복 살지 모르지만 옷이면 다 가져오란 얘기나 마찬가지에요. 어떤 그림을 가져올지 말을 안 해주고...

최열(이하 최)   여기 공고문에 자세히 보면 ‘작품의 제안 방향’이 나와 있기는 합니다.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하는 국민에게 미적 감동을 주고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여야 함,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가치가 돋보이며, 의원회관 방문객이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어야 함”(웃음)


공사의 한 단계(?)로서의 미술품 구입

  사실 공기업들도 이런 식으로 그림을 샀어요. 건설업체 설계 공모할 때와 똑같이 말이죠. 예술작품을 공사 발주하듯 하는 모독을 한 거나 마찬가지죠.  국회를 시작으로 해서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이라는 것이 너무 공사처럼 생각되는 경향이 있어요.

조은정(이하 조)    제2의원회관의 총 사업비는 2000억 원입니다. 소위 ‘1%법’(문화예술진흥법에서 건축비의 1%를 미술장식품에 투자하도록 한 것)이 사실상 0.5~0.7%로 낮춰지면서 이 경우 미술품 장식에 5억5천7백만원이 책정된 것이죠. 이 금액 안에 운송 설치 조명 명패 부대시설 세금 다 포함되어 있고, 중요한 것은 공사도급업자인 (주)태영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형태로 미술작품 설치 사업이 진행되도록 되어 있어요. 


  사업 주체는 국회지만 건설업자가 하는 일인 것이고, 이것까지 해서 준공검사를 마치는 것이 건설업체의 책임인 거죠. 일반 건물도 그렇듯이. 4대강 16개 보 하나 가격이 몇 십억에서 천 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는데, 보 건설비용에서 1%를 적용시킨 조형물을 세워야 해서 외국 작가들 것을 포함해서 어마어마한 것들을 설치했다고 해요. 

  국회사무처에서 공고는 냈지만. 미술작품 설치 업체는 건설회사와 수의계약을 해서 그쪽에서 일을 받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니 미술작품 설치가 공사의 일부로 여겨지는 것이죠.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서... 쉽게 얘기하면 건설업자는 설계 준공검사까지 받아주고 나와 줘야 납품 완료가 되는 것이죠. 미술품 설치 1%까지 완료되야.

  국회의원이 집주인이지만 국회사무처가 하는 일이고, 그 진행마저도 업자에 넘겨진 상태네요.

  예전에 지방의 도청 건물을 지을 때 심사위원으로 간 적이 있었어요. 각 업체들에서 건물에 작품을 어떻게 넣을지 다 해 왔어요. 1%에 해당하는 조형물과 각층 장식 등을 포함해서요. 이 심사는 외부 전문가들과 지역의회 문화부 소속의원 한 두 명,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하게 되요. 이 과정이 말이 많으니까 모든 회의록들 다 꼼꼼히 서류화해서 당선자를 발표하고 불만자는 이의제기가 가능하도록 했어요.

  유명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가 강남 교보타워를 설계할 때도, 그 건물에 포함될 1% 조형물에 대해 한국 작가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클라이언트의 의견에 따라 마리오 보타가 직접 그에 맞는 컨셉과 작가를 정한 것으로 압니다. 건축가가 책임지고 건물에 설치될 작품을 정한다면 적어도 그런 식이어야 하지 않나 보는 겁니다. 신축된 의원회관은 유리건물이던데, 거기에 맞는 디자인 컨셉이라던가, 구조주의라든가 모더니즘이라든가 70년대 스타일이라든가 하는 정도라도 언급이 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거죠.


  공고를 보면 공개된 행정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무책임한 행정이죠. 상징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작업을 한 것입니다. 발주 주체와 시행이 분리되고 심사위원도 별개에다 기준도 안 씌어 있고 공개되지도 않고. 책임질 주체 없이 다 빠져나갔어요. 작품 선정의 기준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고. 약간의 방향이라도 제시했더라면 그렇게 까지 낭비될 필요 없을 사회적 비용이 지출된 셈이에요. 심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국회의원회관이라는 건물에 적절하지 않게 꾸며진 경우에는 대처할 방법도 없는 거 아닌가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면 다행이지만요.

  
공공기관 미술품 구입의 구조

  이 과정을 문제 삼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띤 국가, 지방자치단체나 심지어 사기업들도 미술품을 구입하는 구조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공공미술이라고 하는 것은 특정지역과 장소 역사성 시대성이 갖춰져야 하는 거죠. 철저하게 주관기관에서 기조를 잡아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김복진 미술상’이면 ‘김복진’이라는 미술가와 어울리는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하고 심사위원도 거기에 맞는 분을 모셔야 하잖아요. 이것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그런 면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아요. 설명회에서 말로 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기조나 요청사항은 문서로 정확하게 표현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평가위원은 누군지 어떤 기준인지도 알 수 없잖아요. 

  대한민국 국회의 의원회관에 소장될 작품이면 50-100년 뒤까지 남아있는 작품이어야 합니다. 2013년 대한민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후손들에게 계승 전달해 줄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보구요.

  국회, 정부종합청사, 삼성본관, 어느 건물이든 그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조형물로 선택되어야 하죠. 설치를 주관하는 곳을 선정할 때 그것이 명시되어야 하고.

  국회 사무처 같은 예술에는 비전문적인 집단이 예술작품 선택 문제에 직면해서, 화랑협회라든가 응모할 단체를 전문성이 있는 곳으로 보고 역으로 전문적인 제안을 받아 선택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예술에 비전문적이라고 해도 국회라고 하는 공공기관 내부에서 기조와 주관이 표현되어야 하고 그게 내부적인 전문성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바깥의 전문성에 맡기기 전에. 공고의 기본적인 목적, 성향, 경향이 적극적으로 표현되어야 하고. 이를테면 평가 위원 심사위원도 그런 방향으로 뽑아야죠. 대구시립미술관 대구시청 등 미술품 구입 심사위원 풀을 정하는데 있어서, 그 풀도 2~3배수로 하지만 어떤 정해진 기조에 의해서 풀을 만드는 것이죠. 자유 방임으로 다 내봐라 이렇게 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조형물 심사위원의 경우 황당한 경우가 많아요. 전문가를 모시지만 당연직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국회의원 시의원 두 당 한 표 씩주고.. 전문가가 있어도 과반수를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개방성 객관성이라고 너무 많이 벌려놨어요. 우리 집을 짓는데 거기 들어가는 가구도 있고 인테리어도 있고 하는데 집주인인 내가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조차 없다면 말이 안 되죠. 

  화랑에게 자신들이 해야 할 기조 세우기를 넘겨버렸을 것입니다. 전체 중에 얼마 안 되는 조형물에 불과하다고 봤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공기업도 다 가지고 있는 문제예요. 공사와 다름없이 입찰 공고를 한다는 것. 미술품 구입이 공사랑 어떻게 같을 수가 있나요? 국회에서 이렇게 하니 지자체도 그대로 따른 걸 거예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관행적인 거죠.

  이번 추석 연휴 때 연휴까지 껴서 사실 난리들이 났었어요. 작품진위감정서 가격감정서 CG 까지 만들어서 12부 제출하고 제안서 만드는 비용이 한 업체당 300만원은 들었을 겁니다. 다른 곳도 다 그렇지만 화랑 입장에서는 낯설고 어려운 일이었죠. 영세한 화랑들까지 5억짜리 일 하나 해보겠다고.. 

  총감독이 있어서 그 컨셉을 정해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예술감독제 운영 예가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런 식의 일처리는 감사에 지적당할 염려가 있어서 다들 기피하죠. 영국 게이트헤드 시 같은 곳은 도심재창조사업 아트디렉터들이 날개 달린 천사 작품 하나로 도시 전체가 살아나기도 했죠. 그런 컨셉을 가진 사업을 고르면 되는 거예요. 카셀 도큐멘타가 성공하는 이유는 감독을 그때그때 잘 정해서예요.

  그 감독은 누가 하나요? 그 결정이 어려워요.

  결정이 잘못될 수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조금씩 하고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점차 좋아질 겁니다. 

  
심사위원의 선정. 공개의 필요성

  영국 예술위원회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어야 할 거 같아요.


  한국의 예술위원회도 있지만 지금은 그냥 사업비 나눠주는 곳이죠. 껍데기는 도입하고 내용은 도입 못했어요.

  전쟁기념관의 경우 건립주체가 아주 뚜렷한 개념을 합의하여 보여주고, 몇 명 안 되는 인력이 열과 성을 다해서 설치물 하나하나에 의견을 제시하고 발로 뛰었어요. 가치에 대한 평가는 좀 다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통일된 설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맞습니다. 평가위원과 심사위원은 비공개라지만 모든 사업이 확정이 된 뒤에는 공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누군가는 책임을 질 수 있게 되죠. 

  지금은 사업 주체는 심사위원 핑계를 대고. 심사위원은 누군지 몰라서 책임을 물을 수 없죠. 담합을 해도 알 수 없고.

  공개가 두렵고 책임지기 싫어서 전문가들이 심사위원 맡기를 피하면 또 전문가랍시고 심사를 도맡아하는 친구들이 나서게 되는 게 문제입니다. 

  국회에 미술품 구입 및 평가 위원회를 만들려고 했었지만 흐지부지되었죠. 모든 국가기관 공공기관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비용상 다 디렉터를 둘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일정 금액 이상, 국가의 주요 공공기관의 경우라든지 하는 기준을 두어서 위원회나 디렉터 제도를 두도록 할 수는 있겠죠. 내가 끼지 않아서 모르는 경우도 있겠지만 적어도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없는 건 확실하죠. 국회 부속건물이니 외국에서도 와서 볼 텐데... 중요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성남 KOICA 빌딩에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을 남겼다는 최영장군 반신상이 건물 벽에 붙어 있어요. 엄청나게 괴기스럽고 건물도 망쳐놨어요, 개발도상국 교육생들이 와서 이걸 보고 뭐라고 할까요.


  이번 의원회관 건은 젊은 작가 작품 중심으로 선정이 되었다고 하는데 살펴봐야 하겠지만 그것 자체도 조금 걱정스러워요.

  국회는 젊은 작가 육성과 상관이 없다고 봐요. 국회는 대한민국의 입법기관이니 어느 정도 자기 세계를 완성한 작품이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그림을 한 번 걸면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6개월 이상 걸면 안 되죠. 햇빛 등에 의한 손상을 고려해서 2배수나 3배수로 작품을 구비하고 순환 개념으로 보여져야 돼요.

  결론적으로는 공공건물의 미술품 구입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과 끝없는 토론이 필요하고, 책임있는 일의 진행을 위해 심사위원을 사후 공개하도록 해야 될 거 같네요.

정리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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