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기간 : 2022-07-07 ~ 2022-09-25
전시장소 :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글/ 김진녕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단의 공동 주최로 환수문화재 40여 점을 전시하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9.25)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설립 10주년을 기념하기도 하는 이번 전시에는 해외 주요 경매에 등장해 관심을 최근 모았던 유물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팔판동 크리스티 코리아 사옥에서 크리스티 뉴욕의 3월 아시안 아트 위크에 출품되는 유물 중 한반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16세기 초 산수화 한 점, <독서당계회도>(1531), <백자동채통형병> 등 도자 두 점이 프리쇼를 통해 국내에 공개돼 큰 관심을 모았다. 이중 <독서당계회도>는 국내 학계에 존재가 이미 알려져 있던 유물로, 국외 반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초 소장자이던 간다 기이치로(동양학자, 교토 국립박물관 관장 역임)의 사망 이후 미국 컬렉터 데이비드 어터버그에게 넘어갔다가 어터버그의 사후 경매에 나온 것이다.
독서당계회도, 조선, 1531년(중종 26)
이번 전시를 통해 적어도 두 점이 그때 경매에서 국내로 환수된 것이 확인된 셈이다. 그 중에서도 독서당계회도는 현재 전하는 16세기 독서당계회도 3점 중 하나이자 실경산수로 그려진 계회도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고, 실제 참석자의 이름과 계회 당시 관직명 등을 통해 제작연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조선 초기 산수화의 면모를 보여주는 수작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를 받았다.
현재 서울 성동구에 남아있는 ‘독서당로’라는 이름에서 보듯 독서당은 실재했던 기관이자 장소다. 독서당은 조선조에서 ‘왕이 신하에게 공부하라고 휴가를 주고’(사가독서 賜暇讀書) 여기에 함께 제공한 장소를 이르는 말이다. 봄이면 강변북로의 개나리 동산으로 유명세를 타는 매봉산 옆 옥수동 주민센터 부근이 독서당 터다. 옥수동의 독서당은 중종 12년(1517) 한강 연안 두모포에 신축되어 사가독서에 사용되었으며, 임진왜란 중에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에선 “이 그림이 중종(中宗, 재위 1506-1544) 연간에 사가독서(賜暇讀書)한 관료의 모임을 기념하여 제작된 그림으로 그림의 상단에는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라는 제목이 전서체로 쓰여 있고, 중단의 화면에는 가운데 우뚝 솟은 응봉(鷹峰, 매봉산)을 중심으로 한강변의 두모포(豆毛浦)(지금의 성동구 옥수동) 일대가 묘사되어 있으며, 중앙부에는 강변의 풍경과 누각이 자리잡고 있다. 강변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안개에 가려 지붕만 보이는 독서당(讀書堂)을 확인할 수 있고, 계회는 독서당이 바라보이는 한강에서 관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흥겨운 뱃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림 아래쪽에는 참석자 12인의 호와 이름, 본관, 생년, 사가독서한 시기, 과거 급제 연도, 계회 당시의 품계와 관직 등이 기재되어 있어 그림 제작연대를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참석자는 1516년부터 1530년 사이에 사가독서한 20~30대의 젊은 관료들이다. 그 중 청백리이자 백운동서원을 설립하여 서원의 시초를 이룬 주세붕(周世鵬, 1495-1554), 뒷날 성리학의 대가로 추앙받았으며 『규암집(圭菴集)』을 저술한 송인수(宋麟壽, 1499-1547), 약 50년 간 요직을 두루 거쳤던 송순(宋純, 1493-1582) 등의 관료 이름이 등장한다.
문화재청에서 그림에 기록된 참석자의 관직이 그림의 제작 시기를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중종실록』에 따르면 송인수와 허항(許沆, 1497-1537)은 1531년과 1532년 초에 각각 새로운 관직에 임명되었는데, 좌목에는 이들이 1531년 지냈던 관직명이 기재되어 있어 이 작품이 1531년경에 제작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현전하는 작품이 적은 조선 전기의 기년작(紀年作)이라는 점과 함께, 조선 초기 실경 산수화의 면모를 대변하는 수작이라는 점에서 희소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나전 매화, 새, 대나무무늬상자, 조선, 18-19세기
<독서당계회도>말고도 눈길을 가는 유물이 많이 등장한다. 2021년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는 조선 후기에 제작된 유물로 제작 수준이 높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올해 3월 미국에서 환수한 <열성어필>과 <백자동채통형병>도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열성어필>은 조선시대 여러 왕의 글씨(어필)를 모아 수록한 책으로 1722년에 간행되었지만 1725년에 새로운 어필을 추가하여 묶은 드문 형태이다. 백자 표면을 구리 안료로 장식한 병인 <백자동채통형병>은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스탠리 스미스(Stanley Smith, 1876-1954)가 소장했던 것으로, 국외 문화재의 반출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전시에는 유물 밑면에 붙어있는 관련 정보도 보여주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10주년 기념’이란 전시 부제에서 보듯 최근 환수된 유물뿐 아니라 그 이전에 다양한 방식으로 돌아온 유물이 선보인다.
특히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과 관련된 유물 두 점도 오랜만에 실물이 선보였다. 2005년 독일에서 영구대여 방식으로 돌아온 겸재 정선화첩은 이 화첩의 간판인 <금강전도>면이 실물로 공개되어 있고, 다른 면은 모두 모사품으로 공개된다. 상트 오틸리엔수도원과의 ‘아름다운 만남’은 2018년 조선후기 보병들이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면피갑>의 조건 없는 반환으로 이어졌다.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의 수장고에서 발견된 이 유물은 2018년 환수 당시에 잠깐 공개됐고 이후 국립고궁박물관이 보존처리한 뒤 이번에 처음으로 관람객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기증된 원본을 보고 제작한 복제품도 함께 전시됐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복제품은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에 보내 감사함을 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환수된 유물뿐 아니라 처음으로 공개되고, <면피갑>(2018년 환수, 독일), <문인석>(2019년 환수, 독일) 등 6건의 유물도 처음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전체 전시는 ▲ 1부 ‘나라 밖 문화재’, ▲ 2부 ‘다시 돌아오기까지’, ▲ 3부 ‘현지에서’ 등으로 구성돼 있다.
1부 ‘나라 밖 문화재’에서는 돌아온 유물을 통해 우리 문화재가 외국으로 나간 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구성했다. 일제가 유출하였으나,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2006년에 환수한 국보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보물로 지정된 <국새 황제지보>, <국새 유서지보>, <국새 준명지보>는 모두 한국전쟁 때 도난당했다가 미국과 공조로 그 존재를 찾아내면서 2014년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되돌아온 환수문화재이다.
효종 추상존호 금보, 조선, 1740년(영조 16)
전시 유물 수량 면에서 가장 많은 어보와 국새는 회전판 위에 올려놓아 사방에서 볼 수 있게 하기도 하고, 성인 키높이의 들보 위에 올려놓아 밑에서 올려다보면 글자가 새겨진 인면(印面)을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등 다채로운 시점을 제공하고 있다.
2부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전시 유물을 통해 문화재 환수의 여러 방법을 보여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소장기관에서 기증받아 환수한 <덕혜옹주 당의와 스란치마>, 한국과 미국의 수사공조로 불법성을 확인하고 국내로 환수한 <호조태환권 원판>을 통해서는 기관을 통한 기증과 도난문화재의 환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다.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국내에 희소하거나 문화재적인 가치가 클 경우 ‘구입’이라는 방식으로도 문화재는 환수된다. 주최측에선 한편 벽면을 할애해 상호작용(인터렉티브) 영상으로 문화재가 환수되는 여러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프로젝션 화면을 만지면서 따라갈 수 있는 코너도 마련했다.
해외문화재를 경매에서 사들일 경우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하는 것일까.
문화재청에선 ‘국외소재문화재의 매입사업은 복권기금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사회기여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해외소재 문화재 환수사업에 22억원 이상을 후원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전문회사 라이엇게임즈 같은 회사가 제공하는 실탄이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