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a Art Collection Ⅰ: 한국 근현대 미술
기간 : 2020. 1. 15 – 2020. 3. 1
Gana Art Collection Ⅱ: 한국의 수묵채색화
기간 : 2020. 1. 23 – 2020. 2. 23
글/ 김진녕
가나문화재단의 소장품으로 꾸민 <가나아트컬렉션 I, 한국 근현대미술>전(~3월1일)과 <가나아트컬렉션Ⅱ, 한국의 수묵채색화>전(~2월23일)이 열리고 있다.
두 전시는 20세기 중반까지 진행된 한국 근현대미술을 집중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근현대인물화-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전(~3월1일)과 함께 보면 좋은 전시다. 한국 상업화랑의 톱랭커로 꼽히는 가나아트센터와 갤러리현대가 주최하는 한국 근현대회화전이란 점에서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
가나아트센터의 이호재 회장은 민중미술로 분류되는 작품을 ‘이호재컬렉션’이란 이름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고 고미술품 중 서예와 탁본 컬렉션은 서예박물관에 기증해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됐다. 이번에 ‘가나아트컬렉션Ⅰ, Ⅱ’로 소개되는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은 2014년 가나문화재단 설립 뒤 수장고에 들어있던 작품을 가나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가나아트컬렉션Ⅰ- 한국 근현대 미술> 전시는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나혜석(1896∼1948)의 <별장풍경>(1929∼1930)으로 시작해 도상봉(1902~1977)의 <개나리>(1972)와 <광릉 수목원>(1973)으로 끝나는 ‘시작과 절정’ 파트와 함대정(1920~1959)의 <악사>(1957)로 시작해 손응성(1916~1979)의 <대접>(1960년대)으로 끝나는 ‘재발견’ 파트로 나뉜다.
‘시작과 절정’에는 나혜석과 구본웅,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권진규, 도상봉의 작품이 포함돼 있고, ‘재발견’에는 함대정, 권옥연, 김경, 남관, 문학진, 박고석, 박상옥, 박영선, 손응성, 이달주, 이봉상, 이수억, 정규, 이규상, 최영림, 한묵, 손응성, 문신 등이 남긴 작품을 통해 한국근현대미술을 조망하고 있다.
‘시작과 절정’ 파트에선 이른바 ‘국민화가’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고 작품 거래도 활발한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다만 이 카테고리에서 늘 함께 호명되는 이중섭의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신 권진규의 작품은 다른 전시에서 보기 힘들었던 정물화 <무제>(연도 미상) 두 점이 나왔다.
‘재발견’ 파트에선 남긴 작품이 몇 점 안되는 이규상의 소품 (1963)이 단연 눈길을 끈다. 이규상은 지난해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근대미술가의 재발견>전을 통해 조명되기도 했지만 워낙 남긴 작품이 많지 않아 출품작이 열 점도 되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 나온 (1963)은 1960년대 초반의 composition 시리즈 중 가장 컬러풀한 색감을 변주한 작품으로 <근대미술가의 재발견>전에 출품되지 않은 작품이다.
재발견 전에 출품된 작가는 해방 전인 1940년대 초반 단광회 회원으로 활동하던 박영선, 이봉상, 손응성, 1950년대 모던아트협회 동인으로 활동하던 정규(1923~1971)와 김경(1922~1965), 이봉상(1916~1970)으로 이런 저런 관계로 엮인 근현대 미술가의 작품이 한 공간에 나란히 걸려있어 우여곡절로 점철된 한국근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달주(1920~1962)의 <북어>(1958)나 김경의 50년대 소 시리즈, 남관의 <두 노인>(1955), 권옥연의 인물화(1950년대)는 50년대 중반까지 ‘향토색’이 당대 한국 작가의 주요한 이슈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평창동의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가나아트컬렉션Ⅰ>이 20세기 전반의 한국 미술을 조망하고 있다면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가나아트컬렉션 Ⅱ>는 20세기 중후반에 활동했던 한국화 작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가나아트컬렉션 Ⅱ: 한국의 수묵채색화>.
수묵채색화 장르에서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활동했던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우향 박래현, 월전 장우성, 내고 박생광, 고암 이응노, 권영우 등 여덟 작가의 작품 50점이 걸렸다. 이 중 1층 전시장 전체를 차지한 이상범의 전시 공간은 작은 개인전 규모다. 지난해 갤러리현대가 주관한 <청전과 소정>전에 등장했던 작품인 <추경>(1950)과 말년작인 <추경산수>(1970), 사계산수도 병풍 두 틀(1955, 1970) 등이 나란히 전시돼 있어 청전의 작가 인생 후반부를 일람할 수 있다. 김김기창의 <유산의 이미지>(1965)와 <태고의 이미지>(1960~64)가 걸려있는 공간에는 그의 부인이자 한국화가인 박래현이 선보인 1960년대 중후반의 추상화가 걸려있다. 한국화의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던 부부가 서로 공명하고 작품으로 조우했다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화의 전성기 섹션에는 김기창과 박래현, 장우성, 박노수 등 4명이 소개됐다. 주최 측은 김기창과 박래현은 혁신을 모색하는 작품을 선보였고, 장우성과 박노수는 비교적 전통의 계승에 충실한 작품을 골라냈다.
세번째 섹션인 ‘한국화의 새로운 모색’에는 이응노와 박생광, 권영우의 작품이 걸렸다. 이응노의 문자 추상, 전통적인 오방색과 무속의 관습을 끌어들여 한국화를 혁신시킨 박생광의 무녀도, 한국화의 경계를 종이라는 미디어의 물성 탐구까지 넓힌 권영우의 대작이 걸렸다.
한국의 대표적인 상업화랑이 만든 문화재단이 어떤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근현대 한국미술을 정리하고 있는지, 약간의 짐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