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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강제합병100년 - 붓길, 역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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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한일강제합병 100년 - 붓길, 역사의 길 기 간 : 2010년 9월 16일(목) - 2010년 10월 24일(일) 장 소 : 브이갤러리

 
전시명 : 한일강제합병 100년 - 붓길, 역사의 길
기  간 : 2010년 9월 16일(목) - 2010년 10월 24일(일)
장  소 : 브이갤러리
 

글씨에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예술이 되겠는가. 글씨에 혼이, 정신이 담기지 않으면 어찌 작품이 되겠는가. 그래서 글씨 앞에 서면 어느 때는 마음이 진하게 움직이고 또 어느 때는 정신에 흠뻑 빠져드는 것 아니겠는가.

글씨가 정신이라 해놓고, 잠시 시간을 1909년10월26일으로 돌려 그날의 하얼빈 역두로 돌아가 보자. 이날 아침 9시반 무렵. 애국청년지사 안중근의 품에서 빠져나온 권총에서 발사된 탄환은 일본 메이지의 원훈 이토 히로부미의 배를 관통했다. 한발도 아니고 세발. 애국 지사는 온 민족을 대신한 힘 그리고 동양 평화라는 대의의 힘으로 그 쇠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절명하지 않았다. 지사가 당긴 방아쇠는 여섯 번, 그중 세 번만 그의 몸을 관통했다.
그리나 그 자리에서 그는 죽지 않았다.

3발의 타격이 배에 부딪쳤던 동안, 그는 분명 눈을 들어 총탄이 날아오는, 아니 자신에게 방아쇠를 당긴 이국 청년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보았을 것이다. 단 한 발로 제국주의 야심의 목숨을 명중시키지 못한 애국 지사 역시 분명 표적에서 눈을 떼지 않고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을 터이다. 화염처럼 이글거렸을 시선과 영문 모를 의구심으로 총구 쪽을 향했을 시선의, 처음이자 마지막 충돌이다. 주변의 부축을 받고 열차 안으로 옮겨진 전직 통감은 30분쯤 뒤에 거기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그로부터 1년이 못미쳐 한국은 일본에 강제 합병됐다.

     
  안중근 의사 l 국가안위 노심초사   이토 히로부미 l  칠언시  

『한일강제합병 붓길, 역사의 길』전시에는 생전에 단 한번,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잠깐 마주쳤을 그들의 시선이 이제는 육신을 떠난 혼과 정신이 되어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이 전시의 ‘매국과 순국’ 코너에 안중근 의사의 글씨
『국가안위 노심초사(國家安危 勞心焦思)』가 이토 히로부미의 행서 『칠언시』의 바로 정면에 마주보며 걸려있다. 안 의사의 글씨는 안진경체에 근간을 둔 엄정한 해서체이다. 획 하나 하나에 장부의 기개를 담아 꾹꾹 눌러쓴 글씨이다. 안위라는 危라 자의 삐침는 진심으로 노심초사 걱정스럼이 담겨 있는 듯하다. 이처럼 안 의사는 글씨 속에 정신으로 살아있는 것이다.

반대편 히로부미의 행서는 하급무사 출신답게 서법과 격식과는 거리가 먼 시정의 俗書에 불과하다. 망국의 비극은 그런 속서의 칠언시 옆에 찬으로 붙인 김윤식, 조중응 등의 물 흐르듯 유려한 필치의 行書 글씨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格이 아니고 級이 아님에도 勢不利를 이유로 아첨을 해야 하는 것이 망국이 아닌가.

글씨가 魂이고 魄인 것을 말해주는 전시가 아닐 수 없다.
이 전시는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사상 처음으로 연장 전시돼 10월24일까지 열린다.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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