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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진난만과 유쾌가 필요해 - <에바 알머슨, vida>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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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한국.스페인 수교 70주년 기념 특별전 에바 알머슨 vida
장 소 : 세종문화회관미술관
기 간 : 2020.6.27-9.20

공공장소라 바이러스가 옮겨질 수 있다는 혐의 아래 수도권 국공립미술관들이 반년 가까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은, 그간 고즈넉한(비인기) 미술관 공간들을 찾으며 의도치 않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곤 했던 미술애호가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보는' 것에 굶주린 이들은 뭔가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을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닌다. 그래서인지, 공립미술관들의 불이 꺼지고 대부분의 사립미술관과 갤러리들이 한숨을 쉬는 가운데서도 몇몇 전시장은 전시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큐알코드 등록, 체온 검사, 마스크만 아니라면 이 난리 이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스페인 작가 에바 알머슨(Eva Armisén, b.1969)의 기획사 전시 또한 코로나 상황에서도 관객이 몰린다. 미국에서 머물다 LA의 한인 교포를 통해 한국의 한 아트페어에 진출하게 된 것이 2008년이니, 12년 만에 서울 한복판에서 2년 연속으로 성황리에 대규모 개인 전시를 진행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vida(삶)”이고, 작가의 말에서 이번 전시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는 “사랑”이며, 주최측이 설명하는 이번 전시의 view point는 ‘쉼표가 필요한 당신에게’, ‘공감이 필요한 당신에게’, ‘행복이 필요한 당신에게’이다. 작가가 언제나 이야기하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사라고사 출신의 에바 알머슨은 바르셀로나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그곳에 정착해 활동해 왔다. 일상, 행복, 공감 등 보편적인 주제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내는 그녀는 유독 우리나라의 많은 팬들에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분위기, 어쿠스틱 기타 연주 같은 편안함, 해녀 그림, 동화책 출판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을 작품에 녹여낸 것에 대한 고마움(?), 그러한 것들이 재차 한국 내에서 알머슨의 인기 요소가 되었을 수 있다. 


캐릭터가 작가의 표현 방식이 되는 것은 현대의 소위 순수미술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예이고 미술시장에서도 몇 명 유명 작가들이 공고히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 그녀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의 정서, 사회-시대적 특성 같은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전시장 안을 채운 특유의 미소 띤 둥근 얼굴, 부드러운 색채와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에 생각없이 편안히 눈을 맡겨 보는 관람은 날을 세워 사고 회로를 돌려야 하는 현대미술의 관람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현실이 어디 그렇기만 한가, 달달한 그림과 간지러운 말이 지저분하고 불공평하고 외롭고 매정한 세상을 덮을 수나 있나, 하다가도 사랑 가득한, 기쁨 넘치는 긍정의 세계에 젖어들고 싶은 사람들의 기나긴 줄을 보면 비뚤어진 생각들은 잠시 접어두게 된다. 


한편으로 그녀의 작품의 주제를 흔히 이야기하듯 일상이나 행복, 동심 등 미셀러니 같은 가벼움으로 꾸며 보여주기만 하는 것은 아쉽다. 인간과 관계에 대한 관심과 표현, 텍스트와 그림을 연결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하는 꾸준한 시도, 작품의 상업성과 원본성에 대한 작가의 태도 등 다른 접근을 고민해 보았으면 싶다.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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