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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여 년간 현대 화조영모도의 세계를 탐구한 오낭자 채색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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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를 사는 작가가 꽃과 새, 꿩과 사슴을 다루는 방법

전시명 : 오낭자 채색화 전
전시기간 : 2022.11.1 ~ 2022.12.23
전시장소 : 동아대 석당미술관
글/ 김진녕

한국화단의 원로화가 오낭자(b.1943) 작가의 <오낭자 채색화전>(11.1-12.23)이 동아대 석당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홍익대 동양화과에서 이상범과 천경자에게서 그림을 배운 오낭자는 1988년부터 20년 동안 동아대 미술학과 교수를 지낸 뒤 명예교수에 이어 이번 학기부터 석좌교수로 동아대 강단에 서고 있다. 그는 문화부 국가표준영정 석 점(김육·김수로왕·허왕후)을 제작했고 1964년부터 1981년까지 국전에서 ‘특선 4회’와 ‘입선 11회’라는 기록을 가진 한국화의 대표 화가 중 한 명이다.


전시장


지난 봄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채색화의 흐름>전에 오낭자의 작품 석 점이 출품된 데 이어 이번에는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 전시를 통해 오낭자 작가는 1964년 국전에 <만추>로 처음 상을 받은 뒤 60여 년간 일관되게 추구해온 현대 화조영모의 세계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만추, 1973년

오낭자는 90년대 중반에 발표한 글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세 개의 시간대로 구분했다.

첫번째는 학습기(1964-1980)다. 홍익대에서 이상범, 천경자, 조복순 선생에게서 배웠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시기로 “1960년대에 제작한 인물화에서 이러한 경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스스로는 느끼지 못했겠지만 여성적인 주제의 선택이나 진채기법을 활용한 것은 천경자 선생님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며 차분한 색조에 담채화를 그리듯이 우려내는 기법을 쓴 것은 아무래도 이상범 선생님의 수묵화의 영향이었던 듯하다. 1970년대가 되면 특히 채색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의 작업에 몰두하게 되었다. 채색화에 몰입하게 되면서 색채에 대한 감각, 색성의 파악과 운용 등에서 천경자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인터뷰)


군음, 1989년, 80호


두번째 단계(1980-1992)에 대해 오낭자는 ‘자아 양식의 맹아기’란 이름을 붙였다.

“1985년부터 이전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경향이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소재의 과감한 선택과 환상적이면서도 밀도있는 색채의 사용 등으로 대변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소재의 선택에서 생활 주변의 것을 그려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 것과 이 무렵 동남아의 몇 나라(인도 태국 등)을 여행하면서 열대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소재를 화면에 담아보려는 욕구가 생겼던 것 같다. <봄의 아침>(1984년)은 이전에 부분적으로 조금씩 사용하여 화사한 분위기를 표현했던 녹청색과 보라색을 화면 전체를 메우는 주조색으로 하여 더욱더 환상적이며 화려한 화면으로 만들었다. 이전의 작품에서 활용했던 대기원근법은 이제는 원근의 표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화면의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활용했다.”


6월의 아침, 1984년, 30호


세 번째 단계는 ‘자아 양식의 확립기’(1993- )다. 1960-70년대의 사실적이고 섬세한 묘사에 대한 관심, 1980년대의 색채의 밀도와 화면에서의 조형성을 추구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이전 시기에 대기원근을 표현하기 위해 활용하던 운염법을 보다 발전시켜 다양한 중간색이 등장하고 배경 자체를 통해 색면을 탐구하는 현대성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꽃과 새를 다루지만 “보라색을 주조색으로 하면서 여러가지 다양한 색조를 써서 매우 화려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들도록 표현했다. 사실적인 묘사에 집착하기보다는 화면 안에서의 조형적인 구성과 분위기의 표현에 집착하던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 정해진 화면 안에서의 조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자연, 2005년, 100호


이러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변화에 대해 미술평론가 이구열(1932-2020)은 1986년과 2009년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그의 화면이 여성적 감성미와 서정적 특질은 자연의 현실미를 마치 동심적인 환상의 정경으로 전개시키면서 현실과 비현실을 마음대로 오간다. 그러한 요소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특이한 정감과 감미로움을 전달한다. … 작가의 호젓한 심의를 반영하는 그 화면은 정적인 황갈색과 부드러운 보라색조의 내밀한 사정으로 가득찬다.” (1986년 제 8회 오낭자 개인전 카탈로그 서문)


전시장


10여 년 뒤 2009년 열린 개인전 도록에 이구열은 다시 평론을 실었다.

“당시(1986년) 작품들의 중심적 소재는 10여 년 이전부터 이미 줄곳 지향되었던 산속의 꿩, 사슴, 부엉이, 그 밖에 이국적인 외래종 조류를 비롯하여 숲 속에 만발한 온갖 아름다운 색상과 모양의 야생꽃 생태를 자연미의 조화와 생명감으로 찬미한 것이었다. … 그러한 화면 작업은 그 뒤로도 변함없이 거듭되었고 다만 기법적 세련과 내밀함을 더해가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사이 변화가 있었다면 쓸쓸한 갈색조 숲 속 정경의 날짐승과 사슴 같은 심산의 야생동물 주제의 집착이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덜해진 반면, 꽃 중심의 자유로운 화면 창조가 더욱 화려하고 찬란하게 추구된 것이다.” (2009년 제14회 오낭자 개인전 도록)

한반도에서 ‘화조영모도’는 조선 후기 가장 영광스러운 시기였던 18세기에 화려하게 개화된 뒤 꾸준히 그려지고 있다. 오낭자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꿩이나 사슴, 새와 꽃은 모두 화조영모도에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다루는 방식이나 화면 속에서 색면을 활용해 창출한 공간을 오낭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20세기와 21세기의 시각으로 현대화시켰다. 꿩을 그린 오낭자의 국전 입문작 <만추>(1964)는 갈색 톤의 마른 잎과 나뭇가지를 등장시켜 전통 속의 장르화와 차별시켰고, 1989년작 <군음>은 보라빛 안개(purple haze)라는 환상성을 색면으로 구현했다. 2005년에 그린 100호짜리 <자연>은 90년대 이후 보이지 않던 사슴이 다시 등장했다. 세 마리의 사슴은 70년대에 그가 구사했던 방식과는 다른 80-90년대를 통과하며 완성한 색면 활용과 시공간을 초월한 화려한 꽃 사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만추73>(1973)을 비롯 <군음(群音)>(1989), <물새 한 마리>(2002), <성하(盛夏)>(1995), <낙원2003-Ⅱ>(2003), <축복 07-Ⅱ>(2007), <연 그림>(1999) 등 시대별 작품 변모를 알 수 있는 작품이 다수 출품됐다. 그의 데뷔작이자 첫 국전 입상작인 <만추>(1964)는 그해 충북도청이 사들였지만 현재 작품의 향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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