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우리 손에서 되살아난 옛 그림
기 간 : 2019.09.11 ~ 2019.10.13
장 소 :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Ⅱ
고궁박물관에 전시된 <산시청람>. 조선, 15세기말~16세기초, 클리블랜드미술관
산시청람(山市晴嵐)은 소상팔경의 여덟 주제 중 하나로 봄기운에 감싸인 산촌 풍경을 담는다. 상담(湘潭)과 형산 북쪽의 소산(昭山) 일대를 주로 그리는데, 산속 마을(山市)과 산에서 피어나는 안개 또는 맑은 날의 아지랑이(晴嵐)를 포함하게 된다. 소상팔경도 여덟 폭은 순서가 조금 바뀌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개 ① 산시청람, ② 연사모종(煙寺暮鐘), ③ 원포귀범(遠浦歸帆), ④ 어촌석조(漁村夕照), ⑤ 소상야우(瀟湘夜雨), ⑥ 동정추월(洞庭秋月), ⑦ 평사낙안(平沙落雁), ⑧ 강천모설(江天暮雪) 등으로 구성된다.
고려시대부터 그려졌다고 하는 소상팔경도는 세종대 안평대군이 화가를 시켜 그렸다는 기록이 있고, 16세기에 안견파(安堅派) 화가들이 많이 그렸다고 전해진다. 조선 중기에는 이징, 김명국 등이, 후기에는 정선, 심사정, 최북, 김득신, 이재관 등이 작품을 남겼다. 이 밖에 민화로 전하는 작품도 적지 않아 조선시대를 관통하며 살아남은 주제가 된다. 그러나 조선 초기의 소상팔경도로 남아 있는 것은 일본 다이간지(大願寺) 소장 병풍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화첩 등 몇 가지 되지 않는다.
다이간지 소장 소상팔경도 중 산시청람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산시청람>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산시청람은 먼산 아래 안개가 가득한 마을이 보이고, 우측에는 바위 절벽이 솟아오른 산 아래에 산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구성은 전형적인 소상팔경의 산시청람이지만 바위를 진한 선과 명암 테두리를 여러 겹 겹쳐 그려 입체감을 나타내는 면 등 16세기 안견파의 준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소나무는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의 산시청람도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하단 기와집이나 소나무 아래 누각 등에서 볼 수 있는 표현의 정밀함은 화원 출신의 화가의 솜씨임을 드러내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복원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으며 복원된 상태는 깨끗하지만 오래된 세월이 지워질 정도로 부자연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클리블랜드 소장 <산시청람> 부분
클리블랜드 소장 <산시청람> 부분
클리블랜드 소장 <산시청람> 부분
클리블랜드 소장 <산시청람> 부분
이 <산시청람>외에 문화재 12점이 외국에서 들어와 수리, 복원 과정을 거쳐 고궁박물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사업이다. 재단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총 8개국 21개 기관 36건의 국외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 사업을 지원하고, 국내로 들여와 보존처리를 마친 유물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를 통해 공개해 왔다. 이번에 공개되는 유물은 지난 2년간의 사업의 결과물이고 소장처는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과 필라델피아미술관, 영국 빅토리아앤앨버트박물관,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과 로텐바움박물관,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 등이고, 기존의 변형된 형태를 제거하고 족자 형태로 새롭게 장황하며 훼손된 부분을 수리했다.
보존처리를 통해 제 빛을 되찾은 우리 문화재가 외국에 나가 다시 국위선양을 하게 된다고는 하지만, 잠시 들른 고향을 곧 떠나야 한다고 하니 왠지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