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미술사학자)
권근영(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최열(미술사학자)
정준모(전시기획자)
윤철규(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
일시 6월 24일(월)
2013 베니스 비엔날레가 6월 개막했습니다. 1895년 시작된 베니스 비엔날레는 세계 현대미술계를 이끄는 가장 영향력 있는 행사 중 하나로,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전시 총감독은 3년 전 제 8회 광주비엔날레 “만인보”의 예술총감독이었던 이탈리아 출신의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로 선정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현대미술, 디자인, 공예, 도자, 미디어아트, 조각 등 다양한 주제의 국제 비엔날레가 양산되어 열리고 있는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자리를 잡은 광주비엔날레 마저도 아직 여러 가지 문제들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번에는 광주 비엔날레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윤철규 요번 베니스 비엔날레 다녀오신 분들 계시죠? 어떠셨는지 그 얘기부터 해 볼까요?
조은정 같은 감독이 베니스와 광주에서 어떻게 다르게 했는가에 대해서는 블로그나 기사 같은 곳에서 이미 많이 다뤘어요. 광주 비엔날레가 한 예술감독의 발판이 된 반면에 한국 작가는 참여하지 못했으니까요. 예술의 지형도 안에서 어떤 사람이 예술감독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아요.
정준모 광주에서 감독했던 사람이 베니스 비엔날레의 감독을 맡게 되었는데 한국 출신 작가들을 데려가지 않았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봐요. 뉴욕 뉴뮤지엄 트리엔날레 같은 경우를 봐도 이탈리아나 중국 출신 소호 작가들이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어가죠. 누가 이끌어 주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일종의 전략적 어젠다와 지속적으로 매개해 갈 수 있는 기관, 시설들과 그 연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발판 만들어줬는데 하나도 안 데려갔냐?’고 하는 건 좀 유아적인 발상 같네요.
조은정 같은 감독이 베니스와 광주에서 어떻게 다르게 했는가에 대해서는 블로그나 기사 같은 곳에서 이미 많이 다뤘어요. 광주 비엔날레가 한 예술감독의 발판이 된 반면에 한국 작가는 참여하지 못했으니까요. 예술의 지형도 안에서 어떤 사람이 예술감독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아요.
정준모 광주에서 감독했던 사람이 베니스 비엔날레의 감독을 맡게 되었는데 한국 출신 작가들을 데려가지 않았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봐요. 뉴욕 뉴뮤지엄 트리엔날레 같은 경우를 봐도 이탈리아나 중국 출신 소호 작가들이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어가죠. 누가 이끌어 주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일종의 전략적 어젠다와 지속적으로 매개해 갈 수 있는 기관, 시설들과 그 연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발판 만들어줬는데 하나도 안 데려갔냐?’고 하는 건 좀 유아적인 발상 같네요.
권근영 그에 동의합니다. 그쪽에 섭섭함을 토로한들, 아르코가 잘못했다 누가 잘못했다 얘기한들 뭐하겠습니까?
조은정 이번 베니스의 본전시 주제가 ‘백과사전식 전당(The Encyclopedic Palace)’인데 주체가 백인 남성들이에요. 근대 제국주의적 시각을 떠올리게 했어요. 150명의 본전시 작가 중 아시아를 기반으로 하는 작가는 다른 때에 비해 아주 적어요. 아시아의 비엔날레 감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견을 넓어진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는 겁니다.
최열 우리를 좀 무시한 거죠(웃음).
윤철규 한국의 광주 비엔날레 정도는 커리어 관리나 생계를 위해서 하는 것이고, 베니스는 자신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발휘한 거라고 봐야 되나요. 아무래도 레벨이 다르니까.
정준모 개인적으로는 그 사람이 베니스 비엔날레 감독이 되는 것이 아직은 조금 이르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광주 비엔날레의 경우에는 용병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에게 역할과 임무를 맡긴 것이죠.
윤철규 광주 비엔날레가 한국의 현대미술과 국제적인 역량을 보여주는 메인스트림 파이프 역할을 한다고 봤을 때는 전략적 어프로치가 부족한 듯합니다. 만들어 놓고 유치원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수많은 관객에게 보여졌다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현대미술과 국제적 역량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 위한 전략적 어프로치 우선”
정준모 부산과 광주, 국제적인 비엔날레가 두 개나 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소모적일 수 있어요. 여기에 국내 감독보다 외국 감독들을 쓰는 것을 마치 국제화의 상징처럼 여기는 것도 좋지 않구요. 예술 감독들을 키워낼 수 있는 토양이 있는데, 또 자질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에게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권근영 동의합니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만 감독을 쓴다면 해외 미술계와의 연결고리 부분에서 좀 부족해지지 않을까요.
정준모 우리나라 출신 감독이라서 외국의 주류 세력과 네트워크를 갖지 말라는 법은 없죠. 아예 찾아볼 생각도 안하니 문제예요. 국내의 누군가를 커미셔너로 선정했을 때 선정되지 못한 측 사람들의 반발을 두려워해서 피해간 면도 있어요. 미술계 본류 세력과의 어프로치, 충분히 가능성 있습니다.
윤철규 방글라데시 비엔날레의 김윤섭 씨 외엔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 미술행사의 감독을 맡은 적이 없지 않나요?
정준모 사실 미술의 지형도에서 봤을 때는 우리나라는 아직 제3세계입니다. 이번 베니스에서 확실하게 느꼈어요. 95년도에 한국관을 지을 때 미술외교 역량이 최고였던 거구나(웃음).
조은정 광주 비엔날레의 정체성을 베니스 비엔날레와 견주어 얘기해 본다면, 광주 비엔날레는 “베니스의 국제성을 지향하나 로컬 비엔날레로 머무르고 있는” 셈이죠.
최열 광주 비엔날레가 가진 비애라면 그 지역성에 있어요. 주류를 모셔와서 서로 끊임없는 소통과 연결을 하고 싶은데, 결과적으로는 맘대로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러한 현실을 진단을 한 다음 해결책을 모색해 봐야겠죠.
권근영 광주 비엔날레는 아시아 최고(最高가 아닌 最古)의 비엔날레죠(웃음). 적어도 그 로컬성을 살려 아시아의 현대미술의 현황을 다 보기라도 해야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제3세계 잔치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겠지만,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현대미술이라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면 의미있는 비엔날레가 될 수 있어요.
윤철규 로컬성을 극대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겠네요.
조은정 실제로, 아바나는 제3세계, 휘트니는 미국미술진흥, 베니스는 국제성이 그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광주가 아시아에서 제일 관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한 중국에게 덩치로 밀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광주는 아시아의 인권도시였고 그를 포함해서 많은 것을 표방하고 시작했는데, 아직 정체성을 확정짓지 못하고 표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로컬에 머물긴 아깝고 국제를 지향하기에는 힘이 딸리고.
윤철규 B급 이미지를 정체성으로 삼은 가수 싸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계 팝 시장에서 메이저는 되지 못하더라도 ‘나는 B급 맞다’ 이런 솔직한 면이 어필된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B급 문화라는 것이 경제적인 면에서 압축적으로 성장해온 사회의 비열한 면이나 천박한 면 등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구요.
정준모 하지만 대중문화와 달리 미술계가 갖고 있는 한계가 있어요. 싸이 스타일의 소위 ‘쌈마이’를 따라하기는 어려운 거죠. 광주 비엔날레의 선언문을 한번 읽어 보세요. 분명 제3세계 미술을 대변하자는 지향점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표표히 돛을 올린다’며 멋지게 끝을 맺어요. 제가 보기엔 중간에 많이 흔들렸고, 다시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주 비엔날레가 뭔가 더 새로운 가치를 담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광주의 5.18정신’이라고 하는 무언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정신을 지향할 때가 되었어요. 너무 광주 정신에만 함몰되어서 그것을 울궈먹느라 정체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광주 정신이라고 하면 모든 게 익스큐즈 되었으니까.
정준모 하지만 대중문화와 달리 미술계가 갖고 있는 한계가 있어요. 싸이 스타일의 소위 ‘쌈마이’를 따라하기는 어려운 거죠. 광주 비엔날레의 선언문을 한번 읽어 보세요. 분명 제3세계 미술을 대변하자는 지향점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표표히 돛을 올린다’며 멋지게 끝을 맺어요. 제가 보기엔 중간에 많이 흔들렸고, 다시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주 비엔날레가 뭔가 더 새로운 가치를 담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광주의 5.18정신’이라고 하는 무언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정신을 지향할 때가 되었어요. 너무 광주 정신에만 함몰되어서 그것을 울궈먹느라 정체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광주 정신이라고 하면 모든 게 익스큐즈 되었으니까.
최열 5.18이나 인권 등의 주제는 매 번 한 섹션을 특별하게 구성하여 기획하면 적당하다고 봅니다. 저는 작가나 기획자들이 광주 비엔날레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정준모 광주를 맡았던 외국 감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나치게 피상적인 광주정신에 매달려 있었던 듯해요.
최열 내 경우 광주에서 성장했는데, 사실 5.18 정신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런데 외국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정준모 최열 선생님은 너무 많이 알기 때문에 단정을 못하는 것이겠죠. 외국인들은 정부군에 의해 민간인이 죽었다는 것 정도 밖에는 잘 몰라요. 우리가 유태인 학살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죠.
권근영 예전에 광주 비엔날레의 예술 감독으로 선정된 외국 감독의 개막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지역 활동가 한 분이 손을 들더니 비판적 의견 개진을 하더군요. 요는 “당신이 5ㆍ18 정신을 아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지역의 정서인지도 모르죠. 누가 오든 그렇게 얽어매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광주라는 역사적 맥락 안에서 뭔가를 찾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 감독이든 국내 감독이든 그 바탕에서 뭔가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정준모 사실 베니스 비엔날레와 여타의 비엔날레는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26개국 국가관은 자기네가 와서 알아서 꾸미잖아요. 고작 돈 들어가는 거는 특별전 예산뿐인데, 특별 행사도 주최측이 협찬 브랜드 4~50 곳을 끌어와 자금을 제공하죠. 광주 비엔날레는 돈 들여서 다 모셔오는 거구요. 재단이 정부나 지방정부의 보조를 받는 독립채산체의 형태라 사실상 망할 일이 없습니다. 그에 따라 절실함도 없는 게 아닌가 싶어요.
권근영 실제 200억 정도의 재단 기금이 있고, 국비 지방비의 지원을 받습니다. 광주 비엔날레를 평가할 때 가장 쉬운 것이 관람객 수라서 그게 표현되는데, 그것만으로는 실제로 비엔날레 개최의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평창에도 비엔날레가 생긴다는데, 제대로 된 비엔날레 평가가 필요하죠.
조은정 2014년의 예술 감독 제시카 모건은 인권도시 광주의 역사성을 잊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인권이라는 것은 평화와도 연결이 되고, 광주의 이러한 역사성은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고 결국 차별성이 될 수 있겠다 싶어요. 이번 베니스의 제국주의적 시선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광주의 역사성은 소중한 자원, 인권 주제가 차별적인 정체성으로 발전할 수 있어”
정준모 저는 크게 기대 안 합니다. 여태껏 감독들의 포부도 그래 왔어요.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도 다양한 주제와 수준이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아프리카 남미 제3세계 여성 장애 하층민 정치적 소외자들 등등.
조은정 일단은 정치성이 결합되어야 하겠죠.
정준모 광주만 오면 인권이 어느 일정한 모습으로 한정되어 버려요. 한층 고양된 인권에 대한 개념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5.18에만 자꾸 매몰되구요.
조은정 경험이 계속 쌓여가면 좋아지겠죠. 전통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꾸준히 요구해야 되는 것죠. 광주 비엔날레에서 반드시 빠지지 말아야 되는 것이 ‘인권’입니다. 결국은 확대재생산될 테구요.
최열 주제전과 특별전으로 나뉘어 진행되니까 5.18 관련된 고정된 특별전을 매번 진행하면 된다고 봅니다.
권근영 보보편적인 인권 얘기를 하자고 하면 차별점이 생길 수 있을 거에요. 작년도 광주비엔날레에서 눈예술상 영예상을 받은 멕시코 작가 아브라함 크루즈 비예가스를 인터뷰했었는데, 그가 생각하는 광주ㆍ한국이란 민주화와 경제 성장에 성공한 나라이더군요. 외국서 참여하는 작가들은 반드시 광주에만 한정해서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에 맞는 보편적 인권 주제를 찾으면 되겠죠.
“민주화와 경제성장에 성공한 나라 ‘한국’에 맞는 인권 주제를 찾아야”
조은정 사실 광주 비엔날레에 갈 때마다 낯선 느낌이 들어요. 어색하리만치 커다란 건물에, 장터에 나온 듯한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지자체의 축제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꼭 그래야 할까 싶어요. 좀 더 다채로운, 비엔날레에 맞는 문화행사를 체계적으로 할 수는 없을까요?
권근영 사실 ‘우리 지역 예산이 들어갔는데 우리 맘대로 한다는데 왜?’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죠. 지역민들을 위한 행사도 시장 프로젝트나 극장의 활용처럼 잘 기획될 수 있을 겁니다.
조은정 서울이 아닌 광주에서 비엔날레가 열린다는 것은 분명 지역발전의 측면도 고려된 것이에요. 도시 재생이라든가 그런 부분은 오히려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준모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의 폴리 프로젝트는 환경조형물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여지지만, 그래도 많이 발전해 가고 있어요. 싱가폴 비엔날레의 경우 싱가폴 전체를 다 뒤지고 다녀야 하게끔 만들었죠. 그런 것들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조은정 영국의 리버풀 비엔날레도 그렇구요.
권근영 광주는 20년을 했으면 현대미술의 최전방을 받아들이는 관점이 생겼을 것도 같고 지역경제 발전 마련이 되었을 법도 한데 사실 그런 부분이 부족합니다.
윤철규 현대미술이 점점 엔터테인먼트 안에 편입되는 경향이 있죠. 베니스에 가면서 런던, 베를린도 거쳐 가는 식으로 여행하는 경우가 많구요. 현대미술의 마니아만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놀러 갈 수 있는 곳이라야 되는데, 광주에서 현대미술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채워주고 있을까요? 너무 심각하게 접근하다보니...
최열 베니스 비엔날레나 카셀 도큐멘타 등 일정 성격을 장악해서 수 십 년 지속시키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사무총장이나 운영위원장이 몇 십 년씩 이끌어 가고, 그간 누적되어 온 기조가 있으니 사람이 바뀌어도 연결되고. 광주는 그런 게 부족한 거 아닌가요?
“카셀 도큐멘타처럼 수 십 년 일정 성격을 지속, 발전시키는 힘이 필요”
정준모 베니스 비엔날레의 경우 사무총장이 바뀌었지만 이상 없이 잘 치러졌고, 카셀 도큐멘타는 유한회사 성격으로 보데 교수가 근 20년 넘게 이끌어 오면서 성격을 잘 잡았습니다.
권근영 광주를 얘기할 때 베니스보다는 카셀과 비교해야 되요. 베니스는 워낙 관광객이 많은 도시라 비엔날레가 차지하는 비율은 적어요. 반면에 카셀은 평소에는 조용한데 5년에 한 번 대규모로 치러지고, 국가관 없이 본 전시를 감독이 구현하게 되죠.
정준모 광주는 말로는 아시아를 지향하는데 행동은 서구를 지향하는 면이 있어요. 둘 다 놓치게 되는데.
조은정 국제적 비엔날레가 되고 싶은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처음부터 국제적인 비엔날레를 지향했지만 이제는 수정을 해야 될 시점이 온 거죠.
윤철규 광주의 출발이 5.18이어서 제3세계와 마주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변수가 있었어요. 현대 미술의 트렌드가 미술시장에서는 이미 서양에서 동양 쪽으로 옮겨가는 상태거든요. 중국, 홍콩이 현대미술의 중요한 포스트를 차지했으니 굳이 아시아미술을 내세우지 않아도 메이저로 생존이 가능해진 환경이 됐습니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나 중국 등 아시아에서 이뤄지는 몇 개의 비엔날레와 트리엔날레를 보면 입지가 좋은 편이거든요.
정준모 작년 베를린 비엔날레가 아주 정치적이었어요. 그랬더니 시민 세금으로 미술가지고 정치적 발언하는 데 쓰느냐는 비판을 받았죠. 광주 비엔날레가 인권을 내세운다면 베를린 비엔날레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담을 수 있을 거예요. 주제가 인권이 된다면 감독은 주제의 가치뿐만 아니라 흥행, 홍보, 마케팅, 이슈 생산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됩니다. 나이브하지 않게 담아내야 해요.
“광주비엔날레는 5.18정신을 넘어서는 것을 담는 그릇이어야”
권근영 개인적으로 ‘인권’을 표나게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련되게 표현될 수 있게.
조은정 국내 작가나 지역작가가 비엔날레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권근영 20년이 되었으니 광주 비엔날레를 보고 꿈을 키운 ‘비엔날레 키즈’가 나올 법도 한데 말이에요. 그게 아쉬워요.
윤철규 새로운 감독이 새로 습득하고 환경을 이해하고... 자료의 축적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열 재단의 경영도 합리적으로 잘 될 수 있도록 제도 개혁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권근영 조직위가 마케팅 능력, 진취력과 행동력이 있어야 합니다.
정준모 지금도 정책기조가 있고 이것이 연결될 수 있도록 되어 있긴 해요. 운영을 잘 하면 되는 거죠.
최열 광주의 경우는 실제로 식당이나 숙박 문제도 많이 제기되죠?
정준모 첫 달에 대부분의 관람객이 다녀가는데, 2년에 한 달 장사하자고 새로 호텔 지을 수는 없잖아요. 부도나 문을 닫은 호텔도 있어요.
조은정 여수 엑스포는 대학 기숙사 등을 숙박으로 제공했던데, 그런 아이디어도 좋죠. 비엔날레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광주를 보고 오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거대 건물을 보러 가는 게 아니니 문화의 전당 건설 등에 돈 쓰지 말고 장기적으로 광주와 주변의 문화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합니다.
최열 무등산 같은 곳도 있는데(웃음).
정준모 비엔날레 방문객의 고객요구를 분석해야 합니다. 예전에 작가들을 재울 데가 없어서 송광사 선암사를 한 팀 데려갔다 왔더니 반응이 좋아서 서로 가겠다고 하던데요.
권근영 작년에도 무각사 전시가 평이 좋았어요. 절밥도 먹고.
윤철규 광주 비엔날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주만의 테마를 잘 잡고, 외적인 부분의 조화, 즉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이나 꾸준히 성격 축적을 할 수 있는 소신있는 일관된 독립된 집행부의 구성 등에 집중해야겠어요. 다음에 비엔날레와 미술시장의 문제 등 다양한 면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