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19세기 조선의 풍경-이화창립 134주년 기념 특별전
장 소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2층 기획전시관 1-5실
기 간 : 2020.08.12-2021.02.26
19세기의 조선은 순조에서 대한제국의 고종에 이르기까지 전제 군주 체제를 유지했으나, 사회, 경제, 외교적으로는 다양하고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던 변혁의 시기였다. 상업과 도시의 발달, 소비와 문화의 향유를 주도하는 신진 중인 계층의 역할로 사대부의 전유물이었던 문화가 대중에 더욱 확산하는 된다. 또 외국으로부터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어 다양한 측면이 공존하기 시작한다.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의 2020년 하반기 특별전은 이화여대 창립 134주년 특별전으로 <19세기 조선의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다. 19세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유물들을 박물관 소장품 중심으로 소개하는데, ‘문인 취미와 물질문화의 확산’, ‘새로운 문화, 문물과의 조우’, ‘세속적 삶의 염원, 길상’, ‘요지경, 19세기 사람들이 꿈꾸던 세상’, ‘조선 왕실의 기록으로 본 19세기 장면들’의 다섯 주제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문인 취미와 물질문화의 확산’을 주제로 한 전시실에서는 19세기 조선 사람들 취향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첫 번째 면은 축적된 부를 기반으로 예술을 향유하고 후원하는 계층이 된 중인들의 '여항문화'에 추사 김정희의 강력한 영향력으로 형성된 사의적인 문인화풍이 결합된 부분이다. 이러한 시대의 풍경을 대표하는 것으로 전시 측에서 고른 작품들은 이한철의 남종화풍 산수, 정학교의 괴석, 조희룡의 묵매, 이하응의 묵란 등이다. 민속박물관 소장의 유숙의 수계도권은 괜찮은 복제본으로 전시되고 있다.
이한철 <추강소정도秋江小艇圖> 조선 19세기, 종이에 수묵, 126.8x40cm
양면성의 또다른 면은 호사스런 골동품이나 문방구의 수장과 감상의 세속적 욕망이다. 책거리 그림을 배경으로 화려한 문방구와 청화백자 연적, 붓꽂이, 필통, 술주전자, 오동나무 약장 등 선비들의 방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로 공간들을 구성해서 보여주고 있다.
큼직한 곤여전도가 가운데에 자리잡은 두 번째 전시실은 ‘새로운 문화, 문물과의 조우’를 주제로 하고 있다. 17세기부터 연행사와 통신사를 통해 중국과 일본에서 외부의 문물을 접해 왔고, 19세기가 되면서는 조금더 넓은 세계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세계를 인식하게 된 조선 사람들,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독립적인 국가로 서고자 노력했던 조선 지배계층의 노력 등을 조금 엿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19세기 백자청화의 문양 중 일부의 해석이다.
백자청화 화문접시, 발鉢, 높이 3.8~8cm, 지름 15.1~17.2cm
19세기 조선의 청화백자 중에는 도자 안팎 여러 면을 방사형으로 구획하여 장식한 것들이 분원 제작품에 나타난다. 박물관 설명은 이들의 문양 구성이 동시대 일본 등지에서 모방, 제작되던 ‘크락 자기(Kraak porcelain)’의 변형된 양식이 반영된 것으로 말하고 있다. 크락 자기는 중국 명대 후기 경덕진과 남방 민요에서 대량 생산되어 일본, 동남아, 유럽 등지에서 인기를 끌며 널리 수출되었던 스타일이다. (‘크락’이라는 용어는 포르투갈의 범선 Caraak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그물망이 펼쳐진 듯한 모습의 에도시대 문양 망목문(網目文)이 조선백자에 영향을 준 사례, 마찬가지로 경덕진에서 일본 취향에 맞춰 생산 수출한 숀즈이[祥瑞]자기에서 볼 수 있는 환문(丸文)이 새겨진 백자, 경덕진 민요에서 크게 유행했던 영지초화문 스타일 등을 사진자료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여성으로 대문밖 나들이가 쉽지 않았던 조선에서 14세의 소녀의 몸으로 남장을 하고 전국을 유람한 김금원의 당찬 일생도 엿볼 수 있다. 제천, 단양, 청풍, 금강산, 관동팔경, 개성, 평양, 청주, 의주, 한양을 여행했던 김금원의 여행기인 『호동서락기』에서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장승업 <태평항해도> 19세기, 종이에 수묵담채, 48x134cm
태평항해도 부분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한가운데 배 한척이 떠 있는 장승업의 <태평항해도>도 눈길을 끈다. '태평항해도, 운미대인의 명으로 그렸다. 장승업'이라는 제발을 통해 운미 민영익(1860-1914)이 화가 장승업(1843-1897)에게 주문한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이 바다는 태평양. 1882년 한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후, 민영익인 외교사절단인 보빙사 전권대신으로 임명되어 미국 대통령에게 국서를 전달하러 바다를 건너갔었다. 민영익의 감회가 그림 안에 충분히 담겼을지는 의문이다.
<명성황후 발인 반차도> 실사출력본 부분
외척 등의 세도정치 득세로 어지러운 국정에 근대 국가로 나아가야 하는 압력, 외세에의 대응 등으로 난감했던 19세기 조선 왕실은 1897년 대한제국이라는 황제국을 세웠으나 500년을 이어온 조선 왕실의 마지막 불꽃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전시실 한 방을 차지하는 대형 출력본 <명성황후 발인반차도>는 왕실의 씁쓸한 19세기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한다. 명성황후의 발인 모습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긴 이 반차도는 21미터가 넘는 길이 때문에 한눈에 보기 어려웠지만 실사 출력으로 전면 공개하여 행렬 전체의 모습을 찬찬히 볼 수 있도록 했다.
반차도 원본은 아래층 상설전시실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전시도 동시에 진행중이다.
온라인 전시
https://19thscenes-joseon.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