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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 雜담- "누구의 미술관인가: 작가이름을 내건 국공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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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미술평론가), 정준모(전시기획자), 조은정(미술사학자), 윤철규(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
2013년 9월12일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공립 미술관 중 화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들 중에는 그 지역 출신의 유명 작가를 기려서 세운 것도 있고, 출신지역은 아니지만 어떤 연관이 있는 유명 작가의 이름을 빌거나 작품을 기증받아 개관된 것도 있으며, 유명 작가는 아니나 지역 출신 무명작가의 개인전시실처럼 운영되는 곳도 있습니다. 이들 미술관 중 많은 수가 대한민국의 다른 문화 이벤트처럼 내실있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실태를 한번 짚어보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조은정(이하 조)   최근 박노수 선생의 자택이었던 곳에 박노수미술관이 문을 열었죠. 개인화가의 미술관이 명소처럼 매체에 소개되고 관심을 받았어요. 최근에 들어서 이와 마찬가지로 여러 미술가들 이름을 딴 미술관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데 문제는 지방 자치단체가 여기에 깊이 개입된 곳이 많다는 것입니다. 박노수미술관은 종로구에 개인 재산을 기증하면서 이루어진 예이지만, 다른 곳은 사정이 다양합니다.

 

최열(이하 최)   박노수 미술관은 종로구립 미술관입니다. 집과 작품을 종로구에 기증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죠. 박노수미술관의 경우 작가 작품 가치 평가도 고려가 되어야 되지만 그 건물도 역사, 인문지리적은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서, 새로 설립되는 식의 공립 미술관과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이것 말고 문제가 되는 다른 경우가 많잖아요.

 

  화가 이우환의 경우는 최근 부산과 대구에서 시립미술관으로 동시에 지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개인화가 미술관이 공립으로 설립, 운영되는 것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 보자는 의견이 있으셔서 만들어진 자리인데요. 이러한 미술관들의 공공성, 공적 이익이 어느 정도일까요?

 

정준모(이하 정)   지방자치단체 도, 시군구가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거나 그 지역출신 작가로서 그 사람들의 유명세 이름을 빌어서 자기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든가. 문화관광의 동력으로 가져가기 위해 시 예산을 들여 미술관을 만드는 경우가 있죠. 경쟁적으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일이 없을 테죠.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요. 우선, 지자체장들이 대규모의 예산 투입을 하면서 과연 미술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덤비는 건지 의심스럽습니다. 시립이나 군립으로 만들어진 개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라면 어느 정도 작품의 가치가 있어야 하잖아요. 최소 국전 초대작이나 추천작이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듣보잡’의 작업실 수준으로 만들어지면서 도립 군립 시립 등의 이름이 붙는다면 문제죠. 아무리 동네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조   그렇다면 화가의 이름을 내세운 공립미술관을 몇 가지로 분류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   미술관을 구성하는 요소가 어떻게 제공되는지에 따라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1. 개인이 집과 작품을 기증해서 만든 경우 2. 작가가 작품을 기증하고 지자체가 땅이나 건물을 제공하는 경우(혹은 임대 혹은 BTL) 3. 작품 기증 없이 지자체가 기획해서 세우는 경우.

 

<화가 이름을 딴 공립미술관 목록>




윤   작가가 작품과 건물을 모두 기증하는 경우라도 지자체는 운영을 하는 부담을 얻게 되는 것인데... 지자체가 그것을 받아 운영을 할 만 한가에 대해 신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지자체가 공공의 시설로서 운영을 할 만한 작가인가를 검토해야죠. 지자체가 미술관 운영에 목매달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조   왜 지자체는 미술관을 운영하고 싶어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일 수 있네요. 한동안은 작가들이 자기 미술관을 지어 지자체에 넘기는 경우가 있었죠.

 

정   개인이 미술관을 만들어 운영하다보면 이게 생각보다 여러 비용이 많이 들고... 감당이 안되니 시립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공주의 L 미술관 등.. 지역 화가들이 왜 그 사람 걸 공립으로 만들어 주냐고 반발하면서 시에서 공립화를 보류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조   돈을 받지 않고 기증한다고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돈을 받고 팔려고 하는 경우가 있어서 더 문제가 됐죠. 돈을 받고 미술관을 판 다음 대를 이어 관장은 계속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지역미술인들이 막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최   지자체가 미술관 설립에 연연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겁니다.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 구호에 맞게 지역에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관광 유발 효과와 연관되는 장점이 있지요. 또 다른 한 가지는 공무원들의 실적과 자기자리 만들기가 아닐까요. 중앙으로부터의 예산도 기대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요구가 결합돼 있다고 봐야 됩니다.

 

조   유럽에서도 EU 구성 후에 하나 된 유럽을 만들기 위해 EU 차원에서 미술관을 지원했었어요. 그래서 많은 미술관들이 생겨났었죠. 우리나라도 90년대에 처음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역의 문화 인프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예산이 배정됐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문화관광부에서 심사를 엄격히 하고 비율도 줄이겠다고 한 상황입니다. 명목으로나마 각 미술관에 대한 심사나 평가가 이루어지는 단계까지 와있는 상태예요. 그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피부로 느끼는 미술관을 만들겠다며 각 지자체의 미술관 확립 의지 건수는 확장되고 있습니다.


정   지자체가 너무 빠른 시간에 문화 인프라를 입히려고 하니까 지역작가 나름대로의 욕심이 맞아떨어지는 것이죠. 더군다나 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의 치적, 문화적 예술적 관심도나 소양의 과시와 맞물리면서... 서로 목적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손을 잡게 되지요.

 

조   지역이 미술관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배경에는 과대포장된 빌바오 효과도 있다고 봅니다. 빌바오라는 중소도시가 근대 산업 쇠퇴로 나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 뮤지엄 하나가 들어서서(빌바오 구겐하임) 도시가 재생되는 바람에... 빌바오가 연구대상이 되고 회자되면서 이 효과가 유포되는 것이죠. 빌바오와 자신의 지역을 동일시하여 미술관이 지역의 문화 아이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일단 전시가 이루어지므로 눈앞에 보여지는 성과를 빨리 낼 수 있구요.

 

최   일단 특정 작가 개인을 내세운 미술관을 공립으로 세우는 문제에 집중해서 이야기하죠. 한 화가의 미술관을 공립으로 설립한다고 했을 때 미술가를 평가하는 가치 기준과 평가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가장 큰 것은 역시 ‘그 지역출신인가’이겠죠. 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가 선정 기준이 되어야 하겠구요. 그렇다면 세금을 들여서 해도 문제될 게 없겠고..

 

정   사실 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는 작가의 평가와 관련된 것이라서 조심스럽죠.

 

윤   적어도 누구의 미술관을 짓느냐에 대해 미술계 내에서 스크리닝이 진행된 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풍부하게 해서 지역민을 문화적으로 고양시키고 관광에 도움이 되는 등 지역의 미술관이 일정부분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공립으로 지어질 필요가 있죠. 중요한 일이구요. 하지만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작가에게 점령되거나 사욕으로 설립되는 곳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런 전례들이 생기면서 몇몇 작가들이 공적비용을 사용해서 자신의 미술관 만들려는 움직임들이 있어요. 아직까지도.

윤   40억에서 100억이라는 공적인 비용을 들이면서 지역에서만 통하는 작가의 미술관을 만든다는 것은 우스개소리 밖에 안 되죠.

 

조   ‘알려지지 않은 우리 지역의 좋은 작가가 있다, 미술관을 지으면 인정받을 거다. 우리 사람 우리가 알아줘야지’하는 분위기가 조금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미술관의 작품 구입과 소장품 질의 중요성, 점점 키워나갈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미술관은 브랜드화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등을 모르고.. 세계적인 추세 등과 너무 거리가 있어서 안타까워요.

 

정   작가는 미술관이 필요하고 지자체는 미술관을 만들고자 하고. 이해관계가 적당한 선에서 맞아떨어지면 그런 요구들은 무시되는 거죠. 청송의 경우에 서양화가 남관이 뒤늦게 그 지역 출신임을 알고 남관미술관을 만들고자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야송미술관이 청송에 있잖아요. 인지도 면에서는 야송 이원좌라는 사람보다는 남관이 훨씬 많이 알려진 인정받는 화가이므로 그에 대한 예우가 먼저여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어요. 지역사회도 지역 출신의 작가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최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뭔가 계몽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방세든 국세든 국민세금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경우는 어떤 경우도 장기간의 걸친 타당성 가치 평가를 엄격하게 수행을 해야 합니다.

 

조   지역의회록 말씀을 저번에 드린 적 있는데요, 의회록을 보면 문화적 사업 욕구가 많고 빨리 진행하고 싶어 하는 걸 알 수 있어요. 나름대로 서로 감시감독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그런데 문화쪽 사업은 전체적으로 우후죽순이고 군 안에서도 비슷한 사업이 여기저기 중복되서 일어나요. 잘 모르다가 나중에 통폐합되기도 하고. 문화적 장소를 만들려고 하는 의지가 앞서가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겨요.


정   토목공사형 경제랄까. 문화시설이 토목공사꺼리 중 하나로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최   지자체가 설립한 여러 미술관들 중 지속시킬 만한 가치가 있는 미술관과 그렇지 않은 곳을 따져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운영되느니 복지시설로 전환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잖아요? 운영 실태를 떠나 작가 이름만 봤을 때도 이게 있어야 되는 곳인지...


윤   백남준, 이응로 등은 국가를 넘어서는 타이틀이죠. 당연히 있을 만 하구요, 박수근, 이중섭도 마찬가지고.


정   거기에다 천경자, 김환기, 오지호, 문신 미술관 등도 있어야 하죠. 현재 그 미술관들이 합당한 활동을 하느냐는 별개로. 여타의 미술관은 좀더 생각해 봐야... 


최   기증없이 순수 국민세금으로 만든 것 중에서 박수근, 이중섭, 최북, 정선 등 의미가 있고 각각 나름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곳은 작품이 없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유지해야 된다고 봅니다. 이름없는 작가의 미술관 중에서 거액의 세금이 투입된 곳은 폐관해야 된다고 봐요.


정   하지만, 미술관을 만들 때 작품 기증 형식 등에 관해서 협약 등 조건이 따르죠. 법적으로 없애기도 어려워요.


윤   우리도 성숙사회로 가고 있으니까, 새로 마구 짓기보다 있는 것을 효율적으로 써야 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짓는 게 능사가 아니라 잘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진 거죠. 난립한 미술관들의 운영문제가 많으므로 앞으로 화가 이름을 건 미술관은 사회적으로 타당성이 인정된 것만 짓고 그를 위한 합당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정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이런 얘기를 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조   최근에 대구에 추진중인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과 별도로 부산시립미술관 부설로 이우환갤러리가 설립된다는 보도가 있었죠. 작가 작품 기증의사가 밝혀져서 대구 쪽과 갈등을 빚게 되었고.. 대구에서는 대구시립미술관 운영만으로도 벅찬데 이우환미술관에 건립을 무리하게 추진한다고 반대의견도 제기되고... 그밖에도 갈등요소가 많이 있었죠. 또 얼마전 제주도에도 평남 출신 김창열 작가의 기증의사가 전해져 김창열미술관이 설립 추진중이구요. 


정   대구시립미술관의 경우 미술관 건축 비용으로(BTL방식) 매년 44억씩 20년간 갚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원리금 상환과 운영비로 116억원이 들구요. 월평균 수입이 1천만원 정도라면.... 운영 문제가 심각하죠. 미술관은 짓는 걸로 끝나지 않아요. 소규모 미술관이라고 해도 일년에 운영비가 7억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시설관리 보수 등등해서... 그러니 40억 들여서 지으면 원금보다 운영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거죠.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는 몇 년 뒤 상황은 알 바 아닐지 모르지만 그 부담은 세금을 내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덮어씌워지는 겁니다. 


조   이우환갤러리의 경우는 작가 스스로가 부산시립으로 만들기를 원해서 체결된 거죠. 49억원짜리 건물에. 19억6천만원이 들어갑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15점 기증하기로 했구요. 대구의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에는 1400여억 원이 들어가죠. 안도 다다오라는 유명건축가가 참여하기로 했구요. 


정   대구의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은 리처드 세라, 아니쉬 카푸어 등의 작가를 이우환의 친분을 이용해 저렴하게 사와서 전시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소장품이 적으니 반드시 필요한 교대 작품이 없죠. 대구가 먼저이지만 서류상으로는 부산이 먼저 진행됐어요. 대구는 먼저 예산을 받았구요. 안도 다다오와 건축설계 계약이 완료되어서 이제 물러설 수 없습니다. 지금 현재 시장이나 문화예술국장은 평생 치적사업일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두고두고 욕먹을 수도 있습니다. 매년 갚아야 할 빚을 생각하면요. 부산은 여유가 있냐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부산시립미술관은 대구시립미술관보다 현재 예산이 적습니다. 부산 사상에 부산비엔날레 제2미술관을 지었는데, 있는 자식도 제대로 못 키우고 있는 형편이죠. 게다가 그 앞에 벡스코 제2관을 지어 미술관이 보이지도 않아요. 그런데 그 옆에 이우환갤러리를 짓다니... 조각공원도 반은 없어졌는데 그 안에 짓는다고 합니다. 백년대계는 못되도 30년은 유지되어야 되는데 정말 즉흥적인 문화정책이라고 보여져요.


최   대구와 부산이 경쟁적으로 적자가 뻔한 미술관 사업을 무턱대고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 입장에서는 정말 폭력적인 일인 셈이에요. 작가 개인도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고, 아무리 지역에서 요구가 거세더라도 끌려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정   대구에 이우환미술관 만들겠다고 할 때 이우환 작가는 반대했다고 들었어요. 내 그림 기증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것도 없고. 살 수도 없을 테고... 채울 수 없을 테니 ‘친구들’로 가라고 했다고 해요.


최   부산도 안한다고 했으면 좋았을 걸. 전세계 인류의 사랑을 받는 작가미술관을 보세요. 반고흐미술관, 마티스미술관, 모네의 집, 르느와르의 집... 그에 비한다면 대구와 부산의 예는 살아있는 사람 동상을 서로 세우겠다고 하는 것과 똑같은 남사스런 일이에요. 자기 돈으로 자기미술관 짓는 것도 보기 좋은 일은 아닌데 국민의 세금으로 자기 이름을 내건 시립미술관을 세우는 걸 바라보고 있다는 건 이해되질 않습니다.


조   작가 입장에서는 지자체가 먼저 강하게 요구해 오니 곤란한 면이 있었겠죠.


최   미술사에서, 작가에 대한 가치 평가라는 것은 어찌됐든 사후에 정리가 되게 마련이죠. 지금 유명한 거장이라고 해서 사후에 추락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어요. 70~80년대에 상상을 초월하던 권력을 가졌던 미술계 거물들도 지금 보면 다 잊혀졌어요. 지금의 대가는 절대 안 그럴 거라고 확신하는 것은 역사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거죠. 이중섭, 박수근처럼 나중에 기념하는 미술관을 지어도 결코 늦지 않아요. 작가의 욕망에 지자체의 필요가 결합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정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생존 작가가 있어서 말린 적이 있어요. 기증하고 끝내시라고, 돌아가신 다음에 어떻게 운영 유지될 거 같습니까 하면서. 생전에 스스로 자기 미술관을 만드는 것은 조선시대 본인 공덕비를 자기가 부임하면서 만드는 셈이죠. 개인적으로 이우환 선생님의 인품이나 학식이나 모든 면에서 존경심을 갖고 있는데 대구 부산 이런 얘기 들리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만나면 한 번 여쭤 보고픈 심정이에요. 대구에서 이우환 선생님을 못살게 군 것은 사실인 듯해요. 나오시마에 안도가 설계한 이우환미술관이 있으니 그대로 베낄 생각을 하고....


최    김창열미술관도 마찬가지 같아요. 신문을 보는데 현대화랑에서 김창열 전시를 하면서 “제주도에 작품 200점 기증을 하고 동네 저지리 예술인마을에 김창열미술관을 설립키로 했다”는 발표를 하더라구요. 200점을 기증한 것은 조금 다르지만.... 김창열 화백은 제주에서 오래 산 것도 아니고, 그 사람보다는 제주도의 특색을 잘 살려줄 수 있는 도립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을 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950년대 민감한 시절에, 그것도 경찰로 1년 6개월 근무한 외지사람의 미술관을 짓는 역사의식이나 시대정신, 지역의식이라니. 


정   바람직한 것은, 한 작가와 관련된 지역에 적어도 5~6백점 정도 전생애를 망라할 수 있는 화업을 기증이나 구매를 통해 모아서 제대로 된 미술관을 짓는 것이죠. 더 좋은 것은 변화 시기마다 영향을 주고 받았던 멘토 작가를 연결하면 더 좋구요. 양주군의 장욱진미술관도 200몇 점을 기증받았는데, 한번 상설전시해 놓고 같은 작품으로 10년 갈 수는 없지 않나요. 그 작가 작품만으로 기획전시 할 수 있는 양을 확보해야 하는데. 부산의 이우환갤러리는 현재 15점이라고 하고. 신안군립 김환기미술관도 소장품이 미미하고.... 최북미술관은 소장작품이 거의 없고. 무주 사람인지도 정확치 않고. 정선그림 없는 겸재정선기념관에.... 지금은 몇 점씩 컬렉터들이 기증했지만 양구 박수근미술관도 박수근 작품 한 점 없이 출발했고..... 서귀포 이중섭미술관도 액자에 인쇄된 그림을 걸고 시작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미술관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뭔지 아는지 모르겠어요. 작가에 대한 모욕이지 그분에게 헌정된 것은 아니라고 봐요. 작가 입장에서도 미술관에 100퍼센트 작품을 기증하지 말고. 매년 평가해서 정말 잘했다고 하면 기증하도록 조건부 기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으면 어떡할 겁니까. 부양 의무는 하지 않고 자식만 낳겠다는. 앞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들이죠.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키우고 운영하는 게 중요해요.


조    지자체에서 만든 많은 미술관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하고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죠. 


최    설립준비 단계에서 한국미술사학회 등 관련 학회와 평가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겠죠. 그런 준비 단계에서의 평가도 부실한 데다, 작품을 제대로 갖출 수 없는 조건에서 지어진 미술관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학술적인 면과 사업적인 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1차적으로 드네요.


윤   공공기관에서 미술관 평가 가이드나 등급 매겨 운영에 대한 현황 감시를 해야 합니다.


정   박물관이나 미술관 건립에 대한 기준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 사전 컨센서스를 만든다든가하는 시민사회 소통의 절차가 없는 상태예요. 지자체장의 결심만이 오직 중요하죠. 공립미술관 설립 관련해서 공청회 내지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을 때는 문화부 국고지원을 해주면 안 됩니다. 박물관법 개정 관련해서 평가 얘기는 많이 나오고 있어요. 유럽에는 이런 정책에 관여하는 ‘박물관 및 고문서위원회’ 같은 이름의 대통령이나 총리직속 기관들이 있어요. 박물관은 그 나라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사전 인식이 되어 있죠. 우리는 그게 더 필요해요.


윤   수습 방안과 더불어 앞으로 전개되는 것에 제어 장치가 필요하겠네요. 잘 운영되는지, 폐관해야 하는 지경인지 평가를 통해 알아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하고, 평가를 통해 등급을 나눠 예산 지원을 한다든가.


정   현재 제기되고 있는 박물관평가위원회 평가제도가 그렇습니다. 일정 등급 이상 못 받으면 아웃.. 대학평가를 통해 장학금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죠. 박물관미술관계 전문 종사자의 의견이 그렇습니다.


조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평가를 수량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관객 수 등으로. 


정   그를 위해서는 전문성을 지닌 평가자들이 필요한데... 박물관 미술관 평가 영역에서 얼마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 10명도 안 될 겁니다. 국공립미술관이 40여 개인데 미술관장 감이 30명도 안될 것 같아요. 어쨌든 뮤지올로지에 근거한 평가가 필요하죠. 준거를 가지고 활동순위를 매겨 공개해야 합니다. 자기지역 미술관 하위권이라면 이를 부끄럽게 여겨 개선하려고 노력하게끔.


정리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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