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18세기 조선의 영광 <조선의 아름다움>전
전시기간 : 2022.6.29-7.10
전시장소 : 통인화랑
글/ 김진녕
<호렵도> 여덟 폭 병풍, <곽분양행락도> 여섯 폭 병풍, 수운 유덕장(1675-1756)의 <황강노절 黃岡老節>, 발톱 네 개의 용이 그려진 구름 용무늬 항아리, 문갑 … 전시장을 채운 이 오래된 그림과 기물의 공통점은 조선이 가장 찬란했던 18세기를 전후해 쏟아져 나온 산물이란 점이다.
통인화랑이 마련한 <조선의 아름다움>전(-7.10)은 18세기 조선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 작지만 큰 전시다. 넉 점의 회화, 일곱 점의 도자, 문갑 두 점을 포함한 십 여 점의 고가구, 목조각 1점 등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한 두 점을 빼고는 18세기 조선 사람의 미감과 그 미감과 안목을 실현가능하게 만드는 경제적인 여유의 산물이란 점에서 그 시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통인가게’의 김완규 회장(b.1946)은 ‘회장’보다는 ‘주인’이란 호칭을 고집한다. ‘통인가게’란 이름도 고가구와 미술품을 거래하는 ‘통인가구’의 단골이던 한창기 <뿌리깊은 나무>의 창업자가 70년대에 지어준 이름이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유물을 직접 고르고 전시장 배치를 하고 있는 그에게 이번 전시에 대해 몇마디 물어봤다. 그가 직접 전시장 작품 배치를 하는 것은 대단히 오랜만의 일이라고 했다.
“최순우 선생(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도자는 윤광조, 가구는 박영규를, 보존과학은 이상수에게 공부하게 시켰다. 그 시절, 40년 전에 일본에도 보내고 중국에도 보내고 다 공부하게 가르치셨다. 통인가게에 오시면 나한테는 늘 가구나 항아리 전시하는 방법, 이걸 왜 진짜라고 네가 얘기하느냐, 연대를 추정하면 무슨 근거로 하느냐, 발굴하는 것을 따라가서 본 게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하면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해보고 왜 이것이 출토인지 말해라,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한테는 어떻게 디스플레이하느냐, 왜 이자리에 놨느냐, 물건이 늘 자리가 있는 것이다. 격조있게 어울려야 한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이번 전시에 나온 회화 작품을 고른 기준은 전체 라인이다.
고가구와 그림, 도자기가 다 어울리게 하기 위해 골랐다. (전시품이)다 비슷한 연배다. 도자기에서 두 점 정도만 조선 초기고 나머지는 모두 18세기 기물이다. 사랑방처럼, 한 톤으로 가는 것. 한 톤의 색채처럼 가는 것.
박병래 성루가병원 원장(1903-1974)이 청화백자 위주로 컬렉션을 한 뒤 말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셨다. 수정 선생이 가게에 자주 오셨는데 그 분 항아리를 내가 대학 때 때빼고 끓이고 붙이고 닦으면서 용돈을 받아 썼다. 그런 것을 하면서 조형을 배웠다. 닦고 만지면서 손끝의 감각을 배웠다. 한국 사람의 미학은 손끝 감각이다. 미술도 그런 것이다.”
그는 전시장 입구에는 <황강노절>을 걸고 호렵도와 곽분양행락도를 마주보게 배치한 뒤 가운데에 놓여있는 탁자 위에는 단단해 보이는 백자 병 하나만 올려놓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이번 전시에 나온 여섯 폭 <곽분양행락도>는 섬세하고 정교한 필치가 돋보이는 유물로 여덟 폭이나 열 폭이 아닌 여섯폭이란 점이, <호렵도>의 경우 전체 화면 구성에서 인물의 비중이 크고, 쫓기는 호랑이의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술사에서 ‘진경산수의 시대’라는 수식이 붙던 조선의 18세기는 최근 들어선 ‘병풍화의 시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병풍화에 대한 연구 성과가 축적되면서, 이를 전시로 소화한 대형전시가 이어지고, 옥션에 등장한 <책가도> <요지연도> <곽분양행락도> <호렵도> 등을 국공립미술관이 낙찰받는 경우가 느는 등 병풍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의 아름다움>전은, 1924년에 선친이 세운 통인가게를 1970년대에 물려받아 50년 동안 인사동에서 고미술품을 다뤄온 이가 눈으로, 손으로 거른 조선 18세기의 영광과 정수를 유물로 볼 수 있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