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화훼영모대전 기 간 : 2010년 10월 17일(일) - 2010년 10월 31(일) 장 소 :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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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새를 보는 눈도 시대마다 흔히들 옛 그림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신선, 도사 같은 인물이 나오는 그림도 그렇고, 비슷비슷해 보이는 산수화의 경우는 더더욱 어렵다고 한다. 무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속시원한 설명이 없다고 투덜댄다. 있다 해도 서양화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다는 불평이다. 게다가 그저 산이고 물인데 어떤 사람은 마치 도통한 사람이라도 된 듯이 ‘격이 높도다’ ‘운치가 보통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사람 기를 죽이기도 한단다. 하지만 여기에는 잘못된 선입견 탓도 크다. 먼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보자. 많이 안다는 것은 좋다. 특히 아는 것이 많으면 남에게 무엇이든 조리있게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남에게 설명해주는 것과 스스로 즐기는 것은 별개이다. 혼자 즐기고 감상하는 데에는 좋은 백지 같은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두 번째 옛 그림 속에 적힌 한자이다. 또 도장도 있다. 근사한 한시의 한 귀절같아 보이는데 영 깜깜 오리무중이다. 요즘, 바람처럼 휘날리는 초서를 척척 읽어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도장 역시 한눈에 어떤 글자, 무슨 뜻이라고 척하니 밝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이런 일에 주늑들 필요는 전혀 없다. 연구자, 박물관 학예원의 몫이다. 이분들 일에는 그런 내용을 쉽게 현대어로, 현대 감각으로 번역하고 재구성해내는 일도 포함돼 있다. 그래서 전문가 아닌가. 일반인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나름대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간송 미술관의 《화훼영모》전. 낯선 한자어라 멈칫하겠지만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화훼는 화훼 단지할 때의 그 화훼다. 영모는 새깃털 翎(영)자와 짐승털 모(毛)자로 새와 짐승을 뜻한다. 그림에서는 새와 동물을 그린 그림이란 가리킨다. 이번 간송의《화훼영모》전시는 고려 공민왕 그림부터 조선말까지 옛 그림속의 꽃그림 새·동물 그림을 한데 모은 전시다. 각 시대별 특징을 정리하고 흐름으로 엮어내는 일은 전문 가 몫이다. 이번 전시에는 전주교육대학의 장지성 교수가 그 일을 해주었다. (도록을 참조하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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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닭을 따르며 한편으로 땅바닥을 쪼는 병아리 위로 키 큰 맨드라미가 줄기가 삐죽 올라가있다. 그리고 그 위로 살짝 올라 앉으려는 듯 잠자리 한마리가 맴돌고 있는 장면이 있다. 다른 화폭에는 무언가를 응시하며 달려들듯한 포즈를 막 취하고 있는 장닭 한 마리가 꽈리꽃 아래에 그려져 있다. 붕붕하는 소리가 마치 들릴 듯한 벌레 한 마리가 그 위에서 체공 비행을 하고 있다. (최완수 선생께서는 아마도 겸재댁에서 키우던 닭이었을 것이라고 하신다) 겸재 정선(1676~1759)가 주로 활동했던 시대는 18세기 전반기. 사실주의 정신이 무르익었던 시대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겸재는 산수의 붓을 놓고 꽃과 새를 그릴 때는 관찰에 관찰을 거듭하면서 사실적이고 정교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가 본다. 그림 속에 시대가 담겨 있다는 말은 이래서 하는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