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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현대회화의 간판 단색조 회화의 세계, <텅 빈 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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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한국 현대회화를 해외에 소개한 순회 쇼 <텅 빈 충만> 중간 보고회

전시명 : 텅 빈 충만
장 소 : 박여숙화랑
기 간 : 2020.04.10-05.10
글/ 김진녕

한국 현대 회화에서 큰 지분을 갖고 있는 ‘단색조 회화’를 대표하는 주요 작가 18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텅 빈 충만>전(~5월10일)이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현대 회화의 단색조 작품을 ‘텅 빈 충만’이란 주제어 아래 모은 이 전시는 단일 컨셉트의 기획 전시 중 가장 오래 지속되면서 끊임없이 리뉴얼된 전시라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기획의 시작점은 전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와 K팝 붐이 일면서 이를 한국문화(K컬쳐) 전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해외주재 한국문화원의 순회 프로그램 ‘트레블링 코리안 아츠’(Traveling Korean Arts)란 이름으로 기획됐다. 

2014년 8월 <텅 빈 충만:한국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 
2014년 11월 <텅 빈 충만:한국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 독일 베를린 한국문화원 
2015년 1월 <텅 빈 충만:한국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립미술관 
2015년 2월 <텅 빈 충만:한국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 브라질 상파울로 국립회화조각관 
2015년 10월 <텅 빈 충만:한국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 홍콩 복합문화공간 PMQ 
2015년 11월 <텅 빈 충만:한국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레꼴레타 문화센터 
2016년 5월 <텅 빈 충만:한국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 이란 테헤란 밀라드타워 전시관 
2019년 12월 <한-베 현대미술전:다른 듯 같은, 같은 듯 다른>, 하노이 소재 베트남 국립미술관 

7년 동안 9번의 전시가 열렸다. 중간에 주최자가 바뀌기도 하고, 제목이 바뀌기도 하고, 참여작가나 전시 작품의 라인업이 빠지고 들어가는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전시의 컨셉트나 기획자는 같다. 이 순회 쇼를 만든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큐레이터, 미술비평)은 7년 동안 다듬은 이 쇼를 박여숙화랑에서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였다. 
제목은 처음 기획처럼 <텅 빈 충만>이다. 



정 전 실장은 이번 쇼가 “순회전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도모하는 귀국 보고전의 성격을 띄는 동시에 한국현대미술의 큰 흐름 중 하나인 한국의 단색조 회화를 어떻게 국제적인 미술의 한 흐름으로 자리 매김할 것인가를 숙고하는 자리인 동시에 보다 전략적인 탐색을 통해 향후 세계미술사에 등재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앞으로도 이 쇼가 한국 현대미술을 해외, 특히 현대미술의 빅마켓인 유럽이나 미국에 알리는 지렛대로 활용되도록 여러 모색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가지 컨셉트로 수 년 간 이어지는 쇼는 국내에서는 드물다. 
2014년 처음 전시를 했고 계속 이어나갔다. 같은 컨셉트를 이어가면서 전시 때마다 조금씩 컨셉트를 정리하고 작가 라인업도 약간씩 변했다. 한국 단색조 회화의 폭을 넓히려고 점점 젊은 작가를 끼워넣었다.  

-크게 바뀐 지점이 있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참여 작가의 폭을 넓히면서 새로 참여하는 작가가 컨셉트에 부합하는지 고민을 많이했다. 최상철 김덕한 등이 그렇게 새로 합류했다. 
 
-국내전을 하는 이유는. 
예를 들어 서양 화가는 물감이라는 재료를 색을 내는 수단으로 다룬다. 그런 관점에서 한 번에 칠하고 마는데 한국의 단색조 작가는 칠하고 또 칠해서 두께를 만들고 물성을 만든다. 색을 내는 재료라는 단순한 관점을 넘어선 의미를 부여한다. 2차원의 평면에 구현된 두터운 질감은 시간의 두께이기도 하고, 색도 달라지게 만든다. 한국 단색조 회화는 눈에 보이는 질감과 거기에 이르기 까지의 노동과 시간, 과정까지도 작품의 일부로 소환된다.   
해외에 ‘단색화’라고 소개되면 작품의 외형적인 단색, 무채색, 이런 점만 강조된 작품으로 소비되고 만다. 그래서 그 이면에 숨어있는 ‘단색조화’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었다. 우리 스스로도 한번 되돌아보면서 이런 저런 논의를 해보고 다시 외국으로 나가보자는 의미에서 국내 전시를 준비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미술에 대한 성찰을 하면서 깊이있는 미술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단색조화가 서구의 모노크롬 페인팅의 ‘한국 번역판’ 이상으로 평가받을 수 없다. 그래서 모노크롬(단색화)이 아니라 모노톤 메인팅(단색조화)라고 부른다. 
수 년 간의 순회전을 이제 한번 정리를 할 때도 됐다. 이 전시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를 다시 모아서 전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와 작품 위주로 책을 내는 방법도 생각 중이다.  


-2010년대 작품도 등장하는 등 한국 현대미술 회고전 성격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의 당대미술의 한 경향을 카테고리화하고 끄집어낸 전시다. 지나간 역사를 정리한 게 아니라 지금 현재를 정리한 것이다.  
예를 들어 김창렬 작가의 물방울 작품은 2019년 작품이다. 얇게 칠한 바닥에 몇 번 톡톡쳐서 물방울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바닥이 다 보인다. 바닥이 그림이 된다. 몇 번 칠하지 않았는데 관람객이 그것을 물방울로 볼 뿐이다. 김아타의 On Air 시리즈도 작업 중에 일어나는 시간의 축적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에 합류시켰다. 이렇게 특정 주제와 양식을 가지고 해외 순회전을 진행한 것은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거의 처음의 일이 아닌가 싶다. 

-나라마다 전시에 대한 반응지점이 달랐나.  
중국 관객은 한국의 현대 미술에 ‘신기하다’는 반응이었고, 베트남도 그런 반응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관객이 구상회화를 보던 눈으로 ‘아무것도 없는 그림’이 현대회화라는 점에 대해서 놀라거나 신기해했다. 이란에선 명상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종교적이고 생각하게 하는 그림’이라고. 대부분은 ‘정적이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브라질에서도 그랬고.  
전체적으로 일반 관객은 ‘조용하고 그윽하다’란 느낌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현지 비평가들은 ‘선적이다’라는 평을 자주 남겼다.   


-순회전에서 유럽이나 북미는 거의 빠져있다.  
현대 미술의 주무대인 서유럽이나 북미가 빠진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무작정 작품만 들고 가서 한국문화원 같은 곳에서 여는 전시는 언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지의 미술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있는 지명도 있는 전시장에서 제대로 조명받는 전시를 만드는 것은 하루아침에 힘들다. 그럴려면 여러가지 많은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작품이나 예술적으로나. 한국현대미술의 대표선수 격인 단색조 회화 작품을 메인 스트림의 ‘좋은 전시장, 제대로된 미술관’에서 하는 게 의미가 있다. 그런 경로로 소개되면 한국 현대미술도 세계적인 밸류 체인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그게 이 전시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작정 들이민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한번 하고 나서 끝이 나도 안되고 꾸준히 이어가여한다. 계속 이슈화하고 전시를 이어가면서 ‘단색조 회화’라는 한국 현대미술의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려야 한다. 
1950년대 일본 간사이 지방의 구타이(具体美術協会 Gutai group, 具體)나 모노하(物派)가 그런 식으로 세계 현대미술사의 일부로 편입됐다. 앵포르멜 미술개념을 제창한 미셸 타피에(Michel Tapié, 1909-1987, 프랑스 미술비평가)는 1957년 일본 방문을 통해 구타이를 ‘발견’하고 1958년 미국 뉴욕 전시를 주선했다. 물론 타피에의 ‘안목’으로 튜닝된 형태였다. 타피에는 구타이그룹의 물성이나 해프닝 같은 실험적 성격을 잘라내고 추상 페인팅, 앵포르멜의 틀에 맞춰서 구타이를 서구 시장에 띄웠다. 
 
-<텅 빈충만>은 서구에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전시는 아닌 것 같은데.
동양에선, 한국미술계에선 유럽에서 어떻게 평가하느냐에만 관심을 쏟는다. 그들이 인정하느냐 마느냐에만 관심을 보인다. 서양에서 관심을 가지면 다 된 것처럼 평가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사태도 서구 미디어에서 ‘한국의 대응이 잘했나 못했나’하는 사소한 뉴스도 일일이 찾아 보도하고 ‘우리’를 평가한다. 우리 스스로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하면 되는 일인데도 말이다. 그게 모더니즘을 수용한 국가와 전파한 국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
나는 이 문제를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비록 서구의 근대를 수용하고 베꼈지만 거기에 우리의 감수성이 들어가서 우리만의 것을 만든 것이다. 스파게티도 샤브샤브도 한국에 들어와 재료와 조리법이 한국화되면서 독특한 한국만의 메뉴화된 것이 있다.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문화와 접점을 넓히면서 한국화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이나 습관, 종교적인 배경에 따라 체화된 것이 한국 문화의 자산이다. 한국화된 모더니즘을 이제 서양에 소개할 때다. 이건 그들의 모더니즘과 다른 것이다. 


-‘텅 빈 충만’이라는 컨셉트의 쇼는 앞으로도 이어지나.  
이 컨셉트의 전시는 단발성으로 끝내는 전시가 아니다. 기회를 또 만들려고 한다. 그동안 이 전시의 주최자로 한국문화원이나 예경 등이 했고 지금은 또 다른 공공 기관이 등장했다. 한국 문화의 폭과 깊이를 알린다는 점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아직 확정된 차기 행선지는 없다. 유럽 쪽을 염두에 두고 여러 도시나 기관과 협의 중이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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