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기 간 : 2019. 7. 9. -2019. 10. 27.
기원전 10세기, 이탈리아의 중북부, 해안을 끼고 있는 넓은 땅에서 탄생한 고대 문명 에트루리아. 거의 천 년 동안이나 이 지역에서 번성했고 화려하고 독자적인 문화와 종교,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 에트루리아인들의 역사나 문명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기록이라고 해도 무덤의 부장품이나 조각상에 새겨진 것 정도이고, 에트루리아를 멸망시킨 로마인이 남긴 기록은 정복자의 입장이므로 온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의 기록에 '사악한' 에트루리아인으로 등장하는 것에 반감을 가진 소설가 D.H 로렌스는 1927년 에트루리아 유적지를 답사하고 반대쪽 시각에서 상상력이 넘치는 에트루리아 유적 기행기를 쓰기도 했다.)
고대 도시국가들과 활발한 교류를 했던 그들을 그리스인들은 티르세노이(Tyrsenoi) 혹은 티레노이(Tyrrhenoi)라 불렀으며, 로마인들은 투스키(Tusci) 혹은 에트루스키(Etrusci)라고 불렀다. 이 말은 오늘날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라는 지명으로 남아 있다.
로마 문화에 영향을 준 중요한 문명임에도 우리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에트루리아 문명을 최초로 국내에 소개하고자 한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시는 신전 페디먼트, 청동상, 석상, 석관, 금제 장신구 등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 등에서 대여된 약 300점의 유물이 포함되어 있다. 2008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박물관의 세계문명전 시리즈 중 하나로 고대 지중해 문명으로는 2010년 ‘그리스의 신과 인간’, 이집트 문화(2009, 2016), 그리스 문화(2010), 로마 문화(2014) 전시에 이어지는 것이다.
에트루리아가 낯선 이를 위한 가장 설명적인 제목(로마 이전, 에트루리아)을 달고, 다섯 영역으로 나눠 전시를 구성했다.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가 묘사된 장식판, 기원전 3c, 테라코타, H 52cm
신전의 기둥 윗부분을 장식했던 판으로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와 그의 아내 아리아드네가 새겨져 있다.
1부 '지중해의 가려진 보물, 에트루리아'에서는 에트루리아가 낯선 관객을 위해 그 역사와 지리적 환경 등 문명 전반에 대해 소개한다. 2부 '천상의 신과 봉헌물'로 넘어가면 먼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잘 알고 있는 어린이들이 흥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설명과 함께 전시물이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에트루리아의 티니아(그리스의 제우스, 로마의 유피테르)는 우니(그리스의 헤라, 로마의 유노), 멘르바(그리스의 아테나, 로마의 미네르바)와 함께 가장 중요시 되었던 신으로, 이 세 신을 모신 신전이 에트루리아의 모든 도시에 세워졌다.
티니아, 기원전 4c 초, 청동, H:13cm
에트루리아 신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신 티니아를 표현한 작은 청동상이다. 그리스에서는 제우스, 로마에서는 유피테르에 해당한다. 티니아의 상징 번개가 오른손에 들려있었을 것이다.
기원전 7c 중반의 머리핀. 피렌체 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이 시기에는 금이나 은으로 제작된 것들이 많이 발견된다. 주로 한쌍으로 사용했는데 얼굴 양 옆으로 땋은 두 갈래 머리 끝을 고정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세 번째는 무덤의 부장품을 통해서 음악과 춤을 즐겼던 에트루리아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고대 문명이 대부분 그렇듯이 에트루리아도 무덤이 대부분의 유물 유적을 포함하고 있어 죽음이나 내세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4부에서는 에트루리아의 무덤과 장례 의례, 특히 발달된 유골함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고, 5부 '로마 문화에 남은 에트루리아'는 에트루리아와 고대 로마 문화를 이어주는 파트이다. 로마의 권력과 종교를 상징하는 많은 표상이 에트루리아로부터 유래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행하는 부부가 묘사된 유골함. 기원전 2c 말, 설화석고, H 33cm. 피사, 볼테라
마차를 탄 부부가 저승으로 떠나는 모습을 묘사한 유골함이다. 이러한 장면은 볼테라 지역의 유골함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 뚜껑에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부채와 석류를 든 여성이 비스듬히 누워 있다.
건물 지붕아래 박공에 장식되는 페디먼트가 전시장 상단에 올려져 있다. 이것은 테라코타로 만들어진 약 1미터 크기의 유피테르의 모습. 에트루리아 국경지대에 있었던 루니의 신전에 있던 것이다.
전시장은 발랄하게 디자인되었지만 무덤의 부장품들 때문인지 삼천 년에 이르는 세월의 무게 때문인지 경건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죽어서도 현재의 삶이 이어지기를 바랐던 그들의 소망이 보이는 아름다운 유물은 문명이 사라지고 남겨진 이야기도 적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