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고향 : home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시기간 : 2019.11.27-2020.3.8
*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임시 휴관(2월25일~)
우리에게 그곳은 넘쳐나는 석유, 사막위의 사치스러운 현대적 건물들, 왕족들의 그림 쇼핑,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이라크, 수많은 내외의 분쟁들, 테러를 일삼는 극단적인 단체들, 퇴보하는 여성 인권 등 여전히 추상적이거나 막연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중동과 아랍의 세계를 특정성을 가진 개별의 세계로 인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관람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고향> 전시는 크게 네 개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기억의 구조’ 섹션은 고향을 빼앗고 빼앗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의 기록, 사적 기억이 중심이 된다. 이 섹션에서 전시되고 있는 하젬 하브의 <땅의 지도> 시리즈는 예루살렘의 옛날 사진과 나무의 나이테 단면, 단순한 도형을 콜라주하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의 작가가 겪었던 개인적인 아픔을 나타냈다. 다른 이들에게는 망각되거나 무감각해진 그 지역의 재앙을 무덤덤한 방법으로 드러내고 배치하고 시선을 치환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젬 하브Hazem Harb <땅의 지도Map of Land 1#> 2019, 나무 판 위에 사진 콜라주, 120 x 200 cm, 컨템포러리아트플랫폼Contemporary Art Platform, Kuweit
두 번째 섹션 ‘감각으로서의 우리’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전통적인 결혼식의 색채를 보여주는 나무판 위에 1296개의 실타래를 붙인 <깨진 결혼식>, 전통적인 여성상을 깨고 여성의 몸에 시선을 돌린 술리만 만수르의 <깨어난 마을> 등이다.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지역성을 넘어선 ‘유대감’을 느껴보자는 제안이다.
술리만 만수르Suleiman Mansour, <깨어난 마을The Village Awakens>, 1988-1990, 캔버스에 유채, 116 x 97.5 cm, 조지 M. 알 아마 컬렉션George M. Al A'ma Collection
하딤 알리Khadim Ali <무제 13, '악의 꽃' 중에서Untitled 13, From 'Flowers of Evil'> 2019, 천에 자수, 염색, 662 x 153 cm, Courtesy the artist and Milani Gallery, Brisbane
중앙 홀에서 3, 4 섹션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그들 역사와 문화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아델 아비딘의 <청소>는 정치적으로 불순물에 해당하는 생각을 씻어내듯 흙탕물을 뒤집어 쓴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 그들 몸에 물대포를 쏘아 씻기는 장면의 비디오와 그 결과물을 전시한 작품이다. 피부색이나 정치적 다른 생각을 공격하여 일방적으로 씻어내는 그 화면은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학살>에 레퍼런스를 두고 있다고 한다. 공포에 주눅 든 사람들 물에 쫄딱 젖은 그다지 깨끗하게 씻기지 않은 상태에서 온 몸을 떨고 있는 희생자들의 모습은 여전히 억압과 침묵으로 유지되는 그들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전시되고 있는 현대미술 작품들은 우리의 무지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노골적인 표현이 없을지라도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문제의식으로 현실을 보고 있는지 짐작하도록 만들어준다. 중동 지역에서 만들어진 현대미술을 통해서 상상 가능한 부분. 교감이 가능한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통해 그들의 시각 문화에서의 전통이 현대미술에 드러난 바, 그에 더해 그들의 현재 상황을 현대미술에 투영한 바를 단순한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델 아비딘Adel Abidin <청소Cleansing> 2018, 단채널 비디오, 4분 30초, Courtesy of the artist
전시되고 있는 현대미술 작품들은 우리의 무지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노골적인 표현이 없을지라도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문제의식으로 현실을 보고 있는지 짐작하도록 만들어준다. 중동 지역에서 만들어진 현대미술을 통해서 상상 가능한 부분. 교감이 가능한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통해 그들의 시각 문화에서의 전통이 현대미술에 드러난 바, 그에 더해 그들의 현재 상황을 현대미술에 투영한 바를 단순한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고향이란 무엇인가. 고향이 친숙하기만 하면 그리움은 없을 것이다. 고향이라는 단어에는 상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내가 떠나왔으나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불안한 삶에서 한 줄기 희망을 주는 곳이 아니라 이들에게 고향은 축적된 문화 자체를 송두리째 빼앗긴 남의 것이 되어 버린 곳일 수 있다. 이런 역사를 지닌 이들에게 전시장의 작품은 너무 온건해 보인다.
마지막 전시장에 이어서 위치한 프로젝트 갤러리에서는 , <북녘에서 온 노래> 등 ACC필름앤비디오 아카이브에서 수집한 아시아의 실험영화와 비디오아트 컬렉션 중 이번 전시 주제와 연관된 작품을 상영한다. 중동, 이슬람, 아랍의 미술이 우리와 이루는 공명으로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