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고려불화대전 -700년 만의 해후 기 간 : 2010년 10월 12일(화) - 2010년 11월 21(일)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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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려불화 속의 고려 얼굴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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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무량수경』은 극락 정토에 왕생하기 위해서는 수행자가 16가지 관을 거쳐야 한다고 설하는데 이것을 그림으로 보여준 것이 《관경십육관 변상도》이다. 여기에는 보화와 보배로 치장된 극락의 모습이 호화로운 궁전으로 묘사돼 있다. 또 각각의 수행관에는 왕생자를 맞이하는 보살들이 있다. 바로 이 장면에서 화사들은 현실속에서 낯이 익은 얼굴을 반드시 그려 넣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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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관경십육관 변상도》을 보자. 제12관 「보관상관(普觀想觀)」은 극락왕생을 바라는 사람이 자신이 정토에 나는 것을 관찰하는 관이다. 또 제14관 「상배생상관(上輩生想觀)」, 제15관「중배생상관(中輩生想觀)」, 제16관 「하배생상관(下輩生想觀)」은 각각 아미타불과 보살들이 생전의 업에 따라 상품상생(上品上生), 상품중생(上品中生), 상품하생(上品下生)할 왕생자를 맞이하러오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왕생을 바란다면 그 사람은 현실 속의 살아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왕생 기원으로 불화를 주문하고 또 그 주문에 따라 불화를 그리게 된 화사는 정녕 이들을 닮게 그렸을 것이다. 그래야만 맡겨진 직분을 다한 것이 될 것이다. 아무튼 《관경십육관 변상도》에는 아름다운 꽃 사이로 진귀한 새들이 지저귀고 있던 개성 궁궐속의 왕족, 귀족이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얼굴들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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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미륵하생경 변상도》에도 고려 미녀인듯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 그림 왼쪽에는 이마와 콧등을 따라 하얀 분을 바른 세 명의 여인이 한 사람은 두 손 모아 합장을 하고 다른 두 사람은 각각 주전자와 비단이 든 상자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 앞에는 미륵불에 귀의하고 머리깎는 왕족의 모습이다. 또 앞쪽으로 다소 늙어 보이지만 기품에 가득한 여인이 두 손을 접시 하나를 공손히 받쳐 들고 있다. 이 여인들이 아마도 개성 고려궁전에서 왕과 왕비의 시중을 들던 궁녀들이 틀림없다고 믿고 싶다. 이번 고려불화전은 전시 준비기간의 촉박 때문인지 아니면 대여쪽의 의견 존종 때문인지 도록의 사진은 썩 좋지 않다. 새로 잘 찍은 사진들이 아니다. 전시장용 전문 루페가 없는 관람객은 디테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도록 사진인데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꼼꼼히 살피면서 관람하면 여러 곳에서 당시 불화를 주문하며 왕생을 기원했던 고려 시대의 신심 가득한 선량한 얼굴들을 만나보는 일은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