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한국고미술협회 회원전 : 옛 삶으로 마음을 열다
장 소 :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기 간 : 2020.7.24~7.31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불리든 고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든, 일반인들은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이러한 작품들을 친숙하게 느끼기는 어렵다. 문화재매매업으로 등록된 회원사들이 모인 단체인 한국고미술협회는 대중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한 사업으로 거의 매년 회원사들의 출품작으로 구성하는 협회전을 개최, 올해에는 1500여 점의 고미술품이 대거 출품됐다.
올해의 협회전 <옛 삶으로 마음을 열다>는 제목처럼 열린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가설 수 있도록 고가의 화려한 작품들보다는 일반 사람들도 ‘나도 한번 가져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한 괜찮은 소품들이 전시장을 채운다. 협회전의 목적에는 ‘국민들에게 한국고미술품을 알리고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함을 명시하고 있고, 애호가와 소장가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분야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저변화 다양화 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책장, 경상, 서안, 반닫이 등의 목가구가 부피로 압도하는 가운데, 청화백자, 달항아리, 청자완 등 스테디한 인기 품목이 눈에 띈다. 서예, 수묵화와 민화도 눈에 띄지만 생각보다 수량은 적은 편이다. 그 외에 금속, 섬유, 지승공예 등을 포함한 민속품 들도 자리를 잡았다.
삼국시대의 것부터 대한제국의 물품들까지 시대로 치자면 천오백년 이상을 아우르는 목가구, 서화, 도자, 토기와 불상, 민속 공예품 등 다양한 장르의 1500여 점이 1층부터 3층 전시장을 메우고 있어 오랜 시간 즐기면서 볼 수 있다.
삼국시대의 토기, 앙증맞은 상감 문양이 새겨진 작은 청자 잔, 인화문이 가득 찍힌 조선의 분청자 접시가 백화점 명품관 핸드백보다 훨씬 저렴할 때, 후손으로써 약간의 부끄러움과 죄송함을 느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수년 전에 비해 고미술품의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어 구입하기 좋은 시기이기라 할 수도 있다.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진짜일까, 속아서 사는 것은 아닐까, 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같은 의문이다. 위작이 없을 수는 없지만 우선 이분들 '문화재매매업' 종사자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조건이 된다는 점은 확실하다.
문화재와 미술품을 분리해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인 아트페어와 협회전, 화랑과 고미술상을 완전히 다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문화재나 고미술이 특히 우리 전통의 것이라 위하고 잘 지키려다가 자칫 고립되게 만들고, 유통 질서를 해치는 고질적인 병폐/부작용이 생기는 면도 분명히 있다. 고미술시장, 미술사학계, 박물관이 서로 각자의 영역을 철저히 하고 서로 돕는 이상적인 관계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현재 국립 박물관에서 전시중인 명품 문화재들을 보고 인사동으로 와 협회전을 본다면 보잘 것 없다고 느끼기보다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나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의외로 저렴한 가격에 놀라게 될 수도 있다.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가까이 놓고 사용하고 보고 즐기던, 나와 어쩌면 그다지 멀지 않은 사람들의 삶에 있었던 도자와 그림, 공예품들이 건강한 유통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하리라고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