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강우방의 눈, 조형언어를 말하다
장 소 : 인사아트센터
기 간 : 2020.1.9-1.20
2000년대 이래 ‘영기화생론’이라는 독자적인 이론을 펼쳐 온 미술사학자 강우방의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뤄 온 성과와 그 열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전시가 있었다. 지난 6월 국립박물관 근무 시절부터 30여 년간 답사와 발굴 현장을 누비며 찍은 아름다운 사진 슬라이드 7만 여점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기증한 것을 기념하며 전시를 열게 되었는데, 인사아트센터 두 개 층에 걸친 전시로 규모가 확대되면서 개인적인 성격이 강한 전시로 방향조정된 결과다.
1941년 중국 만주에서 출생,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과 국립경주박물관장,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를 역임한, 한국 미술사학의 메인스트림을 담당하던 원로 중 한 분의 전시라고 하면 쉽게 학술적인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겠으나 전시장은 그다지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다.
1부에서는 직접 촬영한 7만여 점의 문화재 사진을 회화‧조각‧건축‧공예‧자연과 조형 등 모두 다섯 영역으로 나눠 분야별로 500여 점을 프로젝션을 통해 보여 주었다. 지금과 다른 예전의 모습, 답사를 함께 한 학생들, 자연과 융합하며 자신만의 아우라를 뿜고 있는 오랜 시간을 겪은 석탑, 당간지주, 마애불 등의 사진에서 카메라 렌즈 이쪽의 감정과 주장이 들리는 것 같은 생생한 사진들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문화유산들을 체험하고 호흡하며 그들을 삶으로 끌어들인 학자의 삶을 살펴 본 후라야 2부에서 펼치고 있는 그의 영기화생론과 조형언어 해석법인 채색분석법의 맥락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독자적 연구의 과정과 성과를 전시물로 구성한 것인데, 조형언어를 해독하는 기본 단위인 영기문의 구성과 전개 방법을 8개의 고구려 벽화, 불상, 건축 등 우리나라 작품들과 선사시대 비너스에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천국의 문에 이르기 까지 동서 고금의 작품을 채석 분석하는 과정과 주장을 패널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아카이브 전시물들은 강우방의 학예 탐구 여정의 동반자였던 카메라 실측 도면들과 제자들의 스케치, 기록물, 저서 30여 권들을 함께 모은 것이다.
한국의 자연 안에 자리잡고 있던 조상들이 남긴 예술적 결과물을 사랑한 사람의 시각이 담긴 사진들과, 조형언어를 해독하여 이론을 성립하고자 일생을 바쳐 끈질기게 한 우물을 판 연구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일러스트와 영상. 전시를 본 사람들에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둘 중에 어떤 부분이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