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메뉴타이틀
  • 한국미술 전시리뷰
  • 공예 전시리뷰
  • 한국미술 도서리뷰
  • 미술계 이야기
  • On View
  • 학술논문 브리핑
타이틀
  • 기록화와 산수화가 만나는 지점 <관아와 누정이 있는 그림>
  • 2473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연계 주제전시

전시명 : 관아와 누정이 있는 그림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서화실
기 간 : 2019.7.9-2019.11.10

기획전인 ≪우리 강산을 기리다-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가 이뤄지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1층 전시실을 나와 2층 서화실을 방문하면와 연계된 주제 전시 두 가지를 만날 수 있다. ≪관아와 누정이 있는 그림≫(-2019.11.10)과 ≪그림과 지도 사이≫(-2019.11.3)가 그것. 그 중 관아官衙와 누정樓亭을 포함한 그림은 실제 있는 건물을 중심으로 주변 경관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실경을 그린 조선시대 산수화의 윤곽을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된다. 

공무를 보던 관원들의 근무지인 관아 그리고 주변 경치를 관망하며 즐기는 장소인 누정은 조선시대 그림에 등장하는 건물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관청 건물인 관아가 있는 그림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는 휴식처 누각이나 정자를 소재로 그린 그림들은 ‘입신양명(관아)’과 ‘유유자적하는 삶(누각과 정자)’이라는 조선시대 선비의 두 가지 욕망이 드러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전시된 그림 중 시대상 가장 이른 것은 이징의 <화개현구장도花開縣舊莊圖>(1643년)이다.
종친인 이경윤의 서자이면서 화원으로 활동한 이징(李澄 1581~1653)이 63세 때 화개현에  정여창(鄭汝昌, 1450~1504)이 가지고 있던 별장을 그린 것으로, 학덕이 출중한 것으로 유명했던 성종-연산군 때의 학자 정여창의 업적을 쌓은 곳이기 때문에 그림으로 그것을 기리고 남기고자 했던 것이다. 그림이 그려진 배경을 아래쪽에 명필 신익성(申翊聖, 1588-1644)이 썼다. 


이징, <화개현구장도花開縣舊莊圖> 1643년, 89.0x59.0cm, 비단에 먹, 보물 제 1046호


화개현구장도 부분


편파 3단구도의 안견파 화풍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산과 바위의 표현에서는 옅은 윤곽선과 선염을 반복하고 약간의 점을 더하는 방식이어서 절파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이징은 신익성의 언급과 정씨 문중의 기록을 통해 상상만으로 이 그림을 그렸다. 세월을 겪으면서 필묵이 많이 바래있어 세밀한 묘사가 사진으로는 다 보여지지 않는다. 

조선시대 주요 기록화 중 하나로 화원인 한시각(韓時覺, 1621-1691 이후)이 그린 7미터 에 가까운 두루마리 그림 북새선은도도 전시됐다. 함경도 길주에서 실시된 문무과 과거시험 장면을 그린 깔끔 명료한 청록산수도로 시작부분에 길주 읍성에서 시험 보는 장면과 함흥 관아에서 합격자를 발표하는 방방(放榜) 장면이 펼쳐진다. 그림 다음에는 시험관 명단, 시험일자, 제목, 합격자 명단과 지역별 통계 등의 사항을 적었다. 



한시각, <북새선은도> 중 길주과시도(위)와 함흥방방도 부분, 1664년, 비단에 색, 57.9x674.1cm(전체)


길주과시도 부분


함경북도에 자리한 길주에서 있었던 <길주과시도> 부분에는 화면 상단에 초록의 산들을 수평으로 두르고, 희게 묘사된 성벽 안쪽으로 관아 건물 안에서는 문과 시험, 오른쪽 마당에서는 말타기와 활쏘기 등 무과시험을 보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부감, 먹으로 구불구불한 윤곽을 그리고 청록 물감을 써서 나타낸 험준한 산세, 흰 호분으로 나타낸 더 먼 곳의 산으로 북방의 이색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함흥방방도> 부분은 좀더 아늑한 모습으로 함흥성으로 들어가는 다리와 소달구지가 그려져 풍속화 같은 느낌이 더해졌다. 목적은 다르지만 17세기 실경을 그린 산수화나 풍속화의 개념이 곳곳에 포함된 기록화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개성에서 근무하던 관리 중 장원급제하던 사람들끼리 모여 모임을 만들고 그 기록으로 남긴 병풍을 후손이 다시 제작한 <송도사장원계회도松都四壯元契會圖>는 계회도의 내용을 담으면서 그 형식으로는 사계절 송도의 명승지와 산수를 남종화풍의 담채로 담아냈다.


작가미상, <송도사장원계회도> 중 3폭 박연관폭(오른쪽)과 4폭 만월회고, 각 111.2x50.0cm, 1772년, 종이에 엷은 색


이밖에 솜씨있는 화원 화가가 그린 규장각 그림, 이성계가 머물렀던 함흥의 궁을 그린 조중묵의 <함흥본궁> 등은 좀더 궁중기록화에 가깝고, 비온 뒤 산수와 누각, 도롱이를 쓴 인물을 그린 심사정의 산수, 이인상의 시그니처 소나무가 들어 있는 <송계누정> 부채그림은 문인화로서의 산수화에 가깝다. 


전 김홍도, <규장각도> 1776년, 비단에 색


조중묵, <함흥본궁도> 19세기, 비단에 색



심사정, <산수도> 18세기, 종이에 엷은 색 2018 손창근 기증



이인상, <송계누정도松溪樓亭圖> 1741년 이후, 종이에 엷은 색, 2018 손창근 기증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 화가들에게 이런 그림은 이래야 한다는 규칙은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주었을지, 그 시대에 따른 변화는 어떠했을지 생각하면서 기록화와 산수화에 나타나는 표현의 차이와 공통점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법일 것이다. 시원한 박물관을 찾아서 산수화와 기록화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관아와 누정 그림들을 감상하면서 피서를 즐길 수 있다.(상설전 무료)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29 00:04

  

SNS 댓글

최근 글