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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지로 누릴 수 있는 모든 즐거움에 대한 전시 《여지동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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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적는 매체이자 옷과 그릇, 가구 등 공예 재료로 쓰이는 한지의 쓰임

전시명 : 《여지동락(與紙同樂)-종이와 함께하는 즐거움》
전시기간 : 1차(3월2일~5월13일), 2차(5월23일~7월29일)
전시장소 :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글/ 김진녕

호림박물관에서 《여지동락(與紙同樂)-종이와 함께하는 즐거움전이 열리고 있다전시는 1(32~513)와 2(523~729)로 나뉘어 신사분관에서 진행된다.



감지 금니 대불정 수능엄경 권제7


이번 전시는 종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쓰임책을 만들거나 글씨를 쓰는 기록을 위한 매체로서의 종이와 생활에 이로운 기물을 만들기 위해 가볍고 튼튼한 물성을 지닌 공예의 재료로서의 종이 등 두 가지 측면을 함께 풀어내고 있다한반도에서 발달한 종이 문화과거 한반도 거주자가 종이를 매개로 누렸던 생활의 이로움과 즐거움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또 한지라는 물성에 주목해 작업하는 한국 현대작가들을 보여준다. 고서의 종이를 재활용해 화면 가득 접은 고지를 촘촘히 꼽아 형상을 만들어내는 전광영한지의 물성 자체에 주목한 작업을 선보인 이응노권영우정창섭신문지 위에 볼펜으로 그은 선을 무수히 반복해 신문지라는 물성 자체를 변형시킨 최병소의 작업은 종이라는 매개체의 현대적 쓰임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에 나온 작품은 고려시대 말기인 1377년 제작돼 국보로 지정된 <백지 묵서白紙墨書 묘법 연화경妙法蓮華經권 제 1~7과 고려 12세기에 제작돼 국보로 지정된 <초조본初雕本 대방광불 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권 제 75 등 국보 2점, <감지은니 대방광불 화엄경紺紙銀泥大方廣佛華嚴經권 제 34 등 보물 6점을 포함해 총 152점이다.



<감지 은니 대방광불 화엄경> 권 제 34


전시는 제1전시실의 '종이기록을 담다', 전시실 '종이정신을 밝히다', 전시실 '종이생활 속에 스며들다'로 구성됐다.

전시실에서는 기록을 위한 매개체로 쓰인 한지즉 고서 위주의 전개를 담고 있다국보, 보물로 지정된 고서는 주로 이 섹션에 선보이고 있다한반도산 종이는 중국이나 일본산 종이보다 질기고 내구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1부의 고서 전시물과 함께 선보인 현대 작품은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연계전시에서 선보였던 전광영(1944~)의 평면 작업과 입체 작업이다전광영은 어린 시절 큰아버지의 한약방에서 보았던 한지로 만든 한약 주머니에서 모티브를 따와 그의 시그니처가 된 고서 종이를 접어서 추상화된 부조 같은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실에서는 조선조에서 금속활자를 사용한 펴낸 고서와 문인이 사용했던 다양한 종이 공예품을 볼 수 있다고려시대의 불경을 유교 서책의 표지로 재활용한 <근사록>같은 조선 초기의 출판물은 왕조 교체기의 반달리즘과 한반도 종이의 질긴 생명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시품이다초조대장경과 팔만대장경 등 거대한 규모의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언어학과 출판기술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 고려 후기의 학문적기술적 누적치와 조선 건국(1392) 50년 만에 한글 장제(1443)라는 획기적인 발명’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2부 전시 공간에 등장하는 현대작품은 최병소(1943~)와 박서보(1931~)의 작품이다.



전시실에서는 실생활에서 사용된 다양한 기법의 종이 공예품이 박물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종이를 꼬아서 강도를 높인 뒤 옷이나 신발(미투리), 토시 등 의복종이로 만든 표주박이나 자라병편병 같은 액체를 담는 기물종이로 만든 장이나 농 같은 가구상자 등의 전시물은 한지가 한반도에서 기록 매체를 넘어서서 생활의 편리함을 도모하는 기물을 만드는 재료로 널리 쓰였다는 증거물이다이 섹션에는 전통 서화가로 출발해 현대 추상미술로 넘어간 이응노 작가의 종이 콜라주 작품한지의 원료인 닥반죽의 물성을 그대로 화면에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추상작업을 진행한 정창섭 작가의 작품 등이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고출판물과 서지학의 연구 성과현대 시각 작품의 재료로 재활용된 고서와 지승공예 등 종이를 활용하는 전통공예 유물순수하게 물성으로서의 한지를 주목한 현대작품 등이 종이와 함께 하는 즐거움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서 전시장을 채워 장르를 횡단한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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