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기 간 : 2020.07.21-09.27
글/ 김진녕
-18세기의 조선의 화원과 화승의 회화, 이를 통해 반추하는 18세기 조선의 영화
-보물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간송 회화 특별전’
코로나 사태로 지난 5월 중순부터 문을 닫았던 국립중앙박물관의 문이 다시 열렸다. 박물관과 문화재청이 함께 마련한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7.21~9.27)의 개막일에 맞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간 지정된 국보・보물 157건 중 이동이 어려운 건축 문화재와 중량이 무거운 문화재 등을 제외한 83건 196점을 공개하는 전시로, 국보와 보물 공개 전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다.
<촉잔도권>과 <강산무진도>가 함께 놓인 전시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문화재 대여기관만 34곳이나 되는 만큼 평소에 한 자리에서 보기 힘들었던 국보와 보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간송과 리움, 국박에 흩어져 있는 김홍도의 작품을, 조선의 두루마리 그림을 대표하는 촉잔도권과 강산무진도를, 리움과 호림 소장의 고려 불화를, 이화여대 소장의 초기 고려청자와 국박 소장의 청자 붓꽂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스펙타클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류를 중심으로 놓고 보면 간송미술관 특집이자 ‘조선 18세기 영광 특집’이다. 조선시대 후반기 중 물질적으로,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됐고 영화를 누렸던 영조와 정조 시대의 산물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김홍도 <삼공불환도>
박물관 전시실에서는 8미터가 넘는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의 촉잔도권(보물 1986호, 간송미술관 소장품)과 이인문(李寅文, 1745~1821) 의 <강산무진도>(보물 2029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를 온전히 다 펼친 뒤, 한방에 나란히 배치하는 스펙타클을 선보이고 있다. 이 바로 옆 전시실에는 18세기의 슈퍼스타인 김홍도(金弘道, 1745년 ~1806)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간송미술관 소장의 <고사인물도>(8폭, 보물 1971호), <마상청앵도>(보물 1970호), 리움이 관리하고 있는 <삼공불환도>(보물 2000호)가 나란히 등장해 보는 이를 뒤흔들어 놓는다.
간송미술관 소장의 이광사(1705~1777)의 서예 이론서인 <서결>(1764년, 보물 1969호)과 이를 비판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던 김정희(1786~1856)의 <서원교필결후>(19세기 중반, 보물 1982호)가 나란히 전시된 모습은 윤기가 돌던 호시절의 18세기 조선 중반과 기울어져 가던 시기의 19세기 중반의 복고 붐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듯한 느낌이다.
이광사(1705~1777)의 서예 이론서 <서결>
김정희가 이광사의 이론을 반박한 <서원교필결후>
조선 18세기의 영화로움은 불교 회화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 영상으로만 초청된 넉 점의 괘불도 중 석 점이 18세기 작품이다. 군위 법주사 괘불도(보물 2005호, 1714년), 예산 대련사 비로자나불 괘불도(보물 2006호, 1750년), 상주 남장사 영산회 괘불도(보물 2007호, 1788년)이 그것이다. 나머지 한 점인 김천 직지사 괘불도(보물2026호)는 1803년 작으로 18세기의 자장권 안에 있다. <새보물 납시었네> 전시장에 놓인 회화 작품 중 가장 큰 불화인 보물 1990호 <대곡사 명 감로왕도>(1764년, 원광대박물관 소장) 역시 18세기 작품이다.
주최측은 이번 전시를 ▲ 역사를 지키다, ▲ 예술을 펼치다, ▲ 염원을 담다 등 3가지 주제로 나눠서 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전시장 초입의 1부 ‘역사를 지키다’는 기록 유산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삼국사기>(국보 제322-1호, 옥산서원 소장)와 <삼국유사>권1~2(국보 제306-3호, 연세대학교 소장), <조선왕조실록>(국보 제151호, 국립고궁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 등 다양한 서적물이 나와있다. 특히 그림을 기록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조선조 특유의 왕실 행사 기록화 <기사계첩>(국보 제325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은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펼쳐놓지 못한 면에 실린 <기사계첩>에 참여한 고위 관리의 초상화와 이들이 쓴 시 등을 소개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2부 ‘예술을 펼치다’ 섹션은 미술 애호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서화와 도자류를 소개하고 있다.
고려 초기의 청자 제작을 보여주는 <청자‘순화4년’명 항아리>(국보 제326호, 이화여대 소장), 고려 상형청자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청자 투각 연당초문 붓꽂이>(보물 제1932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등 고려청자가 선보인다.
<청자 투각 연당초문 붓꽂이>
회화 섹션은 이것만 따로 떼서 조선 후기 회화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실경산수 시대를연 정선(鄭敾, 1676~1759)의 <정선 필 풍악내산총람도>(보물 제1951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를 비롯해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보물 제1987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조선시대 후기 문인들의 이상향을 그린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보물 제2029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조 말의 흐름을 좌우했던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김정희 필 난맹첩>(보물 제1983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등이 선보인다.
정선 <풍악내산총람도>
2부 섹션 때문이라도 이번 전시는 적어도 세 번은 가야 주최측이 차려놓은 밥상을 제대로 음미할수 있다. 신국보전에는 일제시대 전통 문화 유산을 지켜낸 간송 전형필(1906~1962년)이 세운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한 22건의 보물이 등장해 사실상 ‘간송 특별전’이기기도 하다. 다만 모든 전시물이 한 번에 소개되는 게 아니고, 3번에 걸쳐 전시품 교체가 있고, 첩인 경우 다른 면을 펼쳐 놓는다.
<신윤복 필 미인도>(보물 제1973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김홍도 필 마상청앵도>(보물 제1970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등 한국인이라면 대개는 기억하고, 좋아하는 작품이 거의 나온다고 보면 된다. (교체전시 일정은 붙임 표 참조)
김홍도 <마상청앵도>
3부 ‘염원을 담다’는 우리나라 국보・보물의 절반이 넘는 불교 미술의 위상을 살펴볼 수 있다. 종교 미술은 근대 이전 세계 모든 나라의 미술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오래된 사리장엄구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국보 제327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는 백제시대 불교 신앙과 정교한 공예 기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불교 경전 기록물인 <묘법연화경 목판>(보물 제1961호, 개심사 소장), <선림보훈>(보물 제700-2호, 충주박물관 소장)·<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권3(보물 제875-3호, 달마사 소장), 세종이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찬불가인 <월인천강지곡>권상(국보 제320호, 개인 소장) 등 불교 경전과 서적이, 불교 회화만큼 비중있게 전시되고 있다.
코로나 시국이라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점이 번거롭지만, 세 번 이상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전시다.
교체전시 일정
※ 사정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7.21.(화)~9.17.(목) 국보 제322-1호 『삼국사기』 옥산서원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품 교체 전시 일정
7.21.(화)~8.11.(화)
보물 제1986호 〈심사정 필 촉잔도권〉 ※ 8.12. 이후 영인본 전시
보물 제1951호 〈정선 필 풍악내산총람도〉
보물 제1970호 〈김홍도 필 마상청앵도〉
보물 제1949호 《정선 필 해악전신첩》 〈화적연〉, 〈정양사〉
보물 제1950호 《정선 필 경교명승첩》 〈독백탄〉, 〈녹운탄〉
보물 제1971호 《김홍도 필 고사인물도》 〈무이귀도〉, 〈황정환아〉, 〈융봉취하〉
보물 제1987호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 〈야묘도추〉, 〈주중가효〉
보물 제1978호 〈김정희 필 대팽고회〉
보물 제1969호 《이광사 필 서결》 1·2면
보물 제1982호 《김정희 필 서원교필결후》 1·2면
보물 제1984호 《이정 필 삼청첩》 〈형란〉, 〈연죽〉
보물 제1983호 《김정희 필 난맹첩》 〈세외선향〉, 〈수식득격〉
8.12.(수)~9.3.(목)
보물 제1986호 〈심사정 필 촉잔도권〉(영인본)
보물 제1952호 〈정선 필 청풍계도〉
보물 제1973호 〈신윤복 필 미인도〉
보물 제1949호 《정선 필 해악전신첩》 〈해산정〉, 〈칠성암〉
보물 제1950호 《정선 필 경교명승첩》 〈미호〉, 〈우천〉
보물 제1971호 《김홍도 필 고사인물도》 〈동산휴기〉, 〈동강조어〉, 〈화외소거〉
보물 제1987호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 〈밀희투전〉, 〈송하기승〉
보물 제1979호 〈김정희 필 차호호공〉
보물 제1969호 《이광사 필 서결》 3·4면
보물 제1982호 《김정희 필 서원교필결후》 3·4면
보물 제1984호 《이정 필 삼청첩》〈노죽〉, 〈고매〉
보물 제1983호 《김정희 필 난맹첩》 〈적설만산〉, 〈이기고의〉
9.4.(금)~9.27.(일)
보물 제1986호 〈심사정 필 촉잔도권〉(영인본)
보물 제1953호 〈정선 필 여산초당도〉
보물 제1972호 〈김홍도 필 과로도기도〉
보물 제1949호 《정선 필 해악전신첩》 〈화강백전〉, 〈삼부연〉
보물 제1950호 《정선 필 경교명승첩》 〈장안연월〉, 〈빙천부신〉
보물 제1971호 《김홍도 필 고사인물도》 〈오류귀장〉, 〈서호방학〉
보물 제1987호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 〈성하직구〉, 〈목동오수〉
보물 제1980호 〈김정희 필 침계〉
보물 제1969호 《이광사 필 서결》 5·6면
보물 제1982호 《김정희 필 서원교필결후》 5·6면
보물 제1984호 《이정 필 삼청첩》 〈우죽〉, 〈난죽〉
보물 제1983호 《김정희 필 난맹첩》 〈운봉천녀〉, 〈산중멱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