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공명共鳴: 자연이 주는 울림
장 소 :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기 간 : 2021.03.16~2021.06.12
김환기, 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이우환 등 이제는 한국 현대의 거장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추상계열 화가들의 창작에 전통 미술은 어떤 자양분을 제공했을까. 호림박물관은 그 키워드를 ‘자연’에서 찾았다. 궁극적인 세계를 추구한 이들의 작품에서 자연으로 회귀하고 합일되고자 했던 의지를 가장 주요한 요소로 보고, 자연을 중시했던 과거의 서화를 맞대어 공명하는 지점을 살펴봤다.
3층 1부 전시장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의 근현대 컬렉션 중에 수화 김환기(1913~1974), 김창열(1929~2021), 정상화(1932~ ), 이강소(1943~ ), 박서보(1931~ ), 윤형근(1928~2007), 김종영(1915~1982), 이우환(1936~ ), 정창섭(1927~2011), 이배(1956~), 하종현(1935~ )을 이 키워드 ‘자연’을 주제로 작품 창작을 한 작가들로 선정하고 ‘자연에 머물다’ ‘자연을 품다’ ‘자연을 따르다’라는 세 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층마다 과거와 현재의 조응할 수 있는 전통 회화와 도자 작품들을 함께 전시했다.
3층 1부 ‘자연에 머물다’에서는 김환기, 김창열, 정상화, 이강소의 회화 작품에 앞서 겸재 정선(1676-1759)의 《사계산수화첩》이 전시를 이끈다. 1719년에 그려진 것이 기록되어 있어 편년작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이 작품은 진경산수가 아닌 문인화풍으로 사계절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전시는 수화 김환기〈13Ⅳ-73 #311〉로 이어지면서 산수 속에서 소요하며 자연에 머무는 느낌으로 김환기를 감상하기를 제안한다.
정선, 사계산수화첩, 1719년
정선 사계산수 부분
김창열의 물방울, 정상화의 백색과 청색 옆에 청화백자에 그려진 산수문을 보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방동현재산수도-계산심수도 두루마리, 이경윤의 화첩, 홍득구의 어옹범주도 등을 이강소 거친 붓질의 화면으로 마무리, 2층에서 분청사기가 포함된 전시로 이어진다.
2부에서 박서보의 묘법 시리즈와 귀얄문의 분청사기를 나란히 놓은 것은 다소 표면적 비교이긴 해도 알아보기 쉽고 재미있다. 이우환의 바람과 유덕장의 풍죽도 마찬가지. 2부의 주제는 ‘자연을 품다’로 사군자와 그 문인적 정신성을 근대 회화에서 비춰보고자 한 전시실이다.
윤형근, Umber-Blue, 1984년
윤형근과 철채 병
박서보의 묘법과 귀얄문 분청사기
3부는 재료가 강조된 전시장이다. 자연성이 강조된 삼국시대의 실용적 토기, 조선의 흑유 편병 시리즈, 그리고 이배의 숯으로 만든 입체/평면 작품들과 하종현의 접합 시리즈로 물성에 집중된 작품들이 ‘자연을 따르다’라는 소주제로 펼쳐진다.
1층 3부 전시장
이배, 불로부터, 2000년
전시를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현대의 작가들이 과거의 어떤 유산을 자신의 작품 세계로 끌어오고자 노력했을까를 생각하면서 훑어보면 흥미로운 지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전시기간이 기존의 호림 기획전에 비해 짧은 편이다. 봄과 함께 가버리는 짧은 전시이니 차분히 자연과 공명하러 박물관에 방문해 남은 봄을 즐겨보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