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불심 깃든 쇳물, 강원철불
장 소 : 국립춘천박물관
기 간 : 2020.07.28~11.01
글/ 김진녕
일제강점기인 1912년 강원도 원주시 학성동(읍옥평) 들판에 방치되어 있던 다섯 구의 고려시대 철불이 수습됐다. 쌍둥이처럼 닮은 철조여래좌상 두 점에는 '본관 1972'와 '본관 1976'라는 분류번호가 붙었고, 또다른 철조여래좌상에는 '본관 1971', 철조아미타불좌상에는 '본관 1973', 철조약사여래좌상에는 '본관 1970'이란 분류 번호가 붙었다. ‘본관 1970’은 뒷날인 2015년 4월에 보물 제1873호로 지정된 춘천박물관의 상징 소장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중 3구는 동일한 양식을 지닌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편단우견(偏袒右肩)의 철조여래좌상(본관 1971, 본관 1972, 본관 1976)이며, 나머지 2구는 양쪽 어깨를 모두 옷으로 감싼 중 통견(通肩) 양식의 철조약사여래좌상(본관 1970)과 철조아미타불 좌상(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본관 1973)이다. 이중 네 점이 국립춘천박물관의 2020년 특별전 <불심 깃든 쇳물, 강원 철불>전에 등장하고 있다. 고향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 빠진 한 점, 일련번호 ‘본관 1972’호는 영국박물관에 ‘장기 파견 근무’ 중이라 이번 전시에는 사진으로만 출연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춘천박물관이 지난 3년간 진행해온 철불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물인 ‘소장품 연구보고서Ⅲ - 강원지역 철불의 과학적 조사·분석 보고서Ⅰ’ 간행과 발맞춘 전시로 연구 결과를 전시로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얼굴 모습 등이 서로 닮은꼴로만 알려져 왔던 본관1972와 본관1976 철조여래좌상을 3D 정밀스캔을 통해 얻은 3차원 수치데이터을 활용하여 얼굴 유사도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닮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수치로 증명해서 보여준다. 연구진은 총 11개 기준점과 5개 치수항목 기준을 설정하고 3차원 편차분석을 실시한 결과, 두 불상의 얼굴은 백호부분과 얼굴 양 옆면을 뺀 나머지 영역의 위치와 치수가 비슷하고 전반적으로 2mm 내외의 편차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전시물로 내놨다.
이번 전시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철불의 ‘속살’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철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철불 전시와 차별화된 지점이다. 일반 관람객은 알 수 없는 요소지만 약사불 내부에는 불상의 제작 당시, 거푸집 안틀의 재료로 쓰인 기와편이 다수 남아있다. 통일신라에서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다양한 문양의 기와가 확인됐으며, 이는 불상의 제작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이번 보고서에는 기와 자료를 포함하여 일제강점기 기록으로 추정되는 불상 내부의 묵서자료 등을 상세히 수록하였다. 박물관측은 약사여래불을 유리판 위에 올려놓고 약사불 아래 뚫려있는 구멍을 통해 관람객이 여래불의 내부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손전등까지 준비해놨다.
전시는 모두 다섯가지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장 들머리에 프롤로그격인 제1부와 2부를 배치했다. 1부 ‘여러 재질로 만든 불상들’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만들어진 다양한 불상을 소개하고 제2부 ‘시대가 만들어낸 불상들’에서는 삼국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에서 만들어낸 불상들을 소개한다. 평양 원오리사지 출토 소조보살상(고구려), 서산 보원사지 출토 금동불입상(백제) 등 그동안 춘천에서 보기 힘들었던 삼국시대의 불상을 전시했다.
제3부 ‘어디서 만들었을까’에서는 철불제작소로 추정되는 동해 지가동 유적에서 출토된 기와, 토기편 등 나말여초시기의 유물들과 불상 주조의 유력한 증거로 추정되는 나발범편 등이 소개된다. 제4부 ‘어떻게 만들었을까’에서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철불의 주조방법에 대해서 소개한다. 철불은 크게 분할주조와 밀랍주조의 방법으로 조성되는데 이 두 방법의 차이점 및 이를 통해 만들어진 불상에서 보이는 주조법의 흔적에 대해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실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철조아미타불좌상이 함께 공개되고 있다.
이번 전시의 흥미로운 부분인 ‘철불 안 들여다보기’는 5부에 속한다. 전시장 안에 철제 비계를 설치하고 그 위에 철조약사불을 올려놨다. 관람객은 직접 손전등으로 철불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무게 250㎏ 내외인 철불의 내부는 그 무게로 인하여 그동안 공개된 적이 드물었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상시 공개된다. 전문가, 일반인 모두에게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박물관의 연구 역량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전시다. 사소한 흠이라면 현장에서 제시하고 있는 넉 점의 철조여래불좌상에 매겨진 소장품 번호와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의 소장품 일련번호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온라인 서비스와 춘천박물관 중 누가 틀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