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고려불화대전 -700년 만의 해후 기 간 : 2010년 10월 12일(화) - 2010년 11월 21(일)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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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왕도 힘들고 고생스럽기 때문에 살아온 인생이 더욱 값지고 빛나는 것처럼 그림도 마찬가지다. 오랜 세월을 이겨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명화치고 극적인 에피스드가 담기지 않은 명화는 없다. 6,7백년 이전에 그려져 오늘에까지 전하는 고려 불화 역시 그렇다. 한 점 한 점 그 전래 내력을 살펴보면 한결 같이 구구절절하다. 이번 전시에도 이런 大기획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말하자면 이산(離散)의 아픔을 간직한 채 뿔뿔히 흩어져 소장돼있는 불화가 있다. 사후의 명계(冥界)에서 죽은 사람의 죄를 심판한다는 10명의 왕 모습을 그린 시왕도(十王圖)이다. 시왕도에는 두 가지 형식이 있는데 하나는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지장 보살을 중심으로 열명의 왕이 양편을 나뉘어 둘러서 마치 단체 사진 박듯이 그려진 그림이다. 다른 하나는 열명의 왕이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한폭 한폭에 그려 10폭을 한 세트로 한 그림이다. 뿔뿔이 헤어져 행방을 모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그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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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하지 않을 수 없다. 오싹함 때문에 시왕도는 민중의 권선징악을 장려하기 위해 많이 그렸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 미국에서 건너온 시왕도는 다섯폭이다. 원래 열폭이었으나 현재 이 세상에 전하는 것은 9폭뿐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새클러미술관에 2폭이 있으며 호놀룰루 예술대학 1점, 덴버미술관 1점 그리고 개인이 4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서 새클러 미술관 소장품(제1왕)과 개인소장품 4점(제4왕,제5왕,제8왕,제10왕)이 이번에 고향을 찾은 것이다. 원래 이 시왕도 10폭은 해리 패커드(1914~1991)라는 미국인 컬렉터 소장이었다. 패커드는 이렇다할 자산가나 사업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중 일본어전문장교로 근무하며 일찍부터 일본어가 능통했다. 그와 함께 근무한 장교에 나중에 세계적 일본 전문가가 된 도날드 킨과 겐지모노가타리 번역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세덴스틱스가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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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그는 탁월한 일본어 솜씨로 1946년 이후 몇 번에 걸쳐 일본을 오갔고 결국은 일본에 머물러 살았다. 그는 일본에 오가면서 선견지명을 가지고 일본 미술품을 사들였다. 당시 일본은 무섭게 치솟아 오르는 인플레이션과 새로 책정된 재산세로 인해 여기저기서 미술품들이 쏟아져 나올 때였다. 이 무렵 그가 모은 415점의 일본 미술품은 1975년에 메트로폴리탄에 들어갔다. 그리고 메트로폴리탄의 일본미술 컬렉션의 중심이 됐다. 고려불화 시왕도 역시 해커드가 당시 일본의 어느 절에서 흘러나온 것을 손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그후 시왕도는 그가 일본 미술품을 처분할 무렵 함께 미국에 팔리면서 여럿으로 소장처가 나뉘었다. 그런 절절한 내력이 담긴 시왕도가 수십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시왕도는 생전에 죄를 짓지 않아야 죽어서 극락 왕생한다는 가르침을 한 눈에 보여주는 교과서나 다름없다. 리얼하게 그리면 그릴수록 교훈의 의미는 강한데 그래서 시왕도는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고려 불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